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이현은 말이 적었다.그의 말투는 예전과 같았고, 표정도 무심하지 않았지만,유리는 그 모든 ‘변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그가 무엇을 애써 숨기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그건 마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가장 잘 감추는 방식으로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그의 어깨는 늘 그랬듯 단정하고 부드러웠지만,그 안에 머물고 있는 무게는 이제 유리의 눈에 낯설지 않은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조용히 빵을 나눠 먹고 있었다.“오늘 오후 일정 있어요?”유리가 먼저 물었다.“네. 외부 사람들 몇 명 만나야 할 것 같아요. 투자 관련 조율이 아직 좀 남아 있어서.”이현은 담담히 대답했지만,그의 손끝은 컵을 잡은 채 잠시 멈췄다가 움직였다.유리는 그 미세한 움직임까지 눈으로 따라가며 속으로 혼잣말처럼 되뇌었다.‘지금, 당신은 나를 멀리 두려고 하고 있어.’그건 직감이었고, 동시에 지금껏 함께한 시간이 말해주는 감각이었다.그날 오후, 이현은 외부 미팅으로 나갔다.유리는 루체빌에 혼자 남아 거실을 천천히 정리했다.방금까지 이현이 앉아 있던 소파, 그가 정리해둔 서류, 식탁 위에 남은 머그잔의 온기.모든 것이 여전했지만, 그 안에 흐르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오후 3시. 유리는 현리하루 2호점에 들렀다.잠시 앉아 공기를 가만히 마시고 있을 때, 매장 직원이 말했다.“유리 님, 이번 외주 계약 건, 대표님이 최종 검토하고 계신데 조금 일정이 미뤄질 것 같다고 전해달래요.”“그래요?”“네, 이 대표님이 직접 전달하신 내용이긴 한데…그냥 오늘따라 좀 기운이 없으시더라고요.”유리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고맙습니다.”그 말을 남긴 채, 유리는 다시 매장 바깥으로 나왔다.그리고 그곳에 서서 오래도록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전화할까. 문자를 보낼까. 아니면 오늘도 그냥 묻어둘까.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휴대폰을 천천히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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