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 동네 히어로: Chapter 41 - Chapter 50

208 Chapters

41화 박 형사 1

진구의 말에 의하면 박영진이라는 전직 강력계 형사는 현재 64세이다.‘강력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로화려한 검거 실적이 자랑이란다.터프하고 성질도 급하지만,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유도를 가르치면서그만의 독특한 교육법으로 여럿 바른 사람 만들었다고 한다.퇴직 후 청소년 유도 교관으로 있단다.예전에 소년원에서 유도교육과훈화 교육을 담당하면서 진구와 만나게 되었고,박 형사 덕분에 진구도 삐뚤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다소 구식 교육법이 좀 힘들긴 하지만진짜 좋은 분이라고 진구가 거듭 강조했다.경찰청 산하 체육관. 인명은 이런 시설이 경찰청 내에 있는지 처음 알았다.체육관 내에는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삼삼오오 모여서 유도 연습 중이었다.몸에 문신이 보이는 친구들도 여럿, 눈에 띄는 게,그냥 평범한 아이들은 아닌 것 같았다.학교적응이 힘들거나 학교생활을 아예 포기한 친구들,학교폭력 가해자나 피해자 등을 모아서 유도를 통해 사회 적응 트레이닝 중이란다.수십 명의 소년들 사이에서 단연 튀는 덩치.전형적인 깍두기 헤어스타일에 100킬로그램은 넘을 것 같은 단단한 몸.체육관이 떠나갈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에,교육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헷갈리는 거친 입담의 소유자.진구가 말하기 전에 그가 박 형사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조폭 때려잡는 형사 그대로였다.훈련이 한차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매점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죽으려 했다고?”박 형사가 대뜸 치고 들어왔다.인명은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박 형사와 진구를 번갈아 쳐다봤다.진구가 어디까지 얘기를 미리 한 건지 혼란스러웠다.“일단 다시 살기로 마음먹은 건 잘한 일이야.애도 아니고 말이야. 난 말이야.악한 놈보다 더 싫어하는 놈이 약한 놈이야.”하고는 진구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진구도 얼떨결에 동의한다는 미소를 보내다가인명을 보고는 표정 관리를 했다.인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그냥 눈을 내리깔았다.“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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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박 형사 2

“그 여자 때문에?”박 형사가 떠보듯 물었다.‘그 여자 때문에?’순간 인명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 것 같기도 했다.“아, 아니. 그 여자는,그날 처음 본 아가씨입니다. 조카 정도 나이로.”인명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조카 정도라니. 내가 지금 무슨 변명을 하려는 거야?’당황한 인명 앞으로 침묵이 지나갔다. 그냥 밀릴 수만은 없었다.“자살하려던 여자를 어쩌다가 구했는데,그 여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얘기를 했고,다음날 우리 집에서 실종됐어요.형사님 같으면 어떡하시겠어요?”“…….”“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뭐 하나용기 있게 도전해 본 것이 별로 없습니다.그래요. 평생 남과 싸워본 적도 없고주먹질 해본 적도 없고누굴 위해 희생이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달라지려 합니다.늦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요.”인명은, 처음은 맞지만,마지막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박 형사를 쳐다봤다.박 형사도 말없이 인명을 쳐다봤다.“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진구한테 들으셨겠지만, 그냥 이 세상 끝내려다가그 여자를 보게 된 거고, 구하게 된 겁니다.그러면서 저도 새 삶을 살아 보려고 마음먹게 되었고요.그런데 우리 집에서 사라졌습니다.형사님 같으면 어떡하시겠어요?”박 형사가 희고 꺼칠한 턱수염을 소리 나게 비벼댔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만약, 만약에 말이야.”박 형사가 그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그 여자가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인명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사실 그녀가 사라졌을 때부터그 생각이 뇌리 이곳저곳을 맴돌았다.다만 애써 그 생각을 그의 뇌리 한구석에 처박아 놓고기어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그런데 박 형사가 그 생각을 뇌리 한복판으로 단번에 끌어내 버렸다.분명 사라는 그들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했다.하지만 그럴 리 없다.그래 그 USB가 내 손에 있지 않은가.“그럴 리 없지만…… 그래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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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허니 엔터테인먼트 1

