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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밖에서 기다리마."

조원철이 불쑥 입을 열었다.

강유영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 챙겨 입었는지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모습은 수척하지만 꼿꼿한 그의 체구에 유려하게 들어맞아 있었다.

단단한 허리춤에는 옥패와 금인이 매달려 있었고, 겉옷 자락 아래로는 상아색 속적삼이 살짝 내비쳤다.

수려하고도 서늘한 이목구비에 소박한 색상의 장포까지 걸치고 나니, 감히 범접할 수 없이 고결한 분위기가 한층 짙어져 있었다.

조원철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녀를 흘끗 내려다보더니, 성큼성큼 뒤쪽 창가로 다가가 가볍게 창밖으로 뛰어넘어갔다.

'짐승 같은 사람.'

강유영은 속으로 씹어 삼키듯 욕을 내뱉으며 주먹을 쥐어 침상을 내리쳤다.

이불을 걷어내자 온몸 곳곳에 얼룩덜룩 남은 푸르스름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꼴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언젠가 반드시 수를 내어 오씨 어멈을 모시고, 저 사내에게서 영영 벗어나고야 말리라.

침상에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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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서준이 그녀를 도운 데에는 조원철과 기 싸움을 벌이려는 사심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허나 이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떠나버리는 것은 어쩐지 배은망덕한 짓 같았다. 무안함과 까닭 모를 부채감에 훅 열기가 오르며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내 측비가 되기로 한 약조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냐?"서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입가에는 느른한 미소가 띠어져 있었으나, 뱉어낸 말투만큼은 사뭇 진지했다.강유영은 그가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다.까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고, 당장 뭐라 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조차 그 약조를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조원철이 그녀를 등 뒤로 확 끌어당기며 서준을 향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혼인이라는 중대사는 부모의 허락과 매파의 중매로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두 사람이 사사로이 맺은 약조 따위는 무효하지요."강유영은 조원철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서준의 제안을 승낙했던 것은 처음에는 조원철을 구하기 위해 쫓기듯 내린 결정이었다. 그 후로 곰곰이 생각해 보려 했으나, 머릿속이 온통 엉망이라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서준이 조원철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좋소. 명색이 오라비라니 그 말을 따라주지. 조만간 정식으로 국공부에 혼담을 넣으리다."강유영의 손목을 틀어쥐고 있던 조원철의 손아귀에 벼락같이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그제야 조원철은 쥐고 있던 힘을 조금 풀고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홱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유영아, 기다리고 있거라."등 뒤에서 서준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가 길게 늘어졌다.강유영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려 하자, 조원철의 발걸음이 한층 더 거칠고 빨라졌다. 속도를 이기지 못해 휘청거리는 그녀를, 그는 거의 품에 안아 들다시피 하여 우악스럽게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이거 놓으십시오."마차에 오르자마자 그녀는 차갑게 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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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기다리마."조원철이 불쑥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언제 챙겨 입었는지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모습은 수척하지만 꼿꼿한 그의 체구에 유려하게 들어맞아 있었다. 단단한 허리춤에는 옥패와 금인이 매달려 있었고, 겉옷 자락 아래로는 상아색 속적삼이 살짝 내비쳤다.수려하고도 서늘한 이목구비에 소박한 색상의 장포까지 걸치고 나니, 감히 범접할 수 없이 고결한 분위기가 한층 짙어져 있었다.조원철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녀를 흘끗 내려다보더니, 성큼성큼 뒤쪽 창가로 다가가 가볍게 창밖으로 뛰어넘어갔다.'짐승 같은 사람.'강유영은 속으로 씹어 삼키듯 욕을 내뱉으며 주먹을 쥐어 침상을 내리쳤다.이불을 걷어내자 온몸 곳곳에 얼룩덜룩 남은 푸르스름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꼴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언젠가 반드시 수를 내어 오씨 어멈을 모시고, 저 사내에게서 영영 벗어나고야 말리라.침상에서 내려서려 다리를 내딛던 찰나, 다리가 꺾이며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기운이 쏙 빠져나가 옴짝달싹할 힘조차 없었다. 속으로 다시 한번 조원철을 사무치게 저주했다.밖에서 대기하는 시녀들을 불러 시중을 들게 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온몸이 뻐근함을 꾹 참으며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그러고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내어 침상 위의 이불깃을 몽땅 뜯어냈다.다행히 이 방 뒤쪽으로는 작은 욕실이 딸려 있었다.그녀는 뜯어낸 이불깃을 모조리 욕탕의 물속에 처박고 나서야, 벽에 기대어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조원철은 제멋대로 훌쩍 떠나버렸고, 남겨진 지저분한 흔적들을 수습하는 것은 고스란히 그녀의 몫이었다."아씨, 대체 이건..."욕실에서 방으로 나오자, 때마침 찬합을 들고 들어오던 시녀가 갈기갈기 뜯겨 나간 침상을 보고 멍하니 멈춰 섰다."아, 그게...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다 그만 실수로 이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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