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길었다.그 어떤 성과보다, 어떤 회의보다 지치게 만든 것은 감정이었다.서윤은 회의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어질 만도 한데, 심장은 아직도 어딘가 조심스레 뛰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조율했던 호흡, 정돈했던 표정, 그리고 끝까지 흐트러뜨리지 않았던 말투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위해 꽤 많은 힘을 썼다.이준 앞에서는. 단지 그 이유 하나로.“수고하셨어요.”누군가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이미 어두워진 밖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스쳐갔다. 번화한 거리, 가벼운 대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까지. 모두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시간처럼 느껴졌다.사무실로 돌아오자, 그곳은 오히려 낯익고 안전하게 느껴졌다. 서윤은 조용히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지도 않은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은 복잡했지만,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그저, 오늘 이준과 나눴던 짧은 대화들이, 그의 눈빛과 손끝의 온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그날 밤, 서윤은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다.불을 끈 방 안에서, 하얀 이불에 몸을 묻고 눈을 감았지만, 뇌는 오히려 또렷해졌다.그의 손이 닿았던 손목, 지나간 눈길, 무심한 듯 다정했던 말들.‘그 사람도... 기억하고 있을까.’심장이, 아주 천천히 덜컥였다.마치 누군가 다시 불을 켠 것처럼, 잊으려 했던 감정들이 환하게 드러났다.다음 날 아침, 서윤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아직 사무실은 조용했다. 조명 아래 반듯하게 정리된 책상 위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앉았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준이었다.둘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잠시 멈춘 그 순간. 서로가 잠시 긴장을 풀지 못한 채 멈춰 섰다.하지만 이내, 이준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일찍 오셨네요.”“대표님도요.”둘 사이에 조용한 미소가 오갔다.전날의 어색함은 여전히 공기 속에 남아 있었지만, 둘 중 누구도 그것
Última atualização : 2026-03-10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