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411 - Chapter 420

558 Chapters

제411화

“알았어.”안연청은 자리에서 서성거리며 아까 본 그 팔찌를 떠올렸다. 성유원이 아직 선물을 주지 않는 건 자신을 완전히 용서하지 않아서일 터였다.성유원에게 성시하가 생긴 이후로 그는 예전처럼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단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나무라기까지 했다.성유원은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물었다.“더 할 말 있어?”안연청은 남몰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결국 묻고 싶었던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성유원의 화가 완전히 풀려야 팔찌를 줄 모양이니 지금은 그의 기분을 더 상하게 해서는 안 됐다.“그럼 나는 가서 인수인계부터 받을게.”성유원이 나지막이 대답했다.“그래.”안연청은 뒤돌아 사무실을 나갔다.사무실을 막 나섰을 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조용한 곳으로 걸음을 옮겨 전화를 받았다.“어, 엄마.”“유원이 만났니?”안연청이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송정미는 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유원이가 아직도 화나 있대?”안연청은 어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말을 덧붙였다.“근데 유원 오빠가 나 주려고 팔찌를 사 둔 것 같아. 내가 일을 제대로 안 해서 화가 나는 바람에 아직 안 준 것뿐이야.”그 말에 송정미가 반문했다.“유원이가 너 주려고 산 게 확실해?”“그 보랏빛 팔찌 직접 봤는데 나한테 딱 어울렸어.”자신에게 줄 게 아니라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어르신들께 선물하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었다.“정말 네게 주는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적어도 그 애 마음속엔 여전히 네가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유원이한테 이젠 성시하가 있으니 연청아, 너도 예전처럼 고집부리고 제멋대로 굴면 안 된다. 적당히 밀당을 해야 해. 남자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으니 너에 대한 감정을 다 갉아먹게 만들지 마.”송정미는 차분한 어조로 딸에게 신신당부했다.안연청은 성유원이 더 이상 자신을 무조건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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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성유원이 답장을 보냈다.[내일 성시하 학교에서 하는 부모 참여 행사 끝나고 얘기하지.]연지아는 메시지를 받고 적잖이 놀랐지만 이내 답했다.[알겠어.]다음 날 아침 일찍 연지아는 차를 몰아 유치원에 도착했다.“에블린 이모!”연지아가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성시하가 보였다.성시하는 오늘 파란색 트레이닝복 세트를 입고 머리를 말아 묶은 채 통통 튀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성유원이 입은 트레이닝복은 성시하의 것과 세트인 패밀리룩이었다. 평소에 그가 이런 밝은 계열의 옷을 입은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입고 나니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오히려 평소 수트를 차려입었을 때의 차갑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한풀 꺾여 보였다.연지아는 성시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몸을 굽히고 아이를 다정하게 안아주었다.성유원은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에블린 이모, 나랑 아빠랑 똑같은 옷 입으면 안 돼요?”연지아는 방금 전부터 성유원의 손에 들린 의류 쇼핑백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오늘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대부분 패밀리룩을 맞춰 입고 있었다.성시하의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연지아는 결국 그러겠다고 응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손에서 쇼핑백을 건네받은 뒤 학교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에블린 이모가 자신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자 성시하는 눈꼬리를 접으며 환하게 웃었다.연지아는 원래 입고 왔던 옷을 차 안에 넣어두었다.성시하는 한 손으로는 아빠를, 다른 한 손으로는 에블린 이모의 손을 잡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기뻐했다.일행이 운동장 쪽으로 가 모였을 때 강진연과 아연, 그리고 강현수와 마주쳤다. 두 아이는 만나자마자 서로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강진연이 두 사람을 흘깃 보고는 인사를 건넸다.“성유원 씨, 지아야.”성유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응했다.연지아가 강현수에게 인사했다.“교수님, 오늘 아연이 행사 오실 시간이 나셨네요?”강현수가 말했다.