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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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알고 보니, 당시 심씨 집안이 아무 대가 없이 선의로 강씨 집안을 도와준 게 아니었다.그때 강중그룹에는 적지 않은 자금이 급하게 필요했다. 심씨 집안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강중그룹의 지분 5%.거기에 앞으로 5년 동안 강중그룹의 수익을 심명그룹과 6대4로 나눠야 했다.강중그룹이 6, 심명그룹이 4.어느 쪽으로 계산해 봐도 심명그룹이 지나치게 큰 이득을 챙기는 거래였다.그 무렵 강서규는 응급실로 실려 가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겨우 스무 살인 강이주는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상태였고, 집안에는 장숙연 혼자만 남아 있었다.강중그룹을 지키기 위해서 장숙연은 결국 심씨 집안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였다.강서규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중풍으로 쓰러진 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장숙연은 자신이 심씨 집안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강서규가 알게 되면, 강서규가 다시 큰 충격을 받을까 두려웠다.고민 끝에 장숙연은 몇 가지 일을 숨기기로 했다. 지분 5%는 1%라고 줄여서 말했다.장숙연은 5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그게 바로 장숙연이 강이주가 심씨 집안과 결혼하는 걸 끝까지 고집했던 이유이기도 했다.가족이 되면 남처럼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었으니까.장숙연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그때의 결정이 강씨 집안에 불공평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숙연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고, 대출을 알아볼 수 있는 곳도 전부 알아보았다. 장숙연은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누구도 그런 큰돈을 선뜻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강이주는 조용히 장숙연의 말을 들었다.강이주는 심씨 집안이 어떤 식으로 이득을 챙겼는지 굳이 길게 평가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씨 집안이 강씨 집안의 위기를 틈타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일은... 역겨울 정도로 불쾌했다.결국 강이주는 장숙연이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했다.강이주가 회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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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이주야.”장숙연이 다시 강이주의 이름을 불렀다.장숙연의 눈에는 아직도 초조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정말 원후와 다시 생각해 볼 마음 없어?”결국 이야기가 또 심원후에게 돌아오자, 강이주는 대답하지 않았다.장숙연이 다시 설득하려고 입을 열 사이도 없이, 강이주가 먼저 말했다.“엄마가 강중그룹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엄마가 왜 이렇게까지 붙잡고 있는지도 이제 알아요.” “잘못된 일은 늦게라도 바로잡으면 돼요. 아무도 엄마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강이주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아빠도 엄마를 탓하지 않으실 거고, 저는 더더욱 엄마를 탓할 자격이 없어요.”오늘 전까지만 해도, 강이주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왜 장숙연이 딸의 행복까지 희생시키려고 하면서 강중그룹을 지키려 드는지, 왜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매달리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강이주는 한때 자신이 정말 장숙연의 친딸이 맞는지 의심한 적도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세상 어느 어머니가 딸에게 참고 굽히며 살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강이주가 오늘 강서규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강이주는 끝내 몰랐을 것이다.알고 보니, 그해 강서규의 결정이 빗나간 이유는 강서규의 판단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었다.장숙연이 가장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기 때문이었다.그 사람은 장숙연에게서 당시 프로젝트 입찰 최저가를 알아냈고, 그 정보를 경쟁사에 넘겼다. 두둑한 돈을 챙긴 뒤에는 곧장 J시를 떠났다.처음 장숙연은 자신이 데려온 친구가 강씨 집안의 큰 혼란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장숙연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 사람은 프로젝트 제안서 내용까지 사진으로 찍어 넘겼다.장숙연은 그 사실을 안 뒤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특히 강중그룹이 거의 무너질 뻔했던 일과 강서규의 건강 악화는 장숙연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다.지난 3년 동안 장숙연의 성격은 점점 더 한쪽으로 기울었다. 