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558 챕터

제421화

딩동.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강진연은 아연이의 작은 손을 꼭 쥐며 말했다.“아연아, 우리 먼저 타자.”연지아도 성시하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연지아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배우진이 잽싸게 그녀의 등 뒤로 가로막아 서며 성유원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동선을 차단했다.성유원은 한 걸음 내딛던 발출을 멈칫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성시하와 아연이는 서로 손을 꼭 맞잡고 서 있었다.배우진은 엘리베이터 안쪽에서 연지아의 앞을 지키듯 섰고 성유원은 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성민우는 그의 맞은편에 섰다.배우진이 연지아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어젯밤엔 잘 잤어?”연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응, 잘 잤어요.”배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두 사람이 산에 올라가서 설송 보고 싶다고 했잖아. 조금 있다가 둘이서 먼저 산에 다녀와. 아이들은 우리가 여기서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그 말에 성시하가 연지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에블린 이모는 나랑 아빠랑 같이 스키 안 타요?”연지아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이모는 진연이 이모랑 산에 좀 올라갔다 오려고 해. 산 위는 너무 춥고 길도 험해서 위험하거든. 그러니까 우리 시하랑 아연이는 여기서 스키 타고 놀고 있어. 이모들이 산에 갔다 와서 다시 같이 놀아줄게, 알았지?”성시하가 아쉬운 듯 입을 삐죽였다.“그럼 에블린 이모랑 진연이 이모, 빨리 돌아와야 해요.”“케이블카 타고 다녀오는 거라 금방 올 거야.”아래층 뷔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연지아와 강진연이 성시하를 챙기며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성민우가 연지아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내가 아침 음식 좀 가져다줄게.”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고마워.”배우진 역시 먼저 움직여 강진연과 아연이의 몫까지 아침 식사를 정성껏 받아왔다.“우진 삼촌, 감사합니다!”아연이가 배시시 웃었다.배우진도 눈꼬리를 접으며 화답했다.“아니야, 맛있게 먹으렴.”그사이 성유원이 음식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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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온화하고 예의 바른 태도만 봐서는 그에게서 오만하고 차가운 기색을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배우진이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성 대표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지아를 놓아주실 겁니까?”성유원은 고글을 쓰고 있어 눈빛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지만 그저 덤덤하게 대답했다. “방금 시하가 한 말, 배 대표님도 들으셨지 않습니까.”배우진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시하는 당신이 과거에 자기 엄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성유원이 배우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언젠가 시하가 제 엄마를 보내주겠다고 동의한다면, 저 역시 미련 없이 이혼할 겁니다.”같은 시각, 연지아와 강진연은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도착했다.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겨울 설송들은 고요한 한 폭의 그림 같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황홀하게 아름다웠다.한편, 경원시의 한 병원.송정미가 퇴원 수속을 마쳤고 안연청은 어머니의 팔짱을 꼭 낀 채 병원 로비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품에 아이를 안은 연무현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마스크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배난화가 그의 곁을 바짝 따르고 있었다.송정미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여우 털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아직 병색이 완연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한층 더 가녀린 미감이 돋보였다.그녀의 곁에 선 안연청 역시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자랑했으나 어머니와 비교하면 어딘지 모르게 세련미와 기품이 밀리는 감이 있었다.막대한 자본으로 오랜 세월 가꾸어 온 고고한 분위기는 멀리서도 단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연무현과 배난화 역시 마주 오던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송정미를 발견한 순간 배난화의 얼굴은 찰나의 순간 험악하게 굳어버렸다.연무현 또한 소스라치게 놀라며 멈칫하자 배난화가 그의 옷자락을 홱 잡아당기며 매섭게 쏘아붙였다.“당신 뭘 봐? 똑바로 안 걸어?”