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준은 마지막 남은 술을 집어 들고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미 한계를 넘어선 뒤였다.목구멍부터 식도, 위장까지 타들어 갈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첫 모금을 삼키기 무섭게 그는 참지 못하고 왈칵 토해 내기 시작했다.초점 잃은 눈동자는 흐릿했고, 몸은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듯 비틀거렸다.이를 본 정루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안돼! 더는 마시지 마. 그러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나면...”“아니야.”허도준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제지했다.“나 괜찮아.”그리고 숨을 가다듬더니 다시 술병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안 돼, 그만! 제발 마시지 마.”정루아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구태윤의 미간이 한층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는 정루아를 눌러 앉히며 서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네가 움직이는 순간 끝이야. 저 자식 오늘 밤 여기서 제 발로 못 걸어 나갈 테니까.”정루아가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눈동자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쳤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뗐다.“구태윤, 그만해. 둘이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친구 아니었어?”마침내 한풀 꺾인 태도였다. 명백한 애원이었다.그럼에도 자신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하는 대답만큼은 해주지 않았다.구태윤의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출국한 놈이야. 기껏해야 얼굴이나 아는 사이지, 뭐.”곧이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아냥거렸다.“보아하니, 나보다 너랑 더 각별한 모양이네.”정루아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제발 부탁이야. 도준이 더는 괴롭히지 마. 그러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나면...”저자세로 나오는 그녀의 태도에도 구태윤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오히려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을 뿐이었다.“지금 저 자식 하나 살리겠다고 나한테 비는 거야?”“그래, 제발 부탁할게.”정루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했다.“구태윤, 제발 이러지 마. 오늘 밤 당신이랑 정수원에 돌아갈게, 응?”‘하.’법정 싸움까지 불사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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