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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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이번에 구희도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강이주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구희도라는 존재 자체를 그저 흘려 지나쳤을 것이다.‘도대체 왜?’유예준이 가볍게 웃었다.“본인이 원해서래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요.” “다만 희도가 구호민 회장님하고는 그럭저럭 사이가 괜찮은 편인데, 기빈이 어머님한테는 영 살갑지가 않더라고요.”“갓 태어났을 때는 희도가 희라보다 훨씬 컸다고 들었어요. 희라는 많이 약해서 자칫 잘못하면 못 살릴 뻔했고요.”“기빈 어머님이 보시기에 희도가 희라 영양분을 다 빨아 갔다고 여기셨던 거예요. 그래서 모유를 먹이는 걸 거부하셨대요.”“희도가 백일이 됐을 때, 산후우울증이 심하셨던 기빈 어머님이 희도 목을 거의 조를 뻔하기까지 했죠. 그 일이 있고 나서 두 사람을 완전히 떨어뜨려 놓았어요.”유예준이 무언가 떠올린 듯 말을 이어 갔다.“구희도는 가사도우미 손에서 자랐어요. 구호민 회장님이 시간 날 때마다 가서 함께해 주셨고요. 그래서 회장님이랑은 좀 가까운 편이 된 거 같아요.”강이주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구씨 집안 사정은 강이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해 보였다.다만 구희도가 오랜 세월을 해외에서 보냈고, 아버지의 정만 받고 어머니의 사랑은 받지 못했다는 건, 듣기에도 어딘가 정상이 아닌 흐름이었다.분명히... 유만정은 구기빈과 구희라에게는 무척이나 잘하는 사람이었다.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목까지 조르려 한 어머니라니, 정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일까?“제수씨, 갑자기 왜 말이 없으세요?”유예준이 옆에서 침묵에 잠긴 강이주를 바라봤다. 눈에는 뭔가 살피는 기색이 어렸다.방금 자기가 적절치 못한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다만 구씨 집안 사정에 대해 유예준이 아는 건 거기까지였다.구호민은 자기 집안의 일을 외부에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본인 말처럼, 집안의 추한 일은 바깥으로 새 나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강이주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유예준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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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머리끝이 쭈뼛하면서 일어선 강이주가 주먹을 단단히 쥐고 곧바로 휘두르려고 했다.그런데 곧바로 따뜻한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코끝에 익숙한 체취가 스며들었다.강이주가 몸을 굳힌 채로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봤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 믿기지 않는다는 음성으로 외쳤다.“기빈 씨?”이미 날이 밝을 시간이었다.그러나 거실 커튼이 전부 내려져 있어서, 현관은 무척이나 어둑했다. 거기에 강이주는 밤을 새우다시피 한 상태였다. 머리도 작동을 멈춰 일시적으로 반응이 둔해져 있었다.‘이, 이 사람은 분명 납치된 거 아니었어?’‘도대체 어떻게... 이 집에 나타난 거지?’강이주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손을 뻗어 눈앞의 남자를 마주 끌어안았다.진짜 손이 닿는 감각이었다.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었다.“나야. 돌아왔어.”구기빈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으면서, 강이주를 자기 품 안에 단단히 끌어안았다.마치 강이주를 자기 뼈와 살 안으로 으스러뜨려 넣고 싶다는 듯, 그 힘은 한껏 강했다.강이주가 조금 답답할 만큼.그래도 강이주는 그대로 구기빈에게 안긴 채로, 그 힘을 느꼈다.기쁨과 충격이 동시에 닥친 감정에, 강이주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워졌다.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몰랐다.강이주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되찾았다. 주먹을 쥐고 구기빈의 등을 콩콩 두드렸다.“진짜 사람 미치게 만들어. 무사하면 무사하다고 연락 한 통 못 해?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당신 진짜 양심도 없고, 나한테 너무해. 사람 이렇게 놀라게 하는 게 재미있어? 말해 봐. 가만히 있으면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말을 이어 가던 강이주의 목소리가 살짝 메었다.“제대로 된 해명 못 하면, 체중계 위에 무릎 꿇어 있어. 진짜 너무 미워서 한 대 패고 싶어.”강이주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구기빈은 이미 강이주를 풀어놓은 상태였다.