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Bab 141 - Bab 150

178 Bab

제141화

강우현은 시세를 잘 모르는 눈치였다.이내 휴대폰을 꺼내더니 열심히 메모하며 말했다.“추천 고마워요. 나중에 부동산에 한 번 알아볼게요.”정루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차를 타고 오는 내내 강우현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대화 주제는 전부 이 도시의 맛집이나 즐길 거리, 지역 특색에 관한 것들이었다.선을 넘지 않는, 딱 적당한 친구 같은 거리감이었다.정루아는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갔다.차는 금세 식당에 도착했다.입구로 들어서려는데 정시연과 마주쳤다.정시연이 난처한 기색으로 강우현에게 말했다.“팀장님, 방금 연락받았는데 아이가 몸이 안 좋다고 해서 급히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끝까지 같이 못 있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조만간 제가 따로 대접할게요.”“가족이 먼저죠. 얼른 가보세요.”정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몸을 돌려 떠났다.정루아는 별생각 없이 강우현을 따라 룸으로 들어섰다.동료들은 이미 모두 모여 있는 상태였다.본격적인 회식이 시작되고 술잔이 몇 차례 오가자, 다들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정루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순간, 복도 끝에 서 있던 두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잔상에 꽂혔다.사내들은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교환하더니, 슬그머니 옆방으로 발길을 옮겼다.화장실에서 돌아온 정루아는 제 자리 앞에 가득 채워진 술잔을 보았다.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강우현이 생글거리며 잔을 들어 올렸다.“루아 씨, 한잔해요. 오는 내내 이 동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술을 단숨에 비워 냈다.동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루아에게 꽂혔다.“와, 팀장님 성격 진짜 시원시원하시네! 앞으로 같이 일하면 호흡 끝내주겠는데요? 루아 씨, 팀장님이 저렇게 나오시는데 빼면 안 되지.”여기저기서 짓궂은 야유와 부추김이 터져 나왔다. 대놓고 거절하기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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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장유성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막 불을 붙이려던 참에 웬 낯선 남자와 함께 복도를 지나가는 정루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자세가 묘하게 다정해 보였다.게다가 정루아는 남자의 팔을 부축하고 있었다.분명 상대가 구태윤도 아닌데 말이다.구태윤은 지금 저 안에서 한창 술을 마시는 중이지 않은가.결국 담배 피우는 것도 잊은 채, 부랴부랴 룸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러고는 슬그머니 구태윤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나지막이 속삭였다.“태윤아, 나 방금 루아 씨 봤는데 어떤 남자랑 같이 가더라.”구태윤은 손을 들어 대화를 끊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칠흑 같은 눈동자에 서슬 퍼런 빛이 어렸다.“따라 와.”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장유성은 왠지 모르게 목덜미가 서늘해졌다.‘설마 오해했나?’결코 정루아의 험담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그는 서둘러 구태윤의 뒤를 따라나섰다.룸 밖으로 나오자마자 방금 목격한 장면을 낱낱이 털어놓았다.구태윤의 눈빛이 그제야 한결 누그러졌다.곧이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느 방향이지?”장유성이 손가락으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저쪽이야.”구태윤은 뒤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갔다.하지만 복도를 따라 늘어선 룸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설마 이 많은 방을 일일이 다 열어 보며 찾으려는 걸까?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구태윤은 진짜로 실행에 옮겼다.뒤를 따르던 장유성은 기가 막혀 조심스럽게 의견을 건넸다.“태윤아, 차라리 카운터 가서 CCTV를 확인해 보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태윤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좋은 생각이네. 네가 가서 확인해 보고 와.”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장유성은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몇 분 전.방으로 들어선 정루아가 다급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강우현은 대답 대신 배를 움켜쥔 채 신음했다.정루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토할 것 같아요?”“미안합니다... 웩!”강우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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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강우현은 옆에 있던 의자를 번쩍 치켜들고 던지려 했다.정루아를 붙잡은 사내가 재빨리 손을 뗐다.두 남자는 일제히 강우현에게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무자비하게 짓밟기 시작했다.“이 새끼가 눈에 뵈는 게 없나, 어디서 참견질이야!”“오늘 아주 제삿날인 줄 알아!”정루아는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겨우 일어나 비틀거리며 문가로 향했다.손잡이를 돌리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눈앞에 구태윤의 훤칠한 실루엣이 나타났다.그녀는 순간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팔을 꽉 붙잡고 말했다.“저 사람들 처리해줘. 나 해코지하려 했어...”붉게 달아오른 얼굴, 산발이 된 머리카락, 구겨진 옷가지까지.난장판이 된 룸 안을 쓱 훑어본 구태윤은 정루아를 끌어당겨 뒤에 서 있던 장유성에게 넘겼다.그러고는 곧장 내부로 진입해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밖에서 그 소리를 듣던 장유성의 어깨가 연신 움찔거렸다.“태윤이가 이렇게까지 빡친 건 진짜 오랜만이네...”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정루아는 안에 남겨진 강우현이 떠올랐다.이내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강 팀장님은 다치게 하면 안 돼...”장유성이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렸다.“루아 씨, 여긴 신경 끄고 우선 병원부터 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안 돼요...”구태윤이 강우현까지 팰까 봐 정루아는 전전긍긍했다.