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141 - Bab 150

199 Bab

제141화

모든 뒷수습을 마친 뒤, 조원철은 마지막으로 강유영을 품에 꽉 껴안았다.강유영은 그에게 몸을 맡긴 채 미동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이제는 도망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다.그저 그가 제멋대로 굴도록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외에는 아무 선택지도 없었다.대체 어떻게 해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조원철은 그녀의 얼굴을 제 가슴팍에 묻게 했다.부드럽고 말랑한 온기가 가슴에 닿자, 굳어 있던 마음도 속절없이 녹아내렸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눈물이 가슴을 축축하게 적셨다.그녀는 본래 고분고분한 아이였다.웬만한 서러움은 혼자 삭이고 삼키는 아이였다.마치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어린 강아지처럼, 홀로 구석에 숨어 묵묵히 상처를 핥는 그런 아이였다.그렇기에 이토록 소리 없이 흐느끼는 모습이 더욱 마음을 아리게 했다.“그만 울어.”조원철은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정성스레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눈동자에 보기 드문 자책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화를 억누르지 못한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강유영은 고집스레 몸을 돌려 그를 외면하고는 다시금 기침을 쏟아냈다.목구멍은 마치 칼날을 삼킨 것처럼 따갑고 아팠다.‘이게 다 이 사람 때문이야!’세상 사람들은 그를 두고 성인군자니, 금욕적이고 청렴한 장군이니 칭송해 마지않았다.하지만 그가 사석에서 이토록 파렴치한 사람인 줄 누가 알까?조원철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다독였다.강유영의 가냘픈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고,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서럽고 억울했다.“그만 울어라. 나 역시 너를 기쁘게 해주지 않았느냐?”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얼핏 들으면 달래는 말 같았지만, 그 속뜻을 알아들은 강유영은 머릿속에 벼락이 울리는 듯했다.얼굴은 순식간에 불에 덴 듯 달아올랐다.그녀는 수치심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누가… 누가… 그런 걸 원했답니까?”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자꾸 울음이 터지려는 탓에 말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그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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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강유영은 서글픈 와중에도 불현듯 걱정이 앞섰다.한씨는 왜 갑자기 안뜰의 순찰을 늘린 걸까?혹시 무언가 눈치챈 것은 아닐까?그럼 난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던 사이,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푹신한 베개를 밀어 넣어 주었다.확실히 베개를 베니 한결 편안해진 기분이었다.기운도 없거니와 무의미한 저항을 이어가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녀는 가만히 몸을 맡겼다.뒤이어 온기가 서린 탄탄한 가슴팍이 그녀의 등 뒤로 밀착해왔다. 비단 이불이 얼굴을 제외한 그녀의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그는 그녀의 등 뒤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는 팔 하나를 그녀의 목 아래로 밀어 넣어 팔베개를 해주고, 품 안에 가두듯 끌어안았다.커다란 침상이 반이나 빌 정도로 두 사람은 바짝 붙어 있었다.강유영은 침상 안쪽 벽으로 몸을 더 바짝 붙여보았지만, 더는 피할 곳이 없자 결국 몸을 뻣뻣하게 세운 채 움직임을 멈췄다.그에게 호되게 당한 뒤라 화도 나고 목 안도 따끔거려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그저 눈을 뜬 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다가 날이 밝는 대로 요월원에 돌아갈 생각뿐이었다.그런데 저녁에 마신 술기운 때문인지 몸이 이미 노곤해져 있었고, 방금 전 그와 치렀던 격정적인 갈등 끝에 기력마저 다했다는 사실까지 간과하고 있었다.어느샌가 그녀는 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감긴 눈꺼풀 위로는 긴 속눈썹 끝에 여전히 눈물 자국이 옅게 배어 있었고, 그 그림자가 부채꼴 모양으로 뺨에 내려앉았다. 얼굴에도 발그레한 홍조가 남아 있었고, 꿀이라도 바른 듯 윤기 나는 입술은 살짝 열려 있었다.고른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잠든 모습은 영락없이 얌전하고 착한 어린아이 같았다.조원철은 그런 그녀를 한참 동안이나 지그시 바라보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금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그녀를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괴고, 가느다란 다리를 끌어당겨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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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나한테 손대지 마!’