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강혜원을 병실 문 앞까지 배웅했다.“채이야, 너무 마음에 짐 갖지 마. 큰어머니가 한 말도 괜히 가슴에 담아 두지 말고.” “우리 집 드나든 지도 벌써 꽤 됐으니까, 큰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는 너도 알잖아.”“우리가 그런 사람한테 일일이 맞춰 줄 필요는 없어. 큰어머니가 또 와서 너한테 시비 걸고 귀찮게 굴면 나한테 말해.” “내가 나서서 정리할 테니까. 내가 그 여자 하나 상대를 못 할 것 같아?”강혜원은 원래도 그런 부류를 몹시 못마땅해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서지효와 강혜원은 한 번도 뜻이 맞은 적이 없었다. 가장 답답한 건, 서지효는 정작 내세울 만한 것도 없으면서 늘 집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든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려는 걸까?’ 강혜원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걸 누르며 채이를 바라봤다.“괜찮아요, 어머님. 저는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사실 오늘 일은 정말 제 잘못도 있었어요. 예전 일도 제가 제대로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채이는 이미 깊은 자책과 죄책감 속에 잠겨 있었다. 아무리 되짚어 봐도 자기 자신을 쉽게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건 준모네 집안만이 아닐 게 분명했다. 채이 부모도 큰 타격을 받았을 테고, 식구들 역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채이 자신이 어떻게 되는 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집안 어느 누구도 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바라지 않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제 지난 일은 지난 일이야. 우리 아무도 더 꺼내지 말고, 더 생각하지도 말자.”“얼른 들어가서 할머니부터 봐. 별일 없으면 너도 일찍 들어가서 쉬고. 오늘 사고가 나긴 했어도, 다들 너무 지쳤잖아.”강혜원도 지금은 몹시 지쳐 있었다. 이번 약혼식은 채이와 준모, 두 사람이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해 온 자리였다. 둘은 매일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이 일에 매달려 왔다. 그렇게 오래 준비했는데도 결국 망치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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