악에 받친 욕설은 이내 끔찍한 비명으로, 다시 처절한 애원으로 바뀌었다.불과 몇 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이윽고 룸 문이 다시 열렸다.밖으로 걸어 나오는 구태윤의 전신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서늘한 눈매에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고, 호흡은 살짝 흐트러졌다.그의 등 뒤로, 두 사내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옴짝달싹 못 했다.강우현도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조금 전 눈앞에서 벌어진 잔혹한 장면을 목격하고는 미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우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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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마취 기운이 빠져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정루아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병원 안은 고요했고,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은은하게 감돌았다.밤 10시가 넘어설 무렵, 그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깜짝 놀라 잠에서 깬 정루아가 전화를 받으려던 찰나, 구태윤이 먼저 휴대폰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루아 자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그는 할 말만 던지고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정루아는 잠이 덜 깬 몽롱한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휴대폰 줘.”구태윤은 휴대폰을 협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더 자.”정루아가 손을 뻗는 순간, 구태윤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이불을 들치고 침대 위로 비집고 들어왔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에 누워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뭐 하는 거야? 내려가, 이거 1인용 침대야!”당황한 정루아가 급히 그를 밀쳐냈다.하지만 구태윤은 그녀를 단단히 붙잡고 눈을 감았다.“나보고 밤새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안쓰럽지도 않아?”정루아는 기가 막혀 실소가 터졌다.“그럼 가든가. 내가 언제 여기 있어 달래?”“그건 안 되지.”구태윤이 그녀를 더 바짝 끌어 당겼다.“혼자 병원에 두면 걱정돼서.”뜨거운 체온이 강루아를 감싸 안았다.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그녀의 의사 따윈 안중에도 없는 오만함이었다.정루아는 온몸이 나른했다.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그녀는 외면하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가슴 속으로 씁쓸한 감정이 다시금 휘몰아쳤다.바로 그때, 정적을 깨고 휴대폰 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이번에는 그녀의 것이 아닌, 구태윤의 휴대폰이었다.구태윤은 액정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망설임이 스쳤으나 이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태윤 씨, 하준이가 없어졌어요!”휴대폰 너머로 정시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구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정시연은 울먹이며 대답했다.“퇴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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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정루아는 돌연 몸을 일으켜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을 뽑아 버렸다. 그리고 외투를 걸치고 병원을 나섰다.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손때 묻은 익숙한 공간에 발을 디디고 나서야, 심장을 난도질하던 통증이 그나마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웠다.스르륵 잠에 빠져드는 것은, 상처 입은 신체가 치유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였다....밤은 깊어만 갔다.공원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오가며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한민혁의 손에 든 태블릿에 CCTV 영상이 재생되었다.구하준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놀이 공원이었다.회전목마 방향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미 그 부근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이 진행 중이었다.구태윤이 현장에 도착하자, 정시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아직도 못 찾았어요... 태윤 씨, 어떡하죠?”곧이어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정시연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참, 경찰에 신고해야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지금 바로 할게요.”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허둥지둥 전화를 걸었다.그사이 구태윤은 태블릿을 건네받아 영상을 살폈다.이내 한민혁에게 다시 넘겨주고 곧장 어딘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공원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가로등이 켜져 있긴 했지만, 거대하게 자란 나무들의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가 빛을 가로막은 탓에 어떤 곳들은 여전히 암흑에 묻혀 있었다.놀이 공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구태윤은 회전목마 옆으로 걸어가 좌우를 두루 살핀 뒤, 또 다른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길을 따라 찻잔 놀이기구와 소형 롤러코스터, 바이킹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그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거대한 호박 모양 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낮 동안 호박 하우스의 문은 활짝 열려 있고, 반대편은 미끄럼틀로 이어졌다.