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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강이주는 회사 사정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내려앉는 듯했다.회사로 향하던 길이었다. 강이주의 차는 도로변에서 갑자기 앞을 가로막은 차량 때문에 멈춰 섰다.강이주가 차창을 내리자, 앞을 막아선 차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표정이 전혀 없는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내렸다.상대가 곱게 말을 붙이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강이주는 곧바로 차창을 올렸다.정장 차림의 남자가 창가로 다가와 손등으로 유리를 두드렸다.강이주는 상대하지 않으려고 했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임설에게 연락하려는 참이었다.창밖의 남자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남자는 이를 악물더니 팔꿈치를 들어 차창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쾅!커다란 소리에 놀란 강이주의 손이 떨렸다.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강이주는 창밖을 경계하면서도 허리를 숙여 떨어진 핸드폰을 더듬어 찾았다.이곳저곳을 짚어 봐도 핸드폰은 손에 닿지 않았다. 강이주의 표정에 초조함이 떠올랐다.창밖에서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괜히 힘 빼지 마시죠. 얌전히 협조하시면 몸 상할 일은 없습니다.”말을 끝낸 남자는 옆의 동료를 바라봤다.눈짓을 받은 남자가 길가에 놓인 돌을 주워들었다. 돌로 그대로 강이주 차의 차창을 내리칠 기세였다.강이주는 괜한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걸 깨알았다.급히 차창을 내렸다. 바로 그때, 손끝에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던 핸드폰이 걸렸다.“당신들 누구예요?”강이주는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핸드폰을 움켜쥐었다.여차하면 이 핸드폰이 자신의 목숨줄이 될 수도 있었다.문제는 강이주가 상대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설마 심 회장 쪽에서 사람을 시켜 나를 치러 보낸 건 아니겠지.’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았다.지금 심명그룹 꼴을 생각하면, 심순남이 이렇게 빨리 보복할 여력은 없었다.심씨 집안에는 그럴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심씨 집안이 아니라면, 자신이 대체 누구를 건드렸는지 도무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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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남자들이 강이주의 핸드폰을 거칠게 빼앗았다.틈을 봐서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는 일을 막으려는 것이 분명했다.“제 핸드폰, 잘 보관해요. 안에 당신들이 책임지지 못할 것들이 있어요.”강이주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남자에게 차갑게 일렀다.사실 핸드폰 속에 값비싼 자료가 들어 있는 건 아니었다.다만 구기빈과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아직 클라우드에 올려 두지 못한 사진들이었다.핸드폰이 망가져서 켜지지 않기라도 하면, 구기빈과 함께한 사진이 남지 않게 된다.강이주는 새삼 후회했다. ‘기빈 씨랑 사진을 너무 적게 찍었어.’차에 오른 뒤, 강이주는 줄곧 입을 다문 채 남자들이 자신을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었다.강이주의 차는 길가에 버려지지 않았다. 함께 온 사람들 중 두 명이 강이주의 차를 몰고 뒤따랐다.차 안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다만 상대가 일부러 길을 빙빙 돌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껴졌다.한참 뒤, 차는 한 단독주택 앞에 멈춰 섰다.강이주는 차에서 내리며 일부러 주변을 둘러봤다.정원 앞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빽빽했다. 솔직히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짐작할 수도 없었다.시야에 들어오는 건 온통 짙은 녹음뿐이었다.강이주는 사람들 뒤를 따라 안으로 걸어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싸늘한 기운이 몸에 착 감겼다. 이곳은 볕이 잘 들지 않는 곳 같았다.긴 복도를 지나자,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본채가 나타났다.본채 안에 들어간 뒤에야, 강이주는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남자를 볼 수 있었다.강이주의 속내가 살짝 흔들렸다.‘이 사람은...’강이주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고 차를 우리던 중년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왔구나.”그 목소리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감정의 결을 읽기 어려웠다.강이주는 구기빈과 많이 닮은 얼굴을 바라봤다. 남자가 앉으라는 듯 손짓하자, 강이주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구호민은 차 한 잔을 따라 강이주 앞에 놓았다.