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조원철은 강왕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서유의 말 한마디에 사건의 전후 사정을 단번에 파악했다. 저리 말한 것은 그저 강왕의 신분을 고려하여 체면을 세워준 것에 불과했다."사죄로 끝낼 셈인가!"강왕은 목소리를 높였다."본왕은 폐하의 형님이자, 폐하께서 친히 봉하신 친왕이야. 나를 해치려 한 것은 율법에 따라 참수에 처해야 마땅한 대죄지! 어찌 사죄 한마디로 이 일을 대충 덮으려 드는가!"그는 본래 조원철을 꽤 두려워했다. 허나 조원철이 고개를 숙이고 나오자 다시금 기고만장해져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조원철이 아무리 대단한 자라 한들, 매사 이치를 따지고 규율을 중시하는 자라는 사실을 말이다.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억울함에 대한 대가를 기어이 받아낼 참이었다.강유영은 그가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며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도 핏줄 하나 잘 타고난 덕에 사람 위에 군림하며 떵떵거리다니,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었다."전하께서는 제가 어찌하길 원하십니까."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강왕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저 계집을 본왕에게 넘기게. 그럼 이 일은 덮어주겠네. 그게 싫다면, 세자는 누이를 데리고 폐하 앞으로 가세. 율법에 따라 자네의 누이가 어떤 벌을 받을지 시시비비를 가려보지."강왕은 손을 들어 단비를 가리켰다. 스스로 명분을 쥐었다고 굳게 믿는 눈치였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오만했다.단비는 그 말에 기겁하여 서유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서유는 단비의 팔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아씨와 세자 저하가 그녀를 강왕에게 넘길 리 만무하다."전하께서는 진정 율법대로 처리할 생각이십니까."조원철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를 보았다. 어조는 지극히 평온했다.강왕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단정한 얼굴을 훑어보며 속으로 가슴을 졸였다.저게 대체 무슨 뜻이지? 설마 호통에도 전혀 겁을 먹지 않은 것일까."전하께서 관선 밑바닥에 사염을 숨겨 빼돌린 일
강왕은 지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슨 말이든 내뱉을 기세였다."움직이지 마십시오!"강유영은 경계하며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손에 쥔 단검이 앞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아, 안 움직이마! 제발 죽이지는 말거라!"강왕은 겁에 질려 등을 벽에 바싹 붙였다. 퉁퉁 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과 머리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목에 닿은 단검이 워낙 예리하여 살갗이 베일 듯 쓰라렸다.그 역시 강유영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행여나 눈앞의 처자가 실수로 제 목숨을 앗아갈까 두려웠다."아씨, 제게 맡기십시오."서유가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검을 뽑아 강왕의 목줄기에 가져다 대었다.주종 두 사람이 양옆에 서서 두 자루의 날카로운 칼날을 강왕의 목에 겨누었다.강왕은 탁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머리에서 흐른 식은땀이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내심 저 시녀를 점찍어 두었건만, 무공을 익힌 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무공을 모르는 아이가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저 험악한 시녀를 먼저 건드렸다면 지금쯤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아씨!"청운이 호위들을 거느리고 다급히 달려왔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회랑 밖을 바라보았다.훤칠하고 곧은 체구의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제야 팽팽하게 긴장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허리에 장검을 찬 그가 이쪽으로 다가왔다.등불의 따스한 빛이 수려한 그의 이목구비를 비추었다. 짙은 푸른색 관복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으나, 그가 지닌 특유의 고아하고 위엄 있는 기도는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강유영은 그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것을 보고, 밖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달려온 것이 틀림없다고 짐작했다."세자."서유가 단검을 거두고 예를 올렸다."진국공 세자, 마침 잘 왔네! 이 처자가 자네 누이인가? 이 아이가 본왕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보게나!"강왕은 조원철을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 전까지 굽신거리던 비굴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일개 친왕인 자신에
"이, 이게 지금 무슨 짓이냐! 당장 그 단검 치우지 못할까! 그러지 않으면 네년도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강왕의 얼굴이 단숨에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짐짓 허세를 부리며 강유영을 위협했다.그는 머리에 든 것 없이 배만 튀어나온 무능한 친왕일 뿐이었다. 누구보다 제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했다.평소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자들에게는 제멋대로 호통을 치고, 여인은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허나 권력자 앞에서는 온갖 아첨을 떨어댔다. 거기에 황제의 형님이라는 신분까지 더해졌으니, 황성에서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반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목에 칼이 들어오는 일은 난생처음이었다."뒤로 물러나십시오, 어서!"강유영은 손에 쥔 단검을 앞으로 쑥 내밀며 잔뜩 굳은 얼굴로 매섭게 쏘아붙였다.그녀는 강왕을 긴 회랑 모퉁이 쪽으로 몰아붙였다. 양면이 벽으로 막힌 곳이라, 뒤에서 기습을 당할 염려가 없었다.허나 그녀 역시 극도의 긴장으로 몸이 굳어 있었다.지난번 서유의 단검으로 조연화를 위협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조연화는 그저 안방의 규수에 불과했고, 오랫동안 쌓인 원한이 터져 나온 터라 주저함이 없었다.허나 눈앞의 사내는 나라에 악명을 떨친 강왕이었다. 아무리 인간쓰레기라 한들 명색이 황제의 친형이었다.이런 황실의 종친은 평소라면 감히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상대였다.단비가 아니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짓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단검 자루를 꽉 쥔 채 당황한 나머지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검 끝을 앞으로 왈칵 밀어 넣고 말았다.그 바람에 예리한 칼날이 강왕의 목줄기를 스치며 붉은 핏자국을 내었다."물, 물러나마! 제, 제발 죽이지는 말거라!"강왕은 목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자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그는 연신 목숨을 구걸하며, 강유영이 지시한 벽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저들을 멈추게 하십시오!"강유영은 벽 쪽에 바싹 붙어 서서 배후의 기습이 불가능함을 확인했다.그제야 고개를
