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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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준모는 직접 미래를 부축해 침대까지 데려갔다. 미래가 편하게 몸을 누일 수 있도록 자세도 하나하나 바로잡아 준 뒤에야 준모는 손을 뗐다.“오빠,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나 혼자 자면 자꾸 악몽을 꿔. 한밤중에도 몇 번씩 놀라서 깨고, 그럴 때마다 너무 힘들어.”“근데 오빠가 여기 있으면 마음이 훨씬 놓일 것 같아. 그러면 아예 꿈도 안 꿀 것 같아. 제발, 오늘만 같이 있어 주면 안 돼?”미래는 금세 응석 섞인 목소리로 매달렸다. 막막한 눈빛이 너무나 애처롭게 보였다. ‘오늘은 꼭 붙잡아야 해. 오늘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알겠어.”준모는 내일 미래를 다시 재활센터로 데려가야 했다. 치료를 이어 가게 하려면, 오늘 밤만큼은 미래를 달래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준모는 결국 오늘 하루는 여기 남기로 마음먹었다.준모는 겨우 하룻밤이라고 여겼고,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만 넘기면 내일 다시 재활센터로 데리고 갈 수 있어.’‘일단 미래를 안정시키는 게 먼저야.’“정말이야, 오빠?”미래는 사실 조금 떠보는 마음으로 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준모가 정말로 남겠다고 하자, 미래는 속으로 금세 주판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 통한다면 재활센터도 아예 끊을 수는 없겠다고 미래는 생각했다. 적어도 준모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동안만큼은 계속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이렇게 해야 오빠가 움직여.’‘그렇다면 재활센터도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겠네.’“고마워, 오빠. 이렇게 계속 나 챙겨 줘서 정말 고마워. 나 이제 잘게.”미래는 느닷없이 한없이 얌전해졌다. 말을 마치자마자 눈을 감았고, 더 이상 보채지도 않았다.아무래도 오늘 하루 종일 바깥에서 소란을 피우고 감정까지 다 쏟아 낸 탓인지, 미래는 침대에 눕자마자 깊이 잠들어 버렸다.준모는 미래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방을 나왔다. 준모는 혼자 거실로 가서 핸드폰을 꺼냈다. 곧바로 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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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준모는 이제 미래를 깨울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더 미루면 오늘 재활 훈련은 또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재활센터에 도착한 뒤에도 준비하고 맞춰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까지 놓치면 안 돼. 더 미루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지도 몰라.’미래는 가사도우미가 깨우자마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신경질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문가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준모를 발견하자, 미래는 금세 표정을 바꿨다.“오빠, 아직도 안 가고 여기 있었어? 어젯밤에 오빠가 여기 있어서 그런지 나 진짜 푹 잤어. 꿈도 하나도 안 꿨고, 잠도 엄청 잘 잤어.”미래는 가슴이 벅찼다. 왜 그런지는 미래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준모가 곁에 있으면 세상 전부를 가진 것처럼 마음이 든든했다. “일단 씻고 준비해. 점심부터 먹고, 우리 같이 재활센터로 가자.”“오빠, 어제 우리 다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왜 또 가야 해? 나 오늘은 안 가면 안 돼?”미래는 재할센터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이 일 자체가 너무 싫었다. 눈을 뜨자마자 또 이런 잔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다. ‘왜 아침부터 또 그곳 생각을 해야 해. 오늘만은 피하고 싶은데.’“어젯밤에 충분히 생각해 봤을 거라고 믿어. 재활센터는 가야 해. 나도 네가 빨리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어. 오늘은 내가 같이 가 줄게.”준모는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이 시기가 아마 가장 힘든 구간일 거라고 준모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직접 미래와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미래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내가 곁에 있어 줘야 해. 그래야 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정말?”미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준모를 올려다봤다. 전에는 그렇게 매달려도 쉽게 받아 주지 않던 준모였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다정했다. 그래서 더 놀랍고, 더 기뻤다.“진짜야. 네가 재활센터에 가기만 하면, 내가 계속 네 옆에 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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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그때 준모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준모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채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미래 씨 일은 어떻게 됐어요?]채이는 이 일을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오늘은 꼭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의 정리는 됐어요. 지금 재활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어요. 다만 제가 미래한테 약속한 게 있어요. 앞으로 재활 훈련할 때는 언제든 제가 같이 오겠다고 했어요.”“안 그러면 미래가 도저히 못 버틸 거예요.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재활 훈련은 짧게 끝날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 걸릴 수 있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준모 씨와 미래가 계속 같이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채이는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채이 자신에게는 몹시 불공평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준모가 가지 않으면 미래는 버티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준모도 채이도 끝내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알겠어요. 