“오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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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엄마, 시하는 아빠한테 진짜 무서워.”아연이가 엄마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강진연은 아연이를 바라보며 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겁내지 마, 시하는 아빠한테만 그러는 거지 아연이한테는 안 그래.”아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우리도 저리로 가자.”강진연은 세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앞으로 걸어갔다.동시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쫓고 있었다.다름 아닌 조수정이었다.지난번 자기 아이가 성시하에게 맞은 이후 최씨 가문은 성유원을 찾아가 고개를 숙여 사과해야 했고 최지연은 결국 다른 반으로 반을 옮겼다.그녀는 속으로 내내 분통이 터졌다. 분명 맞은 건 자기 아이인데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상대가 성유원이었기에 그저 꾹 참아 넘길 뿐이었다. 하지만 그 년한테 뺨까지 맞았던 수모를 그녀는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확인한 조수정은 보모에게 한마디를 남긴 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어, 오빠.”조경주가 물었다.“오늘 아연이 학교 행사에 누가 같이 갔어?”조수정이 답했다.“강진연이랑 걔네 오빠.”조수정은 예전에 강진연과 조경주의 결혼식 때 딱 한 번 본 게 전부였다. 강진연과 조경주는 결혼하자마자 해외에 정착했기에 두 사람은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그저 딸이 하나 있다는 것 정도만 알 뿐 얼굴을 마주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나중에야 그녀는 성시하와 함께 자기 딸을 때린 아이가 바로 강진연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평소 이 사촌 오빠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으나 집안 어른들이 강진연과 조경주가 헤리국에서 이혼 소송 중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관심 밖의 일이었다.그러다 지난번 박옥주의 생신 잔치 때 조경주와 조정혁의 부모가 귀국했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강아연이 최지연을 때렸던 일을 털어놓았다.그 이야기를 들은 조경주는 나중에 따로 전화를 걸어 추궁하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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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성유원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연지아는 순간 멍해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눈가에 머물던 웃음기를 지우며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성유원은 그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다 지켜보면서도 성시하의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땀 좀 닦아.”오늘따라 날씨가 제법 화창해서 방금 게임을 하느라 연지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연지아는 물티슈를 받아들며 나직하게 고맙다고 말했다.성유원은 몸을 숙여 성시하의 이마에 맺힌 땀을 정성스레 닦아주더니 보온병에서 물을 따라 두 사람에게 건넸다.잠시 휴식 시간이 지나고 다음 라운드 게임이 시작될 차례가 되었다. 이번에는 성유원이 성시하와 함께 참여할 차례였다.성유원은 손에 들고 있던 짐들을 연지아에게 맡기며 카메라를 쥐여주었다.“당신 가만히 있지 말고 동영상 많이 찍어둬.”연지아는 카메라를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성유원은 입고 있던 겉옷까지 벗으며 덧붙였다.“이것 좀 들고 있어 줘.”연지아는 남자가 내미는 옷을 보며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망설였다.“에블린 이모, 빨리 아빠 옷 좀 받아줘요. 경기 곧 시작한단 말이에요!”성시하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했다.그제야 연지아는 손을 뻗어 남자의 옷을 받아들고는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 집어넣었다.이번 라운드는 강현수가 아연이와 함께 출전했다.강진연은 연지아의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서서 함께 영상을 촬영했다.“시하 쟤, 성격이 엄청 야무지고 승부욕이 세네.”강진연이 말했다.연지아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시하는 매 라운드마다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임했고 경쟁이 붙었다 하면 무조건 1등을 거머쥐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었다.“시하는 널 완전 엄마로 생각하는 것 같아.”강진연이 감탄 섞인 어조로 말했다. 성시하가 비록 연지아가 친엄마라는 사실은 모르지만 무의식중에는 이미 그녀를 엄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연지아가 씁쓸하게 웃었다.“응, 맞아.”