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우리 동네 히어로: Kapitel 21 – Kapitel 30

40 Kapitel

21화 의문의 교통 사고

정식은 김 기자와의 전화를 끊고 담배를 한 대 피웠다.‘재수 없는 기자’를 굳이 사무실까지 오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나그나마 동생 죽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사람이다.그리고 동생의 죽음에 그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리도 또, 기자다.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직업이다.어제 발견한 꺼림칙한 영상의 비밀을김 기자가 알아내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밤새 고민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다.‘이놈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지.내가 못 하는 뭔가를 해낼 수도 있으니까.’정식은 어제 김 형사가 다녀간 후,블랙박스 영상을 열어 꼼꼼히 확인했다.동생의 마지막 영상이었다.물론 동생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지만.동생은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차를 거칠게 몰았다.비 때문에 블랙박스 영상은 사실 답답했다.빗물과 어렴풋한 불빛. 쉼 없이 화면을 지나가는 와이퍼밖에 없었다.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그러나 갑자기 회전하거나급하게 속력을 냈다가 줄였다, 하는 느낌 정도는 알 수 있었다.그리고 마지막 순간.덮쳐오는 트럭 헤드라이트 때문에하얗게 섬광이 보였다가 곧바로 옹벽에 쿵.정식은 그 장면을 보다가 화면을 세우고는 한참 눈물을 흘렸다.아들 같은 동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다.‘이 미친놈이… 이 빗길에…뭔 속도를 저렇게 내고…죽으려고 환장한 놈이지…….’한참을 울다가 욕하기를 반복했다.장례식장에서도 이러진 않았다.혼자 사무실에서 영상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났다.혼자서 실컷 울고 앞으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결심했다.그렇게 울고 난 후,화면을 끄려다 보니 아직도 꽤 많은 영상파일이 남아있었다.그나마 다행인지 사고 후에도 블랙박스는 멀쩡했다.옹벽과 충돌하는 순간, 잠시 껌뻑껌뻑하다가 다시 영상이 떴다.그 영상은, 비 오는 어둠 속이라 거의 블랙 화면에 가까웠는데,한참이 지난 후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어디서 차량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그 불빛은 119구조대나 레커차의 불빛은 아니었다.그러더니 불빛 때문에 옹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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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죽기 좋은 날

“이건…….”한참을 보던 김 기자가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이거 기자님이 말한 그 서류 아닐까요?”“그런 거 같네요. 근데 이 남자가 누구죠?”“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하지만 분명히 차에서 뭔가를 가져갔어요.”“음, 그러니까 우연히 가져간 건 아닌 것 같고동생분의 차를 따라왔다가 사고를 목격하고 일단 서류만 가져갔다?”“기자님도 그런 거 같죠.”“네. 왜 이걸 경찰들이 못 봤을까요?봤으면 사장님께 최소한 얘기를 했을 텐데.아마 사고냐 아니냐, 그 여부에 신경 쓰느라미처 뒤쪽 영상은 안 본거 같네요.”둘이 말없이 화면을 보고 있다가정식이 화면 속 남자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이놈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내 가만히 안 있을 거요.분명 이놈에게 쫓기느라 속력을 냈을 테고,그리고 이놈이 빨리만 신고했어도내 동생은 죽지 않을 수도 있었어.이 새끼가 결국 내 동생을 죽인 거야.”김 기자는 조용히 동의의 고갯짓을 했다.“그리고. 기자 양반도 내 동생 죽음에 전혀 책임 없다고 할 수는 없어.”“예?”김 기자가 놀란 눈으로 정식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사실 자기를 만나러 오다가 이렇게 된 거라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내가 앙심을 품고 그러지는 않겠지만기자 양반도 저놈이 누군지, 내 동생이 왜 죽었는지 모른 척하지 말고끝까지 캐내야 할 거요. 무슨 말인지 알죠?”“네, 당연하죠.”김 기자는 기가 죽은 듯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비는 밤에도 그치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서강대교 인근에 도착한 인명은 느릿느릿 다리 진입로를 올라갔다.11시가 다 된 시간이라 그런지 인적이 없었다.몸속의 근육과 장기들이 기능을 다한 듯 제어가 되지 않았다.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정신과 몸이 이상하리만치 맑았다.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그게 아니었다.걷기도 힘들었다.이런 힘으로 다리 난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마치 산소가 바닥난 채 히말라야 정상을 향해한발 한발. 내딛는 등반대원 같았다.겨우겨우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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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죽음 앞에 선 여자

