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831 - Chapter 840

935 Chapters

제831화

성유원은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송나겸을 한 번 바라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직 모든 길이 막힌 건 아니야.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았고.”송나겸은 무감각하게 굳은 얼굴로 앞 유리 너머를 달리는 차만 바라볼 뿐 성유원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성유원은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런 결과가 닥칠 수도 있다는 건 너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거야. 그러니 이제는 마주하고 해결해야 해. 이러고 있어 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한참이 지나서야 송나겸이 입을 열었다.“가끔은 네 냉정하고 단호한 성격이 정말 부러워. 언젠가 시하가 널 미워하게 되더라도 넌 이렇게 태연하게 말할 수 있겠지.”그렇게 말하던 그는 갑자기 헛웃음을 흘리며 덧붙였다.“물론 넌 또 가정하는 건 싫다고 하겠지. 무슨 일이든 네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내 심정 따위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야.”성유원은 운전대를 잡은 채 정면만 바라보았다. 깊고 어두운 눈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빛이 감돌았지만 송나겸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강현수는 흔들림 없이 차를 몰았다.연지아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현수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그 시각 안연청과 조정혁의 약혼식이 열리는 저택에서는 조정혁이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안홍걸은 송정미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해성시로 돌아갔다.조정혁의 부모는 현재 경원시까지 한 시간을 남겨 두고 비행 중이었으며 오늘 밤 열리는 약혼 만찬에 곧장 참석할 예정이라 지금 벌어진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조경주는 다급히 여기저기 연락하며 조정혁을 찾고 있었다.약혼식이 취소되었다는 발표가 없었기에 일부 하객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저택의 모든 일정도 여전히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사람들은 약혼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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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순간 영문 모를 두려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이제 송정미는 자신의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말 알 수 없었다.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던 안연청은 도우미의 말을 듣자 낯빛이 변했고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우선 별실로 모시고 가서 기다리시라고 해요.”“네.”도우미는 대답한 뒤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송정미는 안연청을 돌아보며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연청아, 넌 푹 쉬고 있어. 엄마가 먼저 가서 만나 볼게.”안연청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정미는 안시혁에게 전화를 걸어 위층으로 올라와 누나의 곁을 지키라고 했다. 위층으로 올라온 안시혁은 어머니를 보자 말했다.“엄마, 형이 왔어요.”송정미가 말했다.“알고 있어. 넌 누나 곁에 있어 줘.”안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형이랑 차분히 이야기해 보세요.”어머니만 같은 형을 안시혁은 무척 존경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의 관계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자신이 나서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송정미는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알았어. 누나 곁에서 말동무나 잘해 줘.”당부를 마친 뒤 송정미는 안연청에게 몇 마디 더 이르고 방을 나섰다.안시혁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있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며 말했다.“누나, 정말 이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힐 필요 없어.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얼마든지 많잖아.”안연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혁도 더는 말하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켰다.아래층 별실.연지아는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송나겸은 곁에 서서 차마 연지아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는 듯했다.성유원과 강현수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거실 전체에 숨이 막힐 만큼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하이힐이 바닥을 밟는 날카로운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이윽고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별실로 들어선 송정미는 곧바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갑자기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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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연지아는 송정미 앞으로 걸어가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다가오는 연지아와 마주한 송정미는 피할 수도 없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연지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송정미는 그저 도망치고만 싶었다.연지아는 걸음을 멈추고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정미 사모님, 안연청 씨를 만나러 왔어요. 전화로는 제게 제대로 하지 못한 말이 있는 것 같아서요.”송정미는 연지아의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연지아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는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연청이는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쉬고 있어요.”연지아는 송정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방금 전화했을 때는 목소리에 유난히 기운이 넘치던데요. 