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영, 정녕 나와 모든 관계를 끝내겠다는 것이냐?”그녀를 쏘아보는 조원철의 눈빛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더니, 눈가에 옅은 붉은 기운이 서렸다.“예.”강유영은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시선을 내리깔았다.“오라버니께서는 이미 정혼자가 있고, 제게도 혼사가 정해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다시는 왕래하지 마시지요. 만약 또다시 찾아오신다면, 그때는 어머니께 모두 고하겠습니다.”그녀는 최대한 평온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밀려드는 감정 탓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어조는 결연했으나, 치맛자락을 쥔 손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애초에 맺어져서는 안 될 인연이었다. 그날 밤의 일은 그저 돌이킬 수 없는 사고였을 뿐이다.진작 끊어냈어야 할 관계를 우유부단하게 끌어온 제 잘못이었다.누군가 눈치채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리하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며,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다.“혼사라? 주지상 그놈 말이냐?”조원철이 비릿한 비웃음을 흘렸다.“강유영, 너는 이미 정조를 잃은 몸이다. 평범한 사내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터인데, 하물며 주지상 같은 변태에게 시집가서 온전히 살아남을 성싶으냐?”그의 눈시울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팽팽하게 당겨진 턱선 위로 분노가 일렁였다. 평소 과묵하던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그 날카로운 말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칼날이 되어 강유영의 심장을 난도질했다.그녀의 안색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입술의 핏기마저 가신 채 장롱에 위태롭게 기댄 그녀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다.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상아색 잠옷 위로 진한 얼룩을 남겼다.“예, 저는 정숙하지 못한 천한 계집입니다.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하였으니, 훗날 주지상의 손에 죽는다 해도 모두 제 업보겠지요. 그러니 제발… 다시는 저를 찾지 말아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물건들을 조원철에게 내밀었다.그날 밤, 먼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긴 이는 그였다. 정조를 앗아간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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