바로 그때였다.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인명은 순간 빗소리인지 환청인지 헷갈렸다.잠시 후 또 한 번. 이번엔 좀 더 정확하게 들렸다.나지막한 울음소리였다. 눈을 떴다.옆을 돌아보니 4~5미터 떨어진 곳에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게 희미하게 보였다.조금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형체.인명과 그 그림자 사이에는 태양광 발전기 같은 게 있어서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인명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에 놀라자신의 계획을 순간 잊어버렸다.정신을 온통 그 그림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1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흐느낌 같은 소리. 사람의 소리였다.그 그림자가 조금 움직이더니 위로 올라왔다.사람이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과 흡사했다.저건 분명히 사람이다.그리고 그 사람은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난간에 붙었고 좀 더 위로 올라왔다.분명 난간을 오르고 있었다.순간 인명은.“안 돼.”자신도 모르게 외마디를 뱉고 그 사람에게로 뛰었다.그리고 그 사람을 붙잡았다.그냥 무조건 반사였다.그 그림자가, 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여자였다.비를 흠뻑 맞고 머리가 산발이 된 여자.순간 섬뜩했으나 그 그림자는 귀신은 절대로 아닌, 사람, 그리고 여자였다.여자는 인명을 보고 ‘어마.’하고 비명을 질렀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인명이 다그쳤다.“여기서 뭘 하시려고. 이렇게 비 오는데.”준비하지도 않은 말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잠시 침묵이 흐르고 인명은 이 여자의 의도에 대한명백한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낭패감에 약간 움츠렸다.“놓으세요.”여자가 힘없이 말문을 열었다.“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멀쩡해 보이시는 분이.”인명이 119구조대원처럼 나무랐다.“아니, 이 팔 놓으시라니까요.”순간 인명은 길에서 처음 만난 낯선 여자를외람되게 움켜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놓았다.잠깐의 침묵이 흘렀다.“저 상관하지 마시고 가시던 길 가세요.”‘가던 길?’인명은 잠깐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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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한강 속으로

‘네가 뭘 안다고? 내 인생 살아봤어?나도 노력했다고.내가 심심해서 이러는 줄 알아?’인명은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아내가 이혼을 선언한 날, 했던 말이다.그 말이 화살이 되어 그의 심장에 박혔었다.그 말이 오늘 또 그에게 부메랑처럼 날아와다시 심장에 박혔다.똑같은 말이지만 말의 의미는 조금 달랐다.아내는 자신을 떠날 생각이었고이 여자는 세상을 떠날 생각이라는 것.참 인생들 파란만장하다.아내가 그 말을 한 건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여자는 또 다르다.이 젊은 여자를 짓누르는 삶은 또 어떤 것일까?인명은 가늠하기 힘들었다.그날 아내는 자기 뜻대로 했고인명은 아무 설득도 반항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이 여자는 그렇게 자기 뜻대로 하게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이쪽으로 뛰어오는 물기 젖은 발자국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어둠과 비가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긴 했으나가로등 불빛마저 막지는 못했다.불빛 아래를 스쳐 지나오는 그리고 분명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그 그림자들은 분명 사람이었다.두 명 아니면 세 명쯤 되는 남자들.아니 정확히 세 명이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듯했다.인명과 여자는 동시에 그들을 바라봤다.이 시간에, 이 날씨에, 이 다리가 왜 이리 붐빌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그 남자들 쪽에서 소리들이 겹쳐 들렸다.“저기 있다! 야 너!”“어휴 진짜. 저년이 끝까지. 너 거기 안 서?”여자는 황급히 일어섰다.그러고는 갑자기 난간을 잡고 올랐다.여자는 난간에 발을 올리고몸을 천천히 아래로 기울이고 있었다.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 인명은 잠깐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봤다.그리고 왼쪽을 바라봤다.어느새 한 10여 미터 가까이 다가온 남자들.다시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분명 모든 걸 포기한 듯 무심한 표정으로한강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인명은 본능적으로 난간을 잡고 뛰어올랐다.그리고 여자를 잡았다.난간에 매달린 두 사람. 5월 마지막 날.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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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구사일생