그녀의 마음을 비웃듯, 입술 위로 따뜻한 온기가 내려앉았다.강유영은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가슴은 콩닥콩닥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는 수면을 스치는 잠자리처럼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뗐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조원철은 몸을 바로 세웠다.“옷은 너 스스로 챙겨 입거라.”그는 새 의복 한 벌을 그녀의 곁에 내려놓고는 미련 없이 방을 나갔다.강유영은 가늘고 하얀 손을 들어 그가 입을 맞춘 자리를 조심스레 만져보았다.‘어째서 이곳에 여인의 의복이 준비되어 있는 걸까?’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가지런히 놓인 옷을 찬찬히 살폈다.상아색 부광 비단 소재의 좁은 소매 저고리에 선명한 노을색의 비단 주름치마였다. 원단은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고 색감 또한 눈부실 정도로 화려했다.다만 매사에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그녀는 남의 이목을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런 화려한 원색의 옷은 결코 입는 법이 없었다.반면 소은경은 무척이나 붉은색을 좋아했다. 그녀와 만날 때마다 늘 정열적인 붉은 옷차림이었고,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빛나는 존재였다.지금 이 치마의 색은 정통 주홍색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붉은 계열이었다.필히 소은경을 위해 준비해 둔 옷이었다.그녀는 치마 끝동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비벼보았다. 가슴 한구석에서 시큼한 질투가 일렁였다.그가 소은경을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주도면밀하게 챙겨 줄 줄이야.훗날 혼례를 치르고 나면 그는 분명 소은경을 지금보다 더 애지중지 아끼며 평생을 보듬어줄 것이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오라버니, 평소엔 누구보다 부지런하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여태껏 주무신 거예요?”문밖에서 조연화가 청운의 만류를 뿌리치고 목소리를 높였다.조원철이 침소를 나서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방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무슨 일이지?”조원철은 상석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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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본래 한씨는 풍씨 어멈을 보낼 생각이었으나, 조연화가 게를 먹고 싶은 욕심에 자진해서 나선 것이었다.제 오라비가 저토록 외실을 아끼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침실 안에서 이를 듣고 있던 강유영은 가슴이 떨려 견딜 수가 없었다.이틀 동안 주씨 가문에서 아무런 기별이 없어 일이 이대로 조용히 지나가나 싶던 참이었다.그런데 추석이 지나자마자 주씨 노부인이 주지상을 들것에 실어 들이닥친 것을 보니, 필히 명절이 지난 뒤 작정하고 따지러 온 모양이었다.조원철은 조연화를 내보낸 뒤 침소로 돌아와 휘장을 걷어 올렸다. 그곳에는 겁에 질린 새끼 강아지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의 강유영이 있었다.조금 전 조연화가 한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강유영은 이미 의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은 상태였다. 그를 보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손을 등 뒤로 감췄다.그는 고개를 살짝 비틀고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그녀는 늘 옅은 청색이나 분홍빛 같은 수수한 옷차림을 즐겼다. 그런데 돌연 상아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걸치니, 평소의 속세에서 벗어난 듯한 청초함 대신 생기 넘치는 화사함이 돋보였다.수려한 얼굴에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릴 때마다 영롱한 빛이 감돌아 더욱 생동감이 느껴졌다.강유영은 불안한 듯 제 머리를 매만졌다. 혹시 머리를 비뚤게 묶은 것일까?평소에는 단비가 머리 손질을 도와주었기에 혼자서는 가장 간단한 묶음 머리밖에 할 줄 몰랐다.게다가 이 방에는 동거울조차 없어 대충 손을 더듬어 묶기만 한 상태였다.그가 이토록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니 분명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조원철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말간 얼굴의 여인이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진 채, 정수리 위로 잔머리가 삐죽삐죽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털을 곤두세운 가련한 아기 고양이 같았다.그가 손을 뻗어 비녀를 뽑아내자, 짙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찰랑이며 어깨 위로 쏟아졌다.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백옥 같은 손가락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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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주씨 노부인은 거의 기절 상태인 주지상을 들것에 올린 상태로 진국공부로 찾아와, 대성통곡을 하며 시비를 가리자고 난동을 피웠다.