연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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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수화기 너머로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송정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지아는 지금 결혼해 있는 거나 다름없는 상태예요. 가치도 없는 결혼반지나 서류 한 장에 얽매여 굳이 스스로를 속박할 필요는 없죠. 당신이 옆에서 지아한테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연애도 해보라고 권해봐요. 어차피 성씨 가문에서도 걔한테 관심 없잖아요.”“내 원래 뜻은, 지아가 그냥 해외에 남아서 새 삶을 시작하는 거였어요. 거기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면 지금처럼 구질구질하게 얽히진 않았을 텐데.”연무현은 송정미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그때 송정미가 다시 물었다.“성민우라는 애, 알아요?”연무현이 답했다.“아, 민우 말이군. 지아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그 친구는 만나봤나?”연무현의 친근한 어조를 들은 송정미는 성민우와 연씨 가문의 관계가 무척 가깝다는 것을 대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전에 박은희에게 듣기로는 성민우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단 한 번도 사귄 적이 없어 도대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지, 심지어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닌지 의심까지 했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성민우가 여태 연애를 안 한 게 아니라 그저 마음속에 품은 그 한 사람만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것뿐이었다.송정미가 말했다.“걔 어머니랑 친분이 좀 있어서 그래요. 방금 내가 한 말, 무현 씨가 잘 생각해 보고 지아한테도 진지하게 권유해 봐요. 당신도 지아가 저렇게 영문도 모른 채 끊임없이 붙잡혀서 귀한 청춘을 허비하는 건 원치 않을 테니까요.”연무현은 그렇게 전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얘기 했어?”배난화의 싸늘하고 음산한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연무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잽싸게 뒤를 돌아보았다.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 있는 배난화의 모습에 그는 얼른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여보, 그냥 지아 일로 통화한 거야. 진짜 별일 아니야.”배난화는 거칠게 손을 뿌리치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 여자는 이제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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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막 통화를 마쳤을 때 안연청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엄마.”송정미가 부드럽게 물었다.“유원이는 지금 뭐 하느라 바쁘니?”안연청이 잔뜩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성시하 데리고 스키장 갔어. 연지아 그 여자랑 같이 있는지는 모르겠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이를 부득 갈았다.그놈의 성시하만 없었어도 성유원은 진작 자기와 결혼했을 터였다. 오직 성시하라는 존재 때문에 성유원이 어쩔 수 없이 연지아와 엮여야 한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아이에 대한 증오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차라리 그 아이가 어디론가 영영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악독한 생각까지 들었다. 성유원이 딸을 원한다면, 자기 역시 얼마든지 낳아줄 수 있었다.송정미는 그런 딸의 손을 꼭 쥐며 타일렀다.“됐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 쓰지 말거라. 연청아,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은 남자의 사랑이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야. 넌 지금 무조건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한 가문의 어엿한 안주인이 되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해.”송정미는 이미 안연청을 성유원의 회사에서 퇴사시킨 상태였고 지금 그녀를 위해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갖춰야 할 각종 맞춤형 수업들을 전면적으로 준비해 둔 참이었다.안연청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무슨 뜻인지 알아. 그런데 엄마, 오늘 병원에서 마주친 그 두 사람 대체 누구야?”그 늙은 여자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어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자꾸만 맴돌았다.송정미는 굳이 숨기지 않고 덤덤하게 털어놓았다.“네 오빠의 친아버지란다. 그리고 연지아가 바로 네 오빠의 친동생이지.”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연청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뭐?! 그게 정말이야?!”“그럼 오빠는...?”