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공기는 마치 오래된 유리병 속에 갇힌 것처럼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조명조차 없었지만, 희미한 틈으로 들어온 불빛이 방의 중심을 겨우 비추었고, 그 빛 아래에서 천천히 고개를 든 그림자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현실과 어긋난 존재 같았다.그림자는 천천히 손을 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그 손의 각도, 손목의 기울기, 손등의 얇은 실핏줄 그 모든 작은 디테일들이 수진의 가슴을 짓눌렀다.‘언니가… 이런 손을 가지고 있었지.’그녀의 머릿속에서 오래된 기억이, 바스러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떠올랐다.눈이 내리던 연변의 겨울밤, 언니가 장갑을 벗어 수진의 손을 감싸던 순간의 촉감,그 따뜻함까지 전부 겹쳐왔다.그러나 이 방 안의 손은 따뜻하지 않았다.숨을 쉬는 기척과는 달리, 손끝에는 생기가 없었다.마치 생과 사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의 움직임.“강혁 씨… 기다려.”수진은 거의 숨을 삼키듯 중얼렀다.강혁은 이미 한 발踏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지만, 수진의 손이 그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그녀 손끝의 힘은 한순간 그의 움직임을 막을 만큼 단단했다.“…저건 언니가 아니야.”한 문장. 그러나 자신에게 내리는 처벌과 같은 문장.그림자는 여전히 고개를 쳐든 채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수진은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그 얼굴선은 수민의 것과 닮았지만, 너무 매끄러웠고, 지나치게 정적이었으며, 감정이 깃들 틈이 없었다.그리고, 진짜 언니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뒤로 가.”수진은 강혁의 팔을 뒤로 당겼고, 강혁은 그녀의 눈빛이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피해야 한다’는 판단임을 알아챘다.그러나 그림자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 느리게, 아주 느리게… 입술을 떼었다.“…진…?”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수진의 온몸에서 체온이 꺼져 내려갔다.그 목소리는 생전의 수민과 너무나 비슷했다.음색도, 높낮이도, 숨을 끊어 삼키는 버릇까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