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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붉빛미르: Chapter 141 - Chapter 150

157 Chapters

불의 재림 (2)

“전하!”소리를 지르며 이도의 옷깃을 잡아 얼른 뒤로 끌어냈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곰보와 이도 사이에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땅에서 터져나온 것인가? 아니면 하늘에서 쏟아진 것인가? 판단할 수 없었다.큽-천우는 한마디 탄식을 내뱉으며 반사적으로 물을 가져왔다.그리고 얼른 얇은 물의 장막을 펼쳐 그들과 불 사이를 가로막았다.정말 눈 깜짝할 새였다.반치만 늦었더라도 이도가 불길에 휩싸일 뻔했다.“아앗! 뜨거 씨…….”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이도가 손을 탈탈 털며 중얼거렸다.워낙 가까웠던지라 소맷자락이 약간 그을려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괜찮으십니까?”천우가 그쪽은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고 물었다.“괘, 괜찮습니다.”이도가 황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두 사람 모두 눈앞의 광경에 넋을 빼앗겨 목소리조차 쉬이 내지 못했다.불길은 새빨갛다 못해 거의 검은색을 띌 정도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분명 형체가 없는 불길임에도 불구하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불 자체가 생명이 있고, 지각(知覺)이 있어 주위를 가만히 살피고 있다는 듯한…….“으으으으…….”저편의 곰보도 작금의 상황에 질겁하여 뒤로 엉금엉금 기며 도망치고 있었다.그러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얼마 가지도 못하고 거기 멈춰서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화르르륵-태풍 맞은 바다처럼 넘실대던 불길이, 별안간 잠잠해졌다.그리고 모두가 거기 집중한 그때였다.“갑자기 불이 꺼져서 뭔가 싶어 와 봤더니.”불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긋나긋한 여인의 목소리였다.“역시 당신 짓이었군요. 물빛.”“붉빛미르…….?”천우가 물의 장막을 거두지 않은 채로 어벙벙하게 불길 쪽을 보고 말했다.“네.”불길이 대답했다.그리고는 치마 입은 발이 불길 속에서 튀어나왔다.하늘하늘한 몸짓으로 발, 다리, 둔부, 허리, 가슴, 어깨 순으로 나타나는데, 마치 말 등 위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다.“후.”옅은 숨소리가 들렸다.어리. 불빛미르가 다시 나타났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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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재림 (3)

뒤에 서 있던 이도가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당신이…….”이도의 상기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붉빛미르요?”“바로 알아보셨습니다.”어리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용안을 뵙는 것은 처음이네요. 이렇게 뵙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그건 나도 마찬가지외다.”이도가 진중한 투로 말했다.“할아버님, 그리고 아버님에게서 익히 들어온 바, 용은 자신의 형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기에 겉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했지. 이렇게 뛰어난 자색(姿色)을 갖춘 여인네로 나타라리라고 누가 알았겠소?”“그리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어리……. 라고 하셨던가?”“그렇습니다. 전하.”“사람의 몸을 빼앗은 것이오, 아니면 애초에 사람의 몸으로서 태어난 것이오?”“총애하시는 물빛미르가 그리하였듯, 온전히 사람의 육신을 가진 채로 지금껏 살아온 몸입니다. 전하께서 그토록 아끼시는 조선 백성의 심신을 강탈한 것이 아니니 부디 안심하소서.”어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리고는 뒤편에서 질겁하고 있던 곰보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아, 물론 이쪽은 제가 조금 심술을 부린 것이 맞지만요.”“흐읍…….”곰보는 지금 불 속에서 나타난 여인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검객에, 주상전하라는 말까지 겹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듯했다.그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불을 먹였다고 들었소.”이도가 어리를 보고 말했다.“그리하여 몸과 마음을 조종하였다고. 그게 사실이오?”“네. 불을 조금 먹여서 제 말과 뜻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자기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그리 효과는 없는 방법이지만요.”“물빛미르와 싸우던 것을 보니…….”이도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되어 받았다.“불을 조금 먹인 것이 아닌 듯 싶었는데.”“그만큼 이쪽이 약한 사람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미르라고 해서 누군가를 온전히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답니다. 그만큼 많은 불을 먹이던가, 아니면 직접 그 사람에게 깃들어야 하죠. 아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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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재림 (5)

