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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무신론자

저녁 어스름. KBC 방송국 근처 삼겹살집 한 테이블에 냉동 삼겹살이 익고 있었다.테이블에는 박은희 팀장과 최정일 피디, 장민석 피디가 둘러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그래서…, 서천역 사건까지 4건이 일어났으니, 난리가 난 거지.회의 내용 보낸 카톡은 봤지?”“네. 근데 그거 안 봐도 상황은 다 알아요. 안 그래도 관심도 있고 해서.”최정일 피디가 그렇게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소주를 마셨다.하지만 장민석 피디의 얼굴은 좀 어두웠다.“팀장님. 저희는 어떡하죠? 예고 살인 취재에 합류해야겠죠?”장 피디가 물었다.“그럴 것 같은데. 이게 보통 사건이 아니라서.그리고 시청률도 잘 나오고. 위에서 되게 신경 써.”“그럼, 사이비 건은요?”장 피디의 물음에 최정일 피디가 대신 대답했다.“일단, 몰카 등 잡혀 있는 거는 진행하고, 그다음에 바로 합류하자고.그러면 되겠죠, 팀장님?”박은희 팀장이 뭔가 생각하더니 되물었다.“지금 예정된 촬영이 있어? 사이비, 말이야.”그러자, 최정일 피디가 휴대전화를 열어 SNS 화면을 보여줬다. 그러고는 웃었다.“이 여자 사이비 하나는 마치고 합류할게요.여기 이 여자 한번 봐요.조회수에 팔로워 수 난리 난 여자 무당인데, 내가 정체를 확 벗겨 버릴 겁니다.”박은희 팀장이 최 피디의 휴대전화를 유심히 보았다.최 피디가 화면을 올리며 여러 개의 SNS를 보여줬다.“오, 되게, 미인이네.”“그렇죠? 아니 무당이 다 벗은 사진은 왜 올려? 완전 사기꾼의 전형입니다.”SNS에 뜬 게시물과 사진들. 그건 바로 박미나였다.SNS를 보던 박 팀장이 둘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쨌든 빨리 합류해. 사이비 방송은 뒤로 밀릴 거니까.”박 팀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장 피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근데, 너 표정이 왜 그래?”박 팀장의 물음에 잠시 주저하던 장민석이 대답했다.“아, 그게, 제가 겁이 좀 많아서…, 예고 살인 합류한다는 게 왠지 무서워서. 흐흐.”장민석이 어설프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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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서현덕 형사

서천역 폭발 현장의 잔해를 쳐다보던 서현덕 형사는 전화기를 들고는 인상을 썼다.그의 주위에는 다수의 경찰과 감식반원이 현장을 뒤지고 있었다.서현덕 형사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조용히 속삭였다.“정일아, 나 말 못 해. 언론하고 접촉하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어.그리고 나온 단서가 하나도 없어.”그러다가 입을 닫는 시늉을 했다.“아, 이런 것도 말하면 안 되는데.”“야, 우리가 수사에 도움을 주면 줬지, 수사를 방해하겠니?”최정일의 꼬임에도 불구하고 서 형사는 굳건했다.“안 넘어갑니다. 최 피디님. 일단 다음에 통화하자.”“야, 서현덕, 야, 인마….”최정일이 뭐라고 하든 말든 서현덕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자식이 이제 날 이용해 먹으려고.”서현덕 형사가 투덜댔다. 그때, 한 감식반원이 소리쳤다.“이거 좀 보세요. 이거 폭발물 잔해 같은데요.”서 형사와 후배 최우영 형사를 비롯해 형사 몇몇이 급히 그 감식반원에게 뛰어갔다.그러고는 감식반원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그곳은 지하철역 로비 중앙에 설치되어 있던 사물함 공간이었다.온통 터지고 조각나고 찌그러진 사물함 잔해들이 널려 있는 곳이었다.감식반원이 검은 물체 한 조각을 들어 보였다.이 난리 통에 폭발 잔해물을 찾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서 형사는 그가 찾은 잔해물 같은 것을 유심히 살폈다.“이거 폭발물 잔해가 확실해요?”최우영 형사가 의심이 가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맞는 거 같은데.”서현덕 형사는 검은 조각을 유심히 살폈다.검은 플라스틱과 타다남은 전선이 일부 붙어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가까운 곳에 CCTV 카메라가 보였다. 서 형사가 감식반원들을 돌아봤다.“일단, 이게 폭발물 잔해가 맞는지 정확한 분석을 부탁합니다.이게 맞다면…, CCTV를 보면 범인이 보일 것 같은데.”서현덕 형사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박미나의 집은 그녀의 집답게 아름다웠다.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급 펜트하우스였다.그녀의 SNS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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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세 귀신

