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911 - Chapter 920

931 Chapters

제911화

분위기가 순간 굳어졌고 연지아는 곁에 있는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성유원이 이렇게 난처해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역시 데이비드였다. 아무나 사람들 앞에서 성유원을 이렇게 놀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성유원 씨.”외국인 중년 남자가 잔을 들고 다가왔다.성유원은 자연스럽게 표정을 가다듬고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신사다운 교양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했다.“피터스 씨.”오늘 파티를 주최한 사람이었다.데이비드도 앞으로 나아가 그와 악수하며 인사했다. 상대의 시선이 연지아에게 향하자 성유원이 소개했다.“제 아내 에블린입니다.”연지아는 의례적이고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와 악수했다. 그는 성유원에게 말했다.“정말 아름다운 부인이시군요.”성유원은 웃으며 대답했고 두 사람은 잠시 인사를 나눴다.피터스는 다른 사람들을 맞이하러 가야 했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데이비드는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다.데이비드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멋쩍게 웃었다.연지아는 성유원의 곁에서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녀는 품위 있고 여유롭게 모든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했다. 성유원은 연지아를 각별히 챙겼고, 여자를 바라보는 눈에는 감탄과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리고 금실 좋은 부부로 보였다.파티장에서 연지아는 조정혁을 발견했다. 남자는 평소처럼 활기차고 생기가 넘쳤다.안씨 가문과 벌어진 일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이용당한 안씨 가문만 이제 세력을 잃었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데리고 오랫동안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피로가 어린 것을 알아차리고 피터스에게 직접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차에 올라탄 뒤 연지아는 좌석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었다.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지난밤 남자가 끝도 없이 괴롭힌 탓에 지금은 온몸이 유난히 피곤했다.성유원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쉬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차가 아파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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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연지아가 막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안에서 방문이 열렸다. 연지아는 손을 허공에 든 채 굳어 버렸다. 눈을 들어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자 차갑고 날카롭던 그의 표정이 누그러졌다.“왜 아직 안 자고 있어?”연지아는 손을 내리며 말했다.“할 말이 있어.”성유원이 말했다.“지금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해.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일찍 자.”그는 여자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성큼성큼 떠났다.연지아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가 잠시 침묵하더니 몸을 돌려 침실로 돌아갔다.다음 날 연지아가 깨어났을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성유원은 어젯밤 돌아오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녀는 일어나 씻고 단장한 뒤 아침을 먹었다.짐을 정리하고 가방을 열어 신분증과 여권을 확인하려던 순간 두 가지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누가 가져갔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기에 연지아는 휴대전화를 들어 성유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남자의 피곤하고 쉰 목소리가 들렸다.“왜?”연지아는 그의 말투를 듣고 물었다.“내 신분증과 여권, 네가 가져갔어?”성유원은 부인하지 않았다.“응. 이쪽 일이 끝나면 같이 돌아가자. 길어도 일주일이야.”연지아는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 온갖 방법으로 자신을 속여 이곳까지 데려온 남자가 쉽게 보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여권과 신분증을 아예 가져가 버릴 줄은 몰랐다.연지아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지금 회의 중이야.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말을 마친 뒤 성유원은 전화를 끊었다.연지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옆으로 던졌다. 화가 가슴을 막아 가슴이 들썩이고 숨쉬기조차 불편했다. 그는 여전히 제멋대로였다.비행기가 출발할 때까지도 신분증과 여권은 돌려받지 못했고 연지아는 미탑승 안내 문자를 받았다.결국 그녀는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렸다.그때 배난화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배난화는 연지아가 주성시에 간 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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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그러면 정말 바쁜 모양이었다. 여덟 시가 넘어서 성유원이 아파트로 돌아왔다.연지아는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을 들어 다가오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성유원은 소파로 다가가 그녀의 곁에 앉더니 손을 뻗어 허리를 감싸며 옅게 웃었다.“왜 그렇게 바라봐?”연지아는 차갑게 되물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해야 할 것 같아?”성유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는 여자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네가 내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여. 우리 결혼식 전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 건 싫거든.”연지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성유원, 너와 더는 다투고 싶지 않아. 온갖 방법을 써서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건 받아들일게. 하지만 내 삶의 자유도 존중해 줘. 난 너한테 의존하지 않을 거야.”성유원은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며 표정을 가다듬었다.