조원철은 강유영을 대신해 모든 책임을 짊어졌다.사람을 때린 것도 자신이며, 주지상의 몸에 비수를 꽂은 것 또한 본인이라고 선언한 것이다.진국공부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주씨 가문 역시 감히 정면으로 맞붙을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일을 파국으로 몰고 갈 배짱도 없었다.결국 조원철이 주씨 가문에 은 삼천 냥을 보상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조원철은 강유영을 철저히 보호했다. 그 가냘픈 여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다.한편, 서준은 이 소동 속에서 교묘하게 파고들 기회를 포착했다.그는 남풍을 시켜 주지상을 조용히 처리한 뒤, 그 죄를 조원철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주지상 같은 자는 죽어 마땅했다.조원철이야 그리 쉽게 죽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게 해 기분을 잡치게 할 수는 있었다.“어떤 포상을 원하느냐?”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남풍을 바라보았다.일 처리가 이토록 신속하니 응당 상을 내려야 했다.“전하, 그건 저희가 한 일이 아닙니다.”남풍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대체 누가 한발 앞서 손을 썼을까?서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상황을 알아차렸다.“네 말은, 주지상이 죽었는데 너희 손에 죽은 게 아니라는 게냐?”“예.”남풍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인이 부하들을 데리고 갔을 때 주지상은 이미 침상 위에서 숨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그 어미라는 자가 곁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길래 일단 돌아왔습니다.”“그자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었느냐?”서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날카로운 흉기에 목이 베여 즉사했습니다. 전하, 혹 진국공 세자가 몰래 저지른 일이 아닐까요?”남풍이 조심스레 물었다.“관아에 신고는 하였더냐?”서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물었다.남풍은 고개를 저었다.“소인이 돌아올 때까지 관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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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문 열어, 강유영.”담장 너머로 조원철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희로애락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그는 늘 그렇듯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강유영은 문 안쪽에 서서 두 손을 꽉 움켜쥐고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문을 닫아버린 것은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었다.막상 문을 닫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여전히 그가 두려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지난번 그의 처소에서 돌아온 뒤로 두 사람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그동안 그녀는 약방에 나가지 않고 오씨 어멈의 곁을 지키며 느리고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한가한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전쟁과도 같았던 모진 순간들을 겪어본 그녀였기에,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조원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길은 여전히 막막했다.그와 얽힌 악연을 끊어낼 유일한 방법은 사적으로 마주치지 않는 것뿐이었다. 만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더 이상 가슴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될 것이다.그래서 조원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문을 걸어 잠갔다.그가 무슨 연유로 찾아왔든,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주지상이 죽었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어. 현재 형부에서 이 일을 조사 중이니, 네게 긴히 할 말이 있다.”조원철의 어조는 여전히 평온했다. 문전박대를 당했음에도 감정의 동요라곤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강유영은 빗장이 걸린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주지상이 살해를 당했다고? 이미 중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던 자를 대체 누가?’필히 조원철은 아닐 것이다.그는 이토록 비겁하고 은밀한 수작을 부릴 위인이 아니었다.그녀에게 집착할 때를 제외하면, 그는 언제나 예법을 중시하며 공명정대하게 일을 행하는 이였다.그가 함부로 마수를 뻗었을 리는 없었다.그렇다면 대체 누가?