박 형사와 헤어진 뒤, 인명과 진구는 사라의 기획사를 찾아갔다.기획사는 한강이 보이는 마포에 자리잡고 있었다.회사 간판이 작아서 근처에 한참 헤맸다.건물이 보이는 건너편 외진 곳에 주차하고는 궁리에 들어갔다.곧바로 들어갈지, 전화부터 먼저 할지 고민하다가일단 인명이 사무실로 밀고 들어가기로 했다.“진구야, 넌 여기 잘 지키고 있어.만약 내가 한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오면.박 형사님께 연락이나 좀 해줘.”인명은 모자와 안경 등으로 어설프게 위장하고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 입구는 잠겨져 있었다.유리문 안쪽을 보니 좀 넓은 로비 공간이 보이고그 주위로 여러 개의 방이 보였다. 인기척이 없었다.일단 입구에 있는 인터폰을 눌렀다.조금 있다가 인터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세요?”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아, 네. 혹시 김현 대표님 잠깐 뵐 수 있을까요?”“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가요?”“아, 네. 대표님을 잠깐 뵙고 여쭤볼 게 있어서요.”“미리 약속하신 거 아니면 그렇게는 안 되고요.”여자가 누구와 얘기하는 건지 잠시 조용하다가.“그리고 대표님은 외출 중이세요.”인명은 난감했다.대표를 거론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저, 그러면 누구 아무나 좀 뵐 수 있을까요?”“…….”누굴 만나보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당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잠시 후 한 방에서 여자가 나오더니 입구 쪽으로 왔다.목소리의 주인공 같았다.인명은 밝은 미소로 응대했다.여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입구를 열고는 문 앞에 서서 말했다.“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지금 출타들 하셔서.”“아, 네. 잠깐 들어가서 말씀을 드려도?”여자가 망설이더니 입구에서 물러섰다.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벽에 가수들의 사진들과 포스터 등이 붙어있었다.한쪽에는 김현 대표로 보이는 사람의 사진도 있었다.뭔 정치인인지 누군지 모르겠지만정장을 차려입고 가슴팍에 꽃장식을 단,얼굴에 개기름이 반지르르한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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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허니 엔터테인먼트 2

두 사람은 인명의 이야기를 듣더니 긴장을 약간 늦추는 듯했다.‘난 또.’하는 표정이었다.남자가 말을 먼저 꺼냈다.“아, 네. 피클이란 팀이 저희, 회사 소속이었던 것 같긴 한데.근데 해체한 자기가 꽤 오래되어서, 연락처가 없을 것 같은데요.”하면서 여자에게 동의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네, 없을 것 같은데.”여자가 말꼬리를 흐렸다.“에이 그럴 리가.이렇게 큰 회사에서 소속 가수 연락처가 없을 리가요.아무리 해체했다 해도 한 2, 3년? 정도밖에 안 되었을 텐데.기록이 남아있지 않을까요? 한 번만 찾아봐 주시면.아님, 제가 김 대표님께 직접 전화를 드릴까요?”“아,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일단 찾아볼게요.”여자가 카운터에 있는 노트북을 뒤지며찾는 시늉을 하면서 남자를 쳐다봤다.인명은 남자를 유심히 봤다.요란한 레이스가 붙은 리넨 셔츠를 입고 빨간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머리는 길러서 뒤로 묶었다.‘나 잘 나가는 아티스트야!’ 라고 표시를 내고 싶어 안달하는 듯한그의 모습에 하마터면 인명은.‘너 누나 옷 입고 왔니?’라고 말할 뻔했다.인명은 기다리기 심심하다는 듯 휴대전화를 열었다.그러고는 두 사람이 눈치 못 채게,미리 캡처해 둔 사진들을 확인했다.인터넷 검색을 하며 ‘허니 엔터테인먼트’의중요 인물의 사진들은 캡처를 해두었다.피클 멤버는 물론 김현 대표,그리고 ‘허니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사이트에 있는 사진 모음 등에서피클과 함께 자주 등장한 사람들의 얼굴과그들의 이름과 역할 등을 캡처해 둔 것이다.패션 스타일은 그때와 달랐지만,이 남자는 피클을 관리했던 작곡가 겸 프로듀서 ‘서지수’가 확실했다.‘피클’의 1집부터 4집까지 거의 모든 곡을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사람.사라와 둘이 찍은 사진도 여러 장이었다.인명은 뚫어져라 서지수를 쳐다봤다.인명의 눈길이 부담스러웠는지서지수는 괜히 여자를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김 팀장. 아직 못 찾았어? 번호가 없는 모양이지?”“아, 네 그게, 찾을 수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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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김현 1

