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창문 너머로 흘러드는 바람에 커튼이 조용히 흔들렸다.서윤은 잠결에 눈을 떴다. 침대맡에 둔 핸드폰 화면엔 그가 보낸 짧은 메시지가 조용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잘 도착했어요. 푹 쉬세요.”단 한 줄. 그러나 그 속엔 여러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다.그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서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늦었다.그녀보다 더 오래,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서윤은 핸드폰을 다시 뒤집으며, 스스로에게 묻듯이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일까.”사랑이라 부르지 못하는 감정,계약이라 정의할 수 없는 거리. 그 애매한 중간 지점에,서윤은 자신이 서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다음 날, 이준은 조금 지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섰다.그의 눈가엔 밤을 새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서윤은 조용히 커피를 내려, 그의 책상 위에 놓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그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다가, 작게 혼잣말처럼 내뱉었다.“어떻게 알았지…”감기 기운이 살짝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였다.전날의 늦은 시간까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탓일까.아니면, 마음보다 더 예민한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일까.점심 무렵, 그녀는 조용히 이준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시간 괜찮으세요?”이준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네, 들어오세요.”서윤은 그의 눈빛을 살피며 조심스레 다가갔다.책상 위에 놓인 손수건 한 장. 그 위엔 서늘한 온도가 느껴지는 파스와 약 봉지가 놓여 있었다.“어제… 조금 늦게 들어가셨죠?”“서윤 씨가 자리에 없으니까, 오히려 오래 머물게 되더군요.”이준의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그 안에는 그녀를 향한 의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미리 말해 주세요. 아플 땐.”“그런 거… 말하는 거 익숙하지 않아서요.”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았고,그 낮은 울림 안에서 그녀는 문득, 그가 얼마나 혼자 견뎌온 사람인지 떠올랐다.그는 자신의 불안도, 증상도, 피로도 오랫동안 ‘업무’ 뒤에 숨겨 왔
Last Updated : 2026-03-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