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소리를 지르며 이도의 옷깃을 잡아 얼른 뒤로 끌어냈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곰보와 이도 사이에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땅에서 터져나온 것인가? 아니면 하늘에서 쏟아진 것인가? 판단할 수 없었다.큽-천우는 한마디 탄식을 내뱉으며 반사적으로 물을 가져왔다.그리고 얼른 얇은 물의 장막을 펼쳐 그들과 불 사이를 가로막았다.정말 눈 깜짝할 새였다.반치만 늦었더라도 이도가 불길에 휩싸일 뻔했다.“아앗! 뜨거 씨…….”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이도가 손을 탈탈 털며 중얼거렸다.워낙 가까웠던지라 소맷자락이 약간 그을려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괜찮으십니까?”천우가 그쪽은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고 물었다.“괘, 괜찮습니다.”이도가 황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두 사람 모두 눈앞의 광경에 넋을 빼앗겨 목소리조차 쉬이 내지 못했다.불길은 새빨갛다 못해 거의 검은색을 띌 정도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분명 형체가 없는 불길임에도 불구하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불 자체가 생명이 있고, 지각(知覺)이 있어 주위를 가만히 살피고 있다는 듯한…….“으으으으…….”저편의 곰보도 작금의 상황에 질겁하여 뒤로 엉금엉금 기며 도망치고 있었다.그러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얼마 가지도 못하고 거기 멈춰서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화르르륵-태풍 맞은 바다처럼 넘실대던 불길이, 별안간 잠잠해졌다.그리고 모두가 거기 집중한 그때였다.“갑자기 불이 꺼져서 뭔가 싶어 와 봤더니.”불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긋나긋한 여인의 목소리였다.“역시 당신 짓이었군요. 물빛.”“붉빛미르…….?”천우가 물의 장막을 거두지 않은 채로 어벙벙하게 불길 쪽을 보고 말했다.“네.”불길이 대답했다.그리고는 치마 입은 발이 불길 속에서 튀어나왔다.하늘하늘한 몸짓으로 발, 다리, 둔부, 허리, 가슴, 어깨 순으로 나타나는데, 마치 말 등 위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다.“후.”옅은 숨소리가 들렸다.어리. 불빛미르가 다시 나타났다.
Last Updated : 2026-06-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