고급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에서 바라보는한강의 야경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김현은 2년 전, 이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이렇게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우아하게 와인을 음미할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결혼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그 세월을보상받았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한강 다리와유람선의 불빛이 왈츠에 춤을 추듯 흔들거렸다.‘그때, 약한 마음에 병신 같은 짓을 했으면이런 호사를 못 누렸겠지?’한강 변 펜트하우스 주인이 되는 건,30여 년 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상경하여처음 로드 매니저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어 온 목표였다.그때 처음 본 한강 야경,강변을 둘러싼 초고층 아파트의 불빛을 보면서일종의 경이감을 느꼈다.‘도대체 저기엔 누가 사는 거야? 그래도 사람이 살겠지?’‘먼 친척’ 어른이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더 먼 친척’을 소개시켜 주면서 시작한 일이었다.학창 시절 학교 밴드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는그의 경력을 알고 있던 ‘먼 친척’이 가수가 된‘더 먼 친척’에게 김현을 연결해 준 것이다.말이 친척이지, 모르는 남보다 더 한 모멸감을 느끼게 해준그 ‘더 먼 친척’ 덕분에 김현은 엔터의 세계를 알게 됐고,또 어떤 굴욕에도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정신력을 키우게 되었다.매니저를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을 때 그는 한 여가수를 짝사랑했다.너무나 힘들고, 벌이도 시원찮아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였다.‘더 먼 친척’과 같은 회사 소속인 신인가수로‘애니’라는 가명으로 갓, 데뷔를 하였다.회사에 들렀다가 노래 연습을 하는 그녀를 보고첫눈에 반한 김현은 우연을 가장해서그녀에게 곡이나 노래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어느 날 그녀가 김현을 불러 세웠다.“어머 실장님. 매번 조언 너무 감사해요.혹시 작곡도 하시나요?”“아, 아니. 전 그냥 매니저……그리고 실장이 아니고……. 그냥,어릴 때부터 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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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김현 2

김현은 도저히 애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아니 무엇을 보려 해도 눈앞이 깜깜해져서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문을 닫고 나오는데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더 먼 친척’의 웃음소리보다 간간이 들리는 애니의 웃음소리와앙탈 부리는 소리가 더 그의 등을 후려쳤다.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한참 동안 서서, 모멸로 가득 찬 그들의 채찍을 기꺼이 맞았다.사무실을 나왔다.그러고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세 병을 그대로 들이켜고,택시를 타고 한강으로 갔다.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소주 한 병을 든 채, 한강 다리 중간까지 비틀거리며 걸어갔다.고개를 들어 강변을 바라봤다.한강 변을 끼고 들어선 아파트의 불빛이 빗속을 뚫고 아른거렸다.“개 같은 세상, 개 같은 놈들, 더러워서 내가 간다.”김현은 남은 소주를 마저 마시고는,빈 병을 시커멓게 일렁거리는 강물의 아가리 속으로 던져버렸다.그리고 난간에 발을 올렸다.이 세상을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난간에 올라서려는 순간,취기에 비틀거리며 빗물이 묻은 난간에서발이 미끄러지며 옆구리를 난간에 찧고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더럽게.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드러누운 얼굴 위로 빗물이 흩날렸다.그러다가 잠시 후 주위가 떠나갈 듯 울부짖었다.욕을 해댔다.세상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살아남는 자와 죽어가는 자로철저히 나뉘어져 있다는 걸 젊은 김현도 뼈저리게 느꼈다.“씨발, 내가 왜 죽어? 누구, 좋으라고.그래 죽지 말자. 끝까지 아등바등 살아남을 거야.못 가진 거? 까짓거 가지면 되지.안 되면 훔치면 되지. 뺏으면 되지.여자도 뺏고 돈도 뺏고 저 아파트도 뺏으면 되지.내 반드시 이놈의 세상! 복수하고 말 거야.짓밟고 말 거라고. 내가 왜 죽어!”김현은 그날 그렇게 누워서 한 시간을 발악했다.그 이후로 김현은 변했다.겉으로는 똑같아 보여도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다.‘더 먼 친척’은 그 사건 이후로 바로 인연을 끊었다.그 후 서너 군데 회사를 옮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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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김현의 복수 1