“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걸 알아. 앞으로 네 자유를 구속하지도 않을게. 이번 한 번뿐이라고 약속해.”연지아는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내가 어떻게 널 믿어?”성유원은 여자의 손을 잡았다.“내가 네게 정말 신뢰를 잃었나 보네.”연지아가 말했다.“자기 주제는 잘 아네.”성유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네가 조금만 다정했다면 나도 달래고 속이기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야.”연지아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내가 오 년 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야?”성유원은 차분한 표정으로 여자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그런 뜻은 아니야.”말이 끝나자 공기가 고요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연지아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었다.“여권과 신분증을 돌려줘.”성유원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그가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몰랐기에 연지아도 더 할 말이 없었다. 성유원은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던지라 도우미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우선 나랑 밥 먹자.”성유원은 여자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그날 밤 두 사람은 함께 온기를 나눴다. 전날 밤과 달리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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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연지아가 말했다.“마침 말하려던 게 있어. 나 내일 귀국하려고 해. 회사 쪽에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성유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그래. 그러면 먼저 들어가. 비행기표는 사람 시켜서 예약해 둘게.”그 말을 듣자.연지아는 성유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이렇게 쉽게 허락할 줄은 의외였다.그 반응을 본 성유원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그게 무슨 눈빛이야. 내가 말 바꿀까 봐 그래?”연지아가 말했다.“내가 너를 얼마나 못 믿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이제 일어...”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성유원이 손목을 잡았다.살짝 힘을 주자 연지아는 그대로 침대 위로 넘어져 성유원의 품에 기대게 됐다.연지아는 놀라 고개를 들어 뒤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성유원의 코끝은 거의 그녀의 이마에 닿을 만큼 가까웠고, 따뜻한 숨결이 뺨 위로 내려앉았다.“그러면 네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낮고 유혹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연지아는 온몸의 신경이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사람의 속마음까지 꿰뚫어 볼 듯한 깊은 눈과 마주쳤다.연지아는 애써 감정을 억누른 채 손으로 몸을 받쳐 일어나려 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성유원을 바라보았다.“너 똑똑하잖아. 내가 말 안 해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성유원은 입꼬리를 올렸다.“네 마음속에서 내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었구나.”연지아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성유원을 한번 흘겨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대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성유원도 이불을 걷고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왔다.남자의 움직임을 느낀 연지아가 곁눈질로 한번 바라봤다가 얼굴빛이 순간 변했다.“너...”성유원은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장난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연지아는 홱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고 빠르게 걸어가려 했다.성유원이 뒤에서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렇게 부끄러움 타서 어떡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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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연지아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자기가 언제 옷을 사주겠다고 했던가?성유원은 여자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깊고 검은 눈은 마치 속마음까지 한눈에 꿰뚫어 보는 듯했다.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가 돈 낼 필요는 없어.”연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성유원은 연지아의 손을 잡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남성복 매장은 2층에 있었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두 사람은 그중 한 매장으로 들어갔다.성유원이 입는 옷 중 상당수가 이 브랜드에서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직원들은 두 사람을 보자 앞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맞이했다.성유원이 연지아에게 말했다.“네가 골라.”연지아는 남자를 한번 바라봤다가 시선을 거두고 옷이 진열된 곳으로 걸어갔다.행거에 걸린 옷들을 살펴보며 하나씩 골랐다.성유원은 소파에 앉았다.직원이 차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주었다.성유원은 홍차를 천천히 마시며 진지하게 옷을 고르고 있는 연지아에게 시선을 두었다.연지아는 오늘 지적인 분위기의 흰색 미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가느다란 종아리가 살짝 드러났고, 발에는 빨간색 플랫슈즈를 신었다.긴 머리는 반묶음으로 정리했다.정교한 옆얼굴과 차분한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성유원의 시선은 무심결에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를 스쳤다.연지아는 두 벌을 골라 코디한 뒤 직원에게 사이즈를 말했다.직원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옷을 가지러 갔다.연지아는 몸을 돌려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성유원은 그녀를 바라보다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벌써 다 골랐어? 내가 무슨 사이즈 입는지도 알아?”“몰라.”