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 미팅룸 문 앞. 걸음이 멈춘다. 유리 너머로 안이 보인다. 이미 몇 명이 앉아 있다. 자료를 넘기는 손, 시선을 교환하는 눈.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다. 이다정이 문을 한 번 본다. 그리고 옆, 김다온. 짧게 묻는다.“안쪽.”김다온.“정상입니다.”짧다.“외부만 움직입니다.”이다정이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인다.“그럼 들어가요.”문이 열린다. 공기가 바뀐다. 안쪽의 온도가 더 낮다.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든다. 이다정, 그대로 걸어 들어간다. 시선이 쏠린다. 멈추지 않는다. 의자까지, 정확한 위치. 앉는다. 김다온, 바로 옆. 서 있다. 이번엔 한 발 뒤가 아니다. 의자 옆, 같은 선.회의가 시작된다. 자료가 넘어간다. 설명이 이어진다. 숫자, 조건, 일정. 모두 평소와 같다. 이다정의 손이 서류를 넘긴다. 멈춤 없다. 질문은 짧고, 대답은 정확하다.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하지만 김다온의 시선은 다르다. 테이블 위가 아니다. 문, 유리, 사람, 손. 미세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그때, 문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누군가 지나간다. 멈춘다.김다온의 시선이 그 지점에 고정된다.이다정은 말을 끊지 않는다. 손가락이 서류 위에서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 회의는 계속된다. 겉으로는 완벽하다.투명 유리 너머, 사람 하나. 서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시선, 안쪽. 정확히 이다정을 향한다.이다정은 끝까지 말한다.“그 조건으로 진행하죠.”짧다. 확정.상대가 고개를 끄덕인다. 회의는 흘러간다. 하지만 공기, 조금 더 무거워진다.김다온이 한 발 움직인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다정과 문 사이. 완전히 가린다.이다정이 그걸 느낀다. 펜을 내려놓는다.짧은 정적.이다정이 고개를 든다. 정면. 하지만 시선은 이미 밖을 짚는다.“밖.”짧다.김다온.“계속 있습니다.”이다정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들어오게 해요?”김다온.“아직 아닙니다.”이다정.“왜요.”김다온, 한 박자.“확인만 합니다.”이
Last Updated : 2026-04-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