그녀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송정미가 말했다.“네 오빠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이 일은 절대로 네 오빠가 알아선 안 돼. 그러니 앞으로 오빠 앞에서는 연지아와 관련된 그 어떤 단어도 입 밖에 꺼내선 안 된다, 알겠니?”안연청은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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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여기까지 온 이상 산 정상의 풍경은 보고 가는 것이 당연했다.연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강현수는 강진연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긴 뒤 연지아와 함께 산꼭대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연은 이내 마음을 바꾸어 홀로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내려갔다. 그러고는 강현수에게 내려간다는 문자 한 통을 남겼다.그녀는 스키장으로 가지 않았다. 아연이와 배우진이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강진연은 곧장 호텔 객실로 돌아와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장소만 집에서 온천 호텔로 바뀌었을 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안락한 휴식은 매한가지였다.한편, 연지아와 강현수는 산을 오르고 있었다. 계단 표면이 눈과 얼음으로 꽤 미끄러웠기에 두 사람은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었다. 강현수는 연지아가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줄곧 그녀의 곁에서 신경을 곤두세웠다.하지만 연지아는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온 덕에 신체 균형 감각이 뛰어났고 신발 역시 미끄럼 방지 처리가 확실히 된 등산화였기에 산을 오르는 것 자체는 그리 버겁지 않았다.그런데 그때 그들의 몇 계단 앞에서 걷고 있던 한 여성이 갑자기 발을 헛디디며 뒤로 홱 넘어졌다. 중심을 잃은 여성의 몸이 그대로 연지아를 향해 덮쳐오던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강현수가 빠릿하게 움직였다. 그는 긴 팔을 뻗어 연지아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아 제 품으로 이끄는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굴러떨어지던 여성의 등을 묵직하게 받쳐 세웠다.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선 여성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강현수는 고개를 숙여 제 품에 안긴 연지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억센 팔은 여전히 연지아를 소중하게 감싸 안은 형태 그대로였다.“괜찮아?”연지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네, 전 괜찮아요.”그제야 강현수는 붙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앞의 여성은 뒤를 돌아보다가 강현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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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연지아가 말했다.“성유원이 왔어요. 지금 시하 데리고 아래쪽 슬로프에서 스키 타고 있어요.”연지아는 지금 성유원을 보고 싶지 않았다. 더더욱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성시하는 당연히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 할 터였다.성유원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불편해졌다. 애초에 저렇게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눈치라는 걸 모르는 법이었다.강현수는 연지아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젯밤 강진연이 이미 성유원도 이곳에 왔다고 말해 준 상태였다.두 사람이 산꼭대기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운해와 새하얀 설경이 가득했다.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을 짓누르던 걱정도 전부 사라지는 듯했다.연지아는 해 질 때까지 보고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강현수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 줬고, 연지아도 강현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줬다.난간 앞에 서서 멀리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질 만큼 시원했다.두 사람은 산꼭대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눈 덮인 풍경을 바라봤다.강현수가 창밖을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작년에 내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읽어 보라고 했을 때, 네가 그냥 쓰레기 남자 이야기 같다고 했었지.”연지아는 손에 들고 있던 따뜻한 찻잔을 감싸 쥔 채, 그 말을 들으며 전에 그 책을 읽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일이 너무 바빠서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그 정도 대작이면, 단순히 남성 중심 사회의 쓰레기 남자 이야기만 하려는 건 아니겠죠.”