하지만 밤이 되면 아이들이 들어갔다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은 닫히도록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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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구하준은 이미 구태윤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걸어가던 구태윤은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한민혁에게 지시했다.“형수님 모셔다드려.”한민혁이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막 뒤따라오려던 정시연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태윤 씨, 그게 무슨 말이죠?”그녀는 조급한 마음에 두세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하준이가 깨어났을 때 엄마가 없으면 울 거예요. 내가 곁에 있어 줘야 해요.”정시연을 내려다보는 구태윤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목소리엔 단 한 줌의 온기도 섞여 있지 않았다.“아이가 울면, 그때 형수님께 돌려보내겠습니다.”정시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늘 밤은 당연히 이곳에서 묵고 가리라 믿었다.“큰사모님, 가시죠.”한민혁이 옆에서 차 문을 열며 재촉했다.하지만 정시연은 고집스럽게 제자리에 버티고 섰다.“싫어요. 나 안 가요. 하준이가 깰 때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한민혁은 난처한 얼굴로 구태윤을 돌아보았다.구태윤은 시선을 거두며 무덤덤하게 한마디를 던졌다.“마음대로 하세요.”그러고는 곧장 별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이내 육중한 대문이 쿵 하고 닫혔다.정시연은 밖에 홀로 남겨졌다.경호원들도 차례로 자리를 떴고, 사방은 금세 고요해졌다.깊은 밤의 공기는 갈수록 시리고 축축하게 가라앉았다.정시연은 오한으로 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주먹을 불끈 쥔 채 악으로 버텼다.지금 물러설 수는 없었다. 만약 여기서 발길을 돌린다면, 구태윤이 강제로 구하준을 빼앗아 갈 게 불 보듯 뻔했으니까.그 일만큼은 죽어도 막아야 한다.정시연은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 눈물을 삼켰다.‘착한 내 아들, 이번엔 꼭 엄마 힘이 되어줘.’...다음 날, 정루아가 출근하자마자 마주친 건 이마에 커다란 대형 밴드를 붙인 강우현이었다.그가 정루아를 발견하고는 다정하게 물었다.“몸은 좀 어때요?”“전 괜찮아요.”정루아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이마로 시선을 옮겼다.“그보다 팀장님은요? 상처는 심하지 않으세요?”강우현이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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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가 정루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생기가 감도는 발그스레한 얼굴을 보자 구태윤의 눈빛이 한층 누그러졌다.두 사람은 회사를 나와 맞은편 카페로 향했다.정루아는 자리에 앉아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구태윤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 이내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어젯밤에 하준이 잃어버려서 난리였어. 혼자 호박 하우스에 갇혀서 못 나오고 있었던 모양이야. 마침 보수 공사 중이라 주변도 캄캄했는데, 애가 무서웠는지 그 안에서 잠들었더라고. 사람 보내서 한참을 헤맨 끝에야 겨우 찾았어.”정루아는 종업원을 불러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구태윤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하준이가 많이 무서워하길래 어젯밤에 정수원으로 데려갔어.”정루아의 안색이 돌변했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녀는 자신에게 경고했다.구태윤을 버렸으니, 그와 관련된 모든 것도 의미 없는 셈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담긴 그 신혼집까지도.따라서 그곳에 누구를 데려가든 자기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한 번에 여자를 무더기로 데려간다 해도 온전히 그의 자유였다.정루아는 심호흡했다.마침 커피가 나왔고, 그녀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구태윤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루아야, 어젯밤엔 일부러 약속을 어기려던 게 아니었어.”정루아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할 말 다 끝났어?”지독하리만치 평온한 모습에 구태윤은 괜스레 속이 타들어 갔다.어떻게든 감정의 변화를 찾아내려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최소한 아직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를 찾고 싶었다.하지만, 없었다.커피를 다 마신 정루아가 말했다.“할 말 끝났으면, 이만 일 하러 갈게.”구태윤이 눈을 살짝 내리깔며 목소리를 한층 더 낮췄다.“루아야, 나 지금 너한테 해명하고 있잖아.”“응, 들었어.”정루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구태윤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너는 뭐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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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정루아는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당신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아니까, 내 감정 따윈 짓밟아도 상관없다는 거야? 아무리 심한 짓을 해도 결국엔 다 용서받으리라 믿으면서?”구태윤은 숨이 턱 막혔다.“루아야,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하지만 늘 그런 식으로 행동해 왔잖아.”정루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짙은 자조가 묻어나는 쓸쓸한 미소였다.“구태윤, 나 전에는 정말 당신밖에 없었어. 미련하게 스스로를 속여 가면서 당신 붙잡았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당신 같은 사람, 더는 상종하기 싫어. 그 대단한 권력으로 내 이혼 소송을 막든 말든 마음대로 해. 숨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이혼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말을 마치고는 그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카페를 벗어났다.구태윤은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며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정수원의 도우미에게서 온 전화였다.“대표님, 하준 도련님이 대표님을 계속 찾으며 울고 계세요.”구태윤이 답했다.“지금 갈게요.”구하준은 어젯밤에 크게 놀란 탓인지 한밤중부터 고열에 시달렸다.그가 밤새 침대 곁을 지키며 간호한 덕에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열이 좀 내린 상태였다.