구호민은 티를 내지 않고 강이주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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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강이주는 미안하다는 듯 옅게 웃었다.“죄송하지만 저는 헤어질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회장님이 기빈 씨 아버님이시라고 해도요.” “오늘 저를 부르신 이유가 기빈 씨 곁에서 물러나라는 것뿐이라면 지금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회장님께서 직접 나서서 막으신다고 해서 제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 기빈 씨도 그런 선택은 가장 바라지 않을 테고요.”가슴속에 눌러 두었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낸 뒤, 강이주는 단호한 눈빛으로 구호민을 마주했다.방금 한 말이 구호민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실제로 구호민은 강이주의 완강한 태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꾹 눌러서 삼키고 있었다.강이주가 거절할 가능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이주의 말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구호민에게는 여전히 집안의 격과 체면이 가장 중요했다.그런 면에서 보면, 강이주는 구기빈에게 어울리지 않았다.구호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여전히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기빈이가 철이 없다 해도, 강이주 씨까지 이렇게 철없이 굴 줄은 몰랐네. 자네가 지금 심씨 집안을 상대하는 데 구씨 집안의 힘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말끝이 잠시 끊어졌다. 구호민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한층 차갑게 가라앉았다.“가질 수 없는 것에는 눈독 들이지 않는 게 좋아. 내가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최소한 자네 체면을 세워주는 거야.”“기빈의 아내는 내가 정한 사람이 될 거야. 자네는 내 눈에 차지 않아. 경고는 한 번만 하지. 알아서 물러나고, 내 아들과 더는 얽히지 마!”구호민은 강이주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그게 싫다면 내가 내 방식대로 강이주 씨를 기빈이 곁에서 떼어 낼 거니까. 자네와 강중그룹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구호민의 입에서 강중그룹이라는 말이 나오자, 강이주의 가슴이 꽉 조여들었다.구호민은 강중그룹을 빌미로 구기빈에게서 떠나라고 협박하고 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눈앞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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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강이주의 말에 구호민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화가 났지만, 구호민은 강이주 앞에서 감정을 터뜨리지 않았다.협상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은 패를 너무 빨리 드러내는 것이다.구호민은 차를 우리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부드럽게 찻물을 따라서 천천히 맛을 보았다.그 모습을 보면서 강이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구호민이 자신의 결심을 알아차리길 기다릴 뿐이었다.“내가 강중그룹을 J시에서 완전히 지워 버린다고 해도?”구호민은 미소를 머금은 채 강이주를 협박했다.말투는 평온했지만, 입가의 미소는 오히려 짙어졌다.쓸데없는 저항은 하지 말라는 뜻을 확실히 전하려는 듯한 태도였다.강중그룹은 물론, 강이주도 구호민에게는 그저 장난감에 지나지 않은 듯했다.마치 개미를 짓밟는 것처럼 손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게 분명했다.강이주는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얼음처럼 차가운 구호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대답보다 자세로 자신의 입장을 보여 주고 있었다.강이주의 버팀 앞에서, 빈틈없던 구호민의 평정심이 아주 살짝 금이 갔다.그러나 구호민은 빠르게 표정을 수습했다.눈을 치켜뜬 구호민이 싸늘한 웃음을 걸었다.“오늘 강이주 씨를 부른 건... 자네 의견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야. 기빈이하고 헤어지고 앞으로 멀리 떨어지겠다는 대답을 받기 위해서지.”“자네는 화근 같은 여자야. 자네와 얽힌 남자들 중 끝이 좋았던 사람이 있었나? 심원후가 가장 좋은 예겠지.”구호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기빈이는 자네 때문에 이성을 잃고 심씨 집안을 치려고 하고 있지. 나 역시 심씨 집안을 대단하게 보지는 않아.”“하지만 여자 하나 때문에 그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건, 내가 기빈이에게 가르친 방식이 아니야.”“자네가 나타난 뒤로 기빈이는 많은 일에서 내 뜻을 거슬렀어. 그래서 나는 자네가 기빈이 곁에 남아, 기빈이의 감정과 판단을 흔드는 걸 절대 허락할 수 없어.”구호민은 구기빈이 강이주를 위해 나선 행동 자체가 못마땅했다.이번이 처음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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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강이주의 말은 구기빈을 조건 없이 믿는다는 뜻이었다.