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 동네 히어로: Chapter 81 - Chapter 90

208 Chapters

81화 운명적 만남 1

“아니 밤새 파출소에 가둬두더니 여긴 왜 또 끌고 와?그렇게 얘기했는데 이해가 안 돼?나는 맞은 사람이라고.왜 먼저 때린 놈들은 안 잡고 맞은 놈을 괴롭혀?”그러자 경찰이 뭐라 뭐라 설명하는 듯하는 소리가 들리고,그 남자가 또 언성을 높였다.“아니 그럼, 상대방도 확인 안 되는데 난 왜 폭력으로 잡았어?내가 유령하고 싸웠나?그렇다 쳐도, 그것도 죄야?뭐 전과자는 무조건 처넣고 보는 거냐고?”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나 했더니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경찰은 계속 투덜대는 그를,하필 인명이 있는 방에다 밀어 넣었다.“자, 진정 좀 하고. 죄 없으면 풀려나겠지.일단 조사 차원이니 그리 알고.우리 사정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래? 좀 만 있어봐.”경찰관이 애원하다시피 그 사람을 달래고는 돌아섰다.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 같아 보였다.혼자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인명은,말이 씨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구석으로 피해 앉았다.남자는 자기를 철창에 가두고 나가는경찰의 뒤통수에 대고 마지막 질문을 했다.“어이, 우리 후배는 괜찮아?병원에 한 번 연락 좀 해봐 줘.걔 머리에서도 피가 나던데.”한참 동안, 문을 닫고 나간 경찰 쪽을 쳐다보던 남자가짧게 뭐라고 욕을 내뱉고는 천천히 돌아섰다.인명은 괜히, 위축이 되었다.눈을 피하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계속 불편했다.타고난 겁은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 남자는 이 방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듯 철퍼덕 바닥에 앉았다.인명은 슬쩍슬쩍 그를 살폈다.언뜻 보기에 50대 전후의 건장한 몸집의 남자였다.아까 자신이 내뱉은 ‘전과’라는 말이 이상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였다.소위 말하는 조폭이긴 한데 조금 늙은 조폭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비교적 짧은 헤어스타일에 불그스레한 낯빛을 하고는,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가끔 한숨을 내쉬었다.첫인상에 비해서 그의 눈빛은 왠지나쁜 짓만 하고 살아온 ‘양아치’ 느낌은 아니었다.한참을 앉아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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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운명적 만남 2

‘몸속의 이 찌질한 DNA는 어쩔 수 없나?씻어낼 수 없는 거냐고?’인명은 애써 몸의 때를 씻어내는 상상을 했다.깨끗이 씻어내고 또 때가 끼면 또 씻어내면 된다고 위로했다.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인명은 갑자기 생각난 듯 엎드려 팔 굽혀 펴기를 했다.입 밖으로 숫자를 소리 내어 세며 팔 굽혀 펴기를 했다.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마지막 ‘100’을 외치고는 엎어져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그때, 경찰관이 들어와 인명이 있는 철창의 문을 열었다.“안인명 씨 나오세요.”또 심문이 있나? 생각하면서 따라 나오니형사과 사무실이 아닌 곳으로 갔다.복도 끝 방문이 보이고 ‘제1 진실 녹화실’이라고 쓰여 있었다.‘이제부터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되나?’이렇게 생각하며 동행한 경찰관이 열어준 방 안으로 들어서니놀라운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인명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책상 앞에는 고 형사가 앉아 있고 그의 뒤에는 계장이 서 있었다.고 형사 맞은 편 자리에는 바로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는 진구와 박 형사가 서 있었다.다섯 명의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인명을 쳐다봤다.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치 시간이 멈춰진 느낌이었다.다섯 명은 마치 그림 속 인물들처럼인명을 바라본 채 멈춰 버렸다.혼자 철창에 누워서 상상했던 일이 벌어졌다.그토록 바랐던 사람들이 진짜 모두 나타난 것이다.‘그 여자’는 인명을 보고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고,진구는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고,박 형사는 근엄한 표정을 애써 짓고 있었고,고 형사는 축하한다는 듯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계장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인명을 바라봤다.이 거룩한 상봉 장면을 먼저 깨고 나온 것은 진구였다.“아저씨. 괜찮아요? 고생 많았죠?”“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인명은 누구에게 한다기보다는 그냥 자신에게 묻듯이 물었다.“안인명 씨. 여자분이 직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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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다 1

