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유진은 혼자 어두운 방에 앉아 있었다.방 안엔 조명 하나 없이, 노트북 불빛만이 희미하게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그리고, 그 화면 속엔 새로 작성 중인 프로젝트 제안서의 첫 줄이 서서히 타이핑되고 있었다.‘이름은 잊히더라도, 흔적은 남는다.그 흔적이…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면, 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월요일 아침. 햇살은 맑았지만, N프로소프트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법무팀의 긴급 회의 요청으로 임원진들은 일찍부터 대표실에 모여 있었고,이현은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문서를 넘기고 있었다.“유진 씨가 검찰에 제출한 문건, 내용 자체는 불완전하지만N프로 내부 자료와 분리된 개인 기획이라는 전제를 강화하려는 흔적이 보입니다.”법무팀장의 보고에 이현은 한참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 진짜 끝까지 가보겠다는 뜻이군요.”한편, 유리는 오전 회의 직전 자신의 메일함을 확인하다 의외의 메시지를 발견했다.보낸 사람: 조유진제목: 너한텐 미안하지 않아이메일의 본문엔 단 한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이현이라는 사람, 과연 너만 바라보는 걸까?”그 순간, 심장 깊은 곳에서 묘하게 날 선 감정이 올라왔다.유리는 노트북을 닫고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그 문장 하나로 자신이 지켜온 감정선이 흔들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할 타이밍이었다.오후. 이현은 유리를 대표실로 불렀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현은 조용히 책상 뒤로 돌아와 커피를 내려주었다.“힘들었죠?”“괜찮아요. 이젠, 그런 말보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유리는 마주 앉으며 덧붙였다.“근데, 유진 언니가… 이런 식으로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이현은 깊게 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우리, 이 시기 잘 버텨요. 내가 먼저 무너지지 않게 지금 당신이 여기 있어줘요.”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버티는 거라면… 이미 이현 씨와 함께하면서 익숙해졌어요.”그날 밤. 루체빌, 거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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