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는 준모가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정부자는 준모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준모는 무슨 일이 생겨도 혼자 끌어안고 버티는 쪽이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고, 좋은 이야기만 전하려는 버릇도 있었다. 그래서 정부자는 더 마음이 쓰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할머니는 제 든든한 버팀목이잖아요.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제일 먼저 할머니한테 달려올 거예요.”“할머니가 직접 나서 주시면 해결 안 될 일이 없다는 것도 제가 제일 잘 아는데, 제가 뭐 하러 혼자 그렇게까지 몰리겠어요.”준모는 일부러 한결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준모는 사실 정부자에게 더 큰 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준모가 바라는 건 정부자가 이제라도 집에서 좀 편히 지내는 것이었다. 정부자는 이미 충분히 많은 세월을 회사에 바쳤다. 그런데도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손주 일, 집안일, 회사 일까지 다시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준모에게는 못내 죄송스러웠다. “그래. 어서 가서 일 봐라.”정부자는 짧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믿음이 실려 있었다. 준모가 알아서 잘 해낼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준모는 본가를 나서자마자 곧장 회사로 향했다. 이미 회사 안에서는 다들 이 일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늦든 빠르든 소문은 돌았을 것이고,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지도 준모는 짐작하고 있었다. 오늘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자신인지 배호철인지, 그게 지금 가장 큰 관심일 터였다. 준모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놀란 눈길이 쏟아졌다. 마치 그 누구도 준모가 정말 회사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시선들마다 묘한 긴장과 탐색이 섞여 있었다.“대표님, 아까부터 이사님들 몇 분이 계속 대표님을 찾으셨어요. 전화도 여러 번 드렸는데 연결이 안 돼서요. 지금은 아마 다들 대표님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준모를 보자마자 비서가 서둘러 다가왔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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