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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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구기빈 곁에서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능력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구기빈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그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강중그룹으로 돌아가려면, 내가 배워야 할 게 아직 많아.’강이주는 그렇게 생각했다.구기빈은 강이주를 바라보다가 구겨진 옷자락을 가볍게 정리했다. 가라앉은 목소리가 조용하게 이어졌다.“희라는 이주 씨가 좀 봐줘요. 밤에는 푹 쉬어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저한테 연락하고요.”“제가 밖까지 배웅해 드릴게요.”강이주는 구기빈을 현관까지 배웅했다.구기빈은 차 문을 열다가 강이주를 한 번 바라보았다.“밤공기가 차요. 들어가요.”강이주는 얇은 옷차림이었다.밤바람이 스치자, 확실히 서늘한 기운이 몸에 감겼다.그 자리에 선 강이주는, 차에 오른 구기빈이 시동을 걸고 떠나는 모습을 바라본 뒤에야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거실로 돌아온 강이주는 구급상자를 정리했다.그때 탁자 위에 놓아둔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강이주는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엄마.”생각할 것도 없이, 강이주는 장숙연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이유가 심원후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강이주는 오늘 밤 자신과 심원후가 완전히 틀어진 일이 벌써 장숙연의 귀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늘 그런 식이었다.자신과 심원후 사이가 틀어지기만 하면, 장숙연은 언제나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알았다.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강이주에게 전화를 걸어 철없다고 나무랐고, 제멋대로 굴지 말라며 먼저 고개 숙이고 심원후와 화해하라고 몰아붙였다.수화기 너머로 장숙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일 집에 올 거야? 아직도 엄마한테 삐쳐서 집에도 안 들어오는 거야? 이주야, 엄마는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언젠가는 엄마 마음을 알게 될 거다.]말끝에 장숙연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강이주는 일이 장숙연 앞까지 번진 게 아니라는 사실에 조용히 숨을 놓았다.‘아직 심원후 일 때문은 아닌가 보네. 다행이야.’장숙연이 이 전화를 건 목적은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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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다음 날 이른 아침, 포털과 커뮤니티가 뒤집혔다.[강중그룹 외동딸, 마음 바꿔 탄 정황? ‘Fittro’에서 정체불명 남성과 심야 만남, 공개 외도 의혹!!!]기사에 실린 것은 어젯밤 ‘Fittro’에서 찍힌 강이주의 사진이었다.사진 속 강이주는 한 남자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굳이 못 알아볼 수 없도록 커다란 원 표시까지 되어 있었다.강이주 옆에 선 남자는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다.하지만 강이주는 알고 있었다.모자이크 속의 남자는 구기빈이었다.사진 속 장면은 어젯밤 구기빈이 막 룸 안으로 들어와 심원후와 말다툼을 벌이던 때였다.곧이어 다른 각도에서 찍힌 사진까지 올라왔다.[심명그룹 후계자 심원후, 사랑에 상처받아 심야 만취? 폭행 피해 의혹 속 응급실 이송!!!]기사 내용은 누군가 병원 응급실에서 온몸이 엉망이 된 심원후를 봤다는 목격담이었다. 거기에 심원후가 ‘Fittro’에서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댓글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햇빛: [그러니까 이거, 술집까지 쫓아가서 바람난 현장 잡았다가 맞은 거야? 요즘 외도는 이렇게 당당하게 하는 거임?]낙엽: [이걸 참는다고? 내가 심원후였으면 먼저 바람난 여자부터 제대로 혼냈다. 정신 번쩍 들게 해줬어야지.]MOON: [아직 전부 다 나온 거 아니니까 판단 보류. 요즘 한쪽 말만 나온 기사 너무 많음. 후속 기다린다.]별사탕: [강중그룹 딸이 심명그룹 도련님한테 죽고 못 산다더니?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다 연기였나?]바다물: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면서, 뒤로는 아주 화려하게 노네. 저 모자이크 처리된 남자가 누군지 궁금한 사람 나뿐임?]호호: [나 알아, 나 알아. 어젯밤 ‘Fittro’에서 지인이 봤대. 누구인지는 말 못 하는데 배경이 장난 아님. 심씨 집안보다 훨씬 위라고 보면 됨.]유자차: [심씨 집안보다 더 위면 J시 전체를 봐도 남는 데가 딱...]해마다: [윗댓 누구야? 말해줘. 제발 말하라고. 이렇게 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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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구희라는 가장 먼저 기사를 퍼 나른 누리꾼들도 따로 확인해 두었다. 가장 거칠고 듣기 거북한 댓글 몇 개는 이미 캡처까지 마친 뒤였다.