만약 성시하가 자기를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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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조경주가 말을 받았다.“어쨌든 명한 그룹의 금지옥엽잖아. 송정미 여사가 저렇게 안연청을 성유원한테 시집보내려고 안달복달하는 걸 보면, 다 안씨 가문을 위해서 계산기 두드리는 거겠지.”송나겸과 안씨 가문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력 싸움에 대해서는 그들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조정혁이 코웃음을 쳤다.“성유원 그 자식이 안연청 하나 때문에 송나겸이랑 척을 질 리가 있나. 근데 송나겸은 안씨 가문이랑 사이가 그렇게 나쁘면서도 피 절반밖에 안 섞인 여동생인 안연청은 끔찍하게 챙기더군.”그 점은 그로서도 참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조정혁이 지시했다.“조경주, 너 한국 들어가면 그 송나겸이라는 놈 뒤를 좀 샅샅이 캐봐.”성유원 때문에 이번에 워낙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니 어떻게든 기회를 봐서 고스란히 갚아주어야 했다. 세상에 절대 깨지지 않는 관계란 없는 법이었다.그 송나겸이라는 자의 밑바닥을 잘 파헤치다 보면 분명 요긴하게 써먹을 만한 정보가 흘러나올 터였다. 조경주는 조정혁이 무엇을 노리는지 단박에 알아채고 대답했다.“무슨 뜻인지 알아.”내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오전 부모 참여 행사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의 주말 연휴가 시작되었다.점심을 먹고 난 뒤, 성유원과 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오션 빌리지로 돌아왔다. 올 때까지만 해도 싱글벙글하며 토끼처럼 신나 하던 성시하는 차에 타자마자 이내 쏟아지듯 낮잠에 빠져들었다.집에 도착하자 성유원이 아이를 안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연지아는 일층 소파에 앉아 그가 내려오길 기다렸다.십 분쯤 지났을까. 성시하를 재우고 내려온 성유원이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성시하가 곁에 있을 때의 다정했던 가면을 벗어던지자 거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으며 원래의 대치 상태로 돌아갔다.“말해봐.” 성유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연지아는 남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이랑 이혼하는 문제로 다시 얘기하고 싶어.”성유원의 안색에는 별다른 감정의 동요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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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남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는 짙은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왜? 시하 곁을 5년이나 비워놓고선, 겨우 3년도 보상해 주기 싫다는 거야? 이제 내가 물어보지. 너, 정말 시하를 사랑하긴 하니?”연지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십 분 뒤 성유원은 기사를 시켜 연지아를 빌라 밖으로 배웅하게 했다.연지아는 차 안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며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성유원은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회사로 돌아온 오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현수는 연지아가 유독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눈여겨보았다.회의가 끝난 후 강현수는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성유원이랑 무슨 일 있었어?”연지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강현수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성유원이 이혼해 주는 대신 내건 조건, 즉 성시하가 받아들이고 동의해야 한다는 그 요구 말이다.성시하는 원래부터 연지아와 아빠가 함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연지아가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두 사람의 이혼을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결국 이번 협상 역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난 셈이었다.강현수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어쩌면 시하한테 먼저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서 반응을 보는 게 나을지도 몰라.”하지만 성시하를 생각하면 연지아는 도저히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만약 지금 아이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 여린 마음이 얼마나 상처받고 무너질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강현수는 연지아의 괴로워하는 기색을 읽고 나지막이 위로했다.“정 힘들다면 일단은 이대로 두자. 닥치면 다 어떻게든 길이 열리기 마련이니까. 