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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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정부자는 이런 위기 앞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준모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 있다는 것도 정부자는 알고 있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정부자는 여전히 회사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정부자에게는 이제 와 크게 미련 둘 만한 것도 많지 않았다. 결국 평생 가장 깊이 붙들고 살아온 건 회사였다. 그 회사는 정부자가 반평생을 바쳐 일궈 낸 결과물이기도 했다. ‘내 손으로 키운 회사를 어떻게 쉽게 놓을 수 있겠어?’“할머니가 저를 이 자리에 남겨 주시기만 하면,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를 지켜 낼 겁니다. 그리고 꼭 더 좋아지게 만들 거예요.”준모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그리고 큰아버님 쪽은... 제가 회사 안에서 일정한 이익은 양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머니 곁에 남은 아드님은 결국 큰아버님뿐이니까요.”준모는 결국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애초에 준모는 그런 것들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준모가 정말 놓지 못하는 건 회사 지분도, 자리도 아니었다. 정부자였다. 정부자는 그 말을 듣고 잠시 할말을 잃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곧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 속에는 놀라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더 깊은 애정이 함께 실려 있었다.“준모야, 내가 정말 몰랐던 게 아니다만, 네가 이렇게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정부자는 준모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너는 언제까지나 내 손자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부담 같은 건 가지지 마. 남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어.”정부자 목소리는 단단했다.“진짜 큰일을 해내는 사람은 바깥에서 떠드는 말 같은 거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그러니까 너도 괜한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내가 뒤에서 다 막아 줄 테니까.”정부자는 여전히 기세가 살아 있었다.“내가 지금 늙었다고 해도, 내가 회사에 직접 가면 사람들 태도는 예전이랑 다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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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정부자는 깊은 뜻을 담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말에는 준모와 채이를 향한 진심 어린 축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어머님, 저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전에는 제가 이런 일의 무게를 제대로 몰랐어요. 그저 이 아이만큼은 차마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준모는 제 목숨줄 같은 아이였거든요.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이 일은 그냥 평생 가슴속에 묻어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강혜원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후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준모가 이런 식으로 진실을 알게 되면서, 이 집 안에서 전보다 훨씬 위축된 처지에 놓이게 된 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예전처럼 당당하게 맞설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도 강혜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준모가 이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지난 일은 다 지난 일이다. 사람 사는 동안 실수 한 번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정부자는 담담하게 말했다.“도대체 뭐가 진짜 가족이라는 거냐? 민준이가 내 아들이니까 무조건 가족인 거고, 피가 섞였으니까 그걸로 끝인 거냐? 핏줄만 같으면 다 가족이 되는 줄 아니?”“그런데 민준이와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알고 있잖아. 그래서 나는 진작부터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다.” “누가 진심으로 나를 대하느냐, 그게 내게는 더 중요해. 진심으로 나를 위하는 사람이 내 가족이다.”정부자는 나이가 들었어도 세상을 보는 눈은 여전히 또렷했다. 그래서 더더욱 누가 진심으로 자기 편인지, 누가 계산부터 앞세우는지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렇게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 바깥에서 서지효의 목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이 집안은 너희들 환영 안 해. 당장 나가!”서지효는 방 안으로 들이닥치자마자 고함부터 질렀다. 눈빛에는 적개심과 우쭐한 기색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이제는 자기 쪽이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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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배호철이 불쑥 끼어들었다. 배호철의 말은 더없이 모질었다. 배호철은 이미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온 듯했다. 정부자가 쉽게 뜻을 꺾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바로 물러날 분이 아니니까...’‘더 세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겠지.’“어머니가 내린 결정이라면,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저희한테는 기대지 마세요. 그런데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결국 저 사람들 편을 들겠다는 거잖아요.”“어머니가 저 사람들을 믿고 있으니까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거고요. 그러니까 저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실 일도 아닙니다.”정부자는 길게 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오늘 배호철과 서지효가 보여 준 태도는 정부자를 더 깊이 실망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 두 사람은 끝내 자기 잇속부터 챙길 뿐, 한 번도 정부자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호철아. 