사건의 전후 사정도 모르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헛소문을 퍼뜨렸고, 저급한 성적 농담까지 섞어 조롱거리로 삼았다.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된 듯 도덕의 꼭대기에 올라서서 남을 꾸짖고 심판하는 꼴이, 구희라에게는 우스울 정도로 역겨웠다.‘절대 가만 안 둬. 너희가 아무 말이나 뱉어도 되는 줄 알았다면...’‘그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알게 해 주겠어!!’그 인간들을 고소해서 끝까지 몰아붙이지 못한다면, 구희라는 기자라는 자신의 직업이 부끄러워질 것 같았다.강이주는 플랭크를 마치고 구희라 옆에 앉았다. 그러고 나서 손을 뻗어 구희라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호랑이 머리 쓰담쓰담. 그러면 걱정도 사라진다. 됐어, 화내지 마. 더 화내면 예쁜 얼굴 망가진다.” “네가 나한테 자주 그랬잖아. 인생을 혼자 다 쓴 약과처럼 살지 말자고.”구희라는 강이주를 가만히 살폈다.“너 반응이 이상한데? 하나도 안 급해 보여. 말해 봐. 뭔가 대책이 있지?”강이주가 너무 차분했다. 그 차분함이 구희라에게는 오히려 수상하게 느껴졌다.다만 강이주의 침착함 덕분에 구희라의 치밀어 오르던 분노도 조금씩 가라앉았다.강이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진짜는 가짜가 될 수 없고, 가짜는 진짜가 될 수 없어. 지금 검색어를 누르면 밖에서 보기엔 찔려서 막는 것처럼 보일 뿐이야. 오히려 관심만 더 커질 거고.”강이주의 말에도 나름의 일리는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 관심이 계속 커지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그게 바로 구희라가 애가 타는 이유였다.강이주는 구희라에게 안심하라는 듯 눈을 맞췄다.“걱정하지 마. 나도 생각해 둔 게 있어.”강이주의 표정을 보자 구희라는 마음을 놓았다. 구희라는 강이주가 스스로 잘 처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다만 강이주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기는 했다.구희라가 질문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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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강이주에 관한 기사의 관심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마음 놓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구희라조차 다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구희라는 몇 번이나 강이주를 바라보았다. 강이주는 먹을 거 다 먹고 마실 건 다 마시며, 창문 옆에 앉아서 여유롭게 책까지 넘기고 있었다.그 사이 심원후 쪽 사람들도 강이주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나 강이주는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전화가 계속되자 강이주는 결국 지겨워졌다. 아예 심씨 집안 사람들의 번호를 전부 차단하고, 그중 번호 하나만 남겨두었다.구기빈에게서도 메시지가 왔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했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그 뒤 구기빈은 필요하면 자신이나 배진호를 찾으라고만 했다. 구기빈은 강이주의 선택을 존중했다.시간을 확인한 강이주가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보았다.“가자. 회사로.”“회사엔 왜?”구희라는 입으로는 묻고 있었지만 행동은 솔직해서, 곧바로 강이주의 걸음을 따라붙었다.회사 입구에서 장한미를 보자, 구희라는 그제야 강이주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아, 이거였구나. 심원후 쪽 사람들한테 대놓고 보여주려는 거네.’‘이 회사의 핵심 지분이 이미 이주 손을 떠났다는 걸.’장한미는 웃으며 강이주에게 인사했다.“강이주 씨, 저는 조금 늦으실 줄 알았습니다. 정말 시간을 정확히 맞춰 오셨네요.”강이주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장 대표님께서 저보다 절차가 빨리 끝나길 더 바라셨을 것 같은데요.”실시간 이슈 키워드 일이 터졌으니, 심원후는 심명그룹에 남아서 일을 수습해야 했다.하지만 이 회사에도 심원후의 눈과 귀가 있었다. 강이주는 일부러 이곳에서 장한미와 계약서 및 지분 양도 서류를 작성하려고 했다.계약서는 이미 도하늘에게 준비하도록 해 둔 상태였다.강이주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회사 사람들 앞에서 계약서에 서명한 뒤,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강이주 곁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심 대표님 전화입니다.”강이주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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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강이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이주를 따라온 직원들은 목에 걸고 있던 사원증을 바로 빼냈다.직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퇴사하겠습니다. 애초에 저희는 강 대표님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입니다. 대표님이 떠나시는데 저희가 여기 남아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맞아요, 강 대표님. 