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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전화를 끊은 강이주는 곧장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회사로 가는 길에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회사 정문 앞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핸드폰을 들고 라이브 방송을 켜 둔 사람도 있었고, 항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든 사람도 있었다.강이주가 도착했을 때 임설도 회사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임설은 차를 세우자마자 강이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하 주차장으로 바로 갈지 묻는 내용이었다.메시지를 확인한 강이주는 짧게 답했다.[아니.]곧이어 강이주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 모습을 본 임설도 바로 차에서 내려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전에 강이주 곁에 붙었다.임설은 경비원들을 향해 손짓하며 빨리 와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강 대표님, 귀사에서 저가 불량 원단을 사용해 수많은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정말 불량 원단을 사용한 게 맞습니까? 온라인 폭로처럼 중고 의류를 헐값에 대량 매입해 재가공했다는 말도 사실입니까?” “심지어 고인이 입던 옷까지 회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소비자 안전을 외면하고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거센데, 죄책감은 전혀 없으십니까? 그동안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십니까? 이렇게 큰일이 터졌는데 강중그룹이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답해 주십시오.”“...”현장에는 언론 매체의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밀다시피 하며 강이주를 압박했고, 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로웠다.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거친 욕설까지 섞어 가며 소리를 질렀다.다행히 경비원들이 제때 도착해 앞으로 밀려드는 인파들을 겨우 막아냈다.강이주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마주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정문 앞에 또렷하게 울렸다.“이번 일에 대해서는 강중그룹에서 반드시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재 판매된 완제품은 전량 회수해서 공인 시험기관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생산 중인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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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여론 흐름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임설은 강이주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회사 측에서 사건이 터지자마자 즉시 입장문을 내고 대응했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지금 모든 관심은 피해자들에게 쏠려 있었다. 더구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회사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임설은 강이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피해자들의 배경 조사도 끝냈습니다. 특별한 금전 거래 내역은 없습니다. 전부 혼자 사는 여성이고, 평소 대인관계도 넓은 편은 아닙니다.”정말 그 정도가 전부라면 조사는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었다.강이주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이번 일, 남정 씨 쪽에는 영향이 갔어?”문제가 된 제품은 마침 류남정 팀이 디자인한 라인이었다.강이주는 류남정이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았을까 걱정하고 있었다.임설이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습니다. 류 선생님과 임 대표님은 K시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쪽도 제가 계속 확인하겠습니다.”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임설은 여러 방향을 동시에 살피고 있었다.이 짧은 시간 안에 그만큼 많은 일을 병행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다.이제 남은 일은 검사 결과를 재촉하는 것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쪽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강이주는 피해자 자료를 넘기다가 한 부분을 손끝으로 짚었다.“다들 ‘마도연대기’를 하고 있네? 이 둘은 대리랭 뛰는 애들이고, 몇 명은 오래 한 고인물들이야. 이 사람들 게임 계정부터 확인해.”‘마도연대기’는 출시된 지 오래된 온라인 RPG였다.강이주와 심원후도 예전에 그 게임을 한 적이 있었다.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이런 공통점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명단 속 사람들 가운데는 평범한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있었다.직업만 놓고 보면 별다른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모두 같은 게임을 한다는 점이 강이주에게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임설은 강이주의 뜻을 알아듣고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다.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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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답장은 금방 왔다.[계정 비번.]강이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비밀번호를 보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백초아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이거 맞아?]백초아가 핸드폰 카메라로 노트북 화면을 직접 찍어서 보낸 것이었다.혹시라도 노트북에 흔적이 남을까 조심하느라 화면 캡처를 하지 않았다.강이주는 사흘 전 이 계정들이 모두 심원후의 손을 거쳐 판매 완료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구매자는 하필 이번에 알레르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더 필요한 거 있어? 참, 하나 말해 줄게. 심원후 그 인간, 그날 밤 다리를 맞고 절뚝거려. 그날 밤 누군가하고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네 이름이 나왔어.][강중그룹 지금 난리 난 거 알아. 너도 심원후 의심하지? 