당분간은 그냥 시하랑 마음 편히 잘 지내면서 그동안 못 준 사랑을 듬뿍 채워준다고 생각해.”연지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맞다, 내일 오전 시간 괜찮아?”강현수가 물었다.“왜요?”“어르신이 편찮으셔서 입원하셨거든. 내일 병문안 한번 가보려고.”연지아가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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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강현수와 연지아는 박대훈의 병실에 도착했다.박대훈은 막 링거를 다 맞은 참이었고 박형주 역시 어르신을 간호하기 위해 병원에 막 도착한 상태였다.세 사람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박대훈은 다행히 지금 정신 상태나 기운이 꽤 좋아 보였다.“어르신.”“왔구나.”박대훈도 두 사람이 오늘 아침에 찾아올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마침 잘 왔다, 지아야. 나한테 신문 좀 읽어주려무나.”곁에 있던 박형주가 장난스레 웃으며 끼어들었다.“할아버지, 제가 여기 있는데 왜 지아 씨한테 읽어달라고 하세요? 제가 읽어드릴게요.”그러자 박대훈은 짐짓 싫은 내색을 하며 핀잔을 주었다.“네 녀석의 뚝뚝 끊어지고 텁텁한 목소리는 통 듣고 싶지 않구나.”“예, 예. 제가 아주 목소리가 투박하죠.”그 모습에 연지아와 강현수는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연지아는 앞으로 걸어가 공손하게 신문을 받아들며 물었다.“어느 부분부터 읽어드릴까요?”박대훈이 손가락으로 특정 지면을 짚어주었다.연지아는 병상 곁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고요한 병실 안에는 오직 여자의 또박또박하고 맑고 힘 있는 목소리만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강현수와 박형주는 어르신이 신문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살만하게 발코니 쪽으로 자리를 옮겨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십 분쯤 지나 연지아가 신문을 다 읽자 강현수와 박형주도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박대훈은 그들에게 최근 업무 상황은 어떤지 이것저것 물었고 세 사람은 어르신 곁을 지키며 살갑게 담소를 이어갔다. 그러다 박대훈이 슬쩍 연지아와 성유원 사이의 일에 관해 물었다.연지아는 곤란한 듯 한숨을 쉬며 답했다.“성유원이 시하를 핑계로 삼아 이혼을 안 해주려고 해요.”박대훈은 콧방귀를 뀌며 언짢아했다.“그자식, 이제야 자식을 생각하는 척 극성이군. 진작 좀 잘할 것이지. 성씨 가문에서 놈을 오냐오냐 키워서 그래. 우리 박씨 가문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간 내가 당장 몽둥이로 처박았을 게다.”박형주는 자기도 모르게 목을 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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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성유원은 멀어지는 연지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됐어, 안연청. 넌 먼저 들어가 봐.”안연청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성유원도 따라 일어서며 송나겸을 바라보았다. 막 입을 열려던 찰나 곁으로 다가오는 익숙한 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박형주가 걸어오고 있었다.박형주가 이곳에 있는 것에 대해 성유원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송나겸은 박형주를 보고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박 부장님.”박형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두 분, 따로 나눌 이야기라도 있으신가요?”송나겸이 말했다.“그리 급한 일은 아닙니다.”“그래요, 그럼 유원 씨. 유원 씨는 나랑 잠깐 저쪽으로 가요.”두 사람은 발코니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박형주는 자리에 서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아 씨 말로는, 유원 씨가 시하를 핑계로 이혼을 안 해주겠다고 버틴다면서요?”성유원이 되물었다.“연지아가 어르신께 뭐라고 말씀드린 거예요?”“유원 씨 지금 지아 씨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고자질이라도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아니요.”“지아 씨는 먼저 입도 뻥끗 안 했어요.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물어보시니까 마지못해 몇 마디 한 거죠. 우리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을 거 같아요?”성유원의 입가에 옅은 실소가 걸렸다.“좋은 말씀은 아니었겠죠.”“유원 씨한테 눈치는 있네요. 이제 와서 자식 핑계 대며 이혼 안 해준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원... 유원 씨가 진작 잘했어 봐요. 유원 씨가 박씨 가문 자식이었으면 벌써 할아버지한테 맞아 죽었을 거예요.”성유원이 픽 웃었다.“그럼 난 박씨 가문이 아니라 다행히 한 차례 위기를 넘긴 셈이네요.”박형주가 쯧 하고 혀를 찼다.“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 내가 보기에 지아 씨는 유원 씨랑 이혼할 생각으로 굳게 마음 굳혔어요. 진심으로 시하를 위한다면, 안씨 가문 그 여자랑은 당장 깨끗하게 정리해요.”