저희는 여기 남아서 눈치 보며 일할 생각 없습니다. 대표님을 배신한 쓰레기 같은 남자랑 같이 일하고 싶지도 않고요.”도하늘은 팀원들의 사원증을 하나씩 받아서 한데 모았다.이쪽에서 오가는 얘기들은 당연히 심원후 쪽에도 고스란히 들렸다.심원후는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강이주를 붙잡아 두라고 지시한 뒤 전화를 끊었다.방금 전화를 받았던 직원은 잔뜩 굳은 몸짓으로 강이주 앞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심 대표님께서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필요 없어. 나는 심 대표랑 더 할 말 없어.”강이주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거절했다. 심원후에게 자신이 지분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 다시 심원후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내가 굳이 심원후 감정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지.’‘이제 심원후가 붙잡는다고 멈춰 설 내가 아니야.’말을 마친 강이주는 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그 모습을 본 직원이 다급히 강이주의 앞을 막아섰다.“강 대표님, 제가...”직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하늘이 다른 직원들과 함께 강이주 앞을 막아섰다. 도하늘은 강이주를 뒤로 물러서게 한 뒤, 지섭이라는 이름의 직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강 대표님은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하고 더 할 얘기가 없으십니다. 지섭 씨, 나쁜 일에 힘 보태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도하늘의 말이 떨어지자 직원들이 지섭을 가로막았다.그 덕분에 강이주와 구희라는 아무 방해 없이 회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강이주에게 도하늘의 전화가 걸려 왔다.도하늘은 팀원들이 모두 퇴사를 신청했지만, 심원후 쪽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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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낮 12시, 강이주는 입장문을 올렸다.[강이주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대했던 시간은 있었습니다. 다만 떠나고 머무르는 일은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심원후 씨와는 이미 헤어졌습니다.][저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맺는 관계는 결국 두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고,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고 믿었습니다.][마지막 예의만큼은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은 일로 욕을 먹을 수는 없어, 이렇게 직접 나서서 제 입장을 밝힙니다.][저와 심원후 씨의 관계가 제삼자로 인해 깨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배신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아래에 정리 자료를 첨부합니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는, 보시는 분들께서 판단해 주시리라 믿습니다.]강이주는 입장문 안에 심원후가 백초아 때문에 몇 번이나 자신을 내버려 두고 떠났던 대화 기록을 전부 공개했다. 백초아의 SNS 캡처, 백초아가 강이주 핸드폰으로 보냈던 각종 다정한 사진, 강이주를 자극하려고 보낸 대화 내용까지 빠짐없이 올렸다.강이주는 백초아가 보냈던 사진마다 어느 날짜, 어느 상황에 해당하는지까지 하나하나 맞춰 정리해 두었다.입장문 마지막에 강이주는 이렇게 적었다.[이 관계에 대해서 저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도 부끄러운 일이 없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이제 저와 심 대표님은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삶을 살겠습니다. 앞으로 누구와 만나고 결혼하든, 서로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겠습니다. 제 이름을 억지로 엮지 말아 주세요. 감사합니다.]강이주가 마지막에 남긴 ‘모르는 사람’과 ‘억지로 엮지 말아 달라’는 표현은...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분명한 뜻을 전하고 있었다.강이주는 심원후의 배신을 용서하지 않았다.이번 보도 역시 누군가가 일부러 꾸민 일이라는 뜻이었다.입장문의 끝, 정말 마지막 부분에는 사진까지 함께 올렸다. 그녀는 처음으로 보도를 내보낸 몇몇 매체를 상대로 정식 고소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강이주가 공개한 PPT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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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강이주는 모든 내용을 다 공개했다.뒤늦게 참다못해 심원후와 다투며 욕설을 주고받았던 기록까지 함께 올렸다. 오히려 그런 대목들이 전체 기록의 신빙성을 더해 주었다.구기빈도 그때 강이주의 입장문을 확인하고 있었다.전화기 너머로 화력을 붙여 달라는 구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기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내 돈은 땅 파면 나와? 