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901 - Chapter 910

931 Chapters

제901화

얼굴선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은 천년 동안 마른 우물처럼 아득했다. 그 깊은 곳에는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손목에 찬 염주가 한층 엄숙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는 아무런 표정 없이 서 있었지만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진이정.연지아는 전에 석진운이 마련한 프라이빗 모임에서 만났던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진이정은 연지아를 한번 훑어본 뒤 고개를 숙이고 온몸을 떨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불렀다.“연정아.”윤연정은 그를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거역하지도 못했다.“크... 큰오빠.”“돌아가자.”남자의 낮은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강압적인 기세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윤연정은 앉은 채 움직이지 않고 연지아의 손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진이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윤연정은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진이정의 기세가 변한 것을 느낀 듯 온몸을 세차게 떨었다.성민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진이정 씨, 연정 씨가 함께 가기를 원하지 않으니 돌아가 주시죠. 진심원 씨가 와서 연정 씨를 데려갈 겁니다. 연정 씨를 제게 맡겼으니 저도 진심원 씨가 직접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진이정은 고개를 돌려 성민우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성민우 씨, 지금 바로 진심원에게 전화해요.”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배어 있었다.성민우는 그와 시선을 마주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진이정은 시선을 거두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진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가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상대는 받지 않았다.진이정은 더 전화하지 않고 윤연정을 바라보았다.“연정아, 나와 돌아가자.”윤연정은 연지아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초점 없는 눈으로 어디인지 모를 곳을 바라보던 그녀는 잠시 침묵한 뒤에야 겨우 목소리를 냈다.“나.... 난 언니를 기다릴래.”이 말을 하는 데 모든 힘을 다 쏟은 듯했다.연지아는 남자의 얼굴이 확연히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이정 씨, 우선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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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진이정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잠투정이 심하네요.”“무슨 일이죠?”“성유원 씨 아내한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해요.”그 말을 듣자 성유원은 잠이 완전히 깼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막 깨어난 듯한 나른함이 묻어 있었다.“그쪽이 사람 하나 단속하지 못하면서 왜 남이 참견한다고 탓해요?”진이정이 말했다.“그래도 난 자기 아내 하나 단속하지 못하는 누구보다는 낫죠.”성유원의 어두운 눈빛이 가라앉았다.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안타깝지만 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진이정이 말했다.“언젠가는 그 말도 하지 못하게 될걸요.”성유원이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진이정이 대답했다.“아무튼 내가 할 말은 아까와 같아요.”말을 마친 뒤 그는 전화를 끊었다. 성유원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이제 잠이 완전히 깬 그는 손으로 흐트러진 짧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메신저를 확인했지만 연지아는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정말 고집이 셌다.연지아가 잠시 윤연정의 곁을 지키고 있을 때 성시하가 찾아왔고 연지아는 윤연정에게 몇 마디 한 뒤 먼저 떠났다.성민우는 윤연정의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남아 있기로 했다.집으로 돌아오자 송나겸이 마당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었다. 연지아를 발견한 그는 상대에게 몇 마디 한 뒤 전화를 끊었다.“나겸 삼촌.”성시하가 불렀다.송나겸은 다가와 성시하 앞에 몸을 낮추고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이제 외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성시하는 입을 가렸다가 해맑게 웃으며 불렀다.“작은외삼촌.”송나겸은 웃으며 말했다.“그냥 외삼촌이라고 불러.”‘작은’이라는 말은 어감이 썩 좋지 않았다.“외삼촌.”“착하네.”송나겸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민우 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조금 전 진이정이 성민우의 별장에서 나오는 모습도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을 터였다.연지아가 대답했다.“진심원 씨가 자기 동생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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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연지아는 황급히 몸을 낮춰 성시하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아빠가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했어?”성시하는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두어 번 흐느끼며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아빠가 오늘 회사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대요.”“엄마가 먼저 전화해서 물어볼게. 시하는 걱정하지 마.”성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연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소파로 걸어갔다. 몸을 숙여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세 연결되었고 남자의 낮고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어떻게 된 거야?”성유원이 대답했다.“어지럽고 뇌진탕 증상이 있어서 지금 병원에 있어.”