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 동네 히어로: Chapter 71 - Chapter 80

208 Chapters

71화 네메시스 1

정민의 안내로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찾아온삼겹살집은 테이블이 4개뿐인 조그만 식당이었다.주인아주머니가 정민을 반갑게 맞이하는 걸 보니 정민의 단골인 모양이다.“정민이 왔네? 얼굴 잊을 만 하니 오네? 오늘도 김치찌개?”“아뇨. 오늘은 삼겹살 먹을 겁니다. 선생님이 쏠 거니까.”“아이쿠, 정민이 선생님이신가요?아휴~ 우리 정민이 잘 부탁합니다.얘가 요즘 학교에도 안 가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아휴~ 정민이는 좋은 은사님 두셨구나.”인명은 졸지에 학교 중퇴한 학생을 찾아와삼겹살까지 사주시는 훌륭한 선생님으로 둔갑했지만,굳이 해명하기도 힘들었다.“아, 예.”인명이 얼버무렸다.진구가 킥킥거리며 말끝마다 ‘선생님! 선생님!’ 하며 놀리는 가운데6인분 같은 3인분의 삼겹살이 나왔다.인명은 기분이 좋아졌다.푸짐한 삼겹살 인심 때문만이 아니라 정민의 인성을 엿보는 듯해서 기뻤다.이제껏 50년 넘게 살면서 못 느꼈던 ‘인복’이라는 걸 느꼈다.어린애들이면 어떤가.인명 앞에는 소주가, 두 사람 앞에는 콜라가 놓였다.둘은 인명이 소주 마시는 걸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쓸데없는 생각 말고 고기나 먹어.”“치킨엔 맥주, 삼겹살엔 소준데.”진구가 혼잣말인지 들으라는 소린지 모를 싱거운 농담을 했다.“시끄럽고. 실컷들 먹어. 더 시켜줄 테니까.그리고 정민아 고맙다.네 일도 바쁠 텐데 이렇게 신경 써주고 시간도 내주고.너무, 고맙다. 진심이야.”“아닙니다. 선생님 덕분에 오래간만에 아주 짜릿하고 흥분되는데요.엔도르핀이 막 쏟아 나요.”정민이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죄송합니다. 제가 철없는 소리를 했네요.마음이 무거우실 텐데.”사라의 실종이라는 현실이 생각난 모양이다.“아니다. 아니야.”“자.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거 같은데.”진구가 끼어들었다.“아 그래. 우선, 다섯 명의 남자의 신상을 파악해야겠죠?일단 얼굴이 드러난 두 명부터.인터넷 좀 돌리면 알아낼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9
Read more

72화 네메시스 2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정민이 다급하게 휴대전화를 열어‘이무기 의원’을 검색하고는 관련 동영상을 틀었다.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다.두 번을 반복해 듣고 난 후,휴대전화에 다운받아 놓은 USB 동영상을 틀어 비교해 봤다.언뜻 듣기로도 흡사했다.셋이 동시에 빙그레 웃었다.“그래그래. 그. 이 의원은 해외에서 온 것도 아니고,어디서 당선된 것도 아니고.”인명의 말을 진구가 받았다.“구치소에서 나온 거네요. 그래서 환영회를 한 거네요.”“그래. 4월 초 무죄판결을 받았어. 모임이 있던 그날이?”“4월 13일이요.”정민이 날짜를 확인해 주었다.“결국 그날은 이무기 의원의 무죄판결과정계 복귀를 위한 환영회였어.”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마치 골 세리머니를 하듯서로 얼싸안고 괴성을 질렀다.아주머니는 도대체 뭔 일인지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그동안 밀렸던 개인 업무를 보느라 바빴던 정식은늦은 오후에야 후배 덕만을 불러내 다시 강남으로 나왔다.강남으로 오기 전에 몇몇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려한 회장이란 사람에 대해서 알아봤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또, 동생 정훈이 몸담았던 ‘허니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 전화해,대표를 찾았으나 해외 출장 중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그러던 중, 바둑이에게서 연락이 왔고‘네메시스’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형님, 거기 조용히 갔다 오시고요.그리고 한 회장 수소문하고 다니는 건 좀 조심하셔야 할 거 같아요.낌새가 안 좋아요.”“자기가 어떻게 알았어?내가 한 회장 수소문한다는 거? 명식이가 그러던?”“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느낌이 안 좋아서 그래요.한 회장이란 사람이 워낙 거물이라.”“야, 내가, 이 천하의 이정식이그깟 양아치들 겁 내야 되냐?”“아 그 참, 알았어요.어쨌든 여기 강남 쪽 애들도 겁내는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거죠.”“알았어. 그냥 가게 위치만 보고 돌아간다고.”“네, 알았어요, 형님. 뭔 일 생기면 저는 책임 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9
Read more