몸을 숙인 구기빈은 더 이어지려는 강이주의 말을 거침없이 입술로 막았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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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햇빛을 너무 잘 차단한 탓에 방 안이 캄캄해서,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강이주가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 등을 켰다.구기빈의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 충혈된 채 핏빛으로 붉어진 두 눈을 본 강이주는 단번에 마음이 풀렸다.침대에서 내려와서 남자 앞으로 다가간 강이주가 손을 뻗어 남자를 잡아당겼다.“일어나.”그런데 구기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선만 들어 올리며, 강이주의 안쓰러워하는 눈빛을 향해 빙긋 웃었다.“여보가 용서 안 해 주면, 일어날 자격이 없지.”이 말의 뜻은 강이주가 입으로 직접 용서해 줘야 한다는 거였다.이를 본 강이주가 어이없다는 듯 손바닥으로 구기빈의 어깨를 한 번 가볍게 쳤다.“구기빈, 그냥 무릎 꿇어 죽어.”이 남자를 괜히 안쓰러워한 자신이 한심해졌다. 이 와중에도 입을 놀려서 자신을 살살 어르고 있다니.이 말에 구기빈은 꼿꼿한 등을 한층 더 곧추세우고 박자에 맞춰 말을 받았다.“그래, 좋아. 다 내 잘못이지. 꿇어 죽어도 마땅해. 여보, 좀 더 난이도를 올려 볼까? 무릎으로 ‘사랑해,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 줘' 이 글자를 다 찍어 볼게.”“못 찍으면 꿇은 채로 연습하지 뭐. 당신이 용서한다고 할 때까지. 어때?”말을 끝내고 구기빈은 강이주를 향해 한빙긋 웃기까지 했다.정말로 무릎으로 글자를 타이핑이라도 할 기세였다.“별로야.”강이주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슬쩍 코웃음을 쳤다.“용서했어. 빨리 일어나.”끝까지 차마 모질게 굴지는 못했다.강이주가 허리를 굽혀 구기빈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구기빈이 똑바로 일어선 다음, 두 팔로 구기빈의 목을 감고 까치발을 하고서 입술에 한 번 입을 맞췄다.“도대체 무슨 일이었어?”“당신이 납치돼서 영상까지 찍혔잖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무사해서 다행이야. 다친 데는 없지?”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이주는 구기빈의 몸을 살펴보려 했다.손이 살짝 느슨해지자, 구기빈이 강이주의 손을 잡아 다시 자기 목에 두르게 했다. 두 손으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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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구기빈은 이번 납치가 미리 계획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게다가 본인의 일정을 훤히 꿰고 있는 자의 소행이라는 뜻이었다.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강이주는 그 행간의 의미를 알아들었다.시선을 든 강이주가 눈앞의 남자를 흔들림 없이 응시했다.“그 말은... 혹시 당신... 집안 사람을 의심하는 거야?”원래는 구호민을 직접 지목하려고 했었다.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고, 강이주는 좀 더 완곡하게 돌려 말하는 쪽을 택했다.이런 얘기는 사실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근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강이주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기빈 씨는 그분의 아들이잖아.’‘정말로 자기 아들한테 그런 짓까지 하는 아버지가 있을 수 있나?’강이주는 알 수 없었다.다만 구기빈에게 일어난 일이 눈앞에 펼쳐진 거였다.구기빈이 강이주와 시선을 맞추며, 옅게 웃었다.“우리 집안 얘기... 당신한테 한 번도 안 했지.”“우리 아버지, 거의 병적인 지배욕을 가진 분이야. 어릴 적에 내가 그분 요구대로 안 하면 어김없이 상처가 남았어. 다락방에 가둬 두는 정도는 가벼운 일이었지.”구기빈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그러나 강이주는 그 몸에서 죽음의 정적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강이주가 입을 벌려 뭔가 말하려고 했다.눈앞의 남자가 먼저 몸을 숙여 강이주의 입술에 한 번 입을 맞춘 뒤, 말을 이어 갔다.“조금이라도 반항할 마음을 먹으면, 그땐 매질이었어. 좀 컸을 땐, 더 이상 때리진 않았어.” “본인 말로는, 아무리 때려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게 된다고. 이미 무뎌져서 그렇다고.”이건 시작에 불과한 얘기였다. 강이주는 까닭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구기빈이 이어서 할 말은 분명 상식의 범위를 넘어설 거였다.실제로도 그랬다.구기빈의 눈빛이 차게 가라앉았다.“그다음은 정신적인 고문이야. 우리가 마음에 두고 있는 게 무엇이든, 그분은 우리 앞에서 그것을 조금씩 조금씩 부숴 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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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강이주는 자기가 구기빈에게 품은 사랑을 표현하는 데 아끼지 않았다.