성유원은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 지금 무슨 생각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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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성시하가 워낙 스키장에 가고 싶어 했기에 성유원 쪽이었다면 진작 모든 것을 완벽하게 예약해 두었겠지만 연지아는 이제야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스키장 바로 옆에 위치한 최고급 온천 호텔에 빈방이 있어 간신히 예약에 성공했다.연지아는 본인의 스키 장비가 따로 없어 현장에서 대여하기로 했고 성시하의 장비는 집에서 꼼꼼하게 다 챙겨온 터라 완벽했다.다만 혼자서 성시하를 데리고 다니기엔 조금 벅차기도 했고 스키장 같은 곳은 사람이 많고 북적여야 더 재미있는 법이었다. 연지아는 곧바로 강진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강진연은 제안을 듣자마자 대번에 흔쾌히 수락했다.“그럼 내가 우진 오빠한테도 물어볼까? 아, 네가 우리 오빠한테 시간 되는지 한 번 물어봐 주면 안 돼?”연지아가 나직하게 답했다.“네 오빠는 오늘 아마 시간 없을 거야.”오늘 오후에 강현수는 아주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헤리국에 한동안 가 있었던 탓에 국내로 돌아온 지금 처리해야 할 밀린 업무가 산더미였다.강진연은 못내 아쉬워했다.“아쉽네! 그럼 내가 우진 오빠한테 전화해 볼게.”“응, 그래.”강진연은 곧바로 배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우진의 회사는 투자 유치를 위해 풋옵션을 체결한 이후로 지금까지 제대로 쉬어본 날이 없을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아침 강진연이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배우진 역시 출근을 하던 참이었다.마침 강진연이 전화를 걸었을 때 배우진의 곁에는 성민우도 함께 있었는데 결국 두 사람은 잠시 일손을 내려놓고 머리도 식힐 겸 함께 가기로 뜻을 모았다.신이 난 강진연은 강현수에게도 전화를 걸었다.“오빠, 지금 일이 중요해, 솔로 탈출이 중요해?”강현수는 그들이 스키장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끼리 가서 재미있게 잘 놀다 와.”강진연이 사뭇 진지하고 영악하게 오빠를 타이르듯 말했다.“오빠, 지아가 아직 이혼 도장을 찍은 건 아니지만, 오빠는 늘 대기 상태로 긴장하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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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성유원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시하랑 스키장에 가기로 약속했으니, 당연히 와야지.”하지만 연지아는 이미 그에게 이번 주말엔 자신이 성시하를 돌보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터였다. 물론 성유원은 워낙 안하무인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부류였기에 타인의 말 따위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을 터다.그나저나 안연청이 낮에 그렇게 서럽게 울어대던데 기어이 그녀를 혼자 두고 여기까지 쫓아온 점은 의외였다.“시간이 늦었어. 시하 자야 해.”그러자 성시하가 침대에서 꼬물거리며 불쑥 끼어들었다.“에블린 이모, 아빠도 우리랑 같이 자면 안 돼요?”연지아는 성시하의 앞으로 다가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안 돼.”에블린 이모의 표정이 생각보다 진지하고 엄격해지자 성시하는 웅얼거리며 꼬리를 내렸다. “...네.”“자, 이제 얌전히 누워서 자자.”성시하는 얌전하게 침대에 누워 스스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까맣고 동글동글한 눈망울로 연지아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는 가련한 강아지 같은 눈빛이었다.그 모습을 보니 연지아는 차마 더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침대맡에 앉아 아이의 이불을 다정하게 매만져 주었다.성유원이 한 걸음 다가와 성시하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내일 아침에 보자.”“아빠, 잘 자.”“그래, 시하도 잘 자라.”성유원은 몸을 일으켜 연지아를 슥 쳐다본 뒤 이내 침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다음 날 아침.성민우는 연지아의 방 문 앞에 도착해 막 노크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곁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척에 슬쩍 시선을 돌렸다.저편에서 걸어오는 성유원의 모습이 보였으나 성민우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어젯밤 연지아가 강진연에게 성유원이 온천 호텔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강진연이 이를 배우진에게 투덜거리며 전달하는 과정에서 성민우 역시 그가 여기 와 있다는 것을 진작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성유원이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성민우는 왠지 모르게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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