왜 무슨 일만 생기면 나부터 떠올려?]물론 구기빈도 이번 일에 힘을 보태는 것 자체는 기꺼이 응할 생각이었다.구희라는 당당하게 대답했다.“나는 오빠 동생이고, 이주는 내 오랜 절친이잖아. 그러니 따지고 보면 이주도 오빠 동생이나 마찬가지지. 오빠가 동생 좀 도와주는 게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고!!”구기빈은 말문이 막혔다.‘이주는 희라가 자기를 내 동생으로 여기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구희라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언제쯤 평범해질지, 구기빈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내가 오빠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오빠, 우리 이주 어때?”구희라는 슬쩍 떠보듯 물었다.그녀는 진심으로 오빠가 강이주와 함께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의 새언니가 된다면, 구희라에게 그것만큼 흐뭇한 일도 없을 테니까.‘이주가 우리 올케가 되면 진짜 최고인데.’‘내가 다리만 잘 놓으면 되는 거 아니야?’구희라의 마음속에서는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은 생각이 벌써 꿈틀거리고 있었다.구희라의 말을 들은 구기빈은 그저 조용히 웃었다.구기빈이 강이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강이주는 이미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었다.물론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구기빈이 살짝 웃자, 구희라는 자기 오빠가 정말 눈치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강이주처럼 좋은 사람을 두고, 구기빈이 왜 소중히 여길 생각을 먼저 하지 않는지 구희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희라는 마음속으로 앞으로 강이주와 구기빈이 더 자주 만나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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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구청을 나서는 강이주와 구기빈의 손에는 각각 혼인신고 접수증과 발급받은 혼인관계증명서 한 부가 들려 있었다.구기빈은 고개를 돌려 강이주를 바라보았다.“결혼한 일은 나도 당분간 숨겨 둘게요. 이주 씨가 준비되면 그때 공개해요.”구기빈은 강이주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강이주가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많기에, 마음 놓고 일을 먼저 정리하도록 한 것이다.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구기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죠.”정말 알려진다고 해도 강이주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숨기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 갈 수는 없으니까.그건 구기빈에게도 공평하지 않았다.더구나 구기빈이 강이주와 결혼한 이유도 부모님을 상대하기 위한 방패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던가.강이주는 자신도 구기빈과 합의한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내가 필요해서 선택한 일이기도 해. 한 사람만 감당하게 둘 수는 없어.’구기빈은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다.“연기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이주 씨 일이 정리되면 나랑 본가에도 같이 가요.”반지에는 작은 핑크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그 옆에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작은 나비 두 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나비 날개에는 작고 맑은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더 그럴듯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반지를 받아 손가락에 끼려고 했다.“내가 끼워 줄게요.”구기빈이 얼른 나섰다.그 말을 들은 강이주가 오른손을 내밀자, 구기빈이 반지를 끼워 주었다.“됐어요.”구기빈의 말에 강이주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상할 정도로 반지는 강이주의 손가락에 꼭 맞았다.‘내 손가락 치수를 알고 있었나?’강이주가 의아해하던 때, 구기빈이 웃으며 말했다.“내 눈대중이 꽤 정확했나 보네요.”그 한마디에 강이주의 의심은 자연스럽게 풀렸다.강이주는 뭔가 떠올린 듯 미안한 표정으로 구기빈을 바라보았다.“미안해요. 기빈 씨 반지는 아직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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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구기빈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강이주는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구기빈은 먼저 화제를 돌렸다.“그럼 집에 갈 때, 나도 같이 가 줄까요?”