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이준은 조금 일찍 출근했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서윤보다 먼저 도착해 그녀가 사용하는 별관 복도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공간은 늘 고요했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점점 분주해지고 있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증상과 맞서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공황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일, 트리거를 피하고 감정을 억누르는 일. 하지만 이젠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피하고 무시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오히려 감정은, 아주 미세한 순간에 손끝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눈빛, 목소리, 손끝의 온기. 모든 것이, 그에게는 기억이 되었다.서윤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병원에 도착했다. 주말 내내 새롭게 개발 중인 심리 안정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정리하느라 잠을 설쳤다. 그런데 문득, 복도를 지나는 순간 어딘가 익숙한 향이 그녀를 멈춰 세웠다.라벤더와 시더우드. 그녀가 직접 블렌딩했던 그 향이었다.별관 세션 룸에 들어서자마자, 이준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손에는 그 향수를 뿌린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그녀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대표님, 일찍 오셨네요."그는 시선을 들지 않고, 손수건을 한 번 더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이 향기, 지금은 좀 익숙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젠 이 향에서 당신 생각이 나요. 다른 데서 맡아도 당신 얼굴부터 떠오를 것 같아요."서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너무 또렷했다.그날의 세션은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안정 기법.서윤은 부드러운 천 조각과 작은 점자 패턴이 새겨진 보드를 꺼내며 설명했다."손끝으로 패턴을 읽고, 그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기억이나 감정이 떠오른다면, 멈춰도 괜찮아요. 강요하지 않아요."이준은 눈을 감고 천천히 손끝을 움직였다. 오돌토돌한 패턴이 그의 감각을 스치며 지나갔고, 그 안에서 그는 문득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最終更新日 : 2026-03-05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