장숙연은 오직 강중그룹을 지켜야만 그때의 잘못을 갚을 수 있다고 믿었다.그리고 보상해야 한다는 생각과 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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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다 지나간 일이에요.”강이주는 장숙연의 어깨를 가만히 끌어안았다.강이주의 말을 들은 장숙연은 더 버티지 못하고 딸을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그날 밤, 강이주는 결국 강씨 집안에서 묵기로 했다.장숙연이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드는 것까지 확인한 뒤, 강이주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방으로 돌아온 강이주는 장숙연의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는 장숙연의 진료 기록을 강이주의 핸드폰으로 보내 주었다.기록에 적힌 ‘중증 조증’과 ‘중증 불면증’이라는 글자를 보자, 강이주의 가슴이 아파 왔다.3년 동안, 강이주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그것도 이렇게 심각하게 아팠다는 것을.기억을 더듬어 보면, 강서규가 요양병원에 들어간 뒤부터 장숙연은 점점 낯선 사람이 되어 갔다.장숙연은 이유 없이 화를 내면서 물건을 집어 던졌고, 듣기 힘든 말들을 쏟아냈다. 강이주에게는 심원후 곁에 남으라고 몰아붙였다.장숙연이 늘 강경하게 강이주를 심원후에게 기대게 만들려 했기 때문에, 강이주의 마음에는 반감이 쌓였다. 그 탓에 강이주도 점점 집에 돌아오는 일이 줄어들었다.알고 보면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었다.장숙연은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강이주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장숙연의 방으로 다시 가 보려 했다.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리더니,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강이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문밖에는 심씨 집안 사람들이 서 있었다.심씨 집안의 부모인 심순남과 지정애가 심원후, 심원후의 누나 심원희를 데리고 찾아온 것이었다.사람들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다.한눈에 봐도 장숙연에게 따지러 온 모습이었다.강이주는 처음에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장숙연이 약을 먹고 겨우 잠든 상태라는 사실이 떠올랐다.결국 강이주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이곳은 고급 단독주택 단지였다.심순남 부부는 철문 밖에 서 있었다.강이주의 모습이 보이자,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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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심씨 집안 사람들을 마주하면서도, 강이주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강이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정애도, 심원희도 처음부터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걸.강씨 집안이 예전 같지 않게 된 뒤로, 두 사람은 줄곧 강이주가 지금의 심씨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지정애와 심원희는 강이주 앞에서도 비꼬듯 흠을 잡은 적이 있었고, 강이주가 없는 곳에서는 여러 번 곤란한 일을 만들기도 했다.강이주는 그런 일들을 상대하기 귀찮았다. 가끔 참지 못하고 맞받아친 적도 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늘 심원후의 짜증 섞인 반응뿐이었다.나중에는 강이주가 심씨 저택에 가는 횟수를 아예 줄여 버렸다.지금도 지정애와 심원희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들처럼 구는 모습을 보자, 강이주는 상대할 마음이 사라졌다.강이주는 차갑게 시선을 거둔 뒤, 돌아서서 들어가려고 했다.심씨 집안 사람들이 오늘 무슨 이유로 찾아왔든 좋은 일일 리는 없었다.“이주야.”그때,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강이주만 바라보던 심원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심원후의 시선은 강이주에게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굴 필요 없잖아. 우리 제대로 이야기 좀 하자.”심원후의 기억 속 강이주는 이렇게까지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강이주가 공개한 정리 자료를 심원후도 보았다.실은 지금쯤이면 J시에서 그 자료를 본 사람이 적지 않을 터였다.자료 속 내용을 심원후가 하나씩 읽어 내려가지 않았다면, 심원후 자신조차 몰랐을 것이다. 심원후가 강이주에게 그렇게 많은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심원후의 마음에는 후회가 밀려왔다.특히 백초아가 강이주를 자극했던 말들이 공개되자마자, 심원후는 곧장 백초아를 찾아가 따졌다.그때 백초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자신이 강이주를 질투한 것은... 강이주가 심원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백초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심원후에게 아직 그를 잊지 못했다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고백했다.