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루아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임혜숙은 친정엄마를 대할 때는 한없이 차갑고 거리를 두면서도, 정시연을 위해서라면 싫은 소리도 참아 가며 연기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대체 왜 저토록 정시연을 챙긴단 말인가.정루아는 숨을 깊게 내쉬고 입을 열었다.“전 동의할 수 없어요. 제가 힘들게 구해서 외할머니 드린 귀걸이인데,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가져가요? 절대 안 돼요.”임혜숙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지금 참견이 심하다?”정루아는 송문애를 돌아보며 말했다.“할머니, 그 귀걸이 엄마한테 주지 마세요. 엄마가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정시연 주려고 이러는 거라고요.”“정루아!”임혜숙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졌다.정루아를 막아서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그녀는 곧바로 송문애의 눈치를 살폈고,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모녀가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던 송문애의 눈가에 슬픔이 묻어났다.이내 정루아에게 나직이 말했다.“루아야, 그만 가자.”“네.”정루아는 내심 안도했다.외할머니가 마음이 약해져 임혜숙에게 귀걸이를 넘겨주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그녀는 송문애의 팔짱을 끼고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임혜숙은 이를 악물더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를 쫓으며 소리쳤다.“그 귀걸이 원래 어머니 것도 아닌...”“그만 좀 하세요!”정루아가 고개를 돌려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외할머니 연세가 몇인데, 아직도 해서는 안 될 말조차 구분을 못 하는 건가?정시연과 그 집안을 위해서라면 임혜숙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송문애는 눈을 지그시 감았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임혜숙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쏘아붙였다.“정루아, 나 지금 우리 엄마랑 얘기하는 중이잖아. 네가 뭔데 자꾸 끼어들어서 말을 끊어?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하...”정루아는 코웃음을 쳤다.“날 키워준 사람이 엄마인데, 제가 버릇이 없으면 그게 누구 탓이겠어요?”“너 정말...!”임혜숙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이때, 송문애가 정루아의 손을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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