아버지라는 사람이 정말 자기 아들을 그런 식으로만 보는 걸까?구호민은 코웃음을 쳤다.“내 앞에서 진심을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나는 기빈이처럼 자네 말이면 다 믿는 사람이 아니야.” “설마 희라 때문에 기빈이 심씨 집안을 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여기까지 말한 구호민은 비웃음을 흘렸다.“희라가 왜 심씨 집안과 틀어졌지? 결국 강이주 씨 때문 아닌가? 사태의 근본적인 뿌리는 자네에게 있어. 원인도 과정도 따지지 않고 나는 결과만 본다.”구호민은 모든 일이 강이주 때문에 벌어졌다고 여겼다.그래서 구호민은 강이주에게서 그 뿌리를 잘라 내려고 했다.구호민의 논리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강이주는 잠시 침묵했다. 구호민의 말 중 일부는 억지로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난밤 구희라가 위험에 처했던 일은 강이주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통째로 죄인처럼 몰아붙이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강이주는 구호민의 시선을 똑바로 받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저는 헤어지지 않습니다. 기빈 씨도 저와 헤어지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회장님도 이렇게까지 저를 데리고 와서 몰아붙이시는 거겠죠.”그 사실을 알기에 강이주는 더더욱 먼저 이별을 말할 수 없었다.구기빈이 자신과 끝까지 가겠다고 버티는 한, 강이주는 먼저 손을 놓을 자격이 없었다.그건 구기빈에게 한 약속이었다.구호민의 표정은 더 어둡게 가라앉더니 강이주를 싸늘하게 쳐다봤다.“나는 통보하는 거지, 묻는 게 아니야. 아직 자네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나?”“자네가 헤어지기만 하면, 강중그룹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이 정도면 최대한 양보한 거야.”“물론 끝까지 내 뜻을 거스르고 기빈이와 함께하겠다면, 두 사람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보든가.”구호민은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강이주를 쳐다봤다.“강중그룹뿐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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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남자들이 앞을 가로막자 강이주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강이주를 힐끗 내려다봤다.“협조해 주십시오. 괜히 힘 빼실 필요 없지 않습니까.”말과 함께 남자가 강이주를 붙잡으려고 다가왔다.“손대지 마세요.”강이주는 뒤로 물러서며 남자의 손을 피했다.사납게 노려본 뒤, 강이주는 다시 안으로 돌아갔다.지금 상황에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강이주도 잘 알고 있었다.가장 나은 방법은 일단 협조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강이주를 2층의 한 방으로 데려갔다.방에 들여보내기 전, 남자는 휴대용 탐지기로 강이주의 몸을 훑었다.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장비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강이주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밖에서 잠겼다.강이주는 선 채로 방 안을 둘러봤다.방 안의 가구와 장식은 무척 호화로웠다. 아무렇게나 놓인 장식품 하나도 적지 않은 값을 치렀을 물건이었다.창문은 바깥쪽에서 못질해서 막아 놓았다.좁은 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봉쇄된 창문이 방 안의 압박감을 한층 더 키웠다.강이주는 이 공간이 몹시 불편했다.문득 강이주의 시선이 천장에 달린 감시카메라에 닿았다.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참을 수 없이 거슬렸다.강이주는 속에서 치미는 화를 억누른 채 방 안의 소파에 앉았다.입술을 꼭 다문 채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불쾌한 기색은 숨기지 않았다.원래대로라면 강이주는 이미 회사에 도착했어야 했다. 지금 당장 도착하지 못한다고 해서 임설이 바로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겠지만...구호민의 태도를 보면 강이주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한 쉽게 내보내지 않을 듯했다.강이주가 오래 연락 두절 상태로 있으면, 임설이 반드시 찾아 나설 것이다.지금 강이주가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임설뿐이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프로젝트에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 역시 구호민의 짓이 아닌지 의심했다.구기빈을 떼어 놓고 자신을 몰아붙이려는 계산일 수 있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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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허리를 편 강이주는 감시카메라를 향해 말했다.“책을 보고 싶어요. 아무 책이나 한 권 가져다주세요.”말투는 꽤 정중했다.상대가 들었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었다. 말을 마친 강이주는 시선을 돌린 뒤 같은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잠시 뒤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조금 전의 검은 정장 차림 남자가 아니었다.