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모는 채이를 처음 알게 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채이에게 무엇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준모가 바란 건 늘 한 가지였다. 언젠가 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당당하게 준모를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채이 마음속에서도 준모를 사랑하게 되면, 그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면 부부 사이의 일들도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은 억지로 밀어붙일수록 오히려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준모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채이 눈에는 그 모든 게 또 다르게 비쳤다. 어쩌면 준모가 자신에게 그만큼 큰 마음이 없는 건 아닐까, 그저 해야 할 몫을 다하고 있는 것뿐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준모가 채이에게 잘해 주는 건 맞았다. 흠잡을 데 없이 다정했고, 늘 세심했다. 그렇다 보니 채이도 준모에게 서운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감정 쪽으로 들어가면 준모의 태도는 자꾸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 어떨 때는 누구보다 다정한데, 어떨 때는 이상할 만큼 차분하고 조심스러웠다.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한데, 왜 자꾸 마음 한쪽이 허전할까?’그런데 또 두 사람은 너무 바빴다. 차분히 마주 앉아 속얘기를 길게 나눌 기회조차 좀처럼 없었다.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니, 마음속에 떠오른 의문도 그대로 쌓일 수밖에 없었다.채이는 차 안에서부터 정부자의 시선을 피하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정부자 앞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내야 할지 막막했다. 채이와 준모 사이에 있는 유일한 공감대라면, 두 사람의 관계를 가족들에게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채이와 준모는 지금 연인이나 예비부부라기보다, 서로를 많이 아끼는 가까운 사람에 더 가까웠다. 서로 챙기고 걱정해 주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간 건 거의 없었다.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에 도착했다.집안 가사도우미들은 이미 음식 준비를 마쳐 놓고 정부자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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