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 편의점이 보이자, 이연희는 군것질을 좀 사 오겠다며 차에서 내렸다.그사이 정루아는 장옥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어, 루아야.”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투는 무척이나 다정했다.정루아는 조금 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어머님, 지난번 계획은 무산됐어요. 구태윤이 제 속내를 다 꿰뚫어 보고 있더라고요. 자기가 정말 다른 여자와 만나더라도 이혼만큼은 절대 안 해준다고 대놓고 못 박았어요.”장옥경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그 녀석이 정말 그렇게까지 얘기했다고?”정루아는 씁쓸함이 가득한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네.”“이 고약한 녀석 같으니라고.”장옥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루아야, 당장은 나도 딱히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는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는 건 어떻겠니? 네가 태윤이랑 함께한 세월이 자그마치 8년이야. 이렇게 이혼해 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정루아는 휴대폰을 힘주어 꽉 쥐었다.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받아쳤다.“지난 8년의 감정이 아깝다고 주저앉아 있느니, 지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고 끝내고 싶어요.”“후우...”장옥경이 무거운 탄식을 내뱉었다.“하지만 우리 다 태윤이 성격 알잖아. 그놈이 싫다고 버티면, 너희 이혼 절대로 못 해.”그러자 정루아가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상관없어요. 어머님이 도와주기 힘들다면 저 혼자서라도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 인간이 누구랑 붙어먹든 이제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정시연이든, 안소희든, 이혼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럼 돼요.”“루아야, 그러지 마.”장옥경은 덜컥 겁이 난 듯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태윤이랑 정시연은 절대 엮여서는 안 돼. 둘은 시동생과 형수 사이 아니더냐. 이게 남들 귀에 들어가 봐라, 우리 집안이 아주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될 거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 응?”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정루아의 날 선 어조도 한결 누그러졌다.“어머님, 그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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