몸이 안 좋은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송정미는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그녀는 도우미의 부축에 온전히 의지해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렇게 침묵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말없이 서서 연지아가 어떻게 나올지만 기다렸다.“그렇다면 충분히 쉴 때까지 기다리죠. 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송정미가 도우미의 팔을 꽉 붙잡자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도우미가 말했다.“사모님, 우선 가서 쉬시도록 부축해 드리겠습니다.”도우미는 속으로 의아하고 놀라웠다. 대체 이 여자가 누구이기에 다른 사람들 모두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고 심지어 사모님마저 그녀 앞에서 이토록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일까.도우미는 송정미를 부축해 자리를 떠났다.거실을 나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송정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빠졌고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사모님.”도우미가 걱정스럽게 불렀다.거실 안.송정미가 떠난 뒤 몸을 돌린 연지아가 송나겸을 바라보자 그가 황급히 말했다.“그럼 지아야, 우선 좀 쉬고 있어.”연지아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다들 나가요.”세 사람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강현수는 송나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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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송정미가 말을 끊었다.“시혁아, 지금은 묻지 마.”안시혁은 더는 캐묻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안연청을 침대에서 부축해 일으켰다.안연청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안시혁의 부축에 몸을 맡겼다.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차는 이미 서쪽 측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송정미가 안연청을 부축해 차에 태우려던 순간이었다.“송정미 사모님, 왜 그렇게 서둘러 가려고 하세요?”그 말을 듣자 송정미의 몸이 저도 모르게 굳었다.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의 전신이 환한 불빛 아래 드러났지만 밝은 빛은 정작 그녀의 눈동자까지 닿지 못했다.연지아를 바라보는 순간 송정미는 숨이 막히는 듯했다.연지아는 두 사람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안연청은 눈앞의 여자를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가슴이 크게 들썩이고 호흡마저 가빠졌다.그때 연지아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렸다.“지아야!”송정미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그러나 연지아는 그저 안연청의 한쪽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마침내 그녀의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 입가에는 지극히 차가운 조소가 걸렸다.“정말 내가 당장 죽기를 바랄 만큼 날 미워하나 보네요. 안타깝게도 난 죽지 않았어요.”연지아의 말을 들은 송정미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이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도 그때 성유원을 붙잡지 못한 건 사실 안연청 씨 잘못이 아닐지도 몰라요. 안연청 씨는 머리가 없잖아요. 어리석은 데다 악하기까지 하죠. 그렇게 남들 앞에 내놓지도 못할 비열한 계략만 꾸미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 사람도 안연청 씨한테 이렇게까지 매정하지는 않았을 텐데...”송정미는 연지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지금은 자신의 딸을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연지아의 손가락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안연청의 목에 걸린 보석에 닿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맞춤 드레스까지 차려입은 모습은 실로 귀티가 흘렀다.“오늘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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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송정미는 눈을 크게 뜨고 연지아를 노려보았다.“하객들도 아직 돌아가지 않았는데 사모님은 이곳에 남겨진 사람들이 마냥 기다리게 할 생각이세요? 조정혁이 이렇게 떠들썩하게 약혼식을 준비했는데, 정작 현장에 나타나 보니 약혼녀가 사라지고 없다면 그때는 조씨 가문에 어떻게 설명하시려고요?”송정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연지아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그녀라고 짐작하지 못할 리 없었다. 송나겸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연지아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송정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았는데도 송나겸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성유원의 표정도 무심하기만 했다. 조금 전 연지아가 과거의 일을 들춰내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강현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사모님은 안연청 씨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시죠.”연지아는 오늘 조정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송나겸에게 조정혁을 반드시 만나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친어머니를 마주한 지금,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는 연지아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누구라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안시혁은 성큼성큼 송나겸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형, 누나를 먼저 보내 줘!”송나겸이 입을 열었다.“시혁아, 넌 이 일에 관여하지 마.”지친 목소리였지만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안시혁은 다시 연지아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 그녀가 안연청에게 했던 말을 통해 그도 연지아가 성유원의 아내라는 사실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안씨 가문이 영은과 협력하고 있어 연회에서 본 적이 있었다. 성유원의 아내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중에는 그녀가 떠났다는 소문도 들었다. 