인명은 눈을 떴다. 눈물 가득 고인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왜 그랬냐고? 도대체 왜?한동안 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어머니의 얼굴이 스르르 사라졌다.이내 주위는 온통 시커먼 어둠이 둘러싸고 있었다.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물속이었다.한강 물 속이었다.물에 빠진 지 얼마나 되었을까?짧은 찰나였지만 꿈을 꾼 것처럼 아련하게 느껴졌다.곧이어 한강 물속으로 그 여자와 함께 뛰어든 현실을 깨달았다.뭔가 손에 잡혔다. 그 여자의 손이다.인명은 그 손을 당겼다.여자가 스르르 끌려왔다. 시체처럼 축 늘어진 여자.정신이 번쩍 들었다.인명은 필사적으로 여자를 잡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한 손과 두 발을 휘저었다.뭘 생각하고 말고가 아니었다.어쩌면 본능적인 몸부림에 가까웠다.몸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되는 걸 느꼈다.흔들리는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윽고 첨벙 소리가 났다.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토하듯 숨을 쉰 것도 잠시,여자를 잡고 미친 듯이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헤엄쳤다.팔과 다리가 지칠 줄 모르고 움직였다.드디어 방벽 같은 것이 닿았고그 위로 여자를 먼저 걸쳐놓고 인명도 올라왔다.살았다. 왜 그런지 몰라도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 쳤다.그리고 살아났다.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할 여유도 없이 여자를 살폈다.죽은 거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한 여자.인명은 자신이 갑자기 받은 엄청난 에너지를그녀에게 불어 넣었다.예전에 회사연수에서 배운 소방 교육 과정을초인적으로 기억해 내서 인공 호흡을 하고 배를 눌러댔다.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여자는 쿡 하고 물을 토하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살았다. 이 여자도 살아났다.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녀를 살려냈다.여자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동안,한강에 뛰어들기 직전의 상황이 생각났다.갑자기 나타난 남자들.다리 위쪽을 보니 그 남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이리저리 둘러봐도 사람의 기척은 보이지 않았다.이 여자는, 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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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살아 돌아오다

“모르겠어요.내가 완전히 살아난 건지 아니면 또 죽으려 할 건지.하지만 중요한 건 나나 아가씨나 현재는 살아있다는 거죠.”여자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빗물 때문에 그녀가 울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아저씨. 저는 죽을 거예요. 죽어야 해요.죽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날 죽이고 말 거예요.”이 말을 하고 여자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맞다. 그 사람들.자신이 봐도 분명 그 사람들은이 여자를 살리려고 뛰어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 사람들이 이 여자를 죽일 거라고?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아까 그 사람들은 뭐요?아는 사람들이에요? 무슨 일인지…….”여자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인명도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온몸이 젖은, 혼수상태의 두 남녀가,한밤중에, 비 오는 한강 변 바닥에 앉아서한가하게 잡담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자고 제안했고그 여자는 체념한 듯 따라왔다.집이 어디냐고? 어디 갈 데가 있는지 물었다.“갈 데가, 없어요.”여자가 힘없이 도리질했다.하기야 조금 전 그 남자들의 기세로 봐서는이 여자의 집으로도 들이닥칠 것 같았다.인명은 일단 자기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여자가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고이런 꼴로 어디 여관이나 호텔을 가기도 이상할 것 같았다.휴대전화와 지갑이 호주머니에 그대로 남아있어 참 다행이었다.혹시나 그 남자들과 마주칠까 봐 외진 길을 택해서 둔치를 빠져나왔다.평소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나,비가 와서 그런지 한적했다.택시 기사는 두 사람의 행색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비를 맞으며 데이트하는 남녀를 가끔 본 듯하고(물론 언뜻 봐도 나이 차가 많아 보이지만),시트를 젖게 하는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겠다는.인명의 제안에 순순히 응했다.집에 도착한 인명은 여자가 온수로 샤워를 하는 동안부의금 전달 메모와 전세계약서 등을 치웠다.여자가 인명의 옷으로 갈아입고 이불로 몸을 덥히는 동안인명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그러면서 생각했다.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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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민사라