성유원이 웃었다.“되게 성의 없네.”연지아는 소파에 앉아 다른 찻잔을 집어 들었다.가볍게 입김을 불어 식히며 담담하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대충 고른 거야.”성유원은 손을 뻗어 연지아의 허리를 감싸고 가까이 다가왔다.“대충 골라도 상관없어. 네가 골라준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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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연지아는 마음이 철렁해 고개를 홱 들었다.곧바로 성유원의 압도적인 눈빛과 마주쳤다.“너...”“정말 그냥 평범해?”성유원은 계속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왔다.잘생긴 얼굴은 담담했지만, 검은 눈은 연지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연지아는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몸을 피하려 하자 성유원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연지아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성유원의 어깨를 밀었다.그때 남자가 다시 물었다.“정말 평범해?”마음에 드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쉽게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다.연지아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그를 노려보았다.“엄청 잘 어울려. 됐어?”하지만 성유원은 여전히 놓아주지 않았다.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그냥 잘 어울리는 정도야?”분명 그 대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연지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물러설 생각 없이 말했다.“성유원, 계속 이러면 너 혼자 쇼핑해.”성유원은 이미 붉어진 연지아의 얼굴을 바라보다 낮게 웃었다.“칭찬 한마디 듣기가 이렇게 힘드네.”그제야 손을 거두고 몸을 바로 세웠다.그리고 몸을 돌려 탈의실로 향했다.연지아는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두 번째 옷은 성유원이 따로 갈아입어 보지 않았다.그냥 직원에게 두 벌 모두 포장해달라고 했다.연지아는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성유원이 결제하려던 순간.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고객님, 사모님께서 이미 결제하셨습니다.”성유원은 고개를 돌려 연지아를 바라보았다.연지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성유원은 들고 있던 카드를 다시 거두었다.직원이 포장을 마친 옷을 건넸다.성유원은 쇼핑백을 받아 들고 연지아 앞으로 다가왔다.“가자.”연지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성유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매장을 나선 뒤.성유원이 말했다.“가방이랑 액세서리도 좀 보자. 마침 시하한테 가방 하나 사주려고 했어. 네가 가져다줘.”연지아는 별다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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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성유원은 전화를 끊고 연지아를 바라보았다.“가자. 일단 집에 데려다줄게.”그 말에 연지아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어떻게든 자신을 데리고 같이 가려고 할 줄 알았다.연지아가 막 시선을 거두려던 순간, 성유원이 물었다.“가고 싶어?”연지아는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그냥 빨리 집에 데려다줘.”성유원은 성큼성큼 따라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30분 뒤.두 사람은 아파트로 돌아왔다.집사가 산 물건들을 하나씩 거실에 가져다 놓았다.성유원은 드레스룸으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옷을 모두 갖춰 입고 도우미에게 스타일링까지 받고 나오니 어느새 40분 가까이 지나 있었다.연지아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밖으로 나온 성유원을 바라보니 다시 평소의 냉철한 비즈니스 엘리트 분위기로 돌아가 있었다.다만 목에 맬 넥타이만 아직 하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었다.성유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리 와.”연지아는 몇 초간 멈칫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성유원 앞에 멈춰 서서 손에 들린 넥타이를 받아 들었다.팔을 들어 그의 목 뒤로 넥타이를 둘러 매기 시작했다.성유원은 고개를 숙여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잘생긴 얼굴에는 부드러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그가 말했다.“이번에는 너무 세게 조이지 마.”그 말을 들은 연지아의 손이 잠시 멈췄다.고개를 들어 깊고 검은 성유원의 눈과 마주쳤다.“그러고 보니 네가 잘도 상기시켜 주네.”성유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마지막으로 매듭을 조일 때.연지아는 일부러 힘을 주어 넥타이를 조금 세게 잡아당겼다.손을 거두려던 순간.성유원이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다른 한 팔로는 연지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살짝 힘을 주자 연지아의 몸이 그대로 남자의 가슴에 바짝 붙었다.성유원 특유의 짙은 체취와 뜨거운 기운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가늘고 긴 눈매가 살짝 좁혀졌다.“역시 속으로 나쁜 생각 하고 있었네.”연지아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약해?”성유원은 입꼬리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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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연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곧바로 뉴스 알림을 눌러 확인했다.어젯밤 대서양을 항해하던 한 호화 크루즈가 거센 폭풍을 만나 50명이 실종되고 100명이 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연지아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곧바로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다.“에블린.”“데이비드, 어젯밤 성유원이랑 같이 있었어?”데이비드도 그녀의 말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원래 오늘 헬기 타고 배에 올라갈 예정이었어. 나도 지금 유원이랑 연락이 안 돼. 해상 순찰대에서 수색 중이고, 나도 따로 사람을 더 투입했어.”그러다 갑자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런데 유원이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에블린 너는 자연스럽게 이혼할 수 있는 거 아니야?”그 말을 듣는 순간.연지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데이비드! 농담도 상황 봐가면서 해.”