백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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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심원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그만 좀 해.”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심원후는 자신과 강이주 사이에 심원희가 계속 끼어드는 것이 정말 지긋지긋했다.지정애는 아들의 화난 표정을 보고 심원희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이제 그만 입을 다물라는 뜻이었다.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속셈을 품고 있었다.바로 그때, 심순남이 강이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우리도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있단다. 우리는 혼담을 다시 넣으러 온 거야.” “장 여사님도 늘 네가 우리 심씨 집안으로 시집오길 바라지 않았니? 오늘 우리는 충분히 성의를 보이러 왔다.”심순남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철문 밖에 선 네 사람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빈손으로 오신 성의요?”말을 마친 강이주의 웃음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혼담을 넣으러 오면서 빈손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강이주도 처음 보았다.게다가 시간도 이미 밤이었다.마치 남에게 보이면 곤란한 일을 하러 온 사람들 같은 모습이었다.심순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심씨 집안 사람들이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강이주의 지적을 듣고 보니, 확실히 변명하기 어려웠다.심원희는 목을 꼿꼿하게 세운 채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유세 떨지 마. 우리 가족이 직접 찾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의 있는 거 아니야? 괜히 이것저것 트집 잡으면서 네 몸값 올리려 들지 마.”“지금 강씨 집안이 예전 같지도 않은데, 우리 집안이 너를 며느리로 받아 주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강이주는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아, 그렇게 보면 내가 주제를 모르는 거네? 그럼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심씨 집안에서 나를 받아 주는 은혜에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그건 당연...”심원희는 강이주가 이제야 제 처지를 아는 모양이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심원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이주가 먼저 말을 잘라 버렸다.“정말 신기하네. 심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미있어. 심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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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심원후는 진심을 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하지만 강이주의 눈에는 그 모든 게 지나치게 꾸며낸 것처럼 느껴졌다.강이주는 비웃음을 흘렸다.“사진은 각도 때문에 그렇게 찍힌 거라고 치자. 그럼 영상은? 그것도 합성이야?”강이주는 속으로 생각했다.‘아직도 나를 예전처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이미 백초아와 한 침대에 있었던 일까지 다 터진 마당이었다.어쩌면 심원후 자신조차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강이주가 이미 두 사람이 침대에서 뒹구는 사진과 영상에 모자이크를 입혀서 한꺼번에 공개해 버렸다는 사실을.그게 아니었다면, 심원후가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꺼낼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심원후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영상 이야기는 정말 처음 듣는 눈치였다.그 놀란 표정 하나만으로도, 강이주는 모든 걸 알아차렸다.강이주의 눈빛이 굳어졌다.“또 백초아가 꾸민 거라고 할 생각이야? 네가 그런 마음이 없었으면, 걔가 어떻게 널 건드려. 네가 받아주니까 걔가 나까지 건드린 거잖아?”말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이제 다 터지고 나니까, 입만 열면 전부 백초아 탓이네. 너는 깨끗하고 억울한 사람이고?”강이주는 피식 웃었다.“그거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아?”심원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왠지 뻘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강이주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결국 너는 누구도 사랑 안 해. 너한테 여자는 그냥 옵션이야.”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양쪽에 여자를 둔 상황을 즐기면서, 둘이서 널 두고 싸우는 것도 재미있었겠지.”강이주는 심원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너는 다정한 게 아니라 욕심이 많은 거야. 그리고 이기적이고.”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덧붙였다.“너 자신밖에 안 사랑해.”강이주는 심원후의 속내를 정확히 찔렀다.‘어차피 백초아한테도 진심일 리 없어.’강이주는 마음속으로 냉정하게 결론을 내렸다.