옆에 있던 단비 역시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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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말실수를 한다면, 바로 벌을 내릴 것이다.”조원철이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강유영은 주체할 수 없이 심장이 요동쳤다. 백옥처럼 투명한 얼굴 위로 붉은 홍조가 번졌고, 귓바퀴마저 화끈거렸다.그의 어조는 평온했고 눈빛 역시 덤덤했지만, 내뱉은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 속뜻은 지독히도 함축적이어서, 마치 두 사람만 아는 그 질척하고 혼미했던 순간들로 되돌아간 듯했다.남들은 그가 애매한 표현 속에 숨긴 뜻을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강유영은 그 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그녀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고, 몸까지 떨기 시작했다.형부의 사람들이 대문 앞까지 들이닥친 마당에 그는 이 와중에도 그런 낯뜨거운 소리를 입에 담고 있었다.‘정녕 부끄러움을 모르시나?’“세자, 정 대인께서 수하들을 거느리고 중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영 아씨와 함께 관아로 동행하기를 청하고 있습니다.”문밖에서 청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원철은 다시금 강유영을 바라보았다.늦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인데도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극한의 공포에 질린 것이다.강유영은 평생 심문장에 서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거짓을 고하라니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다.그녀는 자신이 실수하여 모든 일이 까발려질까 봐 두려웠다.“가자.”조원철이 앞장섰다.그는 말없이 보폭을 늦춰 걸음이 느린 그녀보다 살짝 앞서 걸었다.강유영은 온갖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 채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나쁜 예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난 정말 구제불능이구나.’만약 자신이 진실을 말했다가 형부에 투옥된다면, 홀로 남겨진 오씨 어멈과 단비는 어찌한단 말인가.어느덧 중문이 가까워졌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선 그의 늠름하고 수려한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원철 오라버니.”그녀는 일부러 그의 이름을 섞어 나직이 불렀다.그에게 간절히 빌어야 할 처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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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그녀의 짐작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조원철은 정말 강유영과 동행할 작정 같았다.소은경은 입술을 깨물었다.‘강유영 저 계집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겠어.’조원철이 아무 대답 없이 정기우를 묵묵히 응시하자, 정기우가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군주께서 오해하신 모양이군요. 일전에 세자께서 주지상과 충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주씨 노부인이 세자가 아드님을 살해했다고 신고한 터라, 세자께서도 절차상 함께 가셔서 문초를 받으셔야 합니다.”정기우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평소라면 감히 조원철을 관아로 불러들여 문초할 배짱 따위는 없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서왕 전하가 직접 그의 집무실까지 찾아와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라 압박을 넣은 상황이었다.오랜 세월 밖을 떠돌다 돌아온 서왕은 현재 황제께서 가장 아끼는 황자였다.정기우로서는 공정하게 집행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제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그는 거물들 사이에 끼어버린 제 처지가 그저 처량할 뿐이었다.조원철은 눈꺼풀을 들어 소은경을 쓱 훑었다.소은경은 그제야 제 잘못을 깨달은 듯 즉시 꼬리를 내렸다.“그런 거였군요. 제가 세자를 오해했습니다.”그녀는 강유영을 힐끗 쳐다보았다.오해는 풀렸지만, 강유영을 향한 적개심은 단 하나도 없어지지 않았다.처음 그녀를 본 순간부터 저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세자의 곁에 있는 것이 못 견디게 싫었다.“괜찮습니다.”조원철의 어투는 의외로 온화했다. 조금의 질책도 섞이지 않은 말투였다.그 소리에 강유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슴 한구석이 바늘에 찔린 듯 따끔거렸다.‘역시 소 군주에게는 언제나 이토록 관대하구나.’진작 분수를 알았어야 했다.그가 어찌 그녀를 위해 친히 관아까지 동행해주겠는가.그저 우연히 함께 엮여 문초를 받게 된 것뿐인데, 잠시나마 설레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형부 관아의 분위기는 무척 엄숙했다.정중앙에는 공명정대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걸려 있었다.