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인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연지아가 먼저 조심스레 말했다.“교수님께 전화 한 통 해볼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재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강현수에게서 온 전화였다.손재인은 전화를 받으며 목이 잠긴 목소리로 불렀다.“네, 선배.”강현수가 말했다.“일은 전부 들었어. 아버님한테 연락 왔지?”손재인은 짧게 대답했다.“네, 지금 금자당으로 오라고 하셨어요.”강현수는 차분히 말했다.“일단 가서 상황부터 봐. 괜히 무리하거나 성급하게 굴지 말고.”마지막 말은 특히 힘을 주어 덧붙였다.그의 말에 손재인은 낮게 답했다.“네, 그럴게요.”전화를 끊고 잠시 숨을 고른 손재인은 연지아를 향해 말했다.“미안해요, 지아 씨.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요.”그러나 연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앞에 지하철역 있어요. 그냥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남편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대신 화를 풀고 있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성유원에게 했던 말이 오히려 그를 더 자극한 건 아닐지 연지아는 마음 한쪽이 무겁게 내려앉았다.손재인은 더 고집하지 않고 돌아가는 길 조심하라는 말만 남겼다.차에서 내리기 전, 연지아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선배님, 이번 일 절대 감정적으로 굴지 말아요. 아버지 회사 이익이 제일 중요하잖아요.”손재인은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성격도 강한 편이었던지라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말아요, 알고 있어요.”손재인의 차가 먼저 떠났다.연지아는 그 자리에 서서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차가 다시 차들 사이로 스며들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시선을 거두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지하철 입구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성민우의 전화였고 곧장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민우야.”“맞은편 봐.”고개를 들자 길 건너편에서 손을 흔드는 성민우가 보였다.연지아는 앞쪽 횡단보도를 건너 성민우에게 다가갔다. 그는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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