구기빈이 자신에게 다가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을 써야 했을지, 강이주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붉어진 눈가로 강이주가 다시 한번 눈앞의 남자에게 입을 맞췄다.“나도 다 알아. 당신이 몰래 돌아온 거 나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그런 거지. 당신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가. 당신이 뭘 하든 내가 응원할게.”구기빈이 이렇게까지 연극에 맞춰 움직였다면, 분명 본인 나름의 계획이 있을 거였다.어쩌면 구기빈은 원래 돌아와서는 안 되는지도 몰랐다. 그저 강이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온 것뿐이었다.구기빈은 잘 알고 있었다. 전화나 메시지로 연락이 닿는다고 해도, 강이주가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할 것이다.자신이 직접 강이주 앞에 무사히 서야만, 강이주가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였다.그래서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도 구기빈은 이곳까지 온 것이다.강이주가 그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그래서 더더욱 구기빈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구기빈은 실제로 강이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돌아왔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배욕이 그토록 강한 구호민이, 구계배가 RG그룹을 구기빈 손에 넘겨주라고 했을 때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애초에 구호민은 구기빈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마음껏 조종하기 좋게.하지만 구기빈은 끝내 구호민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호민에게 눈엣가시일 뿐이었다. 그런 자식을 곁에 두느니 차라리 부숴 버리려고 했다.구호민은 구기빈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그날부터 판을 짜기 시작했다. 구기빈의 손에서 본디 자기 것이어야 할 모든 걸 도로 되찾아 오려는 판이었다.돈과 권력, 구호민은 어느 쪽도 손에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RG그룹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내부는 이미 썩어 있었다.겉만 옥구슬이고 속은 썩은 풀인 셈이었다.구기빈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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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강이주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곁에 구기빈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침대 협탁 위에 구기빈이 남겨 둔 메모지가 없었다면, 강이주는 자기가 그저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쪽지 위엔 짧은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 [기다려줘!]강이주는 그 쪽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곧바로 그 쪽지를 옆에 놓인 책 사이에 끼워 두었다.이불을 걷어 내고 침대에서 일어난 강이주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구희라가 보낸 메시지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구희라는 강이주가 일어났는지, 잠시 만날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강이주는 핸드폰을 들고 구희라에게 전화를 걸며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이주야.]전화가 연결되자 구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이주는 검은색 원피스를 골라 갈아입으며 답했다.“지금 로펌에 있어? 내가 지금 갈게.”강이주는 알고 있었다. 구희라가 지금 집에선 나올 수 있는 처지이긴 해도, 자유가 제한된 상태라는 걸.구희라는 정말로 로펌에 있었다. 구호민이 보낸 사람이 감시하고 있었다.전에 구희라가 하루 동안 자취를 감췄을 때, 주선하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다행스럽게도 오늘 구희라가 다시 로펌으로 다시 출근했다.구희라는 로펌으로 돌아온 뒤, 큰일을 하나 벌이기로 했다.그 일과 관련해서 구희라는 지금 강이주의 도움이 필요했다.강이주가 로펌에 도착하자, 주선하가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주선하는 강이주를 곧장 최상층의 옥상으로 데려갔다.구희라는 변함없이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강이주가 알아차린 게 하나 있었다. 오늘 구희라가 평소처럼 굽 낮은 구두를 신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오늘 구희라가 신은 구두 굽은 적어도 10센티는 되어 보였다. 분위기가 더욱 압도적이었다.구희라는 지금 난간에 나른하게 기대 있었다. 가늘고 긴 손끝엔 불이 붙은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다.담배는 절반 이상 타들어 가 있었다.