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왔다.센터 앞 골목길엔 작은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하늘빛은 옅은 분홍이 스며든 듯 부드럽고, 공기엔 커피와 비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나리는 아침 일찍 출근해 창문을 열었다.습기가 살짝 남은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그녀는 커튼을 묶고, 의자 하나를 창가로 끌었다.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며, 오늘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하게 흘러가길 바랐다.문이 열렸다.“선배.”“왔네.”“네.”수경은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얼굴로 서 있었다.검은 트렌치코트, 묶은 머리, 단정한 표정.“오늘 첫 공동 상담이잖아요.”“응.”“솔직히, 긴장돼요.”“나도.”그녀의 짧은 대답에 수경은 눈을 크게 떴다.“선배도요?”“당연하지. 누군가의 마음을 다루는 일은 매번 처음 같아.”“그 말, 왠지 안심돼요.”나리는 작게 웃었다.“괜찮을 거야. 너라면 잘할 수 있어.”“그 말, 듣고 싶었어요.”두 사람 사이엔 조용한 공기가 흘렀다.예전엔 서먹했던 침묵이 이젠 이상하게 편안하게 느껴졌다.“오늘 의뢰인, 부부였죠?”“응. 결혼 10년 차, 하지만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어.”“이해돼요. 오래된 관계일수록, 상대의 말보다 표정을 더 먼저 읽게 되니까.”“그래서 더 위험하지.”“왜요?”“표정은 언제나 진심보다 앞서니까.”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묵직했다.수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선배는 항상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단정하게 말하네.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선배에게 기대는 거야.’오전 10시, 상담실. 의뢰인 부부가 들어왔다.남자는 팔짱을 끼고 있었고, 여자는 눈을 피했다.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이미 단단히 굳어 있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신나리, 그리고 옆은 오수경 컨설턴트예요.”“반갑습니다.”처음 인사부터 어색했다.대화가 시작되자 남자는 단호했고, 여자는 조용했다.“아내는 맨날 ‘괜찮다’고 해요. 그 말이 제일 무서워요.”“괜찮다고 하니까, 난 더 말을 못 하겠어요.”그 짧은 문장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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