그렇다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연지아가 물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한 거야?”성유원이 대답했다.“세상일은 알 수 없잖아.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큰 문제만 없으면 됐어.”성유원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렇게 매정해?”연지아는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 곁에서 성시하가 자신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지고 안쓰러웠다.연지아는 숨을 내쉬었다.“우선 푹 쉬어.”성유원은 짧게 대답했다.통화를 마친 뒤 연지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몸을 낮췄다. 손을 들어 성시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며 달랬다.“아빠는 괜찮아. 시하는 걱정하지 마.”성시하가 웅얼거렸다.“하지만 아빠 혼자 병원에 있고 곁에 아무도 없잖아요.”“아빠 곁에도 잘 돌봐 줄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그래도 아빠는 엄마가 돌봐 주기를 바랄 거예요.”연지아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럼 우선 목욕하고 내일 다시 이야기할까?”성시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지아는 성시하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욕실로 가서 목욕시켰다.목욕을 마친 성시하는 혼자 얌전히 침대에 누웠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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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네. 손재인 씨 일행은 모두 아침 식사를 마쳤습니다.”“알았어요.”연지아와 성시하는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는 강진연과 손재인이 연지훈과 함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손재인이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어젯밤에는 문까지 잠그더군요. 내가 정말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두 사람의 방은 서로 붙어 있었다.손재인은 방으로 돌아가며 송나겸의 침실 앞을 지날 때 그가 문을 잠그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강진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이렇게 보니 재인 씨가 그 사람에게 남긴 트라우마가 상당한가 봐요.”그들은 손재인과 송나겸이 전에 사귀었고 안연청 때문에 헤어졌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과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냈는지는 몰랐다.손재인은 연애할 때 비교적 내성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내성적인 쪽은 송나겸이었다. 오히려 손재인이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재인 이모는 누구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손재인은 성시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성시하가 다가오자 말랑하고 부드러운 작은 볼을 꼬집었다.“당연히 시하를 잡아먹고 싶지.”“시하는 맛없어요.”“말랑하고 달콤한 솜사탕 같은 시하가 맛없다고 누가 그래?”“...”손재인은 성시하의 볼에 세게 입을 맞췄다.깜짝 놀란 성시하는 엄마의 곁으로 달려가 앉았다. 엄마의 팔을 끌어안고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엄마, 재인 이모가 정말 시하를 잡아먹으려고 해요.”사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연무현과 배난화는 연지훈을 데리고 친척 집에 다녀올 예정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가져갈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배우진과 송나겸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민우와 마주쳤다. 진이정이 찾아와 윤연정을 데려가는 일을 막으려면 성민우가 이곳을 지켜야 했다.송나겸도 성민우의 행동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배우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윤연정 씨는 어쨌든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요. 민우가 이렇게 집에 머물게 하면 진씨 가문에서도 분명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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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열 시쯤 배난화와 연무현이 연지훈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송나겸은 자신이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먼저 말했다.연무현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송나겸은 고집을 부렸다. 누군가를 피하려는 마음이 너무나도 뻔히 보였다.연무현도 더는 뭐라고 하기 어려웠다.차에 올라탄 뒤 송나겸은 운전해서 출발했다. 조수석에 앉은 연무현은 아들에게 진지하게 말했다.“나겸아, 재인이는 정말 좋은 아이야. 너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으니 우선 만나 보면서 알아 가도 되잖아.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생각하면 되지. 너도 자신에게 기회를 한번 줘 봐.”송나겸이 대답했다.“아버지,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뒷좌석에 앉아 그의 말을 듣던 배난화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좋은 여자라고 해서 모두 지난 일을 따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무조건 기다려 주는 건 아니에요.”손재인과 송나겸이 전에 사귀었다는 사실을 배난화는 연무현에게 말하지 않았다.배난화가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지 연무현은 알지 못했고 그저 맞장구를 쳤다.“나겸아, 네 아주머니의 말이 맞아. 모든 좋은 여자가 너를 기다려 줘야 하는 건 아니야. 네가 기회를 잘 잡아야지.”송나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이제 집에는 연지아 일행만 남았다.점심에는 성민우도 그들과 함께 식사했고 윤연정에게 가져다줄 음식도 따로 준비했다.오후가 되자 성시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연지아는 아이를 데리고 오션빌리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손재인도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려 하자 강진연이 물었다.“송나겸을 기다리지 않아요?”“기다려도 소용없어요. 이런 일은 다가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해요.”강진연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재인 씨는 경험이 많네여.”