“…….” 어리가 그런 이도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손과 몸에서 지옥 같은 불길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음에도 이도는 조금도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한 치의 양보도 없이 꼿꼿이 선채로 어리와 눈싸움을 벌이는데, 그야말로 용과 대적하는 범. 용호상박(龍虎相搏) 그 자체의 기세였다. “보아하니.” 어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물빛께서 주상전하께 모든 것을 알려주셨군요. 제가 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지를.”“맞소.” 이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조선의 천문 연구를 방해하려고 하셨다지?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르지 않고, 또 하늘의 뜻을 읽어 농사짓고 물 모을 줄을 알게 된다면 미르들은 소멸하게 된다고. 그렇기에 역법 연구를 막으려 한다고.”“정확히 보셨습니다. 주상전하.”“그래서 학사들을 해친 것이오? 그대의 앞길에 방해가 될까봐?”“그러하옵니다.”“그들 또한 이 조선 땅의 백성이었소. 붉빛미르라는 존재가 마땅히 아끼고 지켜주어야 할.” 이도의 한쪽 입술이 분노로 떨렸다.목소리에도 어느 샌가 분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이도가 말을 이었다. “미르는 이 땅을 수호하고,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내려온 성스러운 령(靈). 분명히 태상왕 전하 시절만 하더라도 붉빛미르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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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분노 (1)

“붉빛이 말하는 그것은 패도(霸道)요!” 이도가 장엄하게 꾸짖었다. “어떻게 국왕에게 남을 짓밟으라는 말을 건넬 수 있단 말이오! 그대가 미르가 아닌 신하였다면, 나는 당장에 그대를 내쳤을 것이외다! 참람하고 무서운 말이오. 내 절대 그 말을 듣지 않을 것이오. 알아듣겠소?!”“이성계와 같은 말을 하시는군요.” 어리가 짧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이성계도 전하께서 말한 것과 똑같이 그랬었지요. 더 이상의 피를 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군사들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다……. 라고요. 더 나아가지 않고, 등 따스한 방안으로 움츠러들기를 택한 어리석은 짓거리였지요.”“지금 태상왕 전하를 모욕하는 것이오?”“송구하옵니다. 그렇게 들리셨다면 사죄드리지요.” 어리는 무어 잘못된 것이 있느냐는 투였다. “그러나 그때 이성계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더 큰 승리와 영광을 누릴 수 있는데……. 영토를 2배 이상으로 불리고, 한술 더 떠 대륙의 패자(霸者)가 될 수 있었거늘……. 무엇이 그리 두려워 군사를 물리기로 하였는지…….”“요동정벌. 그것을 말하는 것이오?” 이도가 상기된 목소리로 물었다. “붉빛미르. 그대는 할바마마께서 요동정벌을 나서시다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고려를 패국(敗國)시킨 그 얘기를 하고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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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분노 (2)