그저 여자들이 자신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을 즐겼을 뿐이다.그래서 더더욱 지금이 적기였다.지금 끊어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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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심순남은 서로 합의된 거래라고 여겼다.이익이 오가는 자리에서 감정을 앞세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심순남에게 있어서 강씨 집안을 돕는 일은 자선이 아니었다.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줄 이유도 없었다.강이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제가 역겨운 건요.”강이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마치 은혜라도 베풀어 준 사람인 것처럼 구는 그 태도예요. 가져갈 건 다 가져가면서, 감정까지 챙기려고 하잖아요.”입꼬리가 비틀렸다.“그래서 아드님 연애 방식도 그런 거겠죠. 회장님께서 제대로 가르치신 덕분에요.”속으로 강이주는 씁쓸하게 생각했다.‘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야. 집안에서 배운 대로 사는 거지.’그 말이 떨어지자, 심순남과 심원후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강이주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심씨 집안이 이익을 원하는 거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굴어요. 괜히 베푸는 척하지 말고요.”목소리는 더욱 단호해졌다.“진짜 보기 불쾌하니까. 이제 돌아가 주세요. 두 집안 사이에 더 할 얘기 없습니다.”강이주는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이제 심씨 집안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불쾌함조차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그때, 심원희가 허리에 손을 얹고 앞으로 나서더니, 강이주에게 삿대질을 하며 거칠게 쏟아냈다.밖에서 보이던 단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말투와 행동이 거칠게 흐트러졌다.강이주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더는 참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이주의 시선이 철문 옆을 향했다.그곳에는 평소에 화초에 물 줄 때 쓰던 수도꼭지와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다.강이주는 아무 말 없이 수도꼭지를 틀었다.그리고 호스를 잡고 그대로 문 바깥을 향해 겨눴다.‘말로 해봤자 소용없어.’강이주는 망설이지 않았다.호스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그대로 물을 뿌렸다.쏟아져 나오는 물줄기가 곧바로 심씨 집안 사람들을 향했다.철문이 막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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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그 문제 때문에 강이주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밤새 생각해도 심씨 집안이 왜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 의문은 오히려 강이주의 결심을 더 굳게 만들었다.이른 아침, 강이주는 차분하게 준비를 마쳤다.장숙연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두 사람은 회사로 향했다.가는 길에 강이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구희라였다.[내가 웃긴 얘기 하나 해 줄까?]구희라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묻어 있었다.강이주도 맞장구를 쳤다.“해 봐.”구희라는 곧바로 자신이 들은 심원후와 백초아의 소문을 전했다.PPT가 공개된 뒤, 심원후와 백초아 사이에 큰 다툼이 있었다고 했다.생각보다 심각하게 번졌다는 말도 따라붙었다.어젯밤에는 심원후가 또다시 백초아를 찾아갔다고 했다.뭔가를 따지러 간 듯했고, 결국 두 사람은 몸싸움까지 벌였다.그러다 백초아가 도로 쪽으로 밀려나면서, 마침 맞은편에서 오던 차에 부딪혔다.다행인지 불행인지,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겉으로 보이는 상처뿐이라 큰 문제는 없다는 말이었다.지금 바깥에서는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심하게 다퉜는지 추측이 한창이었다.구희라의 말을 다 들은 뒤, 강이주는 전날 밤 심씨 집안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찾아와 혼담을 꺼낸 일을 이야기했다.구희라는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아니, 심씨 집안 그 인간들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거야? 진짜 웃겨 죽겠다. 내가 거기 없었는데도 심씨 집안 사람들 표정이 눈에 그려진다.]잠시 웃음을 참던 구희라가 다시 말했다.[심원후... 너한테 다시 받아 달라고 했다가 안 되니까 열받아서 백초아한테 화풀이한 거 아니야?]강이주는 바로 반박했다.“내가 그렇게 대단한 매력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해. 다만 백초아가 심원후를 이용한 걸, 심원후 성격상 그냥 넘어갈 리 없지.”아마도 그 이유가 컸을 것이다.구희라와 더 길게 이야기하지는 못했다.