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양녕이 크게 놀란 얼굴이 되어 이도를, 그리고 천우를 바라보았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빛마저 공포에 질려 흔들릴 정도였다.“붉빛미르라니요? 그게 무슨…….”“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형님께서 사모하시는 그 여인, 어리가 붉빛미르라면 형님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전하! 외부인이 듣고 있습니다! 미르에 대한 얘기를 꺼내시면 아니되옵니다!”양녕이 목청을 높이며 천우를 실쭉한 눈으로 노려보았다.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갑자기 광기(狂氣)가 서린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송구합니다. 전하.”갑자기 양녕이 성큼성큼 병풍 쪽으로 가더니, 그 뒤에 거치되어 있던 환도를 꺼내들었다.“국왕 앞에서 칼을 빼는 대역죄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르를 듣게 된 작자를 살려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부디 이 불충을 용서하지 마시옵소서!”그리고 성급하게 칼을 빼는 양녕이었다.“형님!”이도가 벽력같이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소용없었다. 양녕의 칼날이 이미 공기를 갈랐다.“윽…….!”천우가 반사적으로 팔을 들었다.그러자 물그릇에 담겨있던 식수가 순식간에 솟구쳐 천우의 앞을 감쌌다.단단하게 굳어진 물이 칼날을 붙잡아 시간을 벌어주었고, 그 틈에 천우는 턱을 갈라버릴 듯이 덮쳐드는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슈욱-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천우를 스치고 지나갔다.“가만있으세요! 형님!”이도 또한 급하게 일어서며 소리쳤다.여차하면 베어버릴 기세로 숨겨놓은 칼을 빼드는데, 그 소리가 사뭇 살벌했다.칼, 물, 그리고 왕의 명령.사랑채의 모든 것이 그 자리에 멈춰버린 듯했다.“저, 전하……!”양녕이 칼을 떨어뜨리곤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놈에게 부디 극형을 내려주소서!”“당장 칼 치우시고, 형님께서 해치려했던 분께 사죄부터 하시지요.”“물론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양녕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방금 전…….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Last Updated : 2026-05-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