“나 먼저 씻는다.”젊은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화장실로 향했다.“야, 양양! 넌 안 씻어도 돼. 귀신이 무슨 샤워를 하루에 두 번씩 하니?”미나의 말에 ‘양양’이라 불린 여자가 눈을 흘겼다.“저년은 별걸 다 간섭이네. 지는 엄청, 꾸미고 난리면서.”화장실 문을 열다가 화가 식지 않았는지, 다시 미나를 돌아봤다.“내가 월급을 받니, 뭘 한다고?너는 요란하게 온갖 치장을 다 하고 다니지만, 나는 이 검정 원피스 하나밖에 더 있냐?그리고 내가 ‘금산’ 쟤처럼 먹는 걸 밝히니? 더러워서 진짜, 귀신 못 해 먹겠네.”그렇게 소리치고는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하여튼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어. 어른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어.”늙은 남자가 투덜거렸다.“미나야 오늘 저녁은 뭐냐?고기가 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요즘 왜 이리 기력이 달리는지.”미나가 늙은 남자를 흘겨보았다.“영도 아저씨는 맨날 고기 타령이야.살아있을 때는 명절 때나 되어야 고기 먹었다면서.제가 영양제도 챙겨 드리잖아요.”그러자, ‘영도’라 불린 남자가 미나를 쳐다보았다.“그 영양제, 효과 하나도 없더라.”그 말에 미나가 혼자 중얼거렸다.“귀신이니까 효과 없지.”“뭐? 너 뭐라 그랬어?”“아니에요.”미나와 영도의 실랑이를 보던 금산이 소리를 질렀다.“나, 배고프다니까!”그 소리에 미나와 영도가 동시에 금산을 돌아보고는 이구동성으로.“저것이 어디서 반말이야?”언제나 시끌시끌한 미나의 집. 겉으로 보기에는 미나가 혼자 사는 집이지만,실상은 남녀노소 네 명이 우당퉁탕 부대끼며 살아가는 집이다.미나 외 세 사람. 정확하게 말하면 세 귀신이 미나와 함께 산다.이들이 바로 미나의 점집 ‘삼신당’의 삼신이며,미나의 사생활도, 그리고 일도 함께하는, 그야말로 동고동락하는 귀신들이다.그들이 어쩌다가 미나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는,다시 말해 미나가 어쩌다가 세 귀신과 접신을 하게 되었는지는 일단 비밀.그리고 그들이 어떤 사연을 가진 귀신들인지도 나중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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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미나의 가족

“여기 고기 더 없냐? 손도 못 댔는데 이 어린놈이 다 먹어버렸어.”영도가 금산을 째려보며 빈 그릇을 흔들었다.커다란 식탁에 가득 차려진 고기며,생선이며 엄청난 음식들을 셋이 둘러앉아 열심히들 먹고 있다.미나는 잔뜩 부은 얼굴로, 새로 구운 고기를 접시에 부었다.“진짜…, 못 먹어 굶어 죽은 귀신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우리 집에 있을 줄은 몰랐네, 정말.”미나는, 새로 부은 고기를 한 움큼 가져가서 입에 넣는 금산을 째려보다가,그 옆에 있는 양양을 쳐다봤다.“야, 양양! 금산은 그렇다 쳐도, 넌 다이어트한다는 애가 뭘 그렇게 먹어 대니?”“귀신이 다이어트해서 뭐 하겠니? 그냥 먹고 살란다.”양양이 대게 살을 뽑아먹으며 대답했다.미나가 식탁 한쪽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비어가는 그릇들을 보며 중얼거렸다.“남들은 귀신들이 이렇게 사람 음식을 먹어 대는 거 절대 모를 거다.떠들어봐야… 나만 미친년 되는 거지.”다음 날 아침, 미나는 한 주택가에 차를 멈췄다.차에서 내린 미나. 평소와는 다르게 검은 재킷에 검은 바지.그리고 검은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었다. 걸크러시가 넘쳐흐르는 모습이었다.미나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거침없이 눌렀다.“엄마, 나, 왔어!”거실에 들어선 미나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안방 문이 열리면서 미나의 어머니, 나 여사가 나왔다.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인상 좋은 중년이었다.“웬일이냐? 연락도 없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뭐 딸이 자기 집에 예약하고 와야 해? 아빠는?”그러자, 미나의 아버지 박종일 씨가 다른 방에서 나왔다.머리가 허연, 60대쯤 되어 보이는, 역시 인상이 좋은 아저씨였다.“우리 딸 왔냐? 참, 네가 보내준 보약 잘 먹고 있다. 역시 딸밖에 없어.”“또 필요하면 얘기해 아빠. 아시다시피 내가 돈복 터진 딸이잖아.참, 새로 산 차는 잘 굴러가?”“백 프로 만족! 고마워 딸!”아빠가 엄지를 치켜올리며 미소를 만면에 띄었다.엄마가 슬며시 미나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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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예고 살인 수사본부