사실 안시혁 역시 그녀가 당시 쫓겨나다시피 떠났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이제 그녀가 돌아왔으니 자신의 누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지금은 송나겸마저 그녀의 편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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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강현수는 손을 뻗어 막으며 타일렀다.“조금만 마셔.”연지아도 순순히 잔을 내려놓았다.연회장에 있던 하객들은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와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러나 미처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다시 그들의 안색을 살펴보니 누구도 접근하지 못할 만큼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말을 걸려던 사람들은 눈치껏 몸을 돌려 떠났다.눈부시게 화려한 약혼식장은 낭만적이고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으며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까지 가득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약혼을 앞둔 행복한 순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어느새 이곳은 화려하게 장식된 처형장처럼 변해 있었다.그렇게 오후 네 시 반쯤 되었을 때 송나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전화기 너머의 말을 들은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보안 요원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송나겸에게 말했다.“송 대표님, 안연청 씨가 머리를 다쳤습니다.”안연청은 의식을 되찾은 뒤 자살 소동을 벌였다. 미처 막지 못한 사이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다시 의식을 잃은 것이었다.송나겸은 연지아를 한 번 바라본 뒤 보안 요원에게 말했다.“그럼 병원으로 보내세요.”“네.”조씨 가문에서도 사람이 왔다. 조정혁 아버지의 수행비서가 사람들 앞에서 약혼식 취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연회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수행비서는 송나겸과 성유원 앞으로 다가왔다.“송나겸 씨, 성유원 씨. 따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상대의 태도는 정중했다.송나겸은 연지아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앞으로 다가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아 야, 오늘은 우선 돌아가서 쉬면 안 될까?”간청에 가까운 말투였다.연지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가 평온할수록 송나겸은 더욱 두려웠다. 차라리 연지아가 격렬하게 화를 내거나 자신을 때리며 분노를 쏟아 내기를 바랐다.조금 전 보안 요원이 한 말은 연지아도 당연히 들었다.송나겸이 다시 강현수를 바라보자 강현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송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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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연무현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가슴에는 안타까움만 가득했다. 아버지인 자신이 무능한 탓에 두 아이가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했다.“그래.”송나겸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증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세요. 제가 잘 처리할게요.”“알았다.”송나겸은 다시 배난화를 바라보며 진지하고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주머니,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아버지와 상관없어요. 모두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배난화는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도 연지아의 정체를 알게 된 뒤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그가 어떻게든 잘못을 만회하려 했던 것만은 진심이었다.“나겸 씨도 지쳤을 테니 돌아가서 푹 쉬어요!”“네. 지아를 잘 부탁드릴게요, 아주머니.”“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죠.”송나겸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한 뒤 몸을 돌려 거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성유원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강현수 역시 세 사람에게 인사한 뒤 떠났다. 지금 연지아에게는 혼자 조용히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그들이 차례로 모두 떠난 뒤 배난화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층을 바라보았다.배우진이 말했다.“시하가 곁에 있으니 지아는 괜찮을 거예요.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배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배난화는 음식을 쟁반에 담아 위층으로 가져갔다.연지아는 성시하와 함께 카펫에 앉아 비즈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다정하고 평화로운 두 모녀의 모습을 보니 연지아도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배난화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선 와서 밥부터 먹자! 만들기는 이따가 하고.”성시하도 마침 배가 고팠다. 오후 내내 엄마를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이다.연지아는 성시하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먼저 손 씻고 밥 먹자.”“네.”두 사람은 손을 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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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배난화는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돌려 성시하에게 다가간 뒤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럼 엄마는 더 자게 두고 우리 먼저 아래층에 내려가서 아침 먹자.”“네.”오전에는 송나겸이 연씨 가문을 찾아왔다. 그의 모습은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아버지, 아주머니. 지아는요?”배난화가 말했다.“아직 쉬고 있어요. 나겸 씨 요즘 많이 바쁠 테니 우선 나겸 씨 일부터 잘 해결해요. 지아도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지금 나겸 씨를 만나 봐야 별로 할 말도 없을 테니 조금 더 기다려요.”송나겸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연지아가 보고 싶어 찾아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연무현도 그를 타일렀다.“그래, 나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 너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송나겸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때 배난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직 아침 안 먹었죠?”