내가 너희 둘을 데리고 얼마나 악착같이 버텼는지, 너도 모르진 않을 거다. 그런데 지금 네 꼴을 보면, 내가 대체 뭘 잘못 가르쳤나 싶어서 기가 막힐 때가 많다.”정부자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단호했다.“한쪽 자식은 외국 나가서 거기서 새 가정을 꾸리고, 이제는 이 늙은 어미를 보러 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른 한쪽은 내 옆에 있다고는 하는데, 정말 나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긴 한 거냐? 네 마음속에는 돈밖에 없는 거 아니냐?”배호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정부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설령 너희 눈에 돈밖에 안 보여도, 그동안 이 집에서 너희를 박하게 대한 적은 없었어.” “그런데 너희는 왜 자꾸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왜 끝까지 사람 마음을 이렇게 헤집어 놓는 거냐?”정부자는 끝까지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이런 말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래도 저 두 사람은 한 번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달라지진 않겠지. 그래도 내가 할 말은 해야 한다.’이제는 더 미련도 남지 않았다. 정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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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우리가 이렇게 그냥 물러날 수는 없잖아. 더더욱이 이 집을 남한테 맡길 수는 없어. 그게 말이 돼?”서지효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몰아붙였다.“준모는 지금 우리 집 사람이 아니에요. 어머님, 연세가 드셔서 판단이 흐려지신 거예요?”서지효는 다급해진 나머지 말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정부자가 정말 끝까지 회사를 자기들 손에 넘기지 않겠다고 하면, 서지효는 이 자리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심지어 여기서 드러눕는 한이 있어도 그냥 돌아갈 마음은 없었다. ‘오늘 여기서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안 돼. 이렇게까지 왔는데 물러날 수는 없지.’“지금 어머니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무슨 일이든 말로 풀어야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옆에서 듣고 있던 배호철이 결국 서지효를 타일렀다. 배호철은 겉으로 큰소리를 칠 때도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겁이 많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 몸 상태만큼은 늘 신경이 쓰였다. 지금 서지효가 쏟아 내는 말들은 배호철이 보기에도 이미 선을 많이 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 앞에서 저렇게까지 말하면 안 되는데.’“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뭐가 잘못됐는데? 틀린 말 했어? 어떻게 우리 집 재산을 몽땅 외부인한테 넘겨? 그것도 우리 집을 배신한 사람한테?”서지효는 물러서지 않았다.“내가 이러는 건 다 우리 집안을 생각해서야. 언젠가는 다들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거야.”서지효는 끝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이 자리에서 끝을 보지 못하면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기세였다. 정부자가 이렇게까지 자기들을 밀어내는 태도 역시 서지효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서지효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다 해 두고 있었다. 설령 정부자가 지금 당장 회사를 내놓지 않더라도, 이사회를 움직이면 결국 누가 더 우세한지 드러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다들 준모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제 준모는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니 판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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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배호철은 결국 한발 물러나는 눈치였다. 더는 거기서 억지로 밀어붙이고 싶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서지효의 성격으로는 그 분을 쉽게 삼킬 수가 없었다. 서지효는 정부자 말이 도무지 공평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큰 집안의 재산과 회사를 전부 외부인에게 넘긴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어?’“왜 나를 끌고 나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잖아. 회사가 진짜 저 사람들 손에 넘어가면 우린 어떡해? 우리 식구들은 어떡하라고? 다 같이 굶어 죽으라는 거야?”서지효는 정부자 방에서 나오자마자 불만을 쏟아 냈다. 말끝마다 날이 서 있었고, 태도도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어머님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당신도 봤잖아. 그런데 거기서 더 밀어붙여서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어머님이랑 그렇게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해결될 문제야? 다른 쪽으로 풀 방법을 찾아야지.”배호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일단 집에 가서 생각 좀 해 보자. 진짜 어머니 몸이라도 더 나빠져서, 홧김에 유언장까지 새로 써 버리면 그때는 우리 손으로 회사를 되찾을 방법이 아예 없어져.”배호철은 그래도 이 와중에 어느 정도는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말에 나름 계산도 서 있었다. 배호철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지금 계속 정부자를 자극했다가는 오히려 상황만 더 나빠질 뿐이었다. ‘지금은 물러나는 게 맞아. 힘으로 밀어붙일 때가 아니야.’서지효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씩 진정됐다. 생각해 보면 배호철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서지효도 입술을 꾹 다문 채 숨을 골랐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서지효가 낮게 물었다.“준모를 회사에서 밀어내려면, 먼저 이사회부터 움직여야 해. 준모는 이제 우리 집안 자식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잖아. 본인도 그 사실을 인정했고.” “그렇게까지 된 마당에 이사회에서 계속 준모를 그대로 두겠어?”배호철은 이미 머릿속으로 몇 수 앞을 보고 있었다.