“자기 용돈을 누가 주고 있는데.”미나가 말끝을 흐리더니 일어섰다.“저 갈게요.”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섰다.“참, 엄마, 갈비찜이랑 게찜이랑 반찬 좀 해서 줘.”그 말을 듣고 나 여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거 지난주에 갖다줬잖아. 그걸 벌써 다 먹었어?”“아, 그, 그게, 친구들이 놀러 와서 해치우는 바람에.애들이 맛있다고 얼마나 먹어 대던지….”당황하던 미나가 둘러대자, 나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많이 해서 가져다줄게. 하여튼 우리 딸 너무 잘 먹어서 좋다.”나 여사가 웃었다. 그러더니 나가는 미나를 다시 불렀다.“근데, 너 오늘 어디 여행 가니? 옷이….”그러자 미나가 돌아섰다.“여행은 무슨? 일이 있어.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일.”그렇게 말하고는 미나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예고 살인 수사본부.서현덕 형사는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서 형사뿐만 아니었다. 최우영 형사를 비롯해,몇몇 형사가 노트북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노트북에는 서천역 CCTV 영상들이 보였다.서천역에서 폭발물 잔해를 발견한 후,수사본부는 일단 4번째 사건의 단서가 될 용의자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분명히 누군가가 사물함에 폭발물을 넣었을 것이고,CCTV에 그놈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는 게 수사본부의 생각이었다.“저기, 이거 한번 보세요.”갑자기 최우영 형사가 소리쳤다. 다들 최 형사를 쳐다봤다.서현덕 형사는 부리나케 최 형사 자리로 갔다.“뭐야?”최 형사가 화면 속에 나오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사물함 앞에 서 있었다.“이놈 같아요.”그 소리에 수사본부 김형석 팀장도 뛰어왔다.“화질 올려서, 일단 모니터에 띄워 봐.”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사본부 한쪽 벽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대형 멀티 스크린에 CCTV 영상이 떴다.영상 속 남자는 회색 점퍼에 청바지,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사물함을 열고는 가져온 가방을 넣고 있었다.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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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박신

“그게 뭐?”부본부장과 팀장이 다가가서 봉지에 든 물건을 살폈다.“저기, 화면에 나온 저 가방.”서 형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최 형사를 돌아봤다.“우영아, 화면 좀 키워봐.”최 형사가 화면 속 가방을 확대했다. 검은 천 가방이 보였다.“이 증거물과 화면 저 가방이 일치하는 거 같지 않으세요?”화면과 증거물을 비교하며 유심히 보던 부본부장이 입을 열었다.“육안으로 봐서는 비슷한데, 확실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봐야지.”서 형사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저놈 얼굴 한번 당겨 봐.”멀티 스크린에 남자의 얼굴과 상의가 확대되어 나타났다.흐린 화면이라 명확하지는 않지만, 검은 모자를 쓴 젊은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사물함 앞에서 저렇게 두리번거리는 게 아무래도 이상합니다.형사의 촉으로 맞는 것 같습니다.”서 형사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던 김형석 팀장이 입을 열었다.“뭐, 지금 아무 증거도 못 찾고 있으니,일단 서천역 근처 CCTV 싹 뒤져서 저놈 동선 찾아봐.”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이한길 부본부장이 옆에 있다는 생각을 한 김 팀장.“부본부장님?”김 팀장이 동의를 구하자, 이한길 부본부장이 미덥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뭐… 그러든지.”그러자, 김형석 팀장이 다시 형사들을 돌아보았다.“뭐해?”김 팀장의 말에 수사본부가 갑자기 바빠졌다.“왜 저예요?”박신은 앞치마를 두른 채 사장에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두 명의 알바가 사장 옆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사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이해 좀 해줘. 너도 알다시피 식당이 장사가 안되어서 접으려다가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다 보니 알바를 3명까지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그래”사장의 변명에 박신은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왜 하필 저냐구요?”사장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어렵게 열었다.“얘들은 생계형이잖아. 너는 그래도 곧 취업할 거고, 또… 누나가 돈 엄청, 번다며?”“네?”박신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돈 버는 누나 때문에 잘린다고? 말도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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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수상한 집