정수원에 도착했을 때, 정시연이 여전히 대문 앞에 서성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구태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형수님, 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정시연이 퀭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핏기 없는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태윤 씨, 제발 내 아들 좀 보게 해줘요... 내 자식 뺏어가지 마요.”구태윤이 차갑게 맞받아쳤다.“그런 거 아닙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형수님은 지금 하준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계시잖아요.”“나 잘할 수 있어요!”정시연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어젯밤 일은 정말 사고였어요. 제발 내 말 좀 믿어줘요. 태윤 씨, 내가 맹세할게요. 정말 잘 키울 자신 있으니까 하준이 뺏어가지 마요.”하지만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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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강우현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며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거절하면 실례죠.”정루아는 직접 차를 몰아 평소 자주 가던 단골 식당으로 향했다.그리고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하고 강우현을 바라보며 물었다.“더 먹고 싶은 거 있어요?”강우현이 대답했다.“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여기 계속 상주할 테니까 다른 요리도 천천히 맛보죠, 뭐.”“그래요.”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업원을 먼저 내보냈다.그리고 강우현을 응시하며 본론을 꺼냈다.“근데 어젯밤에 나한테 정시연 얘기하려던 거 아니었어요?”갑작스러운 사고 때문에 묻혀버린 화제였다.오늘 그에게 밥을 사겠다고 한 것도 사실 이게 궁금해서였다.강우현이 말을 이어 나갔다.“퇴사 의사를 밝히더라고요. 두 분, 친척 관계라고 들었는데 혹시 왜 그만두려고 하는지 아시나 해서 물어보려 했죠.”정루아는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온갖 수단을 동원해 제 곁으로 기어들어 와 속을 뒤집어놓더니, 이제 와서 퇴사하겠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소리였다.“저 그 사람이랑 안 친해요.”정루아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강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혹시 뭐라도 아는 게 있을 줄 알았죠.”정루아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가슴속이 복잡하게 꼬여 가기 시작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대답하기 불편하면 안 해도 돼요.”강우현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그... 구태윤 대표님이랑은 무슨 관계예요?”오늘 구태윤을 보고 어젯밤 갑자기 나타났던 그 남자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정루아를 데려간 것도 그였다.두 사람의 관계는 누가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정루아가 덤덤하게 말했다.“곧 죽을 제 남편이요.”“...컥.”강우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많이 아프신 건가요?”“네, 불치병이에요.”진지한 표정은 구태윤이 당장 숨을 거두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같았다.그래, 그 인간이 죽어야 인생이 조용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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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구태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루아를 응시했다.“루아야, 여기 우리 예전에 자주 오던 가게잖아. 잊었어?”정루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구태윤은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하준아, 뭐 먹고 싶어?”구하준은 이미 식탁 위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아이는 음식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작은아빠, 나 이거 다 먹을래요.”구태윤은 종업원을 불러 수저를 추가하더니, 아이가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더 주문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우현은 철저히 투명 인간 취급당했다.“큼, 큼...!”참다못한 강우현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헛기침했다.정루아는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강우현을 바라보았다.“미안해요, 팀장님. 식사 자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네요.”강우현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아니에요, 전 괜찮습니다.”그러고는 살짝 긴장한 태도로 구태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구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강우현이라고 합니다. 현재...”“여기 디저트 맛있는데, 왜 안 시켰어?”그러나 구태윤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정루아에게 말을 건넸다.정루아 역시 그의 말을 무시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팀장님, 식사 다하셨죠? 제가 데려다줄게요.”강우현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구태윤과 안면을 틀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귀한 기회란 말인가.“전 아직 음식이 좀 남아서...”강우현은 어떻게든 남으려 버텼다.정루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뒤늦게 그의 속내를 알아차렸다.이내 구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쪽은 우리 부서에 새로 오신 팀장님이야. 강우현 씨라고 해.”그제야 구태윤의 시선이 강우현의 얼굴로 향했다.강우현은 즉시 허리를 곧게 펴며 각 잡고 앉았다. 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공손했다.“구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구태윤의 수려한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 변화가 없었으나, 칠흑 같은 눈동자에 서늘한한기가 일렁거렸다.곧이어 무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쪽이 왜 내 와이프랑 단둘이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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