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몸은 누워 있었지만, 머릿속은 한순간도 고요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꿈속 복도가 다시 나타났고, 그 낡은 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손잡이 위에 놓인 열쇠, 그리고 귓속을 파고들던 속삭임. 눈을 뜨면 현실이어야 하는데, 여전히 귓가에 목소리가 맴돌았다.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서로를 침범하는 것 같았다.아침 햇살은 분명히 창문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내게는 그 빛마저도 불길하게 보였다. 눈부신 대신 따갑고, 따뜻한 대신 차갑게 다가왔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커피포트를 켰다. 손끝은 계속 떨렸고, 컵에 담긴 물은 자꾸만 흘러넘쳤다.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구나. 그 자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조차 가빠졌다.점심 무렵, 제하와 수경이 다시 집으로 찾아왔다. 제하는 묵묵히 방안을 점검하며 창문을 확인했고, 수경은 한 손에 잡동사니처럼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내 앞에 앉자마자 종이를 펼쳤다. 빼곡한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지난밤 내가 무의식중에 써 내려간 흔적이었다. 나는 분명 기억이 없는데, 잉크가 번진 글자마다 내 손길이 남아 있었다.수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이거… 새벽에 쓴 거 맞죠?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에요. 꿈속에 있던 복도, 문, 열쇠… 이건 언니 마음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뭔가가 실제로 언니 손을 빌려 적은 것 같아요.”나는 머리가 어지러워 고개를 감쌌다. 정말 그럴까. 내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 내 손을 움직였을까.그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하게 식었다.제하는 내 옆으로 다가와 단호하게 말했다.“확실해졌다. 그건 네 안에서 네 마음을 파고들어, 결국 널 이용하려는 거야. 네가 문을 열면, 단순히 네 문제로 끝나지 않아. 우리 모두 끌려가게 될 거야.”그의 말은 경고였지만, 동시에 애절했다. 내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물이 떨어져 종이 위에 번져갔다. 글자와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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