“아니, 이런 이야기할 사람이….”“내가 계속 이런 이야기 들으면 어떻게 할 거 같아?”박신은 순간 ‘아차’ 싶었다.안 그래도 자영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하기야 백수 남친이 탐탁할 리 없는데 말이다.“내가 이런 말 안 하려 했는데….”“그럼, 말하지 마.”박신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자영은 그냥 멈추지 않았다.“당분간 우리 좀 쉬자.”“그게…?”“냉각기 좀 가지자고.”“덥지도 않은데… 무슨 냉각을…?”“시끄럽고. 나, 간다.”그렇게 말하고는 자영이 벌떡 일어났다. 박신은 무슨 말이라도 하면서 붙잡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나가는 자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신의 눈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미나의 차가 도착한 곳은 산동네 끝자락 낡은 주택 앞이었다.차에서 내린 미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주택 뒤쪽으로는 조그마한 야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야산을 미나가 유심히 쳐다봤다. 대낮인데도 뭔가 음산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다.“저기가 마음에 안 드네.”미나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한 낡은 주택으로 다가갔다.대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미나가 전화기를 들었다. 한참 신호음이 울린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아, 여보세요. 김재수 씨? 저 삼신당 미나입니다. 지금 집 앞인데요.”“콜록콜록, 아, 예, 콜록콜록, 지금 나갈게요.”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참 후에, 집에서 나온 남자가 대문을 열었다.어제 삼신당에 왔던 25번 손님이었다. 하루 만에 더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났다.“아, 미나 아씨. 이렇게 누추한 데까지 오시고….”미나는 그 남자, 김재수를 따라 마당을 지나서 현관으로 다가갔다.집과 마당을 유심히 살펴보았다.“이 안에 있을까?”“그건 몰라도 주위에 기운이 흘러.”양양의 목소리가 들렸다.“아니야, 확실해. 있어.”영도의 목소리였다.미나는 열린 현관문 안으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누추한 집안이었다.좁고 낡은 집안에 잡동사니가 흩어져 있었다.고약한 냄새에 미나는 코를 찡그렸다. 그냥 불결한 냄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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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삼태 귀신 1

“누구…슈?”“아, 네, 김재수 씨의 부탁으로 온 사람입니다.”“뭐요? 재수가 뭔…?”그러더니 기침을 해 대었다. 그런 어머니를 유심히 쳐다보던 미나가 차갑게 말했다.“그만 나오지?”그러자, 뭔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재수 어머니.그러더니 미나의 뒤쪽을 바라보았다.세 명의 신이 딱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본 재수 어머니의 눈이 커지더니 점점 붉어졌다.재수 어머니가 갑자기 괴기스러운 숨소리를 내면서 표정이 일그러졌다.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손도 바닥에 안 짚고 펄쩍 뛰어올랐다.재수 어머니의 몸이 마치 좀비처럼 꼬여 움직였다.“카아아아~~.”재수 어머니의 입에서 괴기한 소리가 들렸다.그러다가 갑자기 미나를 치고 나갔다.미나가 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아픈 표정을 지으면서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화난 금산이 재수 어머니를 향해 뛰어올라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쳤다. 그러고는 한 주먹을 들어 올렸다.“그만! 어머니 육신은 다치면 안 돼!”미나가 소리쳤다. 금산이 주먹을 멈추었다.그 틈에 금산을 밀친 재수 어머니가 공중으로 붕 떴다. 세 명의 신이 재수 어머니를 둘러쌌다. 재수 어머니는 괴기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신들을 위협했다.미나가 거실로 나왔다.“그만 나와라, 좋은 말할 때.”미나가 소리쳤다. 신들을 위협하던 재수 어머니가 미나를 덮치려 했다.재빨리 미나 앞을 막아선 양양의 몸에서 나온, 마치 방패 같은 모양의 기운이 막아섰다.그 방패에 부딪힌 재수 어머니가 인상을 쓰더니 갑자기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그러고는 엄청난 속도로 현관을 밀치고 나갔다.“따라잡아.”미나의 외침에 세 신들이 현관을 나왔다. 미나도 재빨리 따라 나왔다.마당을 나온 재수 어머니가 날 듯이 대문을 박차고 나와 야산을 향했다.세 신들도 날 듯이 따라갔다.미나도 재빨리 그들을 따랐다.김재수는 그들이 나가는 것도 못 본 채,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야산으로 달아나는 재수 어머니를 본 양양이 손을 뻗었다.전자파 같은 밝은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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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삼태 귀신 2