“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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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정부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내가 민준이하고 네 어미한테 하나하나 다 따졌으면, 진작부터 이 집 문턱도 못 밟게 했겠지. 그래도 어쩌겠니? 민준이도 내 아들인 건 달라지지 않는 사실인데.”정부자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내가 평생 둘을 얼마나 악착같이 키웠는지 너도 알잖아. 어릴 때는 우리 셋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지.”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어도, 적어도 그때는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정부자는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그런데 집안이 점점 커지고, 가진 게 많아지니까 왜 저 애들은 이렇게 변해 버렸을까?” “가끔은 정말 모르겠어. 내가 대체 뭘 잘못 가르친 건지. 어떻게 내 아들 둘이 다 이렇게 된 건지.”그 말을 하면서 정부자 눈빛에는 자책이 어렸다. 큰아들이 곁에 남아 있으면 적어도 늙은 어미에게 의지가 되어 줄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니라 끝없는 실망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오히려 그 아들이었다. ‘차라리 기대를 안 했더라면 덜 아팠을까.’“할머니, 돈이 많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할머니가 이걸 다 마음에 담아 두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맞아요.”준모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그 말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이미 정부자는 두 아들에게 여러 번 실망했고, 이제는 거의 체념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때 강혜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머님, 저 사람들은 어머님 마음 쓰이게 할 만큼 가치 있는 사람들은 아니에요.”“그리고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가족이라면 한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풀어야 하는 거잖아요. 정말 그게 안 된다면... 준모가 회사를 떠나는 쪽도 생각할 수 있어요.”강혜원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그런데 제가 걱정되는 건 아주버님이에요. 아주버님이 회사를 맡는다고 해서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요? 회사는 어머님 평생의 노력과 시간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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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정부자는 준모가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정부자는 준모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준모는 무슨 일이 생겨도 혼자 끌어안고 버티는 쪽이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고, 좋은 이야기만 전하려는 버릇도 있었다. 그래서 정부자는 더 마음이 쓰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할머니는 제 든든한 버팀목이잖아요.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제일 먼저 할머니한테 달려올 거예요.”“할머니가 직접 나서 주시면 해결 안 될 일이 없다는 것도 제가 제일 잘 아는데, 제가 뭐 하러 혼자 그렇게까지 몰리겠어요.”준모는 일부러 한결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준모는 사실 정부자에게 더 큰 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준모가 바라는 건 정부자가 이제라도 집에서 좀 편히 지내는 것이었다. 정부자는 이미 충분히 많은 세월을 회사에 바쳤다. 그런데도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손주 일, 집안일, 회사 일까지 다시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준모에게는 못내 죄송스러웠다. “그래. 어서 가서 일 봐라.”정부자는 짧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믿음이 실려 있었다. 준모가 알아서 잘 해낼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준모는 본가를 나서자마자 곧장 회사로 향했다. 이미 회사 안에서는 다들 이 일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늦든 빠르든 소문은 돌았을 것이고,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지도 준모는 짐작하고 있었다. 오늘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자신인지 배호철인지, 그게 지금 가장 큰 관심일 터였다. 준모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놀란 눈길이 쏟아졌다. 마치 그 누구도 준모가 정말 회사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시선들마다 묘한 긴장과 탐색이 섞여 있었다.“대표님, 아까부터 이사님들 몇 분이 계속 대표님을 찾으셨어요. 전화도 여러 번 드렸는데 연결이 안 돼서요. 지금은 아마 다들 대표님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준모를 보자마자 비서가 서둘러 다가왔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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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준모는 필요한 만큼만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 문제는 회사 경영과 직접 연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준모는 그렇게 생각했다.그런데 회의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 시선은 하나같이 미묘했다. 누가 봐도 예전과는 다른 눈빛이었다. 표정도 단순하지 않았다. 당혹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서로 말을 맞춰 온 사람들처럼 분위기가 묘하게 결속돼 있었다. “대표님, 저희가 대표님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한 이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회사의 향후 방향과 핵심 운영은 원래 대표님께서 가장 먼저 고민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대표님은 더 이상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대표님이 예전과 똑같이 회사를 위해 움직이실 거라고 저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그 말이 떨어지자 다른 이사도 곧바로 끼어들었다.