73화 정식을 향한 경고 1

빌딩 경비원이었다.“아니. 여긴 어떻게 들어 왔어요? 당신들 누구요?”경비원이 화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아, 수고하십니다.여기 혹시 그러니까……, 저 밖 출입구 말고그쪽 지하와 연결되는 통로는 따로 없나요?”정식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경비원은 더 놀란 눈으로 둘을 쳐다봤다.“그런 거 없어요.그리고 여기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됩니다.개인소유의 건물이요.”경비원이 둘을 밀려는 듯 손을 내밀자,순간 열받은 덕만은 경비원의 손을 뿌리쳤다.“아니 나가라 하면 되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덕만이 버럭 고함을 치자, 경비원은 순간 움츠려들었다.정식은 덕만을 말리며 재빨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나갈게요. 가자, 덕만아.”아직 씩씩거리는 덕만을 데리고 나가던 정식은갑자기 생각난 듯한 시늉을 하며 돌아섰다.“아, 근데 아저씨,여기 혹시 ‘네네시스’인가 ‘네메시스’인가 하는 술집이 근처에 없나요?심부름을 왔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순간 경비원은 알 듯 모를 듯 당황하는 눈빛을 보이다가,곧바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 그런 데 몰라요.여긴 없어요. 옆 건물에 가서 물어봐요.”분명 뭔가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일단은 후퇴하기로 했다.두 사람이 건물 밖으로 사라지자 잠시 고민하던 경비원은경비실로 뛰어 들어가 전화기를 들었다.강남을 떠나 종로 사무실 근처에 도착한 정식과 덕만은단골 갈매기살 집인 ‘순자네’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시간이 멈춘 듯, 수십 년간 조용하던 주위 골목이갑자기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인가 뭔가로 바뀌더니하루가 다르게 젊은 세대 취향의 술집과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오랜 토박이들은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옛날 놀던 터전들은 사라지고 대부분 이곳을 떠났다.그래서 단골식당이 이제 한두 군데 밖에 남지 않았다.정식이 소주잔을 비우자. 덕만이 잔을 재빨리 채워주었다.“아무래도 말이야.거기가 그 네메시스라는 술집이 맞을 거 같은데.그 경비원 눈빛 봤지?뭔가 숨기는 게 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9
Read more

74화 정식을 향한 경고 2

둘이 기분 좋게 떠들며 가는데 갑자기 남자 둘이 다가온다.좁은 골목이라 자기들이 알아서 피하겠거니 했는데앞을 딱 가로막고 서는 게 아닌가.“뭐야? 이 자식들은. 안 비켜?”덕만이 혀 꼬인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남자들은 덕만의 말에 반응도 안하고 정식을 응시했다.“이정식 씨 맞죠?”한 남자가 물었다.정식은 순간 그냥 지나가는 취객들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뭐야 너희들?”그러자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다.정식은 가까스로 피했으나,덕만은 또 한 남자의 기습적인 발길질에 곧바로 뒤로 나자빠졌다.“허, 이 개새끼들이.”나이도 들고 술도 취했으나,한때 종로 바닥을 뛰어놀던 실력이었다.한두 번의 주먹이 서로 오가다가 정타를 놈의 얼굴에 적중시켰다.놈은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확실히 마무리하기 위해 달려드는데갑자기 뒤에서 또 다른 남자가 둔기 같은 걸로 정식을 쳤다.다른 패거리들이 가세한 것이다.덕만에게도 한 놈이 더 붙어, 2:1로 분투 중이었으나 밀리고 있었다.정식은 필사적으로 반항했으나 결국 쓰러졌다.한 놈이 다가와 정식의 멱살을 잡았다.“경고한다. 오늘은 살려두는데또 한 번 회장님 수소문하고 다니면 그땐 죽는다. 알아들어?”‘아, 이제야 알았다. 바둑이의 말이 맞았다.결국 그거였나?그 한 회장이란 사람의 심기를 건드린 건가.그럼, 더욱 나의 의구심이 맞아떨어지는데.’상황을 파악하자 정식은 피가 거꾸로 쏟는 걸 느꼈다.“그래? 그럼, 내가 겁먹은 줄 아는 모양인데.아닌데 어떡하지?”방심하고 있던 놈의 얼굴에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렸다.놈은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을 감싸며 비틀거리다가,반격을 위해 다시 덮쳐왔고,정식은 재빨리 놈의 허리춤을 안고 버텼다.그때였다.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었다.“에이. 튀어!”놈들이 재빨리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총 4명이었다.정식도 일단 몸을 숨기려 했으나 쓰러져있는 덕만을 그냥 놔두고 갈 수도 없었다.곧바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정민과 헤어진 후,인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9
Read more

