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윤, 내 말 듣고 있어?”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에 정루아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이내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는 물기 어린 눈동자로 매섭게 쏘아보았다.잔뜩 독이 오른 그녀의 모습에도 구태윤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리고 가녀린 손목을 덥석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밤새 생각해봤는데, 난 역시 이혼 못 해. 루아야, 우리 아직 끝낼 단계 아니야.”정루아는 이를 악물었다.“내가 정시연을 죽여버려도 상관없다는 거야?”“그 여자를 죽여도 이혼은 불가능해.”구태윤의 눈빛이 유난히 어두웠다.그는 정루아를 침대에 앉히고는 허리를 숙여 여전히 핏기 없는 갸름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루아야, 우리 함께한 세월이 자그마치 몇 년인데, 이미 서로의 존재가 당연해졌잖아. 이혼이라는 말, 그렇게 쉽게 하는 거 아니야.”정루아는 손을 빼내며 차갑게 말했다.“난 더 이상 당신 안 사랑해.”“상관없어.”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꾸했다.“한 번 사랑했는데, 두 번은 못 할까.”구태윤의 뺨이라도 갈기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구태윤이 말을 이어갔다.“더 먹고 싶은 거 없어? 내가 가서 사 올게.”정루아는 묵묵부답했다.“굶을 생각은 하지 마. 여기 병원이야, 알지? 의사 시켜서 링거로 영양제 맞히면 그만이니까, 단식 같은 건 안 통한다는 소리야.”구태윤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정루아는 가슴이 답답했다.이내 그를 밀치며 쏘아붙였다.“당신 얼굴 보기 싫으니까 나가.”구태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가 뱉은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려는 듯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바로 그때, 병실 밖에서 박정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것들이 겁도 없이 감히 내 길을 막아? 당장 해고야, 썩 꺼지지 못해?”노인의 목소리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짱짱하고 고압적인 기세였다.문밖을 지키던 경호원 두 명은 울상이 되었다.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고 구태윤이 걸어 나왔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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