준모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오늘 두 어머니가 직접 여기까지 온 건, 결국 준모와 미래 문제를 얘기하려고 온 것이었다. 약혼 이야기는 굳이 발걸음하지 않아도 전화로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일이었다. 할머니가 함께 온 것도 두 사람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을 테고, 한편으로는 이 일의 흐름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사고가 일어난 뒤부터 정부자는 줄곧 이 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미래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고,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고 어떻게든 더 챙기고, 더 보태 주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준모가 짊어진 죄책감도 조금은 가벼워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모두 여전히 그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누구도 그 일을 아주 내려놓지 못했다. 가족들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는데도 그랬다. “어머님,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고 가세요. 제가 다 정리해 둘게요.” “다음에는 오시기 전에 꼭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갑자기 오시면 저희가 아무 준비도 못 하잖아요.”채이는 고개를 가볍게 젓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마음이 싫지는 않았다. 세 사람이 채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전해졌고,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 안도감은 예전에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낯설고, 더 따뜻했다. ‘이 집에서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게 느껴져...’채이는 태빈과 함께 있을 때도 다툼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늘 아픔을 삼킨 건 채이 쪽이었다. 채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그냥 넘겨 버리곤 했다. 태빈은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도 없었고, 잘못이 자기에게 있어도 끝내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와 돌이켜 보면, 그 오랜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낸 채이 자신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다. 왜 하필 그런 사람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매달렸는지, 채이는 이제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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