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좀 먹어요. 죽다 살아나니 배가 더 고프네.”여자가 살짝, 아주 살짝 피식 웃는 듯했다.“소주 한 잔, 할래요?”인명은 컵라면을 주고 소주잔을 채워줬다.여자는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그러고는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방을 둘러보는 듯했다.분명 여자는, 이 늙은 남자의 삶도 그리 평균적이진 않구나,하는 걸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그냥 별 볼 일 없는, 그래서 진짜 힘들어서 죽으러 간 게 맞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그래서인지, 불안해하던 눈빛이 조금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늙은 남자가 그 늦은 시간에 한강에 불쑥 나타난 게무슨 음모나 또 다른 함정 같은 게 아닐 것 같다는.그래서 경계의 눈빛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인명은 그녀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저는 안인명이라고 합니다.나이는 좀 많고요. 오십 대이고 혼자 살아요.”여자는 말없이 소주 한잔을 더 따라서 마셨다.“어쩌다 보니 이 꼴로 살고 있고.그래요. 오늘 죽으려고 한강을 갔어요. 근데.”밖에는 계속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아가씨를 거기서 본 거예요.보는 순간, 그리고 아가씨가 죽으려고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어쩌면 그때 처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본 건지도 모르겠어요.한심하게 비겁하게 어이없이 인생을 끝내려고 한 나 자신을.”“…….”“그래서 나를, 한심한 나를 다시 꽉 잡고,죽지 말라고, 살라고 매달린 것 같아요.”여자는 소리 없이 깊은숨을 내쉬었다.“아, 물론 아가씨를 뭔 나의 개인적인 목적으로,이기적인 이유로 잡은 건 아니고.하여튼 꼭 살리고 싶었어요.내가 나를 돌아봤듯 아가씨도아가씨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미안합니다. 어쨌든 아가씨의 인생에 개입해서”혼자서 말이 많아졌다.“이름이 어떻게 돼요?”여자에게 이름을 물어봤다.“민사라라고 합니다.”“그럼, 나이는?”나이를 물어봤고 그 여자는 순순히.“35살이에요. 우리나라 나이로”라고 대답했다.얼핏 예상한 나이와 큰 차이는 없었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02-27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