“우리 사부님과 제가 저 여자분을 설득했죠.”“뭐? 아니 어떻게 알고. 저 여자 알아?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자 뭐들 해? 빨리 고현수 잡아 와, 도망가기 전에!”뒤 따라 나오던 계장이 그들의 이야기를 끊으며주위 부하들에게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네, 벌써 출동했습니다!”누군가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그래? 이분들 조서 받을 거 있으면 빨리 받고.”뭐라 그리 화나 났는지 계장은세 사람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뭐 어쩔 수도 없었다.“형사님, 혹시 저 계장, 아는 후배예요?”인명이 박 형사에게 물었다.“내가 저런 놈은 어떻게 알아?내 후배였으면 내 손에 죽었지.”박 형사가 솔직하게 투덜댔다.본인도 못마땅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박 형사 성격에 아는 후배였으면주먹이 날아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세 사람은 형사과 사무실로 들어가 간단한 조서를 작성했다.인명은 피의자 신분에서 졸지에 증인으로 입장이 바뀌었다.“안인명 씨. 일단 오해는 풀렸지만아무리 그래도 자의적으로 과잉 방어를 하신 것은문제가 될 수 있으니,앞으로 조심하셔야 합니다.”인명의 조서를 받던 형사가 주의를 줬다.“네 알겠습니다.”인명은 그냥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그때, 고 형사가 사무실로 들어오더니계장에게 뭔가 귀엣말을 했다.“그래? 알았어. 순순히 잡혔단 말이지.”“네. 얌전하게 두 손을 내밀었다네요.”고현수가 잡힌 모양이었다.“그럼, 고현수와 정시은이라고 했나?그 여자와 대질 신문 준비하고!”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언뜻 이해가 안 되었다.‘그 여자와 대질 신문?그렇다면 그놈과 함께 불러 신문하겠다는 소리인가?’말의 의미를 깨닫자, 인명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잠깐만요 계장님.지금 고현수와 정시은 씨를한방에 불러서 조사하시겠다는 얘긴가요?”인명의 질문에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조용해졌다.계장과 인명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아니 지금 우리 수사에 간섭하겠다는 거야?”“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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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다 2

순간 그 넓은 형사과 사무실이 조용해졌다.계장은 아직도 화가 뻗치고 있었지만 뭐라고 말을 못 했다.가장 놀란 것은 인명 자신이었다.수많은 사람, 그것도 경찰들 앞에서,이렇게 큰 소리로, 이렇게 긴 문장으로,이렇게 막말을 해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말을 뱉고 말았다.그러고는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애꿎은 경찰들도 많은데 괜히 덤터기를 씌어서 막말을 해버렸다.하지만 왠지 속은 너무 후련했다.한번 뱉은 말을 어떻게 다시 주워 담겠나. 에이 모르겠다.잠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던 사무실 여기저기서투덜대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경찰 입장에서는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자존심도 상하고억울하기도 하고 인명이 괘씸하기도 할 것이다.계장이 뭐라고 또 한마디 하려는 걸,고 형사가 거의 입을 막듯이 해서 안쪽 사무실로 끌고 갔다.분위기를 눈치챈 진구가 인명을 끌고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박 형사도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 나왔다.뒤에서 경찰들이 뭐 저런 놈이 있나,그냥 보내도 되는 거냐,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등의 투덜거림과 함께간간이 욕도 섞여 들렸다.세 사람은 부랴부랴 경찰서를 빠져나왔다.경찰서 밖은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말없이 걷던 세 사람은 경찰서 인근의 한 해장국집에 자리를 잡았다.정시은에게 박 형사가 약속한 것이 있다고 했다.경찰조사를 받고 나오는 정시은을,확실하게 안전해졌다고 판단될 때까지보호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인명은 그런 박 형사가 고맙기도 했지만,지금은 미안함이 더 앞섰다.경찰서에서 얼떨결에 해버린자신의 화풀이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같은 경찰 출신인데, 그래도 성심성의껏 인명을 도와줬는데,자기 때문에 박 형사가 경찰들에게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정말 죄송합니다, 박 형사님.제가 너무 심할 말은 했네요.저도 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제 주제에, 수많은 경찰분들이 고생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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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여자를 찾아라 1