75화 여자 패는 애 1

젊은 남자가 젊은 여자의 팔을 당기며 가고 있었고,여자는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 같았다.그들이 가는 방향은 인명의 집과는 달리,아래쪽으로 다시 내려가고 있었다.인명은 그들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라갔다.사실, 진구와 헤어지기 직전우연히 길 건너편에서 걸어가고 있는 남녀를 봤다.근데 그 남자가 바로 ‘여자 친구 패는 애’였다.같이 가고 있는 여자는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끌려가는 그 여자에게서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느껴졌다.그렇다. 그 여자가 그 ‘여자 친구’라는 것을 직감했다.그 여자라는 걸 느꼈을 때 인명은 혼란스러웠다.옆에는 진구가 있었다.그러나 진구에게, 자기가 본 상황을 설명하기가 애매했다.일단 혼자 따라가 보기로 했다.‘양아치’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꼬인다’라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일단 마스크를 점퍼 주머니에서 꺼내 썼다.그들과는 한 50여 미터 뒤 쳐져, 천천히 따라갔다.다행히 거리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인명의 추격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저 여자가 그 여자다. 분명하다.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하지만 그걸 알아버렸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다.지금 사라 문제만 해도 힘들다.내가 이러는 게 맞는 건가?모른 척하고 집에 가서 편안하게 자는 게 나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냥, 모른 척, 할 수는 없다.사라만큼 저 여자도 위험할 수 있다.사라에게 등을 돌리지 않은 것처럼,저 여자에게도 등을 돌리지는 말자.차가운 한강 물속에서 살아서 나왔을 때,더 이상 세상에 등을 돌리지 않기로, 더 이상 눈감지 않기로,더 이상 찌질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닌가?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발은 명확했다.그들의 뒤를 밝고 있었다.십여 분을 따라가는데,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제과점으로 들어갔다.복층구조의 대형 제과점 2층은차도 마시고 빵도 먹을 수 있는 카페 공간이었다.늦은 시간에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9
Read more

76화 여자 패는 애 2

그러고는 재빨리 계단을 내려왔다.남자는 미처 인명을 못 본 것 같았다.인명은 일단 밖으로 나왔다.2개 층이 온통 통유리로 되어 있는 제과점 안을 계속 관찰했다.남자와 여자는 계단을 내려와서 밖으로 나왔다.인명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두 사람을, 인명은 멀찌감치 떨어져 따라붙었다.여자는 가끔씩 뒤를 돌아봤다.인명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분명 남자에게 인명의 존재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인명에게 분명한 의사표시는 하지 않았지만도움을 바라는 상황은 분명해 보였다.5분 정도 더 뒤를 밟았다.두 사람은 골목으로 들어서더니빌라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인명은 길 건너에서 빌라를 올려다봤다.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3층 복도 불빛이 켜지는 걸 보니 그들이 내린 곳은 3층이었다.3층 오른쪽 끝 방에서 실내등이 켜졌다.남자가 창가로 다가와 밖을 내다봤다.인명은 재빨리 몸을 숨겼다.잠시 후 다시 그 방을 보니 커튼이 쳐져 있었다.‘이젠 어떡하지? 마냥 기다려야 하나?아님 쳐들어가? 경찰에 신고할까?아니야. 오히려 여자만 피해 볼 수도 있어.아니면. 일단 혼자 해결하자.근데 내가 저 녀석을 제압할 수 있을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십분 쯤 지났는데방안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았다.커튼 사이 그림자들이 흔들리고,여자의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가 들리는 것 하기도 했다.환청인지 진짜인지 헷갈렸다.잠시 숨죽여 쳐다보니 커튼 쪽으로 여자 그림자가 보이고여자가 커튼을 젖히는 순간남자의 손이 여자 머리채를 확 당기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짧은 찰나지만 분명히 보았다.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마스크를 썼다.빌라 현관문을 열어보니 다행히 열려 있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서 녀석의 방으로 다가갔다.304호였다. 남자의 방문 앞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있어 다시 현관으로 내려와304호 우편함을 확인했다.몇 점의 우편물에 적힌 이름은 ‘고현수’였다.‘이 새끼 이름이 고현수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