“왔어?”강이주를 발견한 구희라가 손에 든 담배를 곧장 꺼 버렸다.담배꽁초를 발밑에 떨어뜨리더니, 발끝으로 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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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희라가 뭔가 일을 저지른 게 아닐까?’강이주가 바라보는 가운데, 구희라는 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흔들었다.“자기야, 나 결혼했어.”강이주가 구희라의 손에서 혼인관계증명서를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펼쳐 보니, 아무 장식도 없는 흰 종이 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차갑게 박혀 있었다.구희라. 그리고 배우자 주선하.혼인신고일은 오늘 날짜였다.하단에 찍힌 발급일자도 오늘.이 서류는 두 사람이 방금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었다.손에 든 익숙하고도 묵직한 이 혼인관계증명서를 보며, 강이주는 마음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남매구나.’‘같은 집안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걷는다더니.’구희라의 이 일 먼저 벌이고 통보하는 방식, 혼인 신고부터 먼저 해 두고 이긴 자리에서 얘기를 꺼내는 방식, 정말이지 구기빈과 똑같이 닮아 있었다.“너랑 주선하가?”강이주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했다.‘이렇게 자기 비서랑 혼인 신고를 한 거라고?’‘이렇게 결혼해 버렸다고?’구희라가 강이주를 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연하가 얼마나 좋아. 누나, 누나 하면서 다 맞춰 주잖아. 어쨌든 난 이제 기혼자야. 집에서도 함부로 못 해.”“물론 우리 아버지 성격상 알게 되면 선하 쪽이 위험해질 거야. 이주야, 네가 선하 좀 지켜 줘.”자기에게 주선하를 지켜 달라는 구희라의 부탁에, 강이주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내가? 너 진심이야?”“응.”구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나 앞으로 로펌에 안 있을 거야. 로펌 지분은 전부 선하 명의로 넘겼고, 선배에게도 사직 의사를 밝히고 로펌에서 빠지겠다고 했어.”구희라가 미간을 찌푸렸다.“선하한테도 물어봤어. 파트너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고. 너도 알잖아. 선하가 로펌에 있으면 선배가 지켜 줄 수는 있어. 그래도 난 불안해.”어쨌든 주선하를 이쪽 일에 끌어들인 건 본인이었으니까.로펌 지분을 넘긴 건 주선하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주선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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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옥상에서 내려오던 강이주가 우연히 주선하와 마주쳤다.주선하도 강이주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이에 강이주는 거절하지 않았다.주선하를 따라 아래층의 카페로 갔다.방금 구희라가 보여 준 혼인관계증명서를 떠올리면서, 강이주는 눈앞의 남자를 찬찬히 살폈다.얼굴엔 아직 풋풋한 기색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미덥지 못한 인상은 아니었다.주선하가 서류 한 부를 꺼내 들고 부끄러운 듯 강이주를 봤다.“이거 희라 누나가 저한테 서명하라고 한 협약서예요.” “처음엔 정직원 계약서더라고요. 그런데 뒤로 넘겨봤더니, 로펌 지분 양도 서류까지 있어요. 누나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오늘 아침 구희라가 자기를 끌고 가서 혼인신고를 한 행동만으로도, 주선하는 이미 정신이 좀 멍한 상태였다.혼인신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구희라가 정직원 전환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그러면서 로펌의 합작 파트너가 될 생각이 있는지도 물었다. 자기 말고 다른 파트너 한 분이 직접 가르쳐 주실 수도 있다고 했다.주선하는 구희라에게 물어봤다. 왜 자기랑 계약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구희라가 준 대답은, 집에서 맞선을 보라고 종용하는데 그 어떤 남자도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였다.평생을 어울리지도 않는 남자와 적당히 살아가느니, 본인 눈에 그나마 드는 남자랑 적당히 사는 게 낫다는 거였다.분명히 구희라는 주선하의 외모가 마음에 든 듯했다. 거기다 생활 리듬이든 잠자리든 어느 쪽 호흡이든 잘 맞았다.기왕에 곁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니, 구희라는 일단 일부터 벌이고 봤다.이런 얘기들을 구희라는 주선하에게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다만 로펌 지분 양도 건만 제외하고.구희라의 생각도 단순했다. 갑작스러운 결혼에 대해 주선하에게 해 주는 보상 정도였다.주선하가 자기 앞으로 내민 서류를 보면서, 강이주는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희라가 저한테 이미 주선하 씨랑 혼인신고를 했다고 했어요. 희라가 직접 챙겨 준 거니까 잘 가지고 계세요.”