강현수가 말했다.“사랑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와는 좀 달라. 작가는 삶의 허망함, 무상함, 내면의 공허함,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의 허무를 한 남자가 바라보는 두 여자 위에 올려놓고, 거기에 다른 캐릭터까지 더해 네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는 거니까.”연지아는 강현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부드럽고도 단단해서 이상할 만큼 사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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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강진연은 휴대폰을 들어 강현수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강현수는 막 업무 전화 한 통을 마친 뒤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는 짧게 알겠다고 답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고, 앞에서 난간 위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연지아를 바라봤다.강현수는 걸어가 연지아가 만든 눈사람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이거 모양이 좀 독특한데.”연지아는 입김을 내뿜으며 말했다.“그냥 이상하게 생겼다고 해요.”강현수는 눈사람 모양을 조금 다듬고, 나뭇가지 두 개를 양옆에 꽂아 팔처럼 만들어 줬다.연지아는 허리를 숙여 눈사람 배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말했다.“이제 좀 눈사람 같네요.”강현수는 연지아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물었다.“눈사람이랑 같이 사진 찍을래?”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연지아는 몸을 옆으로 낮추고 눈사람 옆에 자리를 잡았다. 강현수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각도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다음에는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 둘이 함께 찍은 사진도 몇 장 남겼다.사진을 다 찍고 나서 강현수는 고맙다고 인사한 뒤 휴대폰을 받아 앞으로 걸어왔다.“어때?”연지아는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들여다봤다. 강현수가 사진을 넘겨 보여 주자 웃으며 말했다.“잘 나왔어요. 교수님, 이 정도면 진짜 사진작가 해도 되겠는데요.”강현수도 웃었다.“평가가 꽤 후한데?”연지아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냥 사실대로 말한 거예요.”“그 정도면 나도 부업 하나 생기겠네.”“교수님 몸값이면, 한 장 찍는 가격도 아무나 감당 못 하겠네요.”“네가 찍고 싶다면 전액 무료로 해줄게.”연지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사진은 무료로 잘 받을게요.”강현수는 방금 찍은 사진을 전부 전송해 줬다.산 위에는 사진 찍으러 온 블로거나 크리에이터들도 많았다.연지아와 강현수는 그저 모자만 눌러썼을 뿐인데도, 둘이 나란히 있는 분위기와 외모가 너무 눈에 띄었다. 특히 아까 눈사람을 만들고, 같이 사진을 찍던 장면은 꼭 드라마 한 장면 같았다.그걸 본 한 촬영자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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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아이 둘은 성민우와 배우진 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옷을 두껍게 입어서 그런지 꼭 작은 펭귄 같았다.성민우가 두 아이를 자기 앞에 세우고 물었다.“재밌게 놀았어?”아연이 배우진을 올려다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재밌었어요.”그때 성유원이 걸어와 말했다.“시하랑 아연이가 엄마들 보러 산에 올라가고 싶어 하더라. 민우야, 너희들이 데리고 올라가.”성유원은 점심때 강진연을 보긴 했지만, 굳이 아이들한테 그 얘기를 먼저 하진 않았다. 다만 배우진은 강진연이 지금 호텔방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성민우는 잠깐 멈칫하며 성유원을 바라봤다.성유원은 그를 보며 짧게 덧붙였다.“시하 잘 보고.”성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세 시쯤, 세 어른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 위로 올라갔다.“에블린 이모!”연지아는 곧장 걸어가 몸을 낮춘 뒤 성시하를 안아 올렸다.“안 추워?”성시하는 고개를 저었다.“안 추워요. 아빠가 지금은 일이 있어서 일몰은 못 본대요. 다음에는 아빠도 같이 보면 안 돼요?”연지아는 조금 의외였다. 성유원이 자기가 환영받지 않는 걸 이제는 아는 건가 싶었다.연지아는 일단 성시하 말에 맞춰 주었다.그렇게 일행은 해가 질 때까지 산꼭대기에 머물렀다.눈 덮인 봉우리는 주황빛 붉은빛을 입었고, 출렁이는 구름바다는 부드러운 저녁빛을 머금고 있었다.성시하와 아연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에블린 이모, 저기 봐요. 너무 예뻐요, 진짜 너무 예뻐요.”연지아는 성시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주었다.배우진은 아연을 안고 멀리에 있는 산과 해를 보여 주었고, 아연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강진연은 두 사람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당연히 기뻤다. 