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아는 전화를 받았다.“네, 할머니.”김미현이 물었다.“지아야, 요즘 몸은 좀 어떠니?”“괜찮아요.”“그래, 마침 내일 일정도 없으니 가서 너도 볼 겸 병원 가서 검사도 같이 받자.”연지아는 잠시 멈칫했다.임신 후 오션 빌리지에 머무는 동안 김미현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 직접 보러 오고 검진까지 챙기겠다니 결국 관심은 뱃속 아이에게 있는 듯했다.거절할 이유는 없었다.“네, 할머니. 그런데 제가 요 며칠 친정에 있어요. 시간 말씀해 주시면 병원에서 기다릴게요.”김미현이 물었다.“왜 친정에 가 있는 거니?”성유원은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말을 그녀 입에서 꺼낼 수는 없었다.연지아는 담담히 말했다.“오래 본가에 못 간 것 같아서요. 잠깐 다녀오고 싶었어요.”김미현은 타이르듯 말했다.“이틀쯤 있는 건 괜찮다. 그래도 너무 오래 있지는 말고 남편은 잘 챙겨야지. 내가 예전에 한 말, 아직도 마음에 안 담아두었구나.”연지아는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꽉 쥐었다.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할머니, 죄송해요. 저는...”“됐다. 검진은 내일 아침 열 시로 하자.”김미현은 말을 끊어버렸다.연지아는 더 말하지 않고 짧게 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연지아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마음을 다잡은 뒤에야 자신이 사는 동으로 향했다.다음 날, 마침 주말이었던지라 연지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배우진이 그녀를 서화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병원은 명한 그룹 산하의 병원이었다.연지아는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배우진은 다른 일정이 있어 몇 마디 당부를 남기고 차를 몰아 떠났다.그녀는 병원 로비 벤치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삼십 분쯤 지나자 김미현이 병원에 도착했다.연지아는 입구에서 김미현을 보았다. 검은 코트를 입고 목에는 진주 목걸이, 귀에는 옥빛 귀걸이를 달고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고풍스러운 웨이브로 말려 있었고 화장은 단정했다. 여전히 고귀하고 단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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