아직 재활센터에 계시면 미래 씨 곁에 있어 주세요. 미래 씨도 많이 힘들 테니까요. 저는 지금 회사에 가야 해서 이만 끊을게요.]채이는 몇 마디만 더 얘기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채이는 준모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회사에 도착한 뒤, 채이는 곧바로 어머니 김유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채이야, 나랑 네 시어머니가 지금 너희 약혼 잘 준비하고 있어. 우리 둘이 장소도 다 봐 놨어. 경치도 좋고 분위기도 참 예쁜 데야.] [네가 좋아할 만한 작은 소품들 준비도 이것저것 많이 해 놨어.][채이야, 너희 둘 요즘 집에서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빠? 시간 나면 준모랑 같이 한 번 들어와.] [다 같이 밥도 먹고, 나랑 네 엄마가 결혼 준비 얘기도 좀 하려고. 아무래도 너희 둘 약혼식이니까 너희 생각도 들어야지.]예비 시어머니 강혜원과 친어머니 김유미는 이 일을 누구보다 정성껏 챙기고 있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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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준모 그 못난 녀석이 분명히 채이를 힘들게 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채이가 저렇게 기운이 없을 리가 없잖아.” “이런 준비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지금 바로 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자.”강혜원은 채이를 무척 아꼈다. 곧 며느리가 될 아이가 유난히 기운이 없어 보이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채이처럼 밝은 아이가 저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다는 건 분명 뭔가 있다는 뜻이야.’김유미는 강혜원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바로 달려가는 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찾아가는 것도 괜히 부담만 될 수 있었다.막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이니, 자잘하게 부딪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일까지 두 어머니가 나서서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김유미는 생각했다.“내 생각엔 그냥 두는 게 낫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둘이서 풀면 되잖아. 아니면 일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고 예민해진 걸 수도 있고.” “우리가 괜히 가서 더 신경 쓰이게 만들지 말고, 둘 일은 둘이 해결하게 두자.”“준모는 내가 어릴 때부터 봐 온 애야. 책임감 없는 애가 아니라는 거 나도 잘 알아. 그러니까 내가 채이를 맡겨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거고.” “준모는 채이 괴롭힐 애가 아니야. 무슨 문제가 생겨도 자기가 먼저 정리하려고 할 거라고 나는 믿어.”김유미는 준모를 꽤 믿고 있었다. 자기 딸이 이미 한 번 크게 상처받은 연애를 겪었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만큼은 딸을 함부로 맡길 수 없었다. 그만큼 김유미는 사람 보는 눈을 믿었고, 준모를 잘못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채이를 아무한테나 맡길 리가 없잖아. 준모는 그런 애가 아니야.’“그래도 안 되겠어. 내가 가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꼭 봐야겠어.” “채이 그 아이가 얼마나 독한 앤데. 일이 힘들면 힘든 대로 버티는 애야. 설령 못 풀 일이 있어도 저렇게 기운이 빠진 목소리를 내진 않아.”“지금 바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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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강혜원은 평소 누구에게나 싹싹했고, 괜한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혜원은 머리 회전이 아주 빠른 사람이었다. 어지간한 일은 강혜원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역시 이상하다 했어. 이건 다른 데서 꼬인 게 아니야.’강혜원은 금세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됐는지 알아차렸다. 미래 때문인 게 분명했다. 미래가 어떻게든 준모를 붙잡아 두려고 했을 것이고, 그래서 준모가 계속 미래 곁에 머물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강혜원은 생각했다.“유미야, 친구로서 내가 진짜 너하고 채이한테 미안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결국 또 그 미래 때문이야. 물론 미래가 우리 준모 목숨을 살린 건 맞지.”“근데 준모가 그동안 해 준 게 어디 한두 가지야? 준모가 미래한테 해 줄 만큼은 이미 다 해 줬어.”“그런데 왜 아직도 저렇게 매달리고 놓아주질 않는 거니? 준모는 이제 곧 약혼할 사람인데, 미래는 정말 선이라는 게 없는 거야?”“솔직히 내가 미래 속마음 다 알아. 준모를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서 어떻게든 준모를 자기 옆에 묶어 두려고 하는 거고.”“근데 준모는 미래한테 마음이 없어. 마음이 있었으면 진작에 둘이 이어졌겠지.”“애초에 그때도 미래가 준모를 그렇게 따라다니지만 않았어도, 그 사고까지는 안 갔을 거야.”강혜원은 미래 이름만 들어도 화가 치밀었다. 그 이름은 강혜원의 신경을 거칠게 건드렸고, 마음을 한꺼번에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 와서 그런 말 더 해 봐야 뭐 하니? 일은 이미 벌어졌잖아.” “준모가 미래를 돌보는 건 준모가 원래 책임감이 강한 애라서 그런 거야. 나는 오히려 그게 준모 장점이라고 생각해.”“준모가 거기서 손 떼고 돌아서 버리면, 준모는 아마 평생 죄책감 안고 살 거야. 그 짐도 마음에서 못 내려놓을 테고.”“그렇게 보면 준모한테도 이 과정을 끝까지 가 보는 게 필요한 일일 수 있어. 다만 채이가 좀 마음고생을 하는 건 사실이지.”정부자는 상황을 한쪽으로 몰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늘 그렇듯 차분하게, 한 걸음 떨어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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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준모는 몹시 난감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재활 치료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아직 절반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때 준모가 중간에 자리를 뜨면, 미래는 또 마음이 뒤집힐 게 뻔했다. ‘지금 나가 버리면 미래는 또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여기까지 온 이상 끝은 보고 가야 해.’