다시 시선을 옮기자, 연지아와 성시하가 보였고, 그 옆에서 성민우와 강현수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연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주황빛 빛무리가 여자의 얼굴에 얇은 금빛 막처럼 내려앉았고, 눈빛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다정함이 어렸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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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성시하는 비록 아직 어렸지만, 자기만의 원칙이 분명한 아이였다. 자기가 남한테 한 약속은 꼭 지키려고 했고, 남이 자기한테 한 약속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그래서 성시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쉽게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았다.연지아는 성시하의 기대 가득한 눈을 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일출 보려면 엄청 일찍 일어나야 해. 늦잠 자면 못 봐.”성시하는 곧바로 대답했다.“절대 늦잠 안 잘 거예요.”성유원이 연지아를 보며 말했다.“오늘 밤 시하는 나랑 잘 거야.”연지아는 시선을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성시하는 곧장 몸을 돌려 아빠 다리를 끌어안았다.“아빠도 늦잠 자면 안 돼.”성유원은 몸을 숙여 딸을 안아 올렸다.“아빠는 안 자. 자, 이제 에블린 이모한테 잘 자라고 해.”성시하는 먼저 연지아에게 뽀뽀부터 하려고 몸을 내밀었다.“에블린 이모, 잘 자요.”연지아도 성시하의 볼에 입을 맞췄다.“잘 자.”성유원은 그 모습을 내려다봤다. 여자의 얼굴에는 한없이 다정한 빛이 스며 있었다.연지아가 남자 시선을 느끼고 그를 다시 바라봤을 때는 눈빛이 금세 식어 있었다. 연지아는 다시 성시하만 보며 말했다.“일찍 자.”성유원이 뒤이어 말했다.“너도 일찍 자.”연지아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조명이 비친 남자 눈빛 안에는 분명 부드러운 기색이 있었고, 그게 오히려 너무 낯설었다.성유원은 잠깐 멍해진 연지아를 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성시하를 데리고 방을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연지아는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별다른 생각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욕조에 몸을 담갔다가 나온 뒤, 침대에 기대앉아 오늘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넘겨봤다. 그러고는 사진 아홉 장을 묶어 SNS에 올렸다.사진에는 지난 이틀 동안 함께 스키 타며 찍은 장면도 있었고, 오늘 산에 올라 찍은 눈 풍경도 있었다. 강현수와 함께 찍은 눈사람 사진, 그리고 정중앙에는 오늘 일몰을 배경으로 찍은 두 사람의 사진이 있었다.모든 사진에서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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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석진운이 곧이어 또 메시지를 보냈다.[석진운: 그런데 그 여자랑 강현수는 무슨 사이예요? 사귀는 사이?][성유원: 한가하게 여기서 멋대로 추측할 시간 있으면, 차라리 가서 제대로 된 일이나 하세요.][석진운: 저 그냥 한마디 물어본 것뿐인데, 왜 그러세요!]성유원은 더 이상 석진운에게 답장하지 않았다.“아빠!”성시하가 잠꼬대처럼 작게 불렀다.성유원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이불을 살짝 당겨 주었다.“왜?”“아빠, 아침에 꼭 일찍 깨워줘야 해!”성유원은 큰 손으로 성시하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럴게. 자.”그날 밤.한 사진 블로거가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온 뒤, 연지아와 강현수의 투샷은 큰 관심을 끌었고, 그 블로거에게 엄청난 트래픽을 가져다주었다.일부 네티즌은 블로거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마음대로 찍어 올렸다며 초상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 트래픽 앞에서 블로거는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곧 누군가 연지아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바로 재경 방송국의 앵커였고, 예전에 인터넷에서는 그녀가 각종 재계 거물들 사이를 오간다는 스캔들이 떠돈 적도 있었다.물론 그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명되었고, 게시자도 사과했다.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음모론을 좋아하고, 그 스캔들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에는 악의로 사람을 재단하는 이들이 늘 부족하지 않았고, 그들의 눈에는 아름다움 자체가 죄였다.곧이어 온라인에서는 사진 속 여자 주인공에 대한 뒷말이 퍼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욕설까지 등장했다.그 말들 사이에는 질투가 가득했다.하룻밤 사이, 연지아는 마치 아무 관련도 없는 낯선 사람들 눈에 용서받지 못할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되어버렸다.블로거의 댓글 창은 원래 몇 안 되는 풍경 칭찬뿐이었지만, 곧 사진 속 여자 주인공을 심판하는 말들로 바뀌기 시작했다.트래픽은 점점 더 커졌다.그런데 갑자기.블로거의 계정이 바로 차단당했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같은 지역 게시물이었기 때문에 강진연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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