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송나겸은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배난화를 바라보았다. 반사적으로 이미 먹었다고 말하려던 순간 연무현이 입을 열었다.“나겸아, 아주머니한테 어서 감사하다고 해야지.”정신을 차린 송나겸은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바꾸었다.“고맙습니다, 아주머니.”배난화는 그를 한 번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송나겸에게 토마토 수프로 만든 국수 한 그릇을 끓여 주었다.“먹어요.”송나겸은 눈앞에서 따뜻한 김을 피워 올리는 토마토 수프 국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배난화는 식당을 나갔다.연무현이 의자를 빼 주었다.“나겸아, 앉아.”송나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인 뒤 의자에 앉았다.연무현은 그의 곁을 지켰다.“어서 먹어. 국수가 불겠다.”송나겸은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한입 먹었다. 닭고기도 넣은 국수에서 고소한 향이 풍겼다. 그저 평범한 국수 한 그릇일 뿐이었지만 송나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갑자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코끝이 시큰해졌다.그러나 그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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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말을 꺼내려던 연무현은 연지아를 바라보았다.성시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연지아는 성시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랑 밖에 나가서 산책하자.”“네.”연지아는 성시하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송나겸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두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무현은 송나겸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나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네.”지금 상황은 송나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나니 오히려 마음 한편이 홀가분해졌다.그에게는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연지아와의 관계는 앞으로 천천히 풀어 갈 시간이 충분했다.조금 전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마음도 한결 차분해졌다.그때 송나겸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후 연무현 일행에게 작별을 고한 뒤 배난화에게 말했다.“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국수 정말 맛있었어요.”배난화는 가볍게 대답만 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후 송나겸은 직접 차를 몰고 연씨 가문을 떠났다.그날 강진연은 아연을 데리고 연씨 가문으로 찾아왔다.오후에 점심을 먹은 뒤 그들은 교외로 딸기를 따러 갔다.강진연은 연지아가 처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안연청의 오빠가 연지아의 친오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다면 송정미는 연지아의 친어머니라는 뜻이었다.진실을 알게 된 순간 연지아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큰 충격과 고통을 감당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연지아는 모든 게 평소와 다름없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혀 이상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물론 그렇다고 연지아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무렵 손재인이 강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하던 일을 일찍 마치고 그들을 만나러 온 뒤 저녁도 함께 먹을 예정이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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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강진연의 말에 손재인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지금 차로 갈게요. 저녁 같이 먹어요.”“그래요.”전화를 끊은 뒤 강진연은 연지아 일행을 찾아갔다.저녁이 되자 일행은 교외에 있는 한 친환경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손재인은 연지아와 함께 술을 꽤 많이 마셨다. 연지아는 과음한 탓에 나중에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아연과 성시하가 식사를 마치자 강진연은 두 아이를 데리고 마당에 있는 연못으로 작은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식당 안, 연지아는 자신의 잔에 술을 더 따르려 했다.“이제 그만해요, 지아 씨. 조금만 마셔요.”손재인은 그녀가 들고 있던 술병을 가져갔다.연지아가 짙은 취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마지막 한 잔만 마실게요.”손재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지아를 바라보았다. 술병을 옆에 내려놓고 술을 따라 주지 않은 채 손을 뻗어 연지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지아 씨, 마음이 힘들면 우리한테 말해도 돼요. 우리가 계속 지아 씨 곁에 있어 줄게요.”연지아는 손을 빼고 힘없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손을 들어 머리를 문지른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자신의 인생이 정말이지 황당하고 우스꽝스럽게만 느껴졌다.손재인은 진지하게 타일렀다.“지아 씨한테는 지아 씨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요. 지아 씨는 혼자가 아니에요. 과거가 어땠든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죠. 이제 모든 게 서서히 좋아질 거예요. 우리 모두 지아 씨가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고 있어요.”연지아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취기로 흐릿해진 눈으로 손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아요. 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그저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니까요.”손재인은 그녀의 손을 놓았다.“네.”날이 점점 저물자 일행은 시내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식당을 나서는 순간 마당을 밝히는 불빛 속에서 훤칠한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성시하는 아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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