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1191 - Chapter 1195

1195 Chapters

제1191화

"좋습니다. 그럼 점심때까지는 어머니께서도 기다리실 수 있겠지요?"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한씨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하지."한씨는 겉으로 냉정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흠칫 놀랐다. 강유영의 서늘한 표정은 묘하게 조원철과 닮아 있었다.한씨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떠오르자 마음속 분노가 더욱 커졌다.조원철은 그녀가 가장 아끼고 공들여 키운 아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사사건건 강유영 편만 들며 어미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굴었다.그렇다면 자신도 더 이상 조원철만 바라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어멈, 가시지요."강유영은 오씨 어멈 일행을 챙겨 몸을 돌렸다."유영아."마침 그곳을 지나던 둘째 조원계가 강유영을 알아보고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그는 하얀 장포를 단정히 차려입고 허리에는 비단띠에 아랫단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옥패를 달고 있었다. 맑고 부드러운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서생의 분위기를 풍겼다."둘째 오라버니."강유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조원계를 본 것은 몇 년 만이라 순간 얼떨떨했다.조원계는 도경진과 성격이 비슷했다. 두 사람 다 성격이 온화하여 화를 낼 줄 몰랐다.하지만 조원계는 귀족 가문 출신이라 도경진처럼 어릴 적부터 돈 걱정을 하며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도경진보다 성격이 훨씬 밝고 웃음도 많았다."그동안 어디 다녀왔느냐? 큰형님도 집에 계시지 않아 행방을 물어볼 곳도 없고, 내내 걱정했지 뭐냐."조원계는 다정한 눈빛으로 강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먼 길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강유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어린 시절, 조원계는 그녀에게 살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대하지도 않았다.조원계는 조원철처럼 강유영이 끼니는 굶지 않았는지, 춥지는 않은지, 핍박을 당하지는 않는지 시시콜콜 챙기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괴롭힌 적이 없었고, 이따금 물건을 챙겨주기도 했었다.강유영에게 조원계는 밉지도 좋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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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강유영!"한씨는 턱을 치켜들고 거만한 자태로 천천히 다가왔다.강유영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머니, 아직 하실 말씀이 남으셨습니까?"한씨의 기세는 마치 강유영의 엄청난 약점이라도 쥐고 있는 듯 당당했다.강유영은 자신이 잡힐 만한 약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조원철과의 일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하지만 그 일은 한씨도 이미 알고 있는데, 새삼스레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일까."네게 일러둘 말이 있다. 네 출생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한씨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강유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월감이 가득했다.이 비밀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감춰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방금 전 강유영이 자리를 뜬 뒤, 한씨는 자신의 처지를 냉정하게 되짚어보았다.진 부인은 더 이상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옥에 갇힌 진원 역시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만약 강유영이 진국공에게 이 모든 일을 까발린다면 체면이 바닥에 떨어질 것이 뻔했다.도박을 걸 수도, 걸어서도 안 되었다.겨우 집안의 실권을 되찾았고 아직 해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제 신분 같은 건 이제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강유영은 눈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제게는 전당포도 있고 재물도 넉넉하니 남부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물론 출생의 비밀이 궁금했다. 절실하게 알고 싶었다.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한씨가 이 약점을 빌미로 자신을 쥐고 흔들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전혀 개의치 않는 척 연기해야 했다."게다가 어머니 곁에서 부리는 자들은 전부 유덕전의 수하들 아닙니까? 안주인 자리를 되찾으셨다 한들 당장 살림할 은자도 넉넉지 않으실 텐데, 제 걱정은 마시고 유덕전에게 갚을 은자나 고민하시지요."강유영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묻어났다.한씨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까맣게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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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해 질 무렵, 조원철은 궁에서 나와 청류에게서 말고삐를 건네받았다."조 세자, 잠시만 기다리게!"등 뒤에서 강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비대한 몸을 이끌고 헐레벌떡 조원철을 향해 뛰어왔다.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청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이제 그들은 강왕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잔인하고 음흉한 자인지 알기에, 행여 꼬투리를 잡힐까 봐 감히 함부로 굴 수 없었다."강왕 전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조원철은 발걸음을 멈추고 강왕을 돌아보았다.강왕은 그 앞에 멈춰 서서 한참 호흡을 고른 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자는 내 처남이 아닌가. 병주까지 먼 길을 다녀왔으니 마땅히 정성을 표해야지. 오늘 밤 내 저택에 조촐한 환영 연회를 마련했네. 부디 체면을 보아 참석해 주겠나?"그는 조원철의 표정을 살피며 내심 실망했다.조원철은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이라 속마음을 전혀 읽어낼 수 없었다."사양하겠습니다."조원철은 단호히 거절했다."따로 볼일이 있으니, 하실 말씀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지금 말씀하시지요.""