“맞는 말이오.”천우가 은밀하게 주위의 물을 끌어올리며 대꾸했다.“이미 부락 몇 개는 뒤엎고도 남을 싸움을 벌였지. 물과 불이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없듯이, 우리 둘도 마찬가지일거요.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것이고.”“잔인하고 슬픈 말입니다. 불은 겉보기에는 가까이 하기 힘들지만 격정적이고 따스하지요. 물은 조용하고 얌전하여 가까이하기 쉽지만 냉정하고 차갑지요. 선을 긋는 것이 칼과 같죠. 지금의 물빛처럼.”어리가 서글픈 목소리로 읊조렸다.그러다 날카로운 눈으로 천우를 쏘아보며 꾹꾹 눌러담듯 말했다.“그래서 더 철저히 밟아놓아야 하겠어요. 다시는 내게 대항할 수 없도록, 내 말에 토를 달 수 없도록. 나를 방해할 수 없도록. 물이 불을 끄는 일이 없도록.”“아까도 말했듯이, 나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요.”천우가 긴장한 채로 말했다.어리가 눈치 챌 수 없도록, 땅 속의 물로 하여금 여차하면 주상을 보호하며 솟구쳐 오르게끔 조종하며 말을 이었다.“나 또한 이제 물에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명을 하도록 마음가짐을 고쳐먹었으니.”“느껴집니다. 단번에 그만큼 성장하셨다는 것이요. 그만큼 힘으로 당신을, 물빛을 상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요.”어리가 고개를 살포시 갸웃거렸다.“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물빛을 묶어두는 수밖에요. 당신이 그리도 아끼고 좋아해 마지않는 주변 사람들을 데려다가요.”“사악하군.”“살아남으려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이 이야기에서 기꺼이 제가 악역을 맡게 된 이상 어떻게든 해야겠지요. 가령, 물빛 옆에 계신 분을 노린다든가…….”“꿈도 꾸지 마시오.”“농담입니다. 저 또한 조선이 무너지는 것은 바라지 않거든요. 더 크게 자라려면 마땅히 그릇도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결국 창칼을 앞세운 정복이란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으니.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살찌울 군주도 마찬가지고요.”어리가 천우와 이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어쩐지 모르게 그 눈빛에 만족감이 가득했다.“그렇다면……. 군주를 살려두고 그 주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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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분노 (3)

“당장 바른대로 고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몸을 베어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놓을 것이다!”“후후. 목청만큼은 할아버지 못지않네요.” 이죽거리는 어리의 목소리가 귓가를 불편하게 간질였다. 아무리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어도 용은 용. 목소리를 내고 손을 내젓는 것만으로도 능히 상대를 쳐 없앨 수 있는 맹수. 국왕 따위가 아무리 떠들어도 내게는 위협거리조차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거기 묻어 있었다. “그렇지만 이성계의 단점을 주상전하께서도 그대로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아버지의 피보다는 할아버님의 기질을 더 많이 물려받으셨네요.”“뭣이…….”“이성계. 그 사람은 세상 모두가 자신을 군말 없이 따르리라 생각했지요. 군사도, 백성도. 신하도. 그리고 가솔도. 사람은 언제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다니는 동물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배신을 당한 것이고.”“함부로 뇌까리지 말라. 붉빛미르…….”“지금의 전하와 같사옵니다. 사람은 자신만의 길을 찾지요. 아무리 훌륭하고 애민하는 임금이라 할지라도, 온전히 열과 성을 다해 군주를 따를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배반당하고 실망하는 것입니다.” 어리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주위 공기가 뜨끈해지더니, 이내 그녀의 발 주위에 소규모의 돌개바람이 일었다. “전하의 배신자가 저를 부르고 있네요. 가 봐야겠습니다.” 어리가 중얼거리며 물러날 뜻을 밝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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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뉘어진 인연 (1)