그날 밤 녹음한 거 있어. 기다려. 보내 줄게.]곧이어 백초아는 강이주에게 녹음 파일 하나를 보냈다.녹음은 중간중간 끊겨 있었지만, 심원후의 분노에 찬 목소리는 분명히 담겨 있었다. 강이주의 이름도 나왔다.이 녹음만으로 심원후를 완전히 몰아붙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한 단서였다.[하나만 부탁할게. 나 아직 심 회장 증거를 못 찾았어. 이 녹음은 참고만 하고 밖으로 내보내지는 마.]백초아는 강이주에게 누가 함정을 팠는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녹음이 공개되면 화살은 곧장 백초아에게 향하게 된다.백초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직 심씨 집안을 완전히 무너뜨릴 증거를 찾지 못했기에, 백초아는 계속 심씨 집안 안에 남아 있어야 했다.그날 밤 심씨 저택이 난장판이 되었을 때도 백초아는 심순남과 지정애에게 의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그날 밤 백초아만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심씨 저택 곳곳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백초아의 방만 멀쩡했기 때문이다.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심순남 부부는 진작 백초아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그렇지만 심원후가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는 일만큼은 백초아에게 더없이 통쾌했다.백초아는 심명그룹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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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중고 의류를 회수해서 재가공했다는 주장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강중그룹은 회사의 신뢰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관련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강이주는 로비를 한 바퀴 훑어보았다.강이주의 말이 끝나자, 시끄럽던 로비가 조용해졌다.강이주는 처음부터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이제는 회사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만약 정말 강중그룹 측에 책임이 있다면, 강이주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확실한 근거도 없이 법적 대응을 밀어붙였다가는 회사가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터였다.제품을 개별적으로 외부 검사기관에 의뢰했던 소비자들 중 상당수도 검사 결과를 공개하며 강중그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올렸다.아직 의심은 남아 있었지만, 강중그룹은 ‘중고 의류와 고인이 입던 옷을 회수해 재가공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사람들을 상대로 곧장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영향력이 큰 몇몇 대형 계정들이 곧바로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내용이었다.일반 계정 중에도 이번 이슈를 이용해 팔로워를 늘리려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무 근거 없이 비난 여론에 올라탄 것이다.현재 이슈에 편승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계정들은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플랫폼에서 이용 정지 조치를 받았다.그뿐만이 아니었다.그 계정들이 정지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익명의 계정에서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강중그룹을 모함한 사람이 심원후이며, 강이주에게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고 이번 일을 꾸몄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에는 심원후의 이름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다.증거에는 심원후가 사람을 시켜 피해를 주장한 이들에게 연락하고, 옷에 유해 물질을 묻혀 알레르기 반응처럼 보이게 만든 과정이 담겨 있었다.입금 기록도 여러 건 나왔다.상대와 유해 물질의 사용량, 희석 비율을 확인하는 녹취까지 있었다.여론의 화살은 단숨에 심원후에게 향했다.유예준과 구희라 역시 가장 먼저 SNS에 글을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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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제수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사람을 붙여 찾아보겠습니다. 별일 없을 겁니다. 제수씨도 절대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유예준도 이제야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구기빈이 출장을 간다는 사실은 유예준도 알고 있었다.출국 전 구기빈은 유예준에게 따로 부탁했다. 강이주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그때 유예준은 구기빈이 강이주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냐며 놀렸다. 그렇게 못 미더우면 아예 강이주를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지 그랬냐고 장난까지 쳤다.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부탁은 유난히 이상했다.유예준은 그 일을 강이주에게 몇 번이나 말하려다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강중그룹은 방금 큰 사건을 겪었다. 빠르게 수습했다고 해도 회사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지금 강이주는 회사 쪽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유예준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불안을 억누르며 답했다.“네, 부탁드릴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이주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통화를 끊은 강이주는 핸드폰을 꺼내 구희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구기빈이 맡은 프로젝트가 정확히 뭔지 알고 싶었다.강이주가 직접 구기빈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어제부터 지금까지 하루가 넘게 지났는데도 구기빈은 계속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강이주는 제자리에 앉아 기다릴 수 없었다.구희라도 구기빈의 위치를 모른다면, 강이주는 직접 구씨 저택으로 갈 생각이었다.구호민과 마주하는 것이 아무리 싫어도 강이주는 가야 했다.그렇게 생각한 강이주는 우선 집에 들러야 했다.오늘 사태가 너무 크게 번졌다. 강이주 쪽에는 심원후를 고소할 충분한 증거가 있었고, 심원후는 실제로 조사를 받기 위해 연행되었다.그러나 심원후는 곧 보석으로 풀려났다.심원후는 끝까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녹음과 채팅 기록은 조작된 것이라며, 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버텼다.