내가…… 그렇게 티가 났나? 할 말이 있다는 거 말이네."강왕은 속마음을 들켜 멋쩍은 듯 코를 매만지며 시선을 피했다.조원철은 말없이 그를 빤히 응시했다."진씨 가문이 적몰되며 공부의 구멍이 채워졌네. 폐하께서도 더 이상 이 일을 추궁하실 뜻이 없어 보이시네."강왕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전하께서는 본디 조정 일에 관심이 없지 않으셨습니까."조원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서늘한 눈빛을 번뜩였다."관심이 없는 것은 맞네."강왕이 어색하게 웃었다."다만 이 모든 일의 배후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그러네. 세자께서 혹시 알아낸 것이 있나 해서. 무언가 단서라도 찾았다면 내게도 귀띔해 주게나. 답답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강왕은 슬쩍 떠보는 중이었다.배후에서 이 모든 판을 짠 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조원철이 눈치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조원철처럼 영민한 자라면 진작에 낌새를 챘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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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강왕은 고개를 돌려 측근에게 물었다."진국공 세자라면 매사에 주도면밀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자이니, 아마 이미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측근이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강왕은 다시 방금 전 조원철이 멀어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조원철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아깝구나. 저리 영민한 자를 내 사람으로 쓸 수 없다니."그는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전하, 너무 조급해하실 것 없습니다."측근이 위로하듯 말했다."진국공 세자는 아직 황제가 과거에 저지른 일들을 모를 뿐입니다. 그는 강직한 자이니, 만약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는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을 것입니다.""그것도 장담할 순 없지."강왕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다른 건 안중에도 없고 오직 용상에 앉아 있는 자에게만 충성을 바칠지도 모를 일이지 않느냐.""왕비 마마께서는 세자의 친누이이시니 어찌 되었든 한 식구 아닙니까. 이치로 보나 정으로 보나 전하의 편에 서는 것이 마땅합니다."측근이 덧붙였다."네 말이 맞다만, 유독 그놈은 고집을 꺾지 않으니 문제지."강왕이 고개를 저었다."그를 제거하자니 참으로 아깝단 말이지.""급할 것 없습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시지요."*강유영은 장부를 펼쳐놓고 상념에 잠겨 있었다.오후 내내 서준이 한 말과 한씨가 언급한 출생의 비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한씨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로 자신의 출신을 알고 싶었다.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화를 내던 서준의 얼굴과 교활하게 꿍꿍이를 품은 한씨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돌아오자마자 일이 산더미네."강유영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장부에 얼굴을 파묻었다.오후 내내 장부는 몇 줄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무슨 일이냐."찬합을 들고 방으로 들어서던 조원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강유영을 보고 물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 가여우면서도 귀여워 저도 모르게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오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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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안 된다."조원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원래는 어머니께 따져 물으려 했습니다. 진 부인도 이제 제 편이니 어머니께서 제게 저지른 일들을 기꺼이 증언해 줄 것이라 믿었지요."강유영은 조원철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그래."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하지만…… 어머니께서 제 신분에 관한 비밀을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자신이 잘못되면 저는 평생 그 비밀을 모를 거라고 으름장을 놓으시더군요. 그 말씀을 들으니 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게다가……."강유영은 고개를 들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원철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게다가 무엇이냐."조원철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무리 저를 해치려 했어도 오라버니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아닙니까. 만약 제가 이 일을 아버지께 고하여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벌하신다면, 일이 너무 커질까 두려웠습니다. 혹시나 오라버니께서 저를 원망하실까 봐……."강유영은 주저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사실 한씨가 출생의 비밀을 빌미로 협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원철이 돌아오면 의논부터 할 참이었다.그녀는 이미 그의 곁에 머물기로 마음먹었다. 조원철은 늘 그녀를 아껴주었고, 목숨을 걸고 지켜주기까지 했다. 그러니 자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의 입장도 헤아려야 했다.만약 조원철이 원치 않는다면, 한씨를 향한 원한은 잠시 미뤄둘 수도 있었다."잘못을 저질렀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지."조원철은 정면을 응시하며 서늘하게 말했다."그럼 오라버니께서도…… 제가 아버지께 고하는 것에 동의하시는 겁니까?"강유영은 옷깃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물론이다."조원철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어머니 신상에 큰일이 생길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버지는 체면을 중시하는 분이시니 내치지는 않으실 거다.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더더욱 없을 테고. 그저 금족령을 내리시거나, 요양을 핑계 삼아 별원으로 내쫓으시겠지.""오라버니께서는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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