그래서 준모는 서둘러 떠나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 온 사람들도 금방 돌아갈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쪽 일을 먼저 마무리한 뒤 가도 늦지 않을 거라고 준모는 판단했다.채이는 혼자서 세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막상 집에 도착하자,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세 분이 한꺼번에 와 계신데, 대체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지?’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미 준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집안 상황도 함께 전했다.[채이 씨는 먼저 들어가세요. 이쪽 일만 마무리하고 저도 바로 들어갈게요. 어른들이 뭐라고 물으시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돼요.][굳이 저 때문에 숨기실 필요 없어요. 이런 일은 어차피 감출 수도 없잖아요. 저도 제가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말씀을 못 드릴 이유도 없어요.]준모는 담담했다. 숨길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떳떳하다고 여겼다. 다만 준모는 강혜원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마음이 상하면, 강혜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준모가 미래를 보러 가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었다. 심하면 집에 붙잡아 둘 가능성까지 있었다. ‘엄마가 정말 화가 나시면 무슨 일까지 하실지 몰라. 그래도 피할 수는 없지.’[네, 알았어요.][어른들께는 제가 잘 말씀을 드릴게요. 사실 저는 저희 둘 사이 얘기를 따로 꺼낸 적도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신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채이는 돌아오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정말 아무 예고도 없이 세 사람이 함께 집에 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어떤 이야기들은 채이 입으로 먼저 꺼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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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준모는 언제 들어온대? 설마 아직도 그 여자 옆에 붙어 있는 건 아니겠지.”정부자는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손자 마음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준모 마음이 복잡하겠지. 그래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일이야.’“미래 씨가 재활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미래 씨한테는 많이 벅찰 거예요.”“재활이라는 게 원래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몸으로 겪는 사람한테는 더 아프고 힘든 일이잖아요. 그 정도는 저도 이해해요.”“오늘 이렇게 다들 오신 게 결국 저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둘 사이 감정은 누가 쉽게 흔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채이는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차분하게 말해 두었다.정부자는 채이가 한 말이 마음에 들었다. 괜히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상황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점이 더욱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이 아이는 정말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구나.’‘이 정도면 무슨 일이 닥쳐도 쉽사리 무너지진 않겠어.’“채이 말이 맞아. 둘이 서로 마음이 있으면, 누가 끼어든다고 해도 그 마음까지 흔들 수는 없지. 나는 그 말이 제일 맞다고 봐.”“너희가 서로 안 지는 아직 오래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그래도 마음이라는 건 살아가면서 더 깊어지는 거야.”“앞으로도 더 좋아질 거고, 더 단단해질 거다. 나는 너희 둘이 오래오래 잘됐으면 좋겠다.”정부자는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두 사람이 이 일 때문에 틈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채이 태도를 보고 나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예비 손주며느리를 향한 마음도 더 깊어졌다.이렇게 속이 깊고 말도 잘 통하는 며느리를 맞게 된다면, 그건 배씨 집안에도 큰 복이었다. ‘우리 집에 이런 아이가 들어온다니, 참 다행이야.’“감사해요, 할머니.”사람들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준모가 돌아왔다. 준모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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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준모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오늘 두 어머니가 직접 여기까지 온 건, 결국 준모와 미래 문제를 얘기하려고 온 것이었다. 약혼 이야기는 굳이 발걸음하지 않아도 전화로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일이었다. 할머니가 함께 온 것도 두 사람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을 테고, 한편으로는 이 일의 흐름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사고가 일어난 뒤부터 정부자는 줄곧 이 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미래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고,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고 어떻게든 더 챙기고, 더 보태 주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준모가 짊어진 죄책감도 조금은 가벼워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모두 여전히 그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누구도 그 일을 아주 내려놓지 못했다. 가족들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는데도 그랬다. “어머님,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고 가세요. 제가 다 정리해 둘게요.” “다음에는 오시기 전에 꼭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갑자기 오시면 저희가 아무 준비도 못 하잖아요.”채이는 고개를 가볍게 젓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마음이 싫지는 않았다. 