데이비드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걱정하지 마. 유원이 그 자식 워낙 목숨 질긴 사람이잖아. 별일 없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찾으면 다시 연락할게.”연지아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움켜쥔 손끝이 희게 질려 있었다.그녀는 다시 뉴스 내용을 자세히 확인했다.크루즈가 전복된 것은 아니었다.다만 선체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실종자들은 바다에 추락한 사람들이었다.밤.끝없이 펼쳐진 깊은 바다.연지아는 그 뒤를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하지만 성유원이라면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살아남을 능력이 충분했다.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닥쳤다고 해도 쉽게 바다에 떨어질 사람은 아니었다.그런데도 지금 머릿속은 걷잡을 수 없이 엉망이었다.연지아가 기사에게 말했다.“차 돌려주세요.”그때.휴대폰이 진동했다.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연지아의 가슴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진정하려 했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전화를 받았다.“시하야.”성시하는 지난 며칠 동안 아빠와 엄마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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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송나겸이 다시 달랬다.“별일 없을 거야.”연지아는 낮게 대답했다.“응.”전화를 끊었다.연지아는 힘이 풀린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온몸에서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식은땀이 흘렀다.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굳어 앉아 있었다.조금씩 진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최악의 상황은 끝내 성유원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성유원 주변에는 그의 것을 노리는 사람들이 승냥이 떼처럼 들끓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눈이 그의 자산을 나눠 가지려고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연지아는 다시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다.“데이비드, 성유원 회사에서 이쪽 책임자 연락처 하나 보내줘.”데이비드는 연지아의 말을 듣자 곧바로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감탄하듯 말했다.“에블린, 벌써 이렇게 침착해졌네.”연지아는 지금 데이비드와 한가롭게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었다.“일단 보내줘.”데이비드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알았어.”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에게서 연락처가 도착했다.연지아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상대방은 계속 통화 중이었다.지금 성유원에게 일이 생겼으니 상대해야 할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었다.연지아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곧바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집사에게 기사를 준비해 성유원이 근무하는 회사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30분 뒤.연지아는 차에서 내려 건물 앞에 섰다.눈앞에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이 우뚝 솟아 있었다.마치 거대한 강철 거인이 차갑게 아래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듯했다.이곳에는 레뉴의 수많은 엘리트들이 모여 있었다.연지아는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고개를 들자 출입 게이트 쪽에서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안경을 썼고 체격은 보통이었다.단단하고 침착한 분위기에서 전형적인 엘리트의 기품이 느껴졌다.남자는 연지아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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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연지아는 하명진을 바라보았다.하명진이 자신을 경계하는 만큼, 연지아 역시 그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아무리 성유원의 최측근이라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이야말로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한번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그 뒤 두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연지아는 하명진을 믿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성유원의 곁에서 보좌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물론 연지아만 하명진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하명진 역시 연지아를 완전히 믿지는 못했다.두 사람은 각자의 입장에서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떠보고 있었다.정말 사이가 깊은 부부라면 남편이 실종된 상황에서 이렇게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연지아의 얼굴에는 뚜렷한 슬픔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한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하명진도 결국 연지아를 믿기로 했다.연지아가 한 말은 모두 틀리지 않았고, 대화를 들어보면 그녀 역시 이 업계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유원의 아내라면 오히려 이런 사람이어야 했다.무슨 일이 생겼다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연지아가 말했다.“성유원 쪽의 모든 자산 현황이랑 중요한 프로젝트 자료를 전부 정리해서 가져다주세요.”하명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사모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말을 마친 하명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사무실을 나갔다.하명진이 나간 뒤.연지아는 고개를 돌려 책상 쪽을 바라보았다.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성유원의 컴퓨터를 켰다.하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연지아는 우선 성시하의 생일을 입력해 봤다.틀렸다.이번에는 성유원의 생일을 입력했다.역시 아니었다.성유원의 카드 비밀번호 같은 것도 연지아는 알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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