“끅!”어딘가로 휙 날아온 천우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질은 땅바닥이 어깨부터 와 닿으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물에 젖은 흙냄새가 났다.공기 중에 물 입자가 가득하니, 물가 근처에 와 있거나 이 주변에만 한차례 세차게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간 듯했다.“윽……. 머리가…….”쓰러질 때의 충격 때문인지 머리 한쪽이 지끈거렸다.귓속에서 웅웅- 대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속이 거북했다.마치 이전에 처음 축지법을 경험했을 때의 기분 같았다.‘여기는…….’천우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자기가 어디로 와 있는 것인지 살폈다.폐허나 광야 따위는 온데간데없었고, 풀냄새가 짙게 풍기는 것이 어떤 산중에 와 있는 듯했다.초목이 울창하고, 바위나 자갈에 이끼가 내려앉은 것으로 보아 제법 산세가 험한 곳인 모양이었다.쿵- 쿵-규칙적인 소리가 들려 그쪽을 보니, 산중에서 흘러드는 시냇물을 이용한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물레방아는커녕, 우물 하나 없던 황야에 서 있었는데 참으로 별일이었다.어리가 남긴 불의 흔적을 따라 정신을 집중했던 것인데, 물빛미르로서의 권능이 발현한 모양인지 순식간에 이곳으로 날아온 듯했다.공간이동……. 아마 어리가 지금까지 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드나들 수 있었던 것과 동일한 마술일 터였다.‘붉빛미르는 불을. 나는 물을 따라올 수 있다는 말인가.’천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몸 이곳저곳이 비명을 지르듯 뻐근했다.그나마 손에 쥐고 있던 환도만큼은 놓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런 산중에서 무기 하나 없이 혹여 표범이라도 만난다면…….‘그래봤자 붉빛미르와 마주치는 것보다는 쉽겠지.’불과 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용이 지척에 있는데, 네발 달린 범 따위야 뭐가 문제랴? 천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물레방앗간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붉빛미르의 흔적을 쫓아 이곳으로 날아왔다. 근처에 있을 것이다. 분명히.’환도 손잡이를 목숨줄처럼 꽉 붙잡은 채로 가옥 옆으로 향했다.흙 벽 옆으로 작은 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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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뉘어진 인연 (3)

“알고 있네.”지운이 의외로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천우는 기가 막혀 한동안 말을 잃은 채로 지운을 쳐다보았다.“영감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천우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붉빛미르가 학살하였다는 말입니다. 마치 적을 대하듯이. 한양을 불 지르고, 그 불을 끄려 애쓰던 기우사들을 하나씩 찾아가 암살하였다는 말입니다. 지금 영감의 옆에 서 있는 그 사람이 말입니다.”“그랬었지.”“그럼에도 붉빛미르를 믿으시는 것입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인명(人命)을 해하는데도요?”“나도 처음에는 기우사들을 살해한 범인이 붉빛미르임을 알고 이를 갈았다네.”지운이 어리 쪽을 흘끗거리며 중얼거렸다.어리는 계속해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어떻게든 붉빛미르에게 복수하려 했지. 아무리 늙고 약한 몸이라도 기우사로서, 나름의 물로서 불을 꺼뜨려보고는 싶었으니. 그런데 붉빛미르가 오히려 나를 먼저 찾아왔다네. 나는 당연히 비를 불러 공격했지만, 붉빛미르에게는 생채기 하나 내는 것도 불가능했어. 내가 가진 모든 권능과 지혜를 퍼부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어. 꼼짝없이 죽겠다고 생각한 그때 붉빛미르께서 손을 내밀었다네. 자기 얘기를 한번 들어보라고.”“그래서 꼭두각시가 되신 겁니까? 붉빛미르에게 패했기에?”“그런 하찮은 이유가 아니야. 이 늙은이가 다 말라비틀어진 목숨 따위를 그리 중하게 여기리라고는 생각 말게. 평생에 걸쳐 미르를 섬겨온 몸일세. 미르를 위해 살았고 미르를 위해 죽어야 할 숙명이야. 나는.”지운이 조금 지친 기색으로 눈두덩을 문질렀다.“그러니 아무리 붉빛미르라고 해도 처음에 이분께 복수하고자 비와 물을 퍼붓는 와중에도 마음이 좋질 않았지. 물론, 그때는 정말로 화가 나서 다짜고짜 덤벼든, 어리친 개새끼에 지나지 않았지만.”“정말 무서웠지.”듣고 있던 어리가 한마디 거들었다.입가에 냉소가 흐르는 것이 빈말에 가까운 듯했다.“하마터면 나도 놀라서 뼈 한조각 남기지 않을 정도로 태워버리려 했으니까. 기우사들 중에서도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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