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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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오늘은 병원 안 갔어요? 할머니 곁을 안 지켜도 괜찮아요?”채이가 먼저 물었다. 정부자를 병원에 혼자 두고 온 것 같아 마음이 자꾸 걸렸다. 아무리 상태가 나아졌다고 해도, 채이는 쉽게 안심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보고 집에 들어가서 채이 씨하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할머니는 이제 큰 고비는 넘기셨어요. 몸 상태도 많이 안정됐고, 각종 수치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준모는 차분히 말했다. 사실 준모는 병원 쪽에도 따로 사람을 붙여 두고 있었다. 정부자에게 무슨 변화라도 생기면 바로 연락이 오게 해 둔 상태였다. 그래서 직접 병원에 남아 있지 않아도 아주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 다행이네요.”채이도 그제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강혜원이 곁에 있어 주고 있다면, 정부자 쪽은 일단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았다. “회사 일은 어떻게 됐어요?”준모가 담담하게 물었다.“다 처리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제 별문제 없어요. 전체적으로도 점점 안정되고 있고요.” “이 두 프로젝트만 잘 마무리하면 다시 특허 쪽 일을 본격적으로 더 해 보려고요. 제 회사도 더 키워야죠.”채이는 자기 일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확고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미 준비도 다 해 두었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갈 생각이었다. “저는 채이 씨를 응원해요.”준모가 조용히 말했다.그런데 채이는 준모가 집에 들어선 뒤부터 이상하리만큼 피곤해 보인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몸을 겨우 끌고 들어온 사람처럼 기운이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만큼 회사 쪽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 같았다. “준모 씨 회사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직도 많이 복잡한 거예요?”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걱정하지 말아요요. 제 일은 너무 신경 안 써도 돼요. 이번 일로 파장이 좀 큰 건 맞아요. 회사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고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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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장순주는 이틀 내내 정부자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정부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장순주가 이 집에 처음 들어온 건 아주 오래전이었다. 그때 장순주는 더는 기댈 가족도, 돌아갈 집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이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됐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정부자는 늘 장순주를 가족처럼 대해 주었다. 한 번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서운하게 만든 적도 없었다. 장순주는 이 집에서 수없이 많은 온기와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지금 정부자가 병원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더 남 일 같지 않았다. ‘회장님이 아프신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뭐라도 해야 해.’“마음 써 주셔서 감사해요. 내일 제가 병원 가기 전에 이모님께 말씀드릴게요. 준비하고 싶으신 게 있으면 할머니 드실 걸로 챙겨 주세요.”“대신 의사 선생님이 당부하셨어요. 할머니는 당분간 자극적인 거 말고, 담백하고 부담 없는 음식만 드셔야 한대요. 기름진 건 안 되고요.”“네, 네,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작은 사모님. 내일 회장님 드실 거는 제가 잘 챙겨 놓을게요.”장순주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뻤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네. 나도 회장님을 위해 뭔가 할 수 있구나.’...밤이 깊었다.채이는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준모는 아직도 서재에 틀어박혀 일을 보고 있었다. 요 며칠 준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회사 쪽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조차 없어 보였다.채이가 막 침대에 누우려던 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채이는 순간 눈을 깜빡였다. 수안이었다.“오늘 다들 같이 저녁 먹으러 간 거 아니었어요? 다 같이 식사하셨다면서요. 그런데 이 시간에 왜 전화하셨어요?”벌써 이렇게 늦었는데, 설마 아직도 밖인 건가 싶었다. ‘설마 아직 안 끝난 건 아니겠죠?’[네 비서가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내가 데려다 주려고 하는데, 어디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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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저도 같이 갈게요. 너무 늦었잖아요. 채이 씨 혼자 보내기엔 제가 마음이 안 놓여요.”준모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채이를 혼자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밤길을 혼자 나서는 걸, 준모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에요. 저 혼자 가도 괜찮아요. 제 자신을 잘 챙길 수 있어요. 설희 씨도 제가 직접 집까지 데려다 주거나, 상황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남자인 준모 씨가 같이 가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고요. 아직 회사 일도 많이 남아 있잖아요. 그러니까 집에서 조금 더 일 보세요.”채이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늘 그렇듯 상황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있었다. 어떤 점이 불편할지, 누가 움직이는 게 더 자연스러울지까지 머릿속에서 이미 다 정리해 둔 상태였다. 채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준모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준모는 채이를 혼자 보내기로 했다.“그럼 집의 기사님 붙여서 보낼게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꼭 바로 전화해야 해요. 