인명에게서 온 문자였다.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해서잠시 머뭇거리다 인명에게 전화했다.신호가 가다가 그냥 끊어졌다.다시 걸어보니 아예 전원이 꺼져있다.예감이 좋지 않았다.‘여자 패는 애?’이제야 감이 왔다.편의점에서 봤던 남자들.아저씨가 예전에 편의점 테이블에서 술을 마실 때시비가 붙었던 그 녀석들을 말하는 거다.‘고현수? 그놈이 고현수라는 건가?그리고 궁전빌라는? 아! 그놈 집이라는 거라면?’이제야 이게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느껴졌다.‘그럼, 아저씨가 아까 넋이 나가서 가버린 것은그놈을 발견하고 따라간 건가?’그러고 보니, 좀 전에 편의점에서 다시 나와 인명을 봤을 때,인명의 앞쪽에 두 남녀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본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그럼, 아저씨가 그놈과 여자를 발견하고 미행한 건가?그리고 그놈이 거기 산다는 것은 확인하고 문자를?’진구는 휴대전화로 인근 궁전빌라를 검색했다.다행하게도 검색이 되었다. 길 건너 쪽이다.걸어가기에는 멀고, 택시를 잡기에도 애매한 위치였다.휴대전화로 위치를 파악하면서 걸어갔다.도중에 다시 인명에게 전화했지만 역시 전원이 꺼져 있었다.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아니 이 아저씨가 매일 수상한 일에 엮이시네. 참.“차분히 걸을 수가 없었다. 뛰었다.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인도를 한참 뛰다가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골목으로 접어들었다.오르막이었다.헉헉거리며 뛰어 올라가는데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멀리 경찰차 두 대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뭔가 심상치가 않다.지도가 가리키는 궁전빌라에 다가오자,사람들 몇몇이 웅성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저 혹시 여기 뭔 일이 있었나요?”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한 아주머니가 나섰다.“여기 이 빌라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글쎄 어휴~. 경찰들이 와서 두 사람을 잡아갔어.”그러니 옆에 있던 남자가 정정해 줬다.“당신은 말하려면, 똑바로 해야지.그게 아니고,한 늙은 남자가 젊은 남자애 집에 침입해서 마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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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여자를 찾아라 2

“실례합니다. 고현수 씨 친구 되시나요?”진구가 다가와 말을 걸자, 놈은 뒤를 돌아봤다.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인 놈은진구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썩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무슨 소리예요? 오늘따라 재수가 없으려니 별게 다…….”순간 진구가 놈의 배를 기습적으로 차버렸다.놈이 윽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진구는 재빨리 놈의 팔을 비틀어 꺾었다.그러고는 한 손으로 비명을 지르려는 놈의 입을 막고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라.”진구가 일단 막았던 놈의 입을 풀어줬다.“으~ 뭐야? 재수 없으려니 하루에 두 번씩 이상한 놈들이…….”놈이 신음을 내며 투덜대더니,팔이 비틀린 채로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진구를 바라봤다.“이거 안 놔? 너 뭐야?”그러더니 진구의 얼굴을 보고는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 듯“너, 너 누구지? 얼굴이……?너 이 새끼, 편의점 알바 아냐? 이 어린놈이.”놈이 이제야 진구를 알아봤다.“맞다. 그러나 전 알바다.지금은 그냥 일반인이다. 나 관뒀거든.”하고 팔을 더 비틀었다. 놈이 신음소리를 냈다.“내가 묻는 대로 대답 안 하면 더 괴로울 거다. 알았어?”“이 새끼가…… 죽으려고…….”놈이 반항을 해오자, 진구는 명치에 훅을 한 방 찔렀다.놈이 욱하며 고꾸라졌다.“말 들으라니까. 자, 너 고현수 친구 맞지?”“그, 그게 왜?”녀석이 신음을 내며 겨우 말했다.“근데 왜 여기에 있지?”“내 집이니까 있지.”“뭐? 너도 여기에 살아?”“······ 응.”“같이?”“아니 그게 뭐가 중요해? 따로 살아. 으…….”“좋아 그렇다 치고, 그 여자 어디 있어?”“뭔 여자? 여자가 뭔데?”진구는 놈의 옆구리에 한 방을 더 찔렀다.놈이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려 해서.“소리 내면 한 방 더 친다!”진구의 말에 놈은 이를 깨문 채 신음을 참았다.“자 다시 묻겠다. 여자는 어디 갔어?”“내가 어떻게 알아.난, 경찰이 오기에 내 방에 숨었는데.걔가 어디 갔는지 어떻게 알아?”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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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데이트 폭력 피해자 정시은 1

