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그때 갑자기 귀엽고 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아린은 분홍색 패딩을 입고 있었고 토끼 귀가 달린 모자가 움직일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렸다. 보송보송한 모습이 정말 털이 복슬복슬한 아기 토끼 같았다. 그녀는 두 사람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고 옆에서는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따라붙어 지켜보고 있었다.“아가씨, 천천히 가세요.”박상건은 손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박아린을 번쩍 안아 올렸다.“아이고, 우리 아린이. 넘어지면 어떡하려고 이렇게 뛰어오니?”박아린은 작은 손으로 박상건의 목을 감싸 안고 쪽 소리를 내며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박상건은 눈가에 주름이 가득 잡히도록 웃으며 그녀의 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었다.“얼른 유원 삼촌한테 인사해야지.”박아린은 성유원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원 삼촌.”성유원은 온화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삼촌이 안아 줄까?”박아린은 얌전히 두 팔을 내밀었고 성유원은 그녀를 받아 안았다. 그의 눈빛에는 박아린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박상건은 박아린에게 물었다.“증조할아버지 아직도 화나 계시니?”박아린은 작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제가 증조할아버지한테 케이크 만들어 드렸어요. 엄청 좋아하셨어요.”박상건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증조할아버지는 우리 아린이를 제일 좋아하잖아.”“...”두 사람은 박아린과 함께 마당에서 놀아 주었다. 박아린은 꽃밭에서 나비를 잡으며 조심스럽게 날개를 붙들고 혼잣말을 몇 마디 건넨 뒤 다시 나비를 놓아주었다.“자네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아린이도 친구가 생기겠군.”성유원은 박아린을 바라보며 박상건의 말에 맞장구쳤다.“그러게요.”정오가 가까워졌다.박상건은 성유원에게 점심을 먹고 가라고 권했지만 성유원은 정중히 사양했다. 지금 박대훈은 아마도 아직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터였다.“내가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보겠네. 며칠 지나면 화도 풀리실 거야.”“고맙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래, 조심해서 가게.”박아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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