그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어 단비의 옷자락을 잡아챘다."놓으십시오!"기겁한 단비가 반사적으로 그의 무릎을 세게 걷어찼다.아씨의 비녀가 저자의 수작으로 떨어진 것이 틀림없다. 강왕은 참으로 추잡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다.강왕은 한낱 시녀가 반항하며 발길질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통으로 무릎을 얻어맞았다."아!"그가 비명을 지르며 엉겁결에 단비의 손목을 놓았다. 상체를 숙이고 제 무릎을 감싸 쥐었다.단비는 그 틈을 타 그의 곁을 빠져나가 쏜살같이 도망쳤다."천한 것, 당장 쫓아가 잡아 오거라!"강왕이 노발대발하며 수하들에게 명했다.두 호위가 즉각 뒤를 쫓았다.단비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두운 꽃과 나무덤불 사이를 정신없이 헤집고 다녔다.뒤쫓는 두 사람은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단번에 잡히지 않은 것은 그저 밤이 너무 어둡고 정원에 장애물이 많아 지체된 덕분이었다.허나 단비가 그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쫓고 쫓기는 추격 끝에, 단비는 긴 회랑 가에 주저앉고 말았다.두 사람이 다가와 그녀를 짓눌렀다."전하, 잡았습니다!"그들이 강왕이 있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강왕은 뚱뚱한 체구 탓에 걸음이 느려, 한참 뒤에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단비는 두 사람에게 양쪽에서 짓눌려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짝!강왕이 다가오자마자 다짜고짜 단비의 뺨을 올려붙였다."감히 본왕에게 손을 대다니, 죽고 싶은 게로구나! 저것을 당장 대나무 덤불 뒤로 끌고 가거라!"먼저 욕정을 채운 뒤에 사람을 시켜 쳐죽일 심산이었다.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댄 대가가 무엇인지, 친왕의 위엄을 똑똑히 보여줄 참이었다."놓으십시오! 사람 살려!"단비가 발버둥을 치며 다급히 소리쳤다."입을 틀어막아라!"호위가 황급히 단비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그 손 놓지 못할까!"강유영의 차가운 호통이 울렸다. 그녀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단비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직접 찾아 나선 길이었거늘, 이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될
"아씨, 걱정 마십시오."단비는 짧게 대답하고는 등불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그무렵, 술을 몇 잔 마신 조연화는 두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상석의 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이 그녀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어지럼증이 나는 듯합니다."조연화는 이마를 짚은 채 몽롱한 눈빛으로 곁에 앉은 한씨에게 말했다."어찌 술을 그리 많이 마신 게냐."한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놓고 꾸짖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저리 취하다니 체통이 말이 아니었다. 연회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사리 분별을 이리 못 하다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다니 철이 없어도 어쩜 저렇게 때를 분간하지 못하는 걸까."술이 과하여 몸이 불편한 것이냐."서준이 때마침 다가왔다. 그는 조연화를 한 번 살피고는 곁에 섰던 시녀에게 지시했다."조 소저를 객원으로 모셔 잠시 쉬게 하라."조연화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재빨리 서준과 눈을 맞췄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시녀들을 따라나섰다."예."두 시녀가 다가가 양쪽에서 조연화를 부축했다."여식에게 신경을 써주시어 감사할 따름입니다."한씨는 그 모습에 황급히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내심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연화가 어지럽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서왕이 단번에 알아챘다. 쉴 곳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을 보니, 겉보기와 달리 무척 믿음직스러운 사내임이 틀림없다."당연한 일입니다."서준이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자리에 앉은 한씨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단비는 등불을 든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밖은 달빛이 밝았다. 서왕부 정원에 은빛이 내려앉아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그러나 단비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치맛자락을 쥐고 청석이 깔린 좁은 길을 빠르게 내달렸다. 어서 강유영이 지나온 길을 되짚어 비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상비죽 무더기
조연화는 심장이 요동쳤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건… 허나 그리되면 제 명성에 흠집이 날 것입니다…."서준의 제안이 솔깃하긴 했다. 허나 명성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다.그녀는 황성에서 나고 자란 귀족 가문의 여식이었다. 규수에게 명성이 얼마나 중한지 뼛속 깊이 알고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섣불리 그의 제안을 승낙하지 못하는 이유였다."훗날 네가 화려한 혼수를 대동하고 왕부에 들어와 성대하게 왕비 자리에 오르면, 그깟 사소한 흠집을 누가 신경 쓰겠느냐. 나도 누군가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성미는 아니다. 내 말은 여기까지니, 정 싫다면 그만두자꾸나."서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옷자락을 털어냈다.제 명성 귀한 줄은 아는 모양이었다. 강유영의 명성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말이다.그가 보는 앞에서도 이토록 대놓고 강유영을 괴롭히려 들고 있으니, 어려서부터 지금껏 강유영이 진국공부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당했을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오늘 강유영을 대신해 그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조원철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도 제격이다. 일거양득이었다.조연화는 입술을 깨물며 망설였다. "관두자꾸나. 나 먼저 가마."서준이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그는 속으로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이리 물러서는 척하면 조연화를 쉽게 구워삶을 수 있다."전하, 저는…."조연화는 그의 예상대로 다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전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그래야지."서준이 옅게 웃었다. 무척 만족스러운 눈치였다."전하, 부디 저를 저버리지 마십시오…."조연화는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훗날 왕비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당연한 소리를. 가자꾸나."서준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전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하늘에 완전히 어둠이 깔렸다.서왕부 전청에는 화려한 등이 높이 걸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