세 사람이 채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전해졌고,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 안도감은 예전에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낯설고, 더 따뜻했다. ‘이 집에서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게 느껴져...’채이는 태빈과 함께 있을 때도 다툼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늘 아픔을 삼킨 건 채이 쪽이었다. 채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그냥 넘겨 버리곤 했다. 태빈은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도 없었고, 잘못이 자기에게 있어도 끝내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와 돌이켜 보면, 그 오랜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낸 채이 자신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다. 왜 하필 그런 사람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매달렸는지, 채이는 이제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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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미래야, 요즘 계속 재활 훈련을 받는다면서. 좀 어떠니? 몸이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 같아?”“재활 훈련이라는 게 원래 무척 힘든 과정이잖아. 나도 네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서러움이랑 고통을 견뎌 왔는지 대충은 알고 있어.”“그래도 끝까지 버티기만 하면 분명히 효과는 있을 거야. 네가 쏟은 노력도 절대 헛되게 사라지지 않을 거고. 그러니까 꼭 참고 버텨야 해.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된다.”정부자는 참지 못하고 몇 마디 보탰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정부자는 정말로 미래가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었다. ‘저 아이도 이제는 좀 편해졌으면 좋겠구나.’‘저렇게 젊은 애가 오래 앉아만 사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야.’“할머니, 사실 저는 진짜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어요. 너무 아파서요. 예전에는 다리에 감각이 없으니까 그게 오히려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이렇게 큰 고통을 견뎌야 하니까, 저는 정말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그래도 다행인 건 준모 오빠가 계속 제 곁에 있어 준다는 거예요. 오빠가 옆에서 저를 계속 응원해 주고, 제가 무슨 일만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와 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게 너무 든든하고, 마음도 놓여요.”미래는 그 말을 하면서 입가에 달콤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목소리도 일부러 톤을 더 높였다. 마치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똑똑히 듣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준모한테 연락해도 되지. 다만 요즘 회사 일도 워낙 많거든.” “내가 회사 전체를 준모한테 맡겨 둔 상태라서, 가끔은 준모도 손이 모자랄 때가 있을 거야. 그건 네가 조금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게다가 요즘은 두 아이가 곧 약혼도 앞두고 있잖아. 그러니 챙길 일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어. 그 점도 네가 좀 헤아려 줘야 해.”“꼭 준모한테만 연락하지 않아도 돼.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 내가 직접 가진 못하더라도, 사람을 붙이든 방법을 찾든 해서 꼭 도와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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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정부자처럼 연세가 많은 사람이 여전히 손자를 대신해 좋은 말만 골라 하고, 미래 눈치를 보며 달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준모는 속이 영 편하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든 준모가 직접 풀면 되는 일이었다. 준모는 정부자까지 이 일에 깊이 얽히는 걸 바라지 않았다. 더구나 정부자가 이렇게까지 몸을 낮춰 가며 말하는 건 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돼요. 그때도 제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고, 저는 한 번도 준모 오빠를 원망한 적 없어요.”“저희 둘 사이에서 누가 누구한테 빚졌다는 식으로 말한 적도 없었고요. 저는 그냥 준모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해요.”“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제일 먼저 준모 오빠를 찾는 건, 오빠가 제 곁에 있으면 마음이 좀 놓이기 때문이에요.”“그래서 연락하는 거예요. 예전 그 일 때문은 전혀 아니에요. 그러니까 할머니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셔도 돼요.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미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마치 정말로 마음속에 아무 응어리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없었다면, 미래가 배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거리낌 없이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도 그걸 알고 있었다. “미래야, 나 좀 잠깐 보자. 내가 따로 할 말이 있어.”강혜원은 더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미래는 집에 들어온 뒤로 줄곧 정부자의 말만 받으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이어 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는 태도도 강혜원 눈에는 거슬렸다.무엇보다 미래가 지금 꺼내는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강혜원은 이미 마음이 잔뜩 상해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저런 식으로 우리 준모를 붙들고 있으려는 거지?’“엄마.”준모는 강혜원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강혜원이 미래를 따로 불러서 무슨 말을 할지도 짐작이 갔다. 그래서 두 사람을 따로 얘기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강혜원은 눈빛으로 준모를 막았다.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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