절대 혼자 버티려고 하지 말고요.”“알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안 오빠도 같이 있으니까 아무 일 없을 거예요.”채이는 몇 마디 더 남긴 뒤 집을 나섰다....수안이 보내 준 곳에 도착했을 때, 설희는 테이블에 엎드리듯 기대어 있었다. 상태는 제법 엉망이었다. 수안은 그 옆을 지키고 있었지만,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희를 어떻게 데리고 가야 할지,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지 감을 못 잡는 눈치였다.“오빠,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혼자 여기 눕혀 두고 보고만 계세요?”채이는 곧바로 수안 쪽으로 다가가며 타박했다. 적어도 조용하고 편한 곳으로 옮겨서 쉬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무리 난처해도 그렇지, 이렇게 두면 어떡해?’“네 비서가 죽어도 안 간다고 버텼어. 나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여기라도 앉혀 둔 거야.” “네가 잘 왔다. 우리 둘이 같이 부축해서 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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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채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설희를 내려다봤다. 저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였다. 설희가 눈앞의 수안에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들떠서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희가 원래 이렇게까지 무너질 정도로 마실 애가 아닌데.’설희는 원래 차분하면서도 밝은 기운이 있는 사람이었다. 성격도 괜찮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반듯한 늘 햇살 같은 아이였다. 그런 설희가 오늘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술을 마셨다는 건, 그만큼 마음속에 쌓인 게 많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채이는 설희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 뒤, 수건으로 설희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채이는 늘 설희를 친여동생처럼 여겨 왔다. 그런 설희가 사랑 때문에 스스로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걸 보니, 채이도 속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가 하필 자기와 가까운 수안이라는 점도 채이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감정 문제에서는 채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답답했다. ‘내가 일은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어도, 이런 마음은 대신 풀어줄 수가 없잖아.’“대표님,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대표님까지 오시게 해서 너무 죄송해요.”설희는 잔뜩 취한 상태에서도 끝까지 채이를 배려하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마음이 먼저 나오는 걸 보니, 채이는 더 할 말을 잃었다. ‘이 와중에도 저런 말부터 하네. 참 답답하면서도 짠하다.’채이는 한숨을 삼키며 설희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었다.한쪽에 서 있던 수안은 침대에 누운 설희를 가만히 바라봤다. 술기운이 오른 탓인지 설희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작은 입술은 자꾸만 뭔가 중얼거리듯 달싹였다. 그런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눈에 밟혔다. 어딘가 서툴렀고,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수안은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다른 여자를 자꾸 바라보게 된 게 얼마 만인지 알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유도 분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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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나중에는 설희 씨도 알게 될 거야.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설희 씨가 자신을 잘 지키는 거라는 걸. 설희 씨가 스스로 편안해야 하고, 스스로 행복해야 해.” “누구도 설희 씨를 흔들어 놓게 두면 안 돼.”채이는 설희를 바라보며 속으로 걱정이 더 깊어졌다. 설희가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만약 수안과 설희가 정말 이어지게 된다면, 설희는 틀림없이 자신의 전부를 다 내놓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끝에 수안이 설희의 마음을 받아 주지 못하거나 혹은 상처를 주게 된다면, 그때는 채이 자신도 몹시 괴로울 것 같았다. ‘설희를 이렇게까지 흔들리게 만든 사람이 하필 수안 오빠라니.’‘나도 마음이 복잡해지네.’하지만 지금은 누가 어떤 말을 해도 설희 귀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 설희는 이미 자신의 감정 속으로 깊이 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한 번 빠져든 마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알겠어요, 대표님. 오늘 정말 죄송해요. 대표님까지 여기 오시게 만들고, 이렇게 계속 제 곁까지 지켜 주시고...” “저 이제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까 대표님은 얼른 들어가세요. 대표님 댁도 요즘 정신없잖아요.”설희는 술기운이 조금씩 가시자 더 민망해진 얼굴로 말했다.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대신 나랑 약속해야 해.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설희 씨부터 지켜. 절대 자신이 다치게 두지 마.”“오늘은 여기서 자. 방은 내가 이미 잡아 놨으니까 내일은 회사에도 너무 일찍 출근하지 말고, 푹 쉬도록 해.”채이는 끝까지 세심했다. 설희를 혼내고 싶은 마음보다 제대로 돌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다. 설희가 얼마나 버겁고 혼란스러운지 채이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챙겨야 해. 혼자 두면 괜히 더 마음고생을 할지도 몰라.’“감사합니다, 대표님. 대표님은 정말 너무 좋은 분이에요.”설희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와 함께 자기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다시 깨달았다.예전에 채이가 회사를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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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채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잤어요? 