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제시간에 도착했다.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는 서울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어 보였고,하늘은 말 그대로 ‘휴가를 위한 색’이었다.유리와 이현은 공항에서부터 손을 잡은 채 이동했다.오래 걸리지 않는 거리였고,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은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 익숙하지 않은 시간대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숙소는 바다와 가까운 언덕 위에 있었다.테라스가 넓었고, 하얀 커튼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흩날렸다.짐을 내려놓자마자, 유리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이 바람… 이현 씨, 여기 소리 들어봐요.”이현은 뒤에서 조용히 다가와 그녀 옆에 섰다.둘은 말없이 테라스 밖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었다.조용하다는 말보다, 평화롭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순간이었다.점심을 먹기 위해 작은 로컬 식당을 찾았고, 유리는 메뉴판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음… 고수 들어간 음식 괜찮아요?”이현은 웃었다.“내가 고수 잘 못 먹는 거 그새 잊었어요?”“아, 맞다. 그때 쌀국수집에서도 몰래 빼줬었죠.”“결혼했다고 입맛까지 같아지는 건 아니니까.”유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요. 다르다고 느끼는 게, 같아지려 애쓰는 것보다 훨씬 사랑스럽네요.”그 말은 오랜 연애보다 더 깊은 이해였다.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햇살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었고, 이현은 마트에 들러 유리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넸다.“결혼 첫 여행 기념. 아이처럼 하나씩.”유리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며 말했다.“그럼 오늘 하루, 우리 둘 다 아이처럼 굴어요.”“이미 당신 눈빛이 초등학교 방학 첫날이에요.”저녁 무렵. 숙소 테라스.두 사람은 나란히 발을 내밀고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었다.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현 씨, 나 오늘 하루종일… 계속 당신이 낯설게 느껴졌어요.”“왜요?”“평소보다 말이 적고, 주변 잘 챙기고, 작은 거에 더 웃고 그런 당신을 보면서,'아, 이 사람은 내가 아직 다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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