“어이! 아저씨”컴퓨터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김현은 입을 열었다.“응?”‘더 먼 친척’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김현이 마침내 그를 지긋이 바라봤다.“꿇어.”“응?”순간 ‘더 먼 친척’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무릎 꿇으라고. 이 새끼야!”‘더 먼 친척’은 비로소 김현의 말이 은유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손이 떨리고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저기, 김 대표, 아니, 김 대표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닥치고 무릎 꿇으란 말이야.무슨 뜻인지 몰라? 내가 직접 꿇게 해줘?”하며 벌떡 일어났다.덩치도 벌떡 일어났다.‘더 먼 친척’은 놀라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러고는 아이처럼 울며 사정했다.“김 대표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한 번만 한 번만 용서를.이렇게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빕니다. 제발 한 번만.”“무릎을 꿇었다고 내가 용서해 준다고는 안 했어.”“네?”‘더 먼 친척’이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너의 죄는 그 정도로 용서가 안 돼. 이 벌레 새끼.목숨은 붙어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알아들어?영화 안 봤어? 응? 살려는 드린다고.”‘더 먼 친척’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나가 새끼야! 그리고 너, 한 번 더 이 방에 함부로 들어오면 죽여 버린다.”김현은 그렇게 ‘더 먼 친척’에게 들은 마지막 말을 되갚아주며 복수했고,그날 이후 ‘더 먼 친척’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아무도 행적을 알 수 없었다.두 번째 복수는 예상대로 ‘애니’였다.어느덧 중견가수가 되어있었지만,그녀 역시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이 고전하고 있었다.섹시한 외모는 여전해서 노래보다는 ‘번외 활동’으로 더 유명했다.김현은 그런 그녀의 행적을 그냥 지켜만 봤다.‘더 먼 친척’의 경우와는 달리 적극적인 개입은 없었다.사장이 되고 난 어느 날 김현이 직접 애니를 불렀다.“잘 있었어요?”김현이 부드럽게 말을 걸자, 애니는 이게 웬 봉이냐 싶었다.“오빠~ 정말 오랜만이야~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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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김현의 복수 2

“내가 지켜보겠어.앞으로 내 앞에 얼씬거리거나,쓸데없는 생각을 하거나 하면 바로 풀어버린다.오늘부터 가요계를 떠나.뭐 지금도 가수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하지만.하여튼 나의 바닥에서 영원히 사라지라고.앞으로 술을 팔아먹든 몸을 팔아먹든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하염없이 우는 그녀를 놔두고 김현은 호텔을 나왔다.복수를 마친 김현은 관장한 듯 속이 후련했다.앞으로 누구든 자신을 모욕하거나 앞길을 방해한다면반드시 철저히 복수하리라 다시 한번 결심했다.‘더 먼 친척’이나 ‘애니’ 같은 패자들을철저히 짓밟으며 영원한 승자로 살리라 결심했다.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돈과 권력을 놓치지 않고 살리라 결심했다.회사는 급성장했다. 소속 가수들의 숫자도 한 달이 다르게 늘어났다.인맥과, 그 인맥을 통해 끌어들인 투자의 힘이었다.그 힘으로 진정한 ‘엔터의 킹’이 되고 싶었다.하지만 돈과 인맥의 힘은 거기까지였다.기획자로서의 능력이나, 경영 능력은 한계가 있었다.낙담했지만 김현은 현실적이었다.정공법은 자신의 능력에 부친다는 것을 금방 인정했다.그냥 자신이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그 이후 강남에서 무역업을 하는 강 회장을 만나게 되었고,그의 체면 세워주기 작전으로 세력을 키워나갔다.돈도 있고 권력도 있지만 좀 심심해질 나이의 중년들에게여자 연예인을 공급해 주는 작업이었다.강 회장은 그런 자리를 통해 정 재계의 실력자들과 교감도 나누고,이런저런 청탁도 서로 연결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그런 강 회장의 공급책이 바로 김현이었다.“그때 한강 물에 뛰어들었으면 어쩔 뻔했어.참 잘했어. 참 힘들게 버텨왔네. 장하다 김현!”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그래도 이만큼 이룬 스스로가 대견했다.와인 한 모금을 더 들이켜는데 휴대전화 문자 알림이 울렸다.‘역삼동에 있다는 정보. 사장님께는 연락왔었나요?’얼굴을 찡그리던 김현은 답장했다.‘전혀 안 왔음. 한 회장에게 물어볼까?’‘모르는 척하시는 게 나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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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정민