“이거 좀 먹어요. 죽다 살아나니 배가 더 고프네.”여자가 살짝, 아주 살짝 피식 웃는 듯했다.“소주 한 잔, 할래요?”인명은 컵라면을 주고 소주잔을 채워줬다.여자는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그러고는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방을 둘러보는 듯했다.분명 여자는, 이 늙은 남자의 삶도 그리 평균적이진 않구나,하는 걸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그냥 별 볼 일 없는, 그래서 진짜 힘들어서 죽으러 간 게 맞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그래서인지, 불안해하던 눈빛이 조금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늙은 남자가 그 늦은 시간에 한강에 불쑥 나타난 게무슨 음모나 또 다른 함정 같은 게 아닐 것 같다는.그래서 경계의 눈빛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인명은 그녀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저는 안인명이라고 합니다.나이는 좀 많고요. 오십 대이고 혼자 살아요.”여자는 말없이 소주 한잔을 더 따라서 마셨다.“어쩌다 보니 이 꼴로 살고 있고.그래요. 오늘 죽으려고 한강을 갔어요. 근데.”밖에는 계속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아가씨를 거기서 본 거예요.보는 순간, 그리고 아가씨가 죽으려고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어쩌면 그때 처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본 건지도 모르겠어요.한심하게 비겁하게 어이없이 인생을 끝내려고 한 나 자신을.”“…….”“그래서 나를, 한심한 나를 다시 꽉 잡고,죽지 말라고, 살라고 매달린 것 같아요.”여자는 소리 없이 깊은숨을 내쉬었다.“아, 물론 아가씨를 뭔 나의 개인적인 목적으로,이기적인 이유로 잡은 건 아니고.하여튼 꼭 살리고 싶었어요.내가 나를 돌아봤듯 아가씨도아가씨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미안합니다. 어쨌든 아가씨의 인생에 개입해서”혼자서 말이 많아졌다.“이름이 어떻게 돼요?”여자에게 이름을 물어봤다.“민사라라고 합니다.”“그럼, 나이는?”나이를 물어봤고 그 여자는 순순히.“35살이에요. 우리나라 나이로”라고 대답했다.얼핏 예상한 나이와 큰 차이는 없었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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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사라는 왜 죽으려 했나 1

한강 물속,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당겼을 때,어둠 속에서 보았던 그녀의 얼굴이 생생하게 다시 생각났다.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아니, 삶과 죽음을 순간이나마 모두 초월한 그때 그 표정.모든 감정들이 물속으로 풀어져 빠져나간그 평온한 얼굴이 떠올랐다.차라리 살리지 말아야 했었나?그토록 이 여자가 벗어나고 싶어 했던 이생의 늪 속으로내가 또 끌고 들어온 건 아닌가.인명은 마음이 아팠다.“저는 지금 아무도, 아무것도 없어요.”고개를 그대로 숙인 채, 오랜 침묵을 깨고 말을 했다.“초면에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갈 데도 없고,만약 조금이라도 더 살려면,조금이라도 더 목숨을 유지하려면 꼭꼭 숨어있어야 해요.”“…….”“아저씨가 절 구한 건 실수예요. 그 오빠도.”사라는 말끝을 흐리며 또다시 눈물을 떨어뜨렸다.‘그 오빠라니?’인명은 사라의 말들이 이해되지 않았으나지금 하나하나 따질 때는 아니었다.“사라 씨. 우리 차근차근 풀어봅시다.내가 뭐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이왕 죽다 살아난 거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요.”“안 돼요. 이건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인명은 남은 소주잔을 비웠다.“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남은 인생을 예전과 똑같이 살지는 않을 거요.외면하고 피하고 숨고, 그렇게는 안 살 거요.필요하다면 당당히 맞서고 필요하다면상대를 넘어뜨리고 필요하다면 상대를 밟아서라도.”순간 인명이 목소리를 높였다.잠시 말이 없던 사라는,크게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이야기하자면 너무 긴 얘기라.밤을 새워도 다 못할 것 같은데.”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생각보다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사라 씨만 안 피곤하면 뭐 전 괜찮아요.밤새지 뭐. 낼 할 일도 없는데.”“네. 피곤하지는 않은데. 얘기를 하자니.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인명은 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너무나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았다.분명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오늘 안 해도 돼요. 천천히 들을게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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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사라는 왜 죽으려 했나 2

