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그럼 점심때까지는 어머니께서도 기다리실 수 있겠지요?"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한씨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하지."한씨는 겉으로 냉정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흠칫 놀랐다. 강유영의 서늘한 표정은 묘하게 조원철과 닮아 있었다.한씨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떠오르자 마음속 분노가 더욱 커졌다.조원철은 그녀가 가장 아끼고 공들여 키운 아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사사건건 강유영 편만 들며 어미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굴었다.그렇다면 자신도 더 이상 조원철만 바라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어멈, 가시지요."강유영은 오씨 어멈 일행을 챙겨 몸을 돌렸다."유영아."마침 그곳을 지나던 둘째 조원계가 강유영을 알아보고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는 하얀 장포를 단정히 차려입고 허리에는 비단띠에 아랫단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옥패를 달고 있었다. 맑고 부드러운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서생의 분위기를 풍겼다."둘째 오라버니."강유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조원계를 본 것은 몇 년 만이라 순간 얼떨떨했다.조원계는 도경진과 성격이 비슷했다. 두 사람 다 성격이 온화하여 화를 낼 줄 몰랐다.하지만 조원계는 귀족 가문 출신이라 도경진처럼 어릴 적부터 돈 걱정을 하며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도경진보다 성격이 훨씬 밝고 웃음도 많았다."그동안 어디 다녀왔느냐? 큰형님도 집에 계시지 않아 행방을 물어볼 곳도 없고, 내내 걱정했지 뭐냐."조원계는 다정한 눈빛으로 강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먼 길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강유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어린 시절, 조원계는 그녀에게 살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대하지도 않았다.조원계는 조원철처럼 강유영이 끼니는 굶지 않았는지, 춥지는 않은지, 핍박을 당하지는 않는지 시시콜콜 챙기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괴롭힌 적이 없었고, 이따금 물건을 챙겨주기도 했었다.강유영에게 조원계는 밉지도 좋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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