그때 진구의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아까 USB 맡긴 친구예요.”진구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정민아. 그래, 어떻게 됐어?”인명은 눈은 ‘허니’ 사무실에 고정한 채, 진구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그래? 음…… 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진구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인명을 바라봤다.“알았어. 되는대로 연락 줘.”하고 전화를 끊었다.“그게 침수가 심하게 된 데다, 찌그러질 정도로 외부 충격이 있어서백 퍼센트 자신은 없답니다.일단 USB를 깨끗이 말리고 엉클어진 메모리를 정상 복원해 보겠는데,어쨌든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다고 하네요. 해야 할 일들도 있고.”예상한 답변이었지만 불안감이 밀려왔다.만약 복구가 불가능하면, 사라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물론,사라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줄어들게 되는 것 아닌가.인명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진구에게 물었다.“근데 그 친구. 믿을 수 있는 친구니?전에도 말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일 수도 있는 물건이라 왠지 찝찝해.”인명은 이렇게 말하고 진구를 쳐다보다가자신의 말에,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 물론, 난 널 믿고 넌 너의 친구를 믿겠지만,만약 그 USB를 복원했는데 말이야.만약 엄청난 내용이나 비밀,아님, 뭐 이상한 동영상이나 그런 게…….나도 뭐가 나올지 잘 모르지만.”“내 친구가 그걸 가로채거나 어디 흘릴 수도 있다는 말씀이죠?”“아 물론 믿지만.”진구가 인명의 말을 끊으며 들어왔다.“네, 충분히 아저씨 마음 이해해요.무슨 내용이 있을지 모르니까요.”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진구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정민이는 2년 전 제가 소년원에 있을 때 만난 친구예요.같은 방 친구였죠.애가 참 밝고 불량기도 하나도 없는 앤데 어떻게,무엇 때문에 소년원에 왔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어요.물론 소년원에는 거기 올 이유가 없어 보이는 애들이 대다수이긴 해요.어쨌든 나름 거친 그 공간에서 유독 맑은 애였어요.근데 어느 날 제빵 반 실습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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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잠복

그 직후 소년원에 비상이 걸리고 출혈의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정민은, 진구는 물론 양아치의 행동을 끝내 발설하지 않고자기 실수라고 우겼다.교육 담당 과장은 뭔가 낌새는 느꼈지만, 물증이 없었다.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너 끝까지 불지 않으면 네가 징벌방 가야 돼.소장님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거고네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과장의 으름장에도 끝내 입을 다문 정민은괘씸죄까지 더 해 징벌방행이 결정되었다.정민은 1주일을 버티고 돌아온 후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전의 밝고 맑은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때부터 저는 그 녀석이 뭐라 하든 믿었고또 제가 뭐라 하든, 걔는 절 믿어줬어요.”인명은 난감했다.의심 한 번 잘못했다가 어디 동양고전에나 나올법한 교훈,뭐 관포지교 같은, 이런 공자 말씀 같은 훈계를진구 같은 어린애에게 듣게 되니그저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짜증도 확 났다.“너 아주 사람을, 참.”“예?”“너 순진한 척하면서 사람 난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그냥 그 친구 믿을만해요, 하면 될 것을.”“그게 무슨?”무슨 말을 해도, 자신이 더 이상해질 것 같아 그냥 혼자 한숨을 쉬던 찰나.“잠깐! 저 여자다.”인명은 갑자기 진구의 말을 끊었다.진구도 건물 쪽을 쳐다봤다.잠복 2시간 만에 김 팀장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일단 김 팀장을 따라가기로 했다.인명은 진구에게 차를 몰고 천천히 따라오게 하고,재빨리 차에서 내려 건너편에서 멀찍이 따라갔다.100여 미터를 걸어가던 김 팀장이 좌측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인명은 재빨리 차도를 건너 뒤따랐다.주위는 어두웠고 한적한 골목이었다.진구도 눈치 빠르게 차를 골목으로 진입시켰다.인명은 손짓으로 진구에게 여자를 앞질러 가 있으라고 했다.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김 팀장을 뒤까지 바짝 따라붙었다.“잠깐만요. 김 팀장님.”김 팀장이 뒤돌아보고는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질렀다.“어마!”“놀라지 마세요. 아까 저 만난 거 기억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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