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거실의 불빛이 흔들리듯 깜박였다. 마치 방 전체가 얇은 막으로 덮여 있고, 그 막을 누군가 바깥에서 계속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발밑 바닥이 언제든 갈라질 것 같은 불안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균열은 벽을 넘어 천장과 바닥까지 번져 있었고, 그 틈새 사이로 낮게 울리는 진동음이 흘러나왔다.손바닥 위 열쇠는 이제 빛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손을 오므리면 더 뜨거워졌고, 펴면 내 눈앞까지 기운이 번져왔다. 그것은 이미 내 손의 일부가 아니라, 내 운명을 쥔 심장 같았다.수경은 내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였다. 그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눈 밑이 퀭했고, 입술은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언니,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저 문은 오늘 밤… 스스로 열릴지도 몰라요. 언니가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언니를 데리고 가려고 기다리는 거예요.”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근데… 만약 그 안에 진짜 온유가 있다면? 내가 열지 않으면, 그를 영원히 놓치는 거라면?”내 목소리는 떨렸고, 그 떨림 속에 미련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수경의 눈가가 젖어들었다.“온유 씨가 진짜라면… 언니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걸 바라지 않았을 거예요. 그분이 사랑했던 건 언니의 미련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언니였을 거라고요.”그녀의 말은 가슴을 파고들었지만, 귓속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아니야. 난 여기에 있어. 네가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어. 너 없이는 나도 완전하지 않아.”제하는 창문가에 서 있다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의 발소리는 무겁게 울렸고, 눈빛은 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나리, 이건 네가 도망칠 수 없는 순간이야. 하지만 하나만 기억해. 문을 열든 닫든, 선택은 네 의지여야 해. 누가 강제로 이끌기 전에, 네가 직접 결정해.”나는 그의 손길이 내 어깨에 닿는 순간, 온몸이 떨렸다. 그 손길은 살아 있는 지금의 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균열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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