구기빈은 강이주가 가족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자신이 함께 가서 장숙연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구기빈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급히 거절했다.“아니요.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강이주는 지금 구기빈을 자신의 어머니 앞에 세울 수 없었다.장숙연의 성격대로라면, 구기빈까지 예전의 심원후처럼 대할 것이 뻔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두 번째 ‘심원후’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강이주에게는 지금 강이주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방금 자신의 반응이 너무 급했다는 생각이 들자, 강이주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기빈 씨를 숨기고 싶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냥 적당한 때에 집에 말하고 싶어서요.”끝으로 갈수록 강이주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구기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주 씨가 보고 정하면 돼요. 나도 별다른 이견은 없어요.”어쨌든 구기빈은 강이주의 어떤 결정도 존중할 생각이었다. 구기빈은 강이주가 자신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지 않기를 바랐다.구기빈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강이주의 긴장도 조금 풀렸다.강이주는 구기빈에게 가능한 한 빨리 시간을 내서 가족들에게 두 사람의 일을 솔직히 말하겠다고 했다.구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답했다.강이주는 집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구기빈과는 구청 앞에서 헤어졌다.본가로 돌아가기 전에, 강이주는 먼저 요양병원에 들렀다.강이주는 먼저 강서규부터 만난 뒤에야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집 안에서 장숙연은 평소와 달랐다. 강이주의 모습이 보였지만, 장숙연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강이주를 한 번 훑어본 뒤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엄마.”강이주는 장숙연 앞으로 걸어갔다.장숙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그래도 내가 네 엄마인 줄은 아는구나. 네가 이제 고집도 세고 네 뜻대로만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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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장숙연은 강이주의 말을 끝까지 듣고도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장숙연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람 마음이 어떻게 안 사랑한다고 해서 바로 안 사랑하게 되니?” “이주야, 원후가 예전에는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고작 백초아 하나 때문에 네가 백초아보다 못하다는 거야?”장숙연은 차라리 강이주가 이 관계에 모든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 강이주와 심원후가 이렇게 파혼하는 결말만큼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심원후가 아무리 부족해도 여전히 강이주를 좋아하고 있다고 장숙연은 믿었다.장숙연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강이주는 지친 듯 장숙연을 바라보았다.“엄마, 저는 진심을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진심은 시시각각 변해요. 심원후가 저를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엄마가 스스로를 속이려고 만든 생각일 뿐이에요.”‘엄마는 원하는 게 있으니까 계속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심원후가 나를 사랑한다고, 내가 참고 품어야 한다고.’‘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다 보니, 엄마마저 그게 진짜라고 믿어 버린 거야.’장숙연이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했지만, 강이주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장숙연이 애써 유지하던 온화한 표정이 금세 싸늘하게 굳어졌다.강이주는 장숙연의 변화를 알아차렸지만, 말을 멈추지 않았다.“제 손에 있던 일은 거의 정리했어요. 내일은 회사에 가볼 생각이에요.”“네가 회사에는 왜 가?”강이주가 회사에 가겠다고 하자, 장숙연은 곧바로 되물었다.강이주는 차분히 대답했다.“엄마, 저 아빠랑 이미 이야기했어요. 앞으로는 제가 회사를 맡기로 했어요. 우선 회사 내부 상황부터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요.”회사는 지금까지 전문경영인이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강이주는 김태용이 어떤 식으로 장숙연을 설득해서 심씨 집안과 불공정한 약속들을 맺게 만들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김태용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생각해 보면 강이주 자신의 잘못도 있었다.예전에 강이주가 회사 일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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