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죠?”그 한마디가 공기를 멈춰 세웠다.나리는 순간 손끝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탁자 위에 놓인 펜만 바라봤다.그 펜촉 끝에서, 오래전에 꺼내지 못한 숨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상담실에 앉아 있던 하유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 제 첫사랑 이름이었어요.근데 이상하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름만 들으면 아직도 심장이 반응해요.”나리는 천천히 눈을 들었다.그녀의 시선이 유진의 눈을 스쳤다.그 순간, 시간의 결이 흐트러졌다.‘온유’그 이름은 여전히 그녀의 세계 안에서 유효했다.“이상한 건 아니에요.”나리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사람은 사랑을 끝낼 때, 이름부터 내려놓는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그럼… 선생님도 그런 이름 있죠?”그녀는 웃으려 했지만, 입술이 떨렸다.“있어요. 아직도 입 밖으로 꺼내면, 마음이 흔들리는 이름이요.” 유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이름이 아직 선생님 안에 사는 거네요.”“응. 그 사람은 떠났는데, 그 사람이 만든 내가 아직 남아 있어서요.”그 말이 끝나자 둘 사이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유진의 눈동자가 젖어들었고, 그녀의 손끝이 천천히 무릎 위로 떨어졌다.“그럼 저도 괜찮은 거죠?”“그럼요. 괜찮아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은 아무리 오래돼도, 부끄럽지 않아요.”나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 속엔 알 수 없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그건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였다.상담이 끝나고 문이 닫혔다.나리는 의자에 앉은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온유.’그 이름이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몇 년이 지나도, 그 이름은 여전히 같은 온도로 그녀 안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눈을 감았다.그때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바닷가, 바람, 그리고 온유의 목소리.“나리야, 언젠가 내가 사라져도, 네가 날 떠올릴 때 웃었으면 좋겠어.”그 말이, 지금 와서 잔인하게 느껴졌다.‘난 아직 그 말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