회사 일이 요즘 많은 건 알지만, 몸까지 망가지면 안 되잖아요.”채이는 눈앞의 남자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준모는 일할 때마다 늘 이런 식이었다. 한번 붙잡으면 끝을 보려는 성격이라, 몸이 얼마나 지쳤는지는 늘 뒤로 미뤘다. 그렇게 오래 버티다 보면 결국 몸이 먼저 무너질 게 뻔했다. 준모는 늘 입버릇처럼 일도 쉬엄쉬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준모 자신은 한 번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프로젝트가 지금 독촉이 심해요. 전에 일이 터진 뒤로 저희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지금 이걸 끝내야 해요.”“채이 씨는 먼저 들어가서 쉬어요. 일부러 같이 밤샐 필요 없어요.”준모는 채이가 걱정해서 그러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채이까지 자기 옆에서 같이 밤을 새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채이는 서재에서 나온 뒤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조금 전 바깥에서 한 차례 다녀온 탓인지 몸도 제법 피곤했고, 신기하게도 배도 조금 허전했다. 준모도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 차라리 야식을 만들어서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소한 일 하나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같이 국수 한 그릇 먹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잠시 후, 채이는 따뜻한 국수 두 그릇을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 채이는 준모 쪽으로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준모 씨, 오후부터 계속 일했잖아요. 이제 많이 피곤하죠? 잠깐 쉬어요. 국수도 좀 먹고요.”채이는 말하면서도 문득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작 이런 작은 일인데도 마음은 유난히 벅찼다. 준모는 잠깐 멈칫했다. 채이가 야식까지 들고 들어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이거 채이 씨가 직접 한 거예요?”준모는 조금 놀란 얼굴로 채이를 바라봤다.“그럼요. 순주 이모님만큼 잘하는 건 아니어도, 국수 정도는 나름 괜찮게 해요. 한번 먹어 봐요.”채이는 제법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준모도 사실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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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이렇게 늦었는데, 저랑 한참이나 같이 있었잖아요. 이제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준모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 안으로 이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내일 바로 회의가 잡혀 있고, 그 자리에서 이 일을 본격적으로 정리해야 했다. 그러니 아무래도 지금은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사실 이 일만 아니었다면, 채이가 아직도 잠들지 않고 자기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준모는 당장 일을 접고 채이 옆에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러기 어려웠다. 채이도 준모의 상태를 보니 오늘 준모가 붙들고 있는 일은 가볍지 않아 보였다. 준모가 이렇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재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이 일이 준모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더 붙잡지 않는 게 맞다고 채이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서 채이는 더 이상 준모를 방해하지 않았다. 준모가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짧게라도 쉴 수 있기를 바랐다.그렇게 밤이 지나고, 어느새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채이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준모는 집에 없었다. 회사로 먼저 나간 모양이었다. 다행히 채이 회사 쪽 프로젝트는 요 며칠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었다. 당장 채이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할 급한 일도 없었다.그래서 채이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정부자 곁에 오래 있어 주고 싶었다.강혜원은 벌써 이삼 일째 병원에서 정부자를 지키고 있었다. 채이는 오늘만큼은 자신이 직접 정부자를 돌보면서 강혜원을 쉬게 해 주고 싶었다. 준모도 요즘 회사 일로 정신이 없어서 병원에 자주 들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럴 때 채이마저 가지 않으면, 정부자도 마음이 더 쓰일 게 분명했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강혜원은 정부자에게 밥을 먹여 주고 있었다.“할머니, 어머님. 저 왔어요.”채이는 과일이 든 봉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채이야, 내가 말했잖아. 회사가 바쁜데 굳이 안 와도 된다고. 여기 내가 있는데도 아직 마음이 안 놓여?”강혜원은 채이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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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정부자는 아직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에 가 있었다. 지금은 더 이상 직접 회사 일을 총괄하고 있지 않는데도,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했다. ‘내 손을 떠난 일이라고 해도, 어쩌겠어? 아직도 다 신경이 쓰이는 걸.’“할머니, 준모 씨가 요 며칠 많이 바쁜 건 맞아요. 회사 일도 워낙 많고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어제도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회사 일은 거의 다 정리돼 가고 있다고요. 그리고 준모 씨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되세요?”“지금은 할머니 몸부터 잘 추스르셔야 해요. 그래야 저희도 마음을 놓죠. 할머니 몸 상태가 계속 이러면, 회사를 생각하셔도 결국 거기에 온전히 집중하실 수가 없잖아요.”채이는 곧바로 정부자가 무슨 마음으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알아차렸다. 정부자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이유도 결국은 회사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몸이 아프셔도 제일 먼저 회사 걱정부터 하시네.’