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는데도, 카페 불은 꺼지지 않았다.창문 밖은 어둡고 조용했지만, 그 고요 속엔 무언가 터지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이 있었다.나리는 빈 잔을 닦으며 생각했다.‘조용할수록 위험하다.’그건 그녀가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며 배운 직감이었다.“선배.”문을 열고 들어온 수경의 얼굴은 새하얬다.“왜 그래?”“일… 터졌어요.”“무슨 일.”“어제 제가 맡았던 의뢰, 그 남자요. 그 사람이 우리 팀 녹취파일을 올렸어요.”“녹취?”“네. 제가 상담하면서 한 말들… 전부 녹음돼 있었어요.”순간, 손에 들린 잔이 미끄러졌다.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소리가 났다.그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들렸다.“어디에 올렸는데.”“SNS요. 조회수 이미 백만 넘었어요.”“그럼 내용은?”“‘이별전문가’가 감정을 조작했다, 누군가의 사랑을 장사로 팔았다…그런 식으로요.”제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봤어. 지금 완전히 불났어.”“기사도 떴어?”“응. 제목이 ‘감정 대행, 윤리의 붕괴.’”“미쳤네…”나리가 머리를 짚었다.“그 남자, 인터뷰까지 했어. 그녀가 내 마음을 이용했다고.”“수경이?”“아니요!”수경이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 그날 와인 엎질렀을 때 녹음기 켜놨던 거예요. 저 몰랐어요.”“그럼 그 파일엔…”“이별은 준비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수술이 아니라 상처처럼 남는다…제가 한 말이 전부 왜곡돼서 올라갔어요.”제하가 이를 악물었다.“그 자식 이름 뭐야.”“제하야.”“그만 좀 참아. 우린 사람 살리는 일이지, 복수하는 일 아니야.”“사람 살리는 일? 지금 우릴 죽이려고 덤비는 세상인데?”그의 목소리가 터졌다.“나리야, 언제까지 이렇게 맞기만 할 거야. 왜 항상 네가 대신 욕먹고, 대신 무너져.”“그게 내 역할이니까.”“아니, 그건 벌이야. 넌 계속 네가 죄인인 척하잖아.”“그게 죄가 아니라 책임이야.”“책임도 선 넘으면 자해야.”둘의 목소리가 부딪혔다.수경은 고개를 숙였다.“선배, 죄송해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