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윤이 무덤덤한 어조로 물었다.“루아가 새집으로 이사했는데, 올라가서 축하라도 해드려야지?”장유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솔직히 말하면 정말 가기 싫었다.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자신을 쏘아보는 서늘한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당최 외면할 용기가 없었다.그는 코를 쓱 만지며 헛기침했다.“뭐, 축하해 주는 건 맞지만 빈손으로 가기가...”구태윤이 싸늘하게 대꾸했다.“그럼 가서 뭐라도 사 오든가.”장유성이 중얼거렸다.“어... 루아 씨가 그런 걸 따질 쩨쩨한 사람도 아니고, 분명 신경도 쓰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는 인터폰으로 정루아가 사는 호수를 눌렀다.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장유성은 숨을 깊게 내쉬며 목소리 톤을 다듬었다.“루아 씨, 저예요. 장유성! 아까 낮에 루아 씨 비슷한 사람을 봤거든요. 착각인가 싶어서 경비원한테 확인까지 해봤는데 진짜 루아 씨더라고요. 이쪽으로 이사 온 거예요? 괜찮다면 저 잠깐 올라가도 될까요?”정루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지금은 좀 그런데, 아직 짐 정리가 덜 돼서요.”“딱이네요! 제가 정리 도와드릴게요. 저 집안일 진짜 잘하거든요.”장유성은 엄청난 압박감을 견뎌내며 아무 말이나 지어냈다.“저한테 사양하실 필요 없다니까요? 우리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너무 서운하게 이러지 마시고, 네?”정루아가 도리어 물었다.“구태윤이 시킨 거예요?”“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걘 루아 씨가 이사 온 것도 모를걸요? 저 진짜 우연히 본 거예요, 제발 믿어주세요...”장유성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나중에 천벌이라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내가 죄인이지...’정루아가 망설이며 떠보았다.“진짜요? 나 속이는 거 아니죠?”“네, 그럼요.”장유성은 눈 딱 감고 대답했다.이때, 인터폰 너머로 이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맹세할 수 있어요? 만약 구태윤이 따라 올라오면 평생 솔로로 살고 영원히 여자친구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