강이주가 들은 소식에 따르면, 심원후를 빼내는 데 힘을 쓴 사람은 구호민이었다.그 말을 들은 뒤 강이주는 오늘 일이 구호민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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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그날 밤, 구기빈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구기빈은 배진호와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뒤 곧바로 납치되었다.납치범들은 600억 원의 몸값을 요구했다.납치범들은 온몸이 묶인 구기빈의 영상을 찍어 구호민에게 보냈다.구희라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강이주에게 알렸다.강이주가 영상을 받은 시간은 새벽 3시 반이었다.강이주는 잠에서 벌떡 깨어났다. 부모님에게 말할 새도 없이 집을 나섰다.구희라를 만나 자세히 물어봐야 했다.구씨 저택으로 가는 길에 강이주는 구희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강이주는 잠깐 생각하다가 유예준에게 연락해 이 일을 알렸다.유예준도 이미 소식을 들은 듯했다. 유예준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제수씨, 제가 지금 구 회장 집으로 가겠습니다. 제가 아마 더 빨리 도착할 겁니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유예준은 강이주가 혼자 들어간다면 구호민이 들여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구기빈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강이주가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약속했다. 유예준은 강이주에게 운전할 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강이주가 구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유예준은 이미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강이주가 보이자 유예준은 곧장 차에서 내렸다. 유예준은 잠옷에 가까운 실내복을 입고 있어서 급히 뛰쳐나온 티가 그대로 났다.“제수씨, 제 차에 타세요.”유예준은 강이주를 위해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강이주는 말없이 그 말에 따랐다.오는 내내 운전대를 잡은 강이주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몇 번이나 핸들이 미끄러질 뻔했다.유예준은 사람을 시켜 방문을 알린 뒤, 강이주를 태운 채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구씨 집안의 저택 안에서도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구희라는 구기빈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오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구호민은 허락하지 않았다. 계속 집에 얌전히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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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강이주는 구희라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희라야, 네 오빠가...”“예준아, 누가 이 여자를 데리고 오랬냐?”구호민은 강이주를 차갑게 훑어보았다. 눈빛에는 차갑고 날 선 경멸이 담겨 있었다.유예준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강이주 씨는 기빈이 가장 아끼는 사람입니다. 기빈이 이런 일을 당했으니, 약혼녀인 강이주 씨에게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유예준은 일부러 ‘약혼녀’라는 말을 힘주어 말했다.사실은 유예준이 즉석에서 꺼낸 말이었다.유예준은 강이주 손에 낀 반지를 보았다. 구기빈의 손에 낀 반지와 한 쌍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커플링까지 맞춰 끼고 있다면, 구기빈과 강이주는 이미 서로의 곁에 남기로 마음을 굳혔을 가능성도 있었다.정말 그렇다면 강이주를 구기빈의 ‘약혼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유예준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자신과 구기빈이 이미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했다.지금 와서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구호민은 강이주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구호민은 코웃음을 쳤다.“약혼녀? 미안하지만 강이주 씨는 자격 없어. 기빈이 약혼녀는 따로 있다. 이미 예전에 정해 둔 사람이야.”“이번에 기빈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쪽 혼사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겠지.”구호민은 말을 마치고도 강이주를 보지 않았다.유예준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었다. 자기 친구를 모를 리가 없었다.구기빈이 강이주를 선택했다면, 집안이 정한 대로 따를 가능성은 없었다.구호민의 계산은 빗나갈 것이다.“아버지.”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강이주는 소리가 난 쪽을 따라 구호민 곁의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눈매와 분위기가 구호민과 꽤 닮아 있었다.강이주는 구희라가 예전에 말했던 구씨 집안의 둘째 아들 구희도를 떠올렸다.구희도는 구호민에게 말했다.“지금 중요한 건 그 문제가 아닙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납치범들이 요구한 몸값을 어떻게 마련할지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구희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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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강이주는 두 손을 꽉 움켜쥐고 구호민을 마주 보았다.강이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제가 오늘 밤 이렇게 찾아온 일이 무례하다는 건 압니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하지만 기빈 씨 소식을 알아보는 것까지 막으실 권리는 없으세요. 저와 기빈 씨는 이미...”‘혼인신고’라는 말이 나오려던 때, 구호민이 또다시 강이주의 말을 끊었다.구호민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나는 강이주 씨가 알아보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어. 다만 내 쪽에서 어떤 정보도 얻을 생각은 하지 마. 자네가 능력이 없으면 멀리 꺼져.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구호민의 말에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그 말을 듣고 구희도의 시선이 강이주에게 닿았다.구희도는 강이주를 위아래로 살폈다. 눈빛에는 탐색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이 사람이 형이 좋아하는 여자구나.’구희라가 반박하려고 하자, 강이주가 먼저 구희라를 막았다.유예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장님, 친구라도 걱정할 권리는 있습니다.