똑같이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강이주가 느끼기에 인상은 그나마 나았다.그 남자는 책을 내려놓고 곧바로 나갔다. 문은 다시 바깥에서 잠겼다.강이주는 책을 들고 다시 카메라를 바라봤다.“여기 유리 조각이 이렇게 많은데, 사람을 불러서 치우지는 않나요?”강이주는 발치와 문가에 흩어진 파편을 가리켰다. 입가에는 살짝 조소가 걸려 있었다.일부러 하는 짓이었다.사람들을 조금이라도 귀찮게 만들고 싶었다.강이주는 구호민이 겉으로나마 정중하게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상, 가둬 두더라도 함부로 해치지는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그럴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예의를 차린 뒤 압박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구호민이 지금 이곳에 없어도, 자신을 감시하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은 너무 심하게 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을 터였다.그 점을 간파한 강이주는 당연히 이용할 생각이었다.이렇게 갇혀 있는 동안 할 일도 없었다. 조금 전 앞장섰던 남자의 말투가 거슬렸던 만큼, 강이주는 어떤 식으로든 되갚아주고 싶었다.곧 누군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서 바닥의 파편을 치웠다.자리에 앉은 강이주는 손에 든 심리학 책을 보기 시작했다.얼마 보지 않아서 강이주는 목이 마르다며 꽃차를 달라고 했다. 이어서는 배가 고프다며 다과까지 요구했다.강이주가 요구한 것들은 하나씩 방 안으로 들어왔다.함께 도착한 것은 구호민의 전화였다.[강이주 씨, 계속 내 수하들의 한계를 시험하지 마. 내가 다치게 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계속 선을 넘으면 내 수하들이 어디까지 참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적당한 선을 모르고 계속 건드리면, 사람들이 화가 나서 어떤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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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구호민과의 통화가 좋지 않게 끝난 뒤, 강이주의 기분은 오히려 조금 나아졌다.강이주는 앉아서 책을 보다가,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팔다리를 펴고 방 안을 걸으며 몸을 풀었다.먹을 건 먹고 마실 건 마시고, 잘 때는 푹 잠까지 잤다.지금도 강이주는 이불을 둘둘 말고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그 대범함은 강이주를 감시하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마저 감탄하게 만들 정도였다.상상했던 것처럼 강이주가 분노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구씨 집안의 저택.구호민은 부하들의 보고를 들은 뒤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강이주라는 여자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상대였다.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별장에 강이주를 붙잡아 두고 있다.하지만 강이주의 말 한 가지는 맞았다.구호민이 강이주를 얼마나 오래 가둬 둘 수 있을까?구기빈은 아직 비행기 안이라 강이주에게 연락할 수 없다.강중그룹 쪽에서는 임설이 이미 강이주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구호민은 사람을 시켜 강이주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풀고, 일이 생겨 며칠 회사에 나가지 못한다고 답장하게 했다.하지만 이 방식이 오래갈 수는 없었다.겁만 주면 강이주가 무너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좀 더 강한 수단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강이주 때문에 구호민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방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의 굳은 표정을 본 유만정이 가까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왜 그래? 강이주가 아직도 안 물러나겠대?”유만정은 예전에 강이주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 아이가 자기 생각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말 몇 마디로 쉽게 설득될 타입이 아니었다.그때 유만정은 강이주가 쉽게 아들의 손을 놓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집에 돌아온 뒤, 유만정은 구기빈의 연애를 좋게 말해 보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구호민의 반응은 거의 폭발에 가까울 정도로 거셌다.구호민은 유만정 앞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유만정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감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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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구호민은 드물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서 준비해. 매번 나한테 괜찮으냐고 묻지 말고. 