“마침 진연 씨와 배우진 씨가 집에 있으니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강진연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 배우진은 마른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손재인은 그를 한 번 바라본 뒤 강진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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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연지아가 막 전화를 걸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강진연에게 걸려 온 전화였기에 연지아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진연아.”“지아야, 오늘 저녁에 나와서 같이 밥 먹자. 오빠가 방금 경원시로 돌아왔어.”단오절 연휴 이틀 동안 강현수는 해성시에 머물다가 오늘 막 경원시로 돌아왔다.연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이따가 교수님에게도 말할게.”“오늘 저녁에 무슨 일 있어?”연지아는 레뉴에 간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하루만 머물다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성시하를 핑계로 우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연지아는 강현수에게 연락했다.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다고 알리며 사흘 동안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강현수가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연지아가 대답했다.“처리할 일이 조금 있어요. 그래도 금방 끝날 거예요.”강현수는 침묵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네.”전화를 끊은 뒤 연지아는 숨을 내쉬었다. 강현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송나겸도 방금 연지아의 말을 들었지만 그녀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래도 송나겸 씨가 손재인과 제대로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송나겸이 오늘 강현수를 찾아온 주된 이유는 손재인의 일이었다.“내가 말해도 듣지 않을 거예요.”강현수가 물었다.“그런데 솔직히 말해 봐요. 그때 손재인과 헤어지고 조금이라도 힘들었어요?”송나겸은 찻잔을 가볍게 쥔 채 엄지손가락으로 잔의 무늬를 쓸었다.“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제는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말하기 어려워요.”강현수는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송나겸 씨랑 지아는 역시 친남매답네요. 감정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계속 스스로 도망치는 길만 선택하잖아요.”당시 손재인은 송나겸을 찾아가 제대로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송나겸은 피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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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연지아는 두 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밀어내며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깊은 입맞춤에 순간 숨이 막혔다.연지아가 더는 견디지 못하는 것을 느낀 성유원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신선한 공기가 가슴으로 들어오자 연지아의 의식도 서서히 돌아왔다.남자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진 뒤에야 놓아주었다.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가슴을 들썩이며 숨 쉬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연지아는 물기 어린 아름다운 눈으로 원망스럽게 그를 노려보자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공항을 나와 차에 올라탄 뒤 연지아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어디에도 부딪친 흔적이 전혀 없었다.성유원은 여자의 시선을 마주하며 입꼬리를 올렸다.“왜, 너무 오랫동안 나를 못 봐서 그래?”연지아가 말했다.“어디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말해 봐.”성유원은 웃으며 말했다.“지금 멀쩡하면 됐잖아.”연지아는 그를 바라보며 몇 초간 눈을 마주쳤다. 이내 눈빛을 가라앉히고 시선을 거두어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지금 더 물어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데리고 곧장 센트럴파크 빌딩으로 돌아갔다.차에서 내린 뒤 성유원은 고작 22인치밖에 되지 않는 작은 여행 가방을 바라보았다. 언제든 떠날 생각으로 온 것이 분명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경호원에게서 가방을 받아 든 뒤 연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안에 내가 먹을 주먹밥도 있어?”연지아가 대답했다.“안 가져왔어.”성유원은 입꼬리를 올리고 연지아의 손을 잡았다.“가자.”68층에 도착했다.성유원은 그동안 계속 이곳에서 지냈다. 넓은 아파트의 거실 통유리창에서는 센트럴파크 전체가 내려다보였다. 멀리 네온사인이 찬란하게 빛나는 야경도 한눈에 들어왔다.성유원은 도우미에게 연지아를 먼저 방으로 안내해 짐을 정리하도록 지시했다.이층, 부부 침실 내부는 극도로 간결하고 단순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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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성유원은 주먹밥 두 개를 모두 먹었다.그때 성시하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 속 아빠와 엄마를 본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엄마 도착했어요?”연지아는 짧게 대답한 뒤 물었다.“시하는 아침 먹었어?”성시하가 대답했다.“아직 안 먹었어요. 아빠랑 엄마는 뭐 먹었어요?”“...”세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성유원이 말했다.“자, 시하야. 이제 얌전히 아침 먹으러 가.”성시하는 착하게 대답했다.“시하가 아빠랑 엄마를 방해하지 않을게. 엄마, 안녕.”“안녕.”영상 통화가 끝난 뒤 두 사람의 식사도 거의 끝나 있었다.성유원은 호텔 전담 직원에게 식기를 치우게 한 뒤 욕실로 갔다. 하지만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씻고 나왔다. 허리에는 목욕 수건이 느슨하게 둘러져 있었고 온몸에서는 물기가 피어올랐다. 전신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근육은 하나하나 탄탄하게 부풀어 힘이 넘쳐 보였다.연지아는 소파에 앉아 계속 가까워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걸음에 따라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뛰자 시선을 돌렸다.