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실 수는 없습니까?”유예준도 구호민이 강이주에게 하는 말이 지나치다고 느꼈다.구호민은 유예준을 한 번 바라보았다.“너는 기빈이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으니 정이 깊은 것도 안다. 네가 기빈이를 걱정하는 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다르다.”“아무나 우리 눈앞에 들이밀 수는 없어. 이곳은 아무나 받아 주는 곳이 아니다. 반기지 않는 사람에게 좋은 기분으로 대할 필요도 없고.”구호민은 비웃듯 말했다.“조금이라도 자기 처지를 알면 지금까지 뻔뻔하게 서 있지도 않았겠지.”진작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유예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구호민의 말은 오늘 밤 유난히 심했다.구희라는 구호민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주는 저랑 오빠한테 보물이에요. 값을 매길 수 없는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말로 깎아내릴 사람이 아니에요.”“희라야.”구희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구희라의 말을 끊었다.구희도는 구희라에게 눈짓했다. 지금 여기서 더 불을 붙여 아버지를 자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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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구호민의 표정이 전보다 덜 팽팽해진 것을 확인한 구희도는 계속 말했다.“아버지, 희라가 이미 아버지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계속 집에만 묶어 둘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이 답답하게 갇혀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리도 없고요.”“희라도 말로만 그런 겁니다. 자기 일이 있는데 계속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버지도 전에 제게 말씀하셨죠. 여자가 자기 일을 갖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요.”“희라의 일도 나중에는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희라가 잠시 숨 좀 돌리게 해 주십시오.”구희도는 구호민이 자기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다시 제안했다.“이렇게 하시죠. 앞으로 희라는 집으로 돌아와 지내게 하겠습니다. 지난 일은 이제 넘길 건 넘기고요.”구희도는 구희라를 향해 말했다.“희라야, 네가 먼저 말해 봐. 작은오빠 말에 동의하지? 마침 작은오빠도 돌아왔으니까 앞으로 집에 와서 작은오빠도 좀 챙겨.”“여동생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안 되잖아. 너 큰오빠 곁에만 오래 붙어 있었잖아. 작은오빠도 동생이 곁에서 애교 부리는 거 좀 보고 싶다.”구희도는 일부러 구희라에게 물러날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결국 구호민이 원하는 것은 구희라를 눈앞에 두고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래야 구희라에게 정략결혼 상대를 준비하고, 집안의 결정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구희도는 그 점을 고려해 부녀가 모두 받아들일 만한 타협안을 내놓았다.구희라가 또 고집을 부리며 물러서지 않을까 봐, 구희도는 계속 눈짓을 보냈다.때로는 적당히 물러서는 것도 필요했다.구희라는 구희도의 말 속에 담긴 암시를 알아들었다. 결국 작은오빠의 제안을 따르기로 하고 한발 물러섰다.“아버지, 작은오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부녀 사이에 밤새 이어지는 원한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알아요. 아버지가 다 저를 위해 그러신다는 거...”“아버지 뜻대로 선도 보고, 매일 집에도 들어오겠습니다. 하지만 제 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저는 남에게 기대어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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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구씨 저택을 나온 뒤 강이주뿐 아니라 유예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겉으로 보아도 구호민은 납치 사건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그건 분명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었다.유예준은 걱정에 잠긴 강이주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달랬다.“제수씨,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유예준은 강이주가 친구를 걱정하다가 판단력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그동안 함께 지내며 유예준은 강이주가 구기빈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것을 알았다.강이주는 고개를 돌려 유예준을 바라보았다.“실례가 안 된다면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강이주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유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기빈 씨와 가족분들 사이가 많이 안 좋은가요?”강이주는 예민하게 그 점을 알아차렸다.평소 강이주 앞에서 구기빈은 부모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가끔 언급하더라도, 말투에는 타고난 듯한 차가움이 묻어 있었다.유예준은 잠깐 멈칫했다. 잠시 생각한 뒤 솔직히 말했다.“네. 다만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구 회장님이 기빈이를 지나치게 통제했다는 정도입니다.”“저도 일부 소문만 들었습니다. 기빈이 어릴 때는 물 마시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었다고 하더군요.”“물을 얼마나 마실지, 밥은 얼마나 먹을지, 몇 시에 일어나 학교에 갈지까지 전부 정해졌답니다. 그런 건 오히려 작은 일이라고도 했고요.”유예준은 구기빈과 가까워진 뒤 그런 소문을 꽤 많이 들었다.더 심한 말도 있었다. 구기빈은 웃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어떤 자리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까지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다는 말도 있었다.유예준은 그 소문을 들었을 때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이게 아이가 사는 방식인가?’‘로봇이라고 해도 그렇게 정밀하게 계산된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같아.’하지만 구기빈이 그 일들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아서 유예준도 더 묻지 않았다.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꺼냈다가 친구의 좋지 않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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