‘정시은 씨죠? 저는 오진구라고 합니다.오늘 정시은 씨를 구하려던 아저씨와 잘 아는 사람입니다.시은 씨가 어떤 처지에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지금 아저씨가 경찰서로 연행된 것 같습니다.누명을 쓰고요.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무조건 숨지만 마시고 저를 한번 만나주세요.연락 기다리겠습니다.’문자를 잘 썼는지 몇 번 확인하고 보낸 후,다시 문자를 하나 더 보냈다.‘저는 19살입니다.혹시 제가 못 미더우시면,전직 형사분과 함께 만나셔도 됩니다.저희 사부님이신데 시은 씨를 철저하게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저와 그리고 잡혀간 우리 아저씨의순수한 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그러고는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갔다.박 형사에게 전화하려다가,늦은 시간이라 일단 문자를 보냈다.상황을 최대한 간략하게, 하지만 간절하게 써서 보냈다.‘사부님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인명 아저씨가 여자 패는 남자를 말리다가지금 경찰서에 연행된 것 같아요.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예상과 달리 바로 전화가 왔다.“뭐라고? 그래서 인명이 지금 경찰서에 있다고?”“네. 그런 거 같아요.여자 친구를 패는 양아치가 있는데걔를 미행하다가 현장을 보고 참지 못했나 봐요.”진구는 전화로 인명이 그렇게 된 사유와여자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알았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내가 낼 아침 일찍 알아보고 연락할게.지금 술도 한잔했고.”“네 괜찮아요. 낼 뵐게요.”다음날 진구는 아침 일찍 잠이 깼다.사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혹시 그 여자에게서 연락이 오지나 않을까,신경이 쓰여서 밤중에 몇 번이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선배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집을 나왔다.박 형사가 중부경찰서 정문에서 9시에 만나자고문자가 왔기 때문이다.경찰서로 오면서 한 번 더 정시은에게 문자를 남겼다.‘지금 중부경찰서로 갑니다.어제 말한 그 형사님과 만나서일단 잡혀간 아저씨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 합니다.다시 말씀드리지만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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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데이트 폭력 피해자 정시은 2

“여보세요? 정시은 씨죠? 음…… 문자 드렸던 사람입니다.아, 오진구라고 합니다. 아, 여보세요?”상대방이 대답이 없었다. 혹시 전화를 끊을까 봐 불안했다.“저, 일단 끊지 마시고요.지금 어제 말씀드린 형사님과 함께 있습니다.어디에 계시는지 말씀만 하시면.”“…….”박 형사는 사태를 파악하고 남은 라면 국물을단번에 마셔버리고는 진구의 전화를 뺐었다.“여보세요. 박영진 형사라고 합니다.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강력계 반장으로 퇴직하고지금은 경찰청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는 전직 형삽니다.일단 끊지 말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아가씨 상황을 충분히 들었고 경험적으로 다가.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면 안 돼요.힘드시겠지만. 그런 놈은 반드시 응징해야 합니다.더군다나 무고한 사람이 지금 누명을 쓰고 잡혀있어요.제가 책임지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가씨를 보호할 겁니다.절대 신변에 위협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그런 일은 제, 스스로가 용서 못 합니다.안전한 상황에서 증언만 하시면 됩니다.그 이후의 일은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박 형사는 또박또박 단호하게 얘기했다.진구는 오랫동안 박 형사를 보아 왔지만이렇게 거침없고도 논리정연하게,그리고 카리스마 넘치게 말하는 것은 처음 봤다.술이 안 깬다며 투덜대던 좀 전 모습과는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저기······.”처음으로 정시은이 입을 열었다.“네! 말씀하세요!”전직 강력계 베테랑 형사도 바짝 긴장했다.진구는 뭔 상황인지 통화 내용은 알 수 없지만덩달아 긴장하며 박 형사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제가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고······. 제가 너무 힘들고······.”“예 압니다. 전화로 많은 말씀하시기 힘드시면.어디신데요? 저희가 바로 갈게요.”박 형사는 그녀가 불러주는 위치를진구에게 외우라는 듯이 큰 소리로 반복했다.“예. 서대문 사거리. 카페 미락?아, 미라클? 네, 한 시간 후,그러니까 11시? 알겠습니다. 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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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그녀를 보호하라 1