77화 응징의 대가 1

“내 방까지 소리가 들려서 와 봤더니,아주 난리가 났네. 근데 이놈은?어? 이 새끼? 우리한테 맞은 그 편의점 꼰대 아냐?”친구가 인명을 알아봤다.“뭐? 진짜. 근데 이 자식이 어떻게 여기를……?”고현수가 입술이 터진 얼굴로 인명을 째려봤다.“어떻게 왔냐고? 너 죽이러 왔다. 어쩔래.”인명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점프하고는주먹을 고현수의 얼굴에 날렸다.녀석은 갑자기 기습을 당하고는꽥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다.인명은 몸을 돌려 누운 채로 발로친구의 사타구니를 세게 찼다.친구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인명은 재빨리 싱크대에 있던 프라이팬을 들어고현수와 친구 녀석을 번갈아 갈겼다.두 사람의 반항도 만만치 않았다.2:1이었지만 인명은 버텼다.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방심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버텼다.그런데 그 와중에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아! 큰일 났다.”고현수의 친구가 절뚝거리면서방에서 도망가 버리고 난 직후 경찰들이 들이닥쳤다.“뭐야 이거? 다들 꼼짝 마!”“경찰관님. 저 새끼, 강도예요.남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저를 팼다고요.저 죽는 줄 알았어요.”고현수가 엄살을 떨었다.“뭔 소리 하는 거야?이 사이코 새끼. 네가 여자를…….”인명은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돌아봤다.근데 여자가 없어졌다. 도대체 언제 사라진 거지?“일단 둘 다 경찰서로 데려가.”경찰관들이 인명에게 수갑을 채웠다.난생,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인명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보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음주 운전에 적발되어 면허정지를 당할 때도 수갑은 차지 않았다.고현수는 피해자를 연행하는 게 어디 있냐며 항의했고,경찰은 일단 조사차 동행하는 거라고 달랬다.빌라 밖으로 끌려 나와 보니,뭔 구경이 났다고 십수 명은 되어 보이는 주민들이 몰려나와 있었다.수갑을 찬 인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과경찰차의 경광등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그래도 도망친 여자와 또 도망친 친구 녀석이혹시 인파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

78화 응징의 대가 2

“지금 당신이 용의자인데,그 유령인지 뭔지 모를 친구가 무슨 소용이에요?남의 집에 침입한 사람이,그 집에 누가 들어온 게 뭐 중요합니까?”“…….”흥분을 식히려는 듯, 한참 동안 컴퓨터를 쳐다보던 고 형사가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현재 만 50세.독신에다 무직인 중년의 남자가자기 집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한 빌라에 침입했는데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그것도 집주인을 반병신 만들어 놓았는데 죄가 안 된다고요?”인명은 고 형사의 말이 이해는 되면서도 열 받기 시작했다.“제가 몇 살이든, 제가 어떻게 살고 있든,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거의 속옷 차림의 여자가 피멍이 든 채,남자에게 가죽 허리띠로 맞고 있는 걸 보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남의 사생활이니 간섭하지 말아야 하나요?”고 형사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인명을그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하지만 그 눈빛이 위압적이지만은 않았다.“좋아요. 당신 말대로 여자가 있었고,그것도 맞고 있었다고 칩시다.그러면, 그런 장면을 목격했으면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왜 안 했어요?”그 말에 인명은 말문이 막혔다.뭐라고 대꾸하기가 어려웠다.경찰을 안 믿는다고 하기도 그렇고,죽다가 살아난 이후 스스로 해결사가 되었노라고황당한 이야기를 떠벌리기도 힘들었다.말을 못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 형사에게 전화가 왔다.“그래, 뭐가 나왔어? 음…… 그래? 또 다른 거는?”고현수의 집을 수색한 경찰의 전화 같았다.“그 물건들, 증거물이니 다 가지고 와.”전화를 끊은 고 형사는 인명을 힐끗 보더니 자리를 떴다.상관인 형사계장에게 다가가 의논하는 듯했다.계장이 이야기를 듣고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인명을 쳐다보면서고 형사에게 뭐라고 지시했다.그 계장은 인명이 처음 경찰서에 올 때부터무슨 악질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반말과 욕설로 기분 나쁘게 한 사람이다.‘분명 그놈의 집에서 여자의 흔적이 나왔을 텐데.’인명은 그 집의 증거들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잠시 후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