검은 그림자들이 괴성을 지르더니 앞으로 튀어나왔다.영도와 금산이 그들을 덮쳤다.영도의 지팡이가 검은 그림자 하나를 파도 가르듯 내리쳤다.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그림자.금산의 주먹이 또 하나의 그림자를 향해 날아가 그대로 그림자를 관통했다. 역시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그림자.그새 양양의 기운에 잡혀 있던 재수 어머니의 몸에서 드디어 삼태 귀신이 빠져나왔다. 늙고 검은 남자의 모습. 양양이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빙빙 소용돌이를 돌며 삼태를 덮쳤다.튕겨 나가는 삼태. 그 사이 미나는 뛰어가서 재수 어머니를 부축했다.쓰러져 있던 재수 어머니는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이제 끝내!”흩어졌던 검은 그림자들이 모이더니 첫 번째 삼태 귀신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그러고는 먼저 뛰어올라 선공을 해오는 삼태 귀신들.그러나 세 신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셋이 동시에 전파를 쏘아대자, 삼태 셋은 비명을 지르며 서로 등을 맞댔다. 셋이 큰 덩어리처럼 보였다.“내가 끝낼게.”영도가 기합을 넣더니 지팡이를 크게 휘두르며 날아가 바위를 깨듯 그들을 덮쳤다.쏟아지는 비명들. 그림자들이 연기처럼 흩날리더니 마침내 바닥에 잔해처럼 떨어졌다.영도가 흰 수염을 만지며 뭐라고 중얼거렸다.검은 그림자들이 물처럼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야산의 어두운 기운이 걷히고, 그 사이로 밝은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재수의 집 거실. 재수 어머니는 몸이 쑤시는지 인상을 쓰며 앉아 있었다.“괜찮으세요? 병원 안 가도 될까요?”미나가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네. 병원은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근데 왜 이리 관절이 쑤시지? 내가 어디, 넘어졌나?”그렇게 말하며 김재수를 바라보는 어머니. 재수가 멀뚱한 눈으로 대답했다.“사실, 난 잘 몰라. 엄마가 그냥 밖에서 들어오는 것만 봤어. 이분이 부축해서.”재수가 미나를 쳐다봤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미나는 재수의 얼굴을 살폈다.마른 건 여전하지만 얼굴의 노란 기운이 사라졌다.“그래도 몸은 가벼워졌어. 머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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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서천역

KBC 방송국 시사교양국 사무실 한가운데, 테이블에 박건영 부장과 박은희 팀장,그리고 최정일 피디와 장민석 피디가 마주 앉아 있었다.테이블 옆 화이트보드에는 ‘예고 살인’ 관련 사진과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알겠습니다. 상황은 파악했고요. 일단 내일 사이비 한군데 찍고 바로 합류하겠습니다.”최정일 피디가 박건영 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박건영 부장이 찡그린 얼굴로 최 피디를 바라보았다.“전원 합류하라는 얘기야. 그 사이비가 그렇게 급하니?”“지금 대부분 합류했다면서요. 근데 뭐가 있어야 취재할 거 아닙니까?별로 성과도 없다면서요. 우리가 신문사도 아니고, 뭔가 그림을 건져야 할 거 아닙니까?”최 피디가 따지듯이 말했다.“딴 애들도 아직 다 합류 못 했어. 하던 일이 있으니….”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머뭇거리던 박 부장이 말을 이었다.“네가 그래도 이쪽은 전문가 아니냐, 최 형사, 아니 최 피디. 나는 에이스가 필요하다고.”박 부장이 속삭이듯 사정했다.“얘들이 안 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낼 촬영 하나만 하고 바로 합류할 겁니다.걱정 마세요. 그렇게까지 저자세로 부탁 안 해도 할 겁니다.”박은희 팀장이 거들었다. 박 부장이 박 팀장을 돌아봤다.“내가 또 뭘 그렇게 저자세야? 박 팀장은 말을 해도 꼭….”“아, 알았습니다.”최정일 피디가 둘을 말리며 끼어들었다.“일단 지금 나가서 서천역 주위 한번 돌아보고요.낼 사이비 촬영 끝내자마자 합류합니다. 됐죠?”최 피디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서천역은 애들이 벌써 몇 번 갔는데.”박 팀장이 말했다.“딴 애들이 보는 거 하고, 제가 보는 거 하고, 같나요? 제가 직접 봐야 합니다.”최정일 피디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서천역 입구에 도착한 최정일 피디와 장민석 피디는 폭발 사고가 있었던 3번 출구 쪽으로 내려갔다.폭발의 흔적은 바리케이드 등으로 가려져 있었지만,한눈에 사고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폭발이 있었던 지하 공간에는 경찰 저지선이 처져 있었고, 경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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