‘정말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거겠지.’“그래, 그래. 내가 회사를 준모한테 맡겼으면 믿어야지. 그리고 나도 알아. 준모라면 분명 회사 일을 잘 처리할 거다.”“사실 나는 가끔 그게 참 대견해. 대부분의 일에서는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준모는 참 잘 버티는 애야. 무슨 일이 닥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방법을 찾아내더라.”정부자는 준모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회사를 그리 쉽게 넘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머리로 신뢰하는 것과 별개로, 마음 한쪽에서는 여전히 완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도 회사만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이놈의 마음이 참 말처럼 안 되네.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쉽지가 않아.’“그러니까요, 할머니. 저희가 준모 씨를 믿어야 해요.”채이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특히 어젯밤 늦게까지 서재에 앉아 일하던 준모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하루하루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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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정부자가 아프지 않았다면, 채이와 준모가 이렇게 함께 본가로 들어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자는 이번 기회에 두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어 있고 싶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채이는 내내 정부자 옆자리에 붙어 앉아 있었다.“채이야, 너희 둘이 아직은 약혼한 사이지만, 그래도 꽤 빠르게 여기까지 왔잖니? 지금도 둘 사이가 안정돼 보이니 이제는 슬슬 아기를 가질 생각도 해야지.”정부자는 말을 꺼내며 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나도 보다시피 몸이 예전 같지 않아. 하루가 다르게 기운이 빠지는 게 느껴져. 어쩌면 어느 날 정말 훌쩍 가 버릴지도 모르지.” “그래도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내 증손주 얼굴 한번 보는 거야.”정부자는 천천히, 무게를 실어 말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부자 마음속에 오래 담겨 있던 것이었다. 전에도 슬쩍 한두 번 비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꺼내 든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머님, 요즘 젊은 애들 생각은 저희 때랑 많이 다르잖아요. 다들 자기 일도 바쁘고, 지금은 아이 생각까지는 없는 것 같으니까 어머님도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강혜원이 부드럽게 말을 받았다.“물론 두 사람이 아이를 원하면 저희도 같이 기쁘겠죠. 그래도 당장 원하지 않으면 굳이 몰아붙일 필요는 없잖아요. 너무 큰 부담은 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강혜원은 온전히 채이와 준모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채이와 이 문제를 따로 깊게 이야기해 본 적은 없었다. 채이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도 아직 정확히는 몰랐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이 문제만큼은 어른들이 억지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었다. “요즘 젊은 애들이 자유를 좋아하는 건 나도 알아.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면 다들 도와줄 거 아니야?” “아이를 낳는다고 너희가 붙어서 하루 종일 키울 필요도 없어. 내가 내 증손주한테는 제일 좋은 육아도우미도 붙여 줄 거야.”정부자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았다.정부자가 바라는 건 사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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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준모는 채이를 처음 알게 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채이에게 무엇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준모가 바란 건 늘 한 가지였다. 언젠가 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당당하게 준모를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채이 마음속에서도 준모를 사랑하게 되면, 그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면 부부 사이의 일들도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은 억지로 밀어붙일수록 오히려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준모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채이 눈에는 그 모든 게 또 다르게 비쳤다. 어쩌면 준모가 자신에게 그만큼 큰 마음이 없는 건 아닐까, 그저 해야 할 몫을 다하고 있는 것뿐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준모가 채이에게 잘해 주는 건 맞았다. 흠잡을 데 없이 다정했고, 늘 세심했다. 그렇다 보니 채이도 준모에게 서운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감정 쪽으로 들어가면 준모의 태도는 자꾸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 어떨 때는 누구보다 다정한데, 어떨 때는 이상할 만큼 차분하고 조심스러웠다.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한데, 왜 자꾸 마음 한쪽이 허전할까?’그런데 또 두 사람은 너무 바빴다. 차분히 마주 앉아 속얘기를 길게 나눌 기회조차 좀처럼 없었다.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니, 마음속에 떠오른 의문도 그대로 쌓일 수밖에 없었다.채이는 차 안에서부터 정부자의 시선을 피하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정부자 앞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내야 할지 막막했다. 채이와 준모 사이에 있는 유일한 공감대라면, 두 사람의 관계를 가족들에게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채이와 준모는 지금 연인이나 예비부부라기보다, 서로를 많이 아끼는 가까운 사람에 더 가까웠다. 서로 챙기고 걱정해 주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간 건 거의 없었다.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에 도착했다.집안 가사도우미들은 이미 음식 준비를 마쳐 놓고 정부자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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