양옆으로 늘어선 포졸들은 창을 든 채 위압감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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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어디서 감히 발뺌을 하느냐! 내 아들이 네가 찔렀다고 똑똑히 말했다. 감히 조정의 관원을 시해하려 들었으니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주씨 노부인은 몸을 일으키며 서슬 퍼런 기세로 몰아붙였다.그 기세가 독하디독해, 강유영은 목이 조이는 듯한 압박감에 차마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그녀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본래 거짓말이라곤 할 줄 모르는 성미였다.주씨 노부인이 저토록 당당하게 나오니 마음은 더욱 약해졌고, 안색은 창백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곁에 서 있던 조원철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 애처로운 눈망울을 하고 있었지만, 조원철은 무심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그 냉담한 뒷모습을 보며 강유영은 조금 전 오씨 어멈을 부탁했을 때 그가 보였던 매정한 태도를 떠올렸다.그녀는 입술 안쪽의 여린 살을 짓씹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결코 여기서 들켜서는 안 된다.만약 그녀가 무너지면 오씨 어멈에게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다.반드시 오씨 어멈의 병을 고치고 자신의 출생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야만 했다.마음을 굳게 먹은 그녀는 깊은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그 상처들을 제가 한 짓이라고 하셨는데, 혹 증거가 있습니까?”주지상은 이미 죽었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다.주씨 노부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조원철이 잠시 멈칫하자, 문가에 서 있던 청운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원철은 늘 강유영의 마음가짐을 단련시키려 애썼는데, 제법 효과가 있는 듯했다.청류가 낮은 소리로 웃으며 속삭였다.“유영 아씨, 제법 영리하게 대처하는군요.”“내 아들이 직접 말했거늘!”주씨 노부인이 홧김에 소리를 질렀다.“대인, 부디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여 공정한 심판을 내려주시옵소서!”강유영은 상석을 향해 절박하면서도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노부인에겐 증거가 없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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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이는 자신의 혐의를 씻어내기 위한 명백한 변호이기도 했다.“그저 검을 차고 있었을 뿐이지 않습니까? 의심을 피하려고 일부러 식칼을 썼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주씨 노부인은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즉각 날을 세워 반박했다.“내 검술이라면 단칼에 목이 떨어져 나갔을 것이오. 이토록 어설픈 상처는 힘이 약한 자, 필히 여인의 소행일 터.”조원철은 주씨 노부인을 차갑게 훑어내렸다.강유영 역시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다. 만약 그가 식칼을 휘둘렀다면 주지상의 머리가 저렇게 목에 붙어 있을 리 없었다.그 말을 들은 주씨 노부인은 어깨를 움츠리더니 동공이 급격히 수축하며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녀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통증을 호소하더니, 이제는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애원하기 시작했다.다행히 정기우는 이를 허락하고는, 잠시 후 다시 공판을 열겠다고 선언했다.“이리로 오거라.”조원철이 강유영을 불렀다.강유영은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으나, 정기우의 시선이 느껴져 차마 거부하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마지못해 그를 따라 편전으로 들어갔다.“차를 따르거라.”조원철은 흔들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명했다.강유영은 그를 힐끗 보고는 느릿느릿 걸어가 찻주전자를 들었다.그녀는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두며 바짝 긴장해 있었다.그가 언제 무슨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다행히 조원철은 바른 자세로 앉아 그녀를 가만히 응시할 뿐, 무례한 손짓을 하지는 않았다.그녀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원철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보송한 속눈썹은 아래로 드리워진 채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뽀얀 손은 앞쪽에서 꼭 맞잡혀 있었다.조금 전 주지상의 시신을 보고 겁에 질린 탓인지 낯빛이 꽤나 창백했다.낯선 이에게 안기기 싫어 털을 바짝 세우고 경계하는 아기 고양이처럼 위태롭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그럴수록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품 안에서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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