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여자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너...”성유원은 잔뜩 긴장한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가의 웃음을 더욱 짙게 했다. 침대 곁으로 걸어가 여자를 위에 던지자 그녀의 몸이 몇 번 튕겼다. 연지아가 고개를 든 순간 남자의 허리를 가리고 있던 유일한 수건이 느슨하게 풀렸다.순간 연지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몸은 저도 모르게 희미하게 떨렸다.남자가 그녀의 위로 몸을 기울였다. 짙은 남성의 기운이 연지아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성유원은 손가락으로 여자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래듯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긴장돼?”연지아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괜찮아. 천천히 하면 돼. 여러 번 하다 보면 긴장하지 않을 거야.”그렇게 말한 뒤 다음 순간 쾌락과 고통이 섞인 듯한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이른 아침.창틈을 통과한 햇살이 침실 안으로 비쳤다. 방 곳곳에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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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요즘은 어때?”연지아가 물었다.데이비드가 대답했다.“달라진 건 없어. 예전에 하던 일을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어.”연지아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더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데이비드가 물었다.“오늘 밤에 볼까?”연지아는 잠시 멈칫했다.“무슨 뜻이야?”데이비드가 대답했다.“성유원이 아직 말하지 않았어? 오늘 밤 파티가 있어.”연지아가 말했다.“몰랐어.”데이비드는 웃으며 말했다.“분명 너를 데리고 올 거야.”통화를 마친 뒤 연지아는 따로 전화해 묻지 않았고 오늘은 아파트에서 쉬었다. 네 시쯤에는 내일 오후 두 시에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문자를 받았다.무의식적으로 신분증과 여권을 확인하려던 순간 호텔 전담 직원이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사장님께서 준비하신 드레스가 도착했습니다.”조금 전 데이비드의 말을 들었기에 연지아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어떤 파티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곧바로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남자의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연지아가 말했다.“몸이 좀 불편하니까 파티에는 혼자 참석해.”성유원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아직도 불편해?”지난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지만 연지아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연지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아무튼 혼자 가. 난 쉬고 싶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연지아의 말을 들은 호텔 전담 직원은 먼저 몸을 돌려 물러났다.저녁 여섯 시가 되자 연지아는 저녁을 먹으며 창밖의 먼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성유원이 아파트로 돌아왔다. 검은색 턱시도를 차려입은 그는 어깨가 넓고 허리는 잘록했다. 짧은 머리를 뒤로 넘겨 이목구비가 더욱 뚜렷해 보였다.파티에 참석할 차림이 분명했다.연지아는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파티에 가는 거 아니었어?”성유원은 여자의 곁에 앉아 자연스럽게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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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성유원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에서 나온 연지아를 보자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연지아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성유원은 앞으로 다가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정말 예뻐.”연지아는 그의 칭찬에 대답하지 않았다.남자는 양복 주머니에서 반지 상자를 꺼냈다. 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여자의 손을 잡고 오른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그의 왼손 약지에도 이미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네가 화난 건 알아서 내 반지는 내가 알아서 꼈어.”연지아는 눈을 들어 그를 한번 노려보았다.“자기 주제는 잘 아네.”성유원은 웃으며 말했다.“정말 달래기 힘들다니까.”연지아는 상대하지 않았다.“가자.”성유원은 여자의 손가락을 깍지 껴 잡고 아파트를 나섰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롤스로이스는 진작부터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유원이 연지아가 차에 타도록 부축했고 곁에 있던 직원은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정리했다.삼십 분 뒤 차는 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뒤 성유원은 연지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파티장은 극도로 호화로웠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향락적이고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밀려왔다. 짙은 술 향기가 공기 중에 퍼져 공기마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듯했다.연지아는 사실 이런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성유원은 그녀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손을 가볍게 잡았다.“오래 있지는 않을 거야. 시간이 되면 돌아가자.”연지아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낮게 대답했다.“유원, 에블린. 왔구나.”데이비드가 와인잔을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화려하면서 자유분방한 차림이었다.활짝 열린 옷깃 아래 목에는 가느다란 백금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보석이 박힌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부유한 분위기가 눈부실 정도였다.물론 이런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데이비드뿐이었다.데이비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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