“야!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고.너 대한민국 판검사, 의사가 다 그런 줄 아니?대부분은 떵떵거리고 잘 살잖아.결국 걔들이 이 세상 꼭대기에서 살아.강남 가봐라 다들 그런 놈들이나 그런 놈들 마누라나 자식들,걔들 부모나 처가 놈들밖에 없다.그리고 너 정도면 최소한 공부해서 시집 잘 가는 게…….”아빠는 그 말을 하다가엄마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바로 말을 멈추었다.“그래그래. 우리 딸 예쁘고 끼 넘치고,또 깡 하면 사라 아니니?일단 너도 생각 좀 더 해 보고 응?”사라도 두 갈래 길에서 고민했지만가면 갈수록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켜져 갔다.그 당시에도 아이돌이란 직업이 또래들의 롤 모델이었고,몇몇 걸 그룹이 연예계를 휩쓸던 때였다.거기에다가 학교 선배 누가 기획사와 계약을 했다느니,배우 오디션에 합격했다느니 하는 얘기가학교 친구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사라는 부모님을 졸라 노래와 댄스를 배울 수 있는 동네학원에 다니면서,그 어렵다는 예고에도 거뜬히 합격했다.배우도 하고 싶었지만 일단 걸 그룹 가수가 되어서화려한 무대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노래도 제법 했고 춤도 자신 있었다.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교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끔 있는 오디션에 응모도 했으나 최종에서 항상 미끄러졌다.그러다 아주 늦게 기회가 왔다.고3 여름방학, 뜻하지 않게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것이었다.서울의 한 기획사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어머니와 함께 간 사라는, 기획사 대표 앞에서 간략한 오디션을 봤고,이제부터 우리와 일하자는 통보를 그 자리에서 받았다.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집에 도착한 엄마는 사라를 붙들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아빠는 좋은 날 재수 없게 운다고 엄마를 핀잔주면서도혼자 밤늦도록 축배를 들었다.“그날이 제 짧은 인생에 있어서 제일 기뻤던 날이었어요.”사라가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그렇겠군요.”“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날이제 인생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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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사라는 왜 죽으려 했나 3

또 몇 개월이 지나고, 사라도 지쳐갈 즈음,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기획사 대표에게 몇 번 면담을 요청하니까어느 날, 사라를 사무실로 불렀다.“사라야. 지금 데뷔하기는 좀 애매해. 너도 들었지?너희 선배 팀이 막 데뷔했잖니?너희들이 동시에 데뷔해서 동료끼리 뜯어먹을 일 있니?좀만 기다려봐. 바로 조를 짜서 합숙하며 데뷔 준비를 해 보자.”힘은 빠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스무 살이 넘어서 시작하는 것이 늦은 나이라는 건 이미 알았다.또 데뷔를 미뤄야 한다는 건 아쉽지만바로 조를 짜서 합숙한다는 얘기에 위안을 얻었다.그 말을 부모님께 이야기하니,엄마가 짜증이 났는지 혼잣말처럼 투덜거렸다.“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얼만데. 또 기다리라고?”“엄마. 돈이 들어가다니? 기획사에 돈 줬어?”사라가 다그치니 엄마가 실토했다.기획사에 들어갈 때 계약금을 받은 게 아니고오히려 줬다고 한다.대표가 엄마를 따로 불러서 얘기했단다.숱한 경쟁자 중, 한 명일 뿐이니 우리가 뭐‘유니세프’도 아니고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고.곧 합숙도 하고 전담 매니저도 구하고차도 구하고 하면 돈이 엄청 들어간다고.다음에 성공하면 이건 푼돈이라고.그것뿐만이 아니었다.연습 비용, 트레이너 비용 등으로 매달 입금했다고 한다.엄마는 학원 보낸다고 생각하기로 했단다.사라는 기획사가 A급이 아닌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웬만한 데는 이런 걸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아직 데뷔한 것도 아닌데 지금 관두거나 딴 데로 옮기면그만큼 더 늦어질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한 달 후, 곧바로 데뷔 준비를 위한 걸 그룹 조에 합류했다.기분은 하늘을 날았다.말로만 듣던 합숙소.곧 재건축을 안 하면 곧 무너질 것 같은 15평짜리 빌라였지만6명의 멤버가 같이 살 게 되었고미우나 고우나 붙어서 매일 비지땀을 흘렸다.그리고 또 2개월이 지난 뒤 2명의 멤버가,짐을 쌌고, 새로 2명이 들어왔고,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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