“저희가 대표님 개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대표님의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가 받은 타격이 적지 않았습니다.”“약혼식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여러 일들 때문에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갔고요. 대략적으로만 계산해도 손실 규모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또 다른 이사도 말을 보탰다.“지금 이 손해를 저희만 함께 떠안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외부 협력사 쪽도 대표님에 대한 불만이 꽤 큽니다.”회의실 안 공기는 갈수록 조여 들었다.“대표님, 배정그룹은 결국 가족기업입니다. 그런데 이제 대표님이 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대표이사 자리는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이사들은 하나씩 차례로 말을 이었다. 각자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말의 결론은 거의 같았다. 준모는 그걸 듣는 동안 더 분명해졌다. 이 사람들은 즉흥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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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회사는 원래 개인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곳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 사실부터 분명히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제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건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정부자 회장님께서 여전히 저를 인정하고 계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혹시 이 자리에 계신 분들 가운데 저에 대해 불만이 있으시거나, 제 판단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면 오늘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저는 한 사람이라도 속으로만 불편함을 안고 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준모는 회사를 맡은 뒤부터 줄곧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애써 왔다. 실제로 회사 사정도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올해 수익은 작년보다 몇 퍼센트나 올랐고, 그 성과는 누구나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그런 결과가 하루아침에 나온 건 아니었다. 정부자가 준모를 믿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회사를 젊은 준모의 손에 통째로 맡길 리 없었다. 처음 준모가 회사를 맡았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니 경험도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고, 회사를 끌고 갈 힘이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생각은 바뀌었다. 준모의 능력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중년의 임원들보다 오히려 더 뛰어났다. 사고방식도 훨씬 유연했고, 흐름을 읽는 감각도 빨랐다. 기존 방식만 고집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준모는 훨씬 앞을 내다보고 움직였다. ‘결국 실적으로 보여 주는 수밖에 없었지.’ 준모는 그때를 떠올리며 속으로 살짝 숨을 골랐다.준모 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은 잠잠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던 이사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다.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겉으로는 이러니저러니 말을 하지만, 막상 준모 앞에서 그런 말을 정면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준모는 이 자리를 너무 오래, 너무 단단하게 지켜 왔다. 준모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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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준모는 그날 하루 종일 이사들과 회의를 이어 갔다. 회의가 길어질수록 드러나는 문제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준모는 누구도 봐주지 않았다. 지금 자기 처지가 예전과 다르다고 해서, 이 사람들한테 손을 봐 주거나 말을 아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오히려 그 반대였다. 자신의 입지가 흔들렸다고 해서 괜히 주눅 들고 눈감아 줄 이유도 없었다. 그런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고마워할 것도 아니기에. 이사들은 속으로는 더 거칠게 반발하고 있었다. 다들 불만이 가득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크게 내지 못했다. 자기들 잘못을 준모가 정확히 짚어 냈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말씀드린 문제들이 다음 회의 전까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적발되면, 그때는 제재 수위도 더 올라갈 겁니다.”“그 책임은 관련 직원 개인에게까지 묻겠습니다. 각자 돌아가셔서 맡은 일부터 제대로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준모는 싸늘하게 말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할 말도, 더 받아 줄 여지도 없다는 태도였다.회사에서 처리할 일을 다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훌쩍 지난 뒤였다. 시계는 이미 한밤중을 가리키고 있었다.준모는 회의실에 남아 있던 이사들 표정을 떠올렸다. 분명 다들 속이 뒤집혔을 것이다. 몸도 지쳤을 테고,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게 더 답답했을 터였다. 집에 들어선 준모는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걸 보고 걸음을 늦췄다. 예상대로 채이는 아직도 깨어 있었다. 그것도 그냥 깨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서재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었다.준모는 곧장 서재로 들어갔다. 손에 따뜻한 물 한 잔도 함께 들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물컵을 채이 앞에 내려놓았다.“이제 너무 늦었어요. 그만하고 좀 쉬어요.”채이는 그제야 시계를 봤다. 시간이 그렇게까지 늦은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채이는 준모가 회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쉬지 않고 있었다. 준모가 들어오면 회사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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