내가 그런 자잘한 집안일 하나하나까지 붙잡고 있을 만큼 한가해 보여?”“주관도 없이 말이야.”구호민은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렸다.유만정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곧 웃음으로 바뀌었다.“내가 무슨 주관이 있겠어? 이 집안 일은 늘 당신이 결정했잖아. 내가 뭘 해도 제대로 못 하는 거, 당신도 알잖아.”유만정이 자신을 낮추는 말을 하자, 구호민은 대답 없이 유만정을 바라보기만 했다.구호민은 그 말에 응하지 않았다. 한 번 훑어본 뒤 곧 시선을 거뒀다.유만정은 속으로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유만정은 방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구호민에게 말만 전하고는 자신의 일을 보러 나갔다....한편, 임설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마음이 어수선했다.임설은 핸드폰을 꺼내 강이주가 보낸 답장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아무래도 어딘가 이상했다.요 며칠 강이주의 일정은 모두 회사 업무와 관련되어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한 뒤 확정한 일정이었다.새 거래처와 잡아 둔 식사 미팅도 몇 건이나 있었다.그때 강이주는 임설에게 시간을 비워 두라고 따로 당부까지 했다.그런데...오늘은 강이주가 늦은 것도 모자라, 임설이 먼저 연락한 뒤에야 며칠 회사에 나오지 못하니 일정을 다시 조정하라는 답이 왔다.이상했다.분명히 이상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임설의 감은 이게 강이주의 업무 방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창가로 걸어간 임설은 다시 강이주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귀에 익은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임설은 믿기지 않아 화면을 확인했다. 강이주의 번호가 맞았다. 그런데 왜 전원이 꺼져 있을까?다시 걸어도 똑같이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만 돌아왔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임설은 강이주의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연결은 됐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 자동으로 끊어졌다.연달아 몇 번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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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얼마 지나지 않아 구희라는 구기빈이 배진호를 데리고 출장을 갔다는 정보를 알아냈다.구희라는 머릿속에서 곧바로 답이 맞춰지는 걸 느꼈다.구희라는 일단 임설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주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나중에 이주한테 너에게 전화하라고 할게.”구희라의 말에 임설은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통화를 끊은 구희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가, 마침 안으로 들어오려던 주선하와 마주쳤다.주선하가 구희라를 바라봤다.“누나...”주선하의 손에는 두꺼운 기록 파일이 들려 있었다.구희라가 읽어 보라고 맡긴 것이었다.구희라는 걸음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봤다. 이어 주선하에게 말했다.“조금 있다가 선배한테 전해줘. 좀 있다 회의에 나는 못 참석한다고. 급한 일이 생겼어.”말을 마친 구희라는 주선하를 더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바람처럼 사라지는 구희라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선하는 하려던 말을 목 안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구희라는 전화를 걸어 구호민이 오늘 회사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곧장 부모가 머무는 주택 단지로 향했다.차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도우미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아가씨.”“아버지랑 엄마는?”구희라는 주변을 둘러보며 구호민과 유만정을 찾았다.도우미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그때 2층에서 구호민의 못마땅한 호통이 떨어졌다.“집에 오자마자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예절은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냐.”구호민 부부가 사는 곳은 고풍스러운 복층 구조의 집이었다.현관을 지나면 곧바로 거실이었다.3층 규모의 집은 거실 천장이 3층 높이까지 트여 있었고,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아래로 길게 떨어져 있었다.2층 복도에 선 구호민은 거실에 있는 구희라를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구호민은 시선을 거두고 회전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그 뒤에는 유만정이 따라오고 있었다.구희라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부모를 올려다보며 곧장 물었다.“이주는요? 사람을 어디로 데려갔어요?”구희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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