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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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그런데 구희라와 하도민의 결말은 어떻게 됐던가?허도민 역시 구호민의 강압적인 수단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허도민이라는 선례가 있는 만큼, 강이주는 지금의 강이주는 주선하의 다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그저 가볍게 웃으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희라가 준 거니까 받아 두세요. 그쪽이랑 희라 일은 두 분이 직접 풀어 나가시고요. 선하 씨, 정말 희라를 좋아한다면, 우선 자신부터 잘 지켜요.”“본인을 지킬 수 있어야 희라도 잘 지킬 수 있는 거니까요. 이건 제 연락처예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뒤에 적힌 번호는 제 비서 번호고요. 저랑 연락이 안 닿으면 거기로 전화 주세요.”강이주가 명함을 꺼냈다. 본인과 임설의 개인 연락처가 적혀 있는 명함이었다.로펌에서 돌아오는 길에 강이주는 익명의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도착!]가상의 번호였다.강이주는 보자마자 곧바로 알아차렸다. 구기빈이 본인의 안전을 알리는 메시지였다.연극은 이미 시작됐고, 일단 활 시위를 당긴 이상 화살은 되돌릴 수 없었다. 구기빈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그 연극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강이주는 그 메시지를 지웠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게 깨끗이 정리했다.지난번 구호민에게 ‘봄날산장’으로 끌려갔다 돌아온 뒤, 강이주는 빼앗겼던 핸드폰을 버렸다.핸드폰에 있던 사진들도 모두 클라우드에 백업해 둔 상태였다.다른 이유는 없었다. 핸드폰은 자신의 손을 떠나 있었고, 구호민의 손에 그렇게 오랫동안 압류돼 있었다. 강이주는 그자가 자기 핸드폰에 도청 장치라도 심어 놨을까 봐 걱정이 됐다.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강이주는 그냥 안 쓰기로 결정한 거였다.곧바로 새 핸드폰으로 바꿨다. 구기빈과 같은 모델의 다른 색상의 폰으로.구기빈이 돌아왔다가 다시 떠난 지 이틀이 더 지났다.이 이틀 동안 강이주는 끊임없이 구희라에게 전화를 걸어 구기빈의 상황을 물었다.몇 번은 구희라가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식사 중일 때 전화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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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구희라는 카드 한 장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여기 200억 원 들어 있어요.”뜻은 분명했다. 이 돈은 자신이 자진해서 몸값에 보태려고 꺼낸 거였다.구호민이 두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구희라를 위아래로 훑었다.표정은 차가웠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한쪽에 있던 구희도가 그 모습을 보고 구희라에게 입을 열었다.“막내야. 너 요 며칠 계속 밖으로 나가 있어서, 지금 형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있구나.”구희라는 정말로 눈을 뜨자마자 집에 있지 못했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기 자산을 모두 처분하느라 분주했다.아버지라는 사람을 못 믿어서, 구희라 본인도 따로 돈을 모아서 몸값에 보탤 준비를 하고 있던 거였다.구희도가 말을 마치고는 구호민을 한 번 흘끔 본 뒤, 다시 구희라에게 이어 갔다.“당일에 아버지가 이미 600억 원을 마련해서 보냈어. 그쪽 현지에서 보증 역할을 해 줄 사람도 연결했고.”“그런데 납치범들이 600억 원을 받고 나더니, 돈이 너무 쉽게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그 자리에서 다시 1000억 원을 요구했어.”“아버지도 당했지만, 그래도 화를 참고 1000억 원을 다시 마련했어.”이런 일들을 구호민이 구희라에게 알리지 않았기에, 정말로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600억 원을 받은 뒤, 상대가 뻔뻔하게 다시 1000억 원을 요구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1000억 원?”구희라의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지금 동네 시장에서 고기 흥정하는 줄 아나, 가격을 깎고 올리고?”말을 마친 뒤에야 구희라는 자신의 감정이 너무 격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시울이 붉게 충혈된 채 다시 자리에 앉아, 목이 메어 말했다.“1000억 원이면 1000억이지. 우리 집안이 못 내는 것도 아닌데.”구희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문제는 거기서 막혔어. 그 1000억 원도 보냈는데, 상대측은 이제 5000억 원을 요구하고 있어.”“뭐라고?”구희라가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이를 악물고 답했다.“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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