이상했다. 베테랑 형사라면서 이 정도까지 놀랄 일이 아닌데.“저는…….”드디어 시은이 입을 열었다.“저는 초기부터 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로 시은은 말을 시작했다.“근데. 도망칠 수가 없었어요.걔가, 걔가 너무 무서웠어요.”정시은의 말에 의하면, 둘은 이태원의 클럽에서 만났단다.2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한 22살의 정시은은외제 차를 몰고 다니고 훤칠하고 예의 바른24살의 고현수가 적극적으로 대시해오자 사귀어 보기로 했다.처음에는 너무 잘 챙겨주고,이것저것 선물도 자주 사주는 고현수가 좋았다.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어디서 무얼 했는지,누굴 만났는지 모든 것을 보고하길 원했다.그녀가 귀찮아하거나 상황 보고를 빼먹거나연락이 안 되면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화를 내는 걸 넘어 자동차 핸들에 자기 머리를 박는다든지,괴성을 지르기도 했다.그러다가 어느 날부턴가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바로 후회하며 무릎을 꿇으면서 용서를 빌었다.하지만 폭력과 사과가 너무 반복되자,도저히 못 견딘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다.그때부터였다.여자를 납치하다시피 해서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도망갈 수가 없었다.단순한 협박과 저주뿐만 아니라,속옷 차림으로 용서를 비는 그녀의 동영상을 찍고는퍼트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너는 나에게서 도망갈 수가 없어.만약 네가 사라지면내가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잡아 올 거야.알았어?너는 나의 노예야.”그는 틈틈이 이런 말로 그녀를 세뇌시켰다.그녀는 고현수가 과도한 집착증세와 분노조절장애는 기본이고,진짜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의심이 들다 못해 확신하기에 이르렀다.나중에 알았지만 그렇게 당한 여자가 자신이 처음이 아니었다.그 사실을 알았을 때 더욱 절망했다.도망가야 하지만 도망칠 수도,그렇다고 부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을 수도,더군다나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냥 말 그대로…… 지옥이었어요.”그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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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그녀를 보호하라 2

“아니 그럼, 그런 얘기를 듣고도그런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으면 그게 사람이냐?그런 새끼가 이 세상을 활보하게 하는 게 정상이냐고?”“아니 왜 저한테?.”진구가 중얼거렸다.씩씩거리던 인명은 흥분이 가라앉자갑자기 진구의 손을 덥석 잡았다.“진구야!”“아니, 왜 또 저한테?”진구가 자기 손을 잡은 인명의 손을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말 고맙다. 고생 많았다.그리고 박 형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두 분 저의 생명의 은인이고요.무엇보다도 그녀를 보살펴 주신 거 너무 잘하신 거 같아요.두 분 진짜 사랑합니다.”그러다가 갑자기 진구의 볼에 뽀뽀했다.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진구가 기겁했다.박 형사는 껄껄 웃었다.인명은 두 사람의 노력으로 자신이 풀려난 것도 너무나 고마웠지만,정시은의 아픔을 이해하고끝까지 보호하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받았다.그것 이상으로, 고현수란 사이코를 응징해야 한다는생각을 공유했다는 일종의 동지애,공동의 적을 앞에 둔 전우애 같은 격한 감정이 밀려왔다.약간은 거칠고 어설펐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이 꽝하고 박히는 기분이었다.그때 마침, 식당 문이 열리고 고 형사와 정시은이 들어섰다.세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선배님 약속대로 모시고 왔습니다.”고 형사와 박 형사가 사전에 약속한 것이다.고 형사가 박 형사에게 정시은을 인계해 주면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사전 교섭이 있은 것이다.서로 인사를 가볍게 하고는 자리에 함께 앉았다.“고생했어요. 시은 양.”박 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정말 고생하셨어요.”“정말 고맙습니다. 시은 씨.”진구와 인명도 시은을 위로했다.시은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아니에요. 세 분 모두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어요.”그러고는 인명을 쳐다봤다.“아저씨, 저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도 쓰시고.제가 좀 더 빨리…….”“아, 아닙니다.쉽지 않은 용기, 제가 감사하죠.”서로 고맙다는 덕담이 한참 이어지고 난 후,인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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