79화 신문 1

또다시 꿈을 꿨다.제기랄. 저번에는 분명 물속을 뚫고 올라와하늘을 날았는데 또다시 물속이었다.금속 재질의 슈트를 입은 채물속 깊은 곳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보니 뭔가가 있었다.철창이었다.상어 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쓰는수중 철창 같은 곳에 갇혀있었다.그러다가 갑자기 철창을 매단 로프가 끊어졌다.인명이 갇힌 철창이 더 깊은 심연으로 낙하하고 있었다.비명을 지르려 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그때 갑자기 뭔 소리가 들렸다.“도와주세요. 여기예요~.”여자의 목소리였다.사라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그 여자’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나중에는 두 여자의 목소리가 듀엣처럼 들려왔다.“도와줘요, 아저씨~~.”철창은 계속해서 끝 모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그때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이봐요. 어이~ 눈 좀 떠 봐요.”겨우 눈을 뜨니 아직 철창 속이었다.경찰서 철창 속이었다.인명은 이제야 철창에 갇힌 현실을 깨달았다.꿈만큼이나 현실도 기분이 안 좋았다.“이봐요. 내말 안 들려요? 안인명 씨!”돌아보니 경찰관이 인명을 째려보고 있었다.“네?”“여기가 당신네 안방이야?뭔 잠을 그렇게 잘 자?전과도 없는 사람이 체질이네 체질이야.”경찰관이 짜증 섞인 농담을 내뱉었다.“나와요. 고 형사님이 호출했어요.”“네. 근데 지금 몇 시죠?”“12시요. 낮 12시. 주위가 시끄러웠을 텐데, 잘도 자더라고.”어제의 긴 하루가 깊은 잠을 준 것도 맞지만,그냥 늦잠을 잔 게 아니다.온몸이 쑤셔 일어날 수가 없었다.어제 치른 한바탕 전투의 후유증인가,나이가 든 탓인가. 인명은 끙끙거리며 겨우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그러고는 경찰서에서 배달해 준 점심을 먹고 고 형사 자리에 갔다.“잘 주무셨다는 얘긴 들었어요.”“네.”“하긴 어제 꽤 늦게 끝났으니.”이어진 고 형사의 얘기는 대강 이러했다.고현수의 집에서 몇 가지 여자 소지품이 나왔다.특별하게 이상한 것은 없었다.더군다나 고현수가 피해자 집을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

80화 신문 2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경찰 수사의 허점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형사님. CCTV에 고현수와 여자가 함께 들어가는 게 나왔다고 하셨죠?”“네.”“그럼, 여자 친구와 함께 집에 간 건 맞죠?그 시간에? 그걸 고현수가 인정했나요?”고 형사가 인명을 쳐다보고 뭐라 얘기하려다가 포기하듯 한숨을 쉬더니.“참 나. 이보세요. 안인명 씨는 지금 피의자 신분입니다.심문은 형사인 제가 하는 거고 당신이 대답하는 겁니다.쓸데없는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고 형사 말이 맞지만 지금 고 형사는확실히 고현수보다는 자기편이라고 인명은 생각했다.“맞습니다. 당연하죠. 그러면 그냥 제 말만 들어보세요.그냥 질문만 해볼게요.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고 형사가 피곤하다는 눈빛으로 인명을 봤다.하지만 ‘말해 봐라’하는 표정이었다.“CCTV에 나온 그 시각에 둘이 집에 들어가는 게 화면에 나왔다면,분명 그 시간에 고현수의 집에 같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옆집에 사는 게 아니면?”“…….”“근데 고현수의 경찰 진술은 뭔가요?여자 친구와 있었답디까?아님. 혼자 있는데 제가 들어왔다는 겁니까?만약 혼자 있는데 왔다고 했다면 거짓 증언이고이건 좀 문제가 되지 않나요?”“…….”“물론, 나중에 그러겠죠.사생활이다 보니 여자를 보호하려 했다.괜히 이런 사건이 휘말려서 여자 친구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다행스럽게도 이상한 늙은 놈이 들이닥치기 직전에 갔다.제 말이 맞나요?”역시 이번에도 고 형사는 그냥 자기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었다.“그 여자가 빌라를 나오는 장면은 없었나요?분명 나왔을 텐데.경찰이 오기 전에 방에서 사라졌는데.”고 형사가 인명의 심문에수세에 몰린 용의자처럼 마침내 어렵사리 입을 뗐다.“고현수가 처음엔 혼자였다고 하다가나중에는 여자 친구가 잠시 왔다가 갔다고 하긴 했습니다.여자 친구의 사생활 보호차원에 숨겼다고.”“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그리고. 그 여자가 나온 건 분명치 않아요.경찰차가 오고 혼란스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
PREV
1
...
678910
...
2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