장숙연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알아차린 강이주는, 구희라에게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강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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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사전에 몇 가지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강이주는 김태용의 점잖고 예의 바른 겉모습에 속아 넘어갔을지도 몰랐다.‘겉으로는 꽤 그럴듯하네.’“사모님, 이주 아가씨.”김태용은 미소를 띠고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장숙연도 따라 웃었다.“김 대표, 내가 어젯밤에 얘기했지요. 오늘 우리 딸 데리고 와서 회사 좀 익히게 하겠다고요.”김태용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 이쪽은 제 비서 임설입니다. 괜찮으시면 임 비서가 이주 아가씨를 모시고 회사 안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사모님께는 마침 이번 달 회사 상황을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평소 장숙연이 회사에 들르는 일은 많지 않았다.그래도 회사 상황만큼은 김태용이 정리해서 장숙연에게 보고해 왔다.강이주는 김태용의 제안을 거절했다.“김 대표님, 회사는 둘러보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어머니와 같이 보고를 듣겠습니다.”강이주가 함께하겠다고 말하자, 김태용은 무의식적으로 장숙연을 먼저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강이주가 웃으며 물었다.“왜요, 제가 같이 있으면 곤란합니까?”“아닙니다. 곤란할 리가 있겠습니까.”김태용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다만 이주 아가씨께서 회사 업무를 접해 보신 적이 많지 않으실 테니, 옆에서 들으시면 지루하실까 봐 걱정돼서 그랬습니다.”강이주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김 대표님,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계속 관련 공부를 해 왔고요.”그러니 김태용이 말한 지루함은 해당될 일이 아니었다.강이주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김태용도 더 이상 다른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김태용은 장숙연과 강이주를 사무실로 안내했다.그 뒤 회사가 앞으로 진행할 몇 가지 프로젝트와 사업 방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강이주는 김태용이 앞에 놓아둔 계약서 몇 부를 집어 들었다.빠르게 내용을 훑던 강이주가 김태용과 장숙연의 대화를 끊었다.“죄송합니다. 잠깐만요.”김태용이 고개를 돌려 강이주를 바라봤다.강이주는 계약서 마지막 부분을 짚었다.“여기요. 심명그룹이 제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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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강이주는 언짢은 기색을 드러낸 김태용을 바라봤다.‘내가 아직 뭘 제대로 말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강이주의 시선이 김태용과 마주쳤다.“저는 아직 별다른 얘기도 안 했습니다. 김 대표님은 원래 사람하고 대화할 때 이렇게 성급하십니까?”말속에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김태용은 강이주의 말을 못 들은 사람처럼 굴었다.김태용은 고개를 돌려 장숙연을 바라봤다.“사모님도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사모님께서 처음 저를 찾아오셨을 때 회사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사모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동안 제가 회사에 큰 공은 없었어도 고생은 했다고 생각합니다.”김태용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제가 회사를 얼마나 잘 이끌었다고 자랑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모님께서 맡기신 일은 최대한 제대로 해 내려고 했습니다.”“제 양심에 비춰 봐도, 사모님께서 제게 주신 신뢰를 배신한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마지막 말에 이르자, 김태용의 감정은 눈에 띄게 격해져 있었다.장숙연은 갑작스러운 반응에 당황한 듯했다.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강이주만 바라봤다.회사로 오는 길에 강이주는 장숙연에게 몇 번이나 당부했었다.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특히 김태용이 무슨 말을 하든 최대한 반응하지 말라고.장숙연은 강이주가 뭘 하려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그래도 강이주의 부탁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내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이주 발목을 잡으면 안 돼.’김태용은 자신이 이 정도까지 말했으니, 장숙연이 당연히 자기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예전에는 김태용이 무슨 말을 하든 장숙연은 거의 다 받아들였다.이를테면 예전에 장숙연이 강이주가 졸업하면 회사에 들어오게 하고 싶다면서, 김태용에게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때 김태용은 겉으로는 알겠다고 답했다.하지만 말을 돌려 장숙연을 설득했다.지금 강중그룹은 심명그룹을 의지하고 있으니 단기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회사 일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으니 장숙연은 걱정할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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