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11 - Capítulo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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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맹세컨대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공주 전하께서는 정녕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겝니까?"한씨가 발버둥을 쳤다.이 순간, 한씨는 체면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경화 공주가 자신의 말을 믿고 강유영을 제거해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놓아주거라."경화 공주가 손을 들어 시녀들에게 명했다.시녀들은 그제야 한씨를 놔주었다."공주 전하, 제가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강유영 그년이 사주한 것이 맞습니다."한씨는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나를 기만한 대가가 어떠한지 알고는 있는가?"경화 공주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한씨의 코앞으로 다가왔다.그녀의 등 뒤로 길게 늘어뜨린 치맛자락이 바닥을 끌었다. 턱을 비스듬히 치켜들고 한씨를 내려다보는 자태에서, 황실 공주 특유의 오만한 위압감이 고스란히 뿜어져 나왔다."제가 어찌 감히 전하를 기만하겠습니까? 허나 강유영 그년이 순순히 자백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염려될 뿐입니다."한씨는 고개를 숙였다. 속으로는 간담이 서늘했으나,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허세를 부렸다.경화 공주가 직접 강유영과 대질을 할 리는 만무했다. 설령 대질한다 해도 강유영은 당연히 아니라고 잡아뗄 것이다. 그래서 미리 선수 쳐서 방패막이를 둔 것이다.강유영이 죽고 나면 자연히 망자는 말이 없을 터, 이 일은 온전히 그녀의 소행으로 굳어질 것이다.경화 공주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맴도는 듯했다.한씨는 그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슨 속내인지 알 턱이 없었다. 경화 공주의 심중은 예로부터 짐작하기 어려웠다.이곳에 올 때부터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각오를 하긴 했다. 하지만 명색이 진국공 부인인 한씨였다. 공주가 강유영을 처리하는 데 손을 보태주지 않는다 해도, 설마 목숨을 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진국공 부인."경화 공주가 불쑥 한씨를 불렀다.한씨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고 눈을 맞췄다."전하, 무슨 하명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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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공주의 얼굴에는 일말의 수치심조차 비치지 않았다."하오나 전하께는 이미 부마가 계십니다."한씨는 눈을 연신 깜빡이며 혼란스러워했다.경화 공주가 이토록 해괴한 요구를 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신의 아들은 고고하고 반듯한 사람이었다. 감히 경화 공주 같은 방탕한 여인이 함부로 탐낼 수 있는 사내가 아니었다."그게 대수인가. 내가 그와 혼인하겠다는 것도 아니거늘. 그저 덧없는 하룻밤 인연이나마 맺게 해달라는 것뿐이지."경화 공주는 심드렁한 얼굴로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아, 아니 됩니다."한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뇌리에 서늘하고 무심한 조원철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 애가 경화 공주와 잠자리를 가질 리 만무했다.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어미인 그대가 아들에게 손을 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닌가. 게다가 사내대장부가 나와 밤을 보낸다고 손해 볼 일도 없지. 정 내키지 않는다면 그만 돌아가게."경화 공주는 반쯤 눈을 내리깐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공주 입장에서는 확실한 대가 없이 남의 일에 손을 보태줄 까닭이 없었다."어찌 제 손으로 아들에게…."한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어미가 손수 아들에게 덫을 놓아 공주의 욕심을 채워달라는 소리였다."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경화 공주는 눈을 치켜뜨고 흥미롭다는 듯 한씨를 응시했다.한씨의 얼굴은 수치심에 붉게 달아올랐다.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토록 파렴치한 요구를 내뱉는 공주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고민할 시간을 조금 주겠네."경화 공주가 느긋하게 덧붙였다."이 일은 부디 함구해 주십시오. 전하께서도 그 아이의 성정을 아시잖습니까."한씨는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마음이 흔들렸다.강유영을 제거하는 일이 너무도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 계집은 그녀의 숨통을 쥐고 있었다. 장부 건이 행여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진국공부에서 한씨의 입지는 끝장이나 다름없었다."당연히 그래야지." 경화 공주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겠네.""시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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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서유가 다가와 옥팔찌 하나를 건넸다."여기에 무슨 장치라도 있는 게냐?"강유영은 팔찌를 받아 들고 찬찬히 살폈다.옅은 청색을 띤 옥팔찌는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보기에는 여느 옥팔찌와 다를 바 없었다."아씨,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서유는 옥팔찌를 집어 들고 가볍게 돌렸다.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옥팔찌 이음새에서 서늘한 빛을 띠는 얇은 칼날이 튀어나왔다. 길이는 손가락 한 마디 남짓으로 작고 날카로웠다."다시 넣으실 때는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서유는 시범을 보이며 손으로 단추를 살짝 눌렀다. 얇은 칼날은 소리 없이 제자리로 들어갔다."이런 것이었구나."강유영은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그녀는 옥팔찌를 받아 왼쪽 손목에 찼다. 서유가 알려준 대로 가볍게 돌리자, 날카로운 칼날은 순식간에 튀어나와 허공에 둥근 곡선을 그렸다.이어서 단추를 누르자 칼날은 다시 매끄럽게 들어갔다.그녀는 손목을 흔들어 보며 이 호신용 무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궁에 들어갈 때는 몸수색을 거쳐야 했고, 때로는 시녀를 대동할 수도 없었다.전에는 호신용 단도를 소매에 숨겨 가려 했으나 번번이 가로막혀 일찌감치 단념한 터였다.하지만 몸을 지킬 물건이 없으니 늘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이런 생각은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조원철은 어떻게 속마음을 알았는지 의문이었다.어찌 됐든, 이 옥팔찌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다시 손을 들어 옷깃 아래 숨겨둔 금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올해 설에 조원철이 건넨 두 가지 물건은 모두 그녀에게 꼭 맞았다.요즘 그는 얌전하게 굴며 친절을 베풀었다.이대로 평온한 나날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씁쓸하게 웃었다.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녀와 그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가야 할 사이였다."아씨, 국공 부인께서 오셨습니다."오씨 어멈이 방으로 들어와 알렸다.표정은 평온해 보였으나 눈빛에는 근심이 서려 있었다.국공 부인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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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한씨는 황급히 변명했다."됐습니다." 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가시지요. 늦겠습니다."한씨도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따랐다.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태도에 그녀의 눈가에 독기가 스쳤다.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오늘 밤이 지나면 강유영은 목숨을 잃을 텐데, 혼사는 무슨 혼사란 말인가.이토록 자세를 낮춘 것은 오로지 강유영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제 시녀는 늘 곁에 두어야 하는데, 어머니 마차에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강유영은 마차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돌려 한씨를 바라보았다.한씨가 이토록 수상하게 구니 더욱 조심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유를 한 발짝도 떼어놓지 않을 작정이었다."시녀는...."한씨는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서유가 강유영 곁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다."어머니 마차에 자리가 부족하면 제 마차를 타겠습니다."강유영은 말을 끊어내며 핑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비좁아도 같이 타자꾸나. 지금 네 마차를 준비하려면 또 기다려야 하니."한씨는 이를 꽉 깨물었다.풍씨 어멈을 제외하고 자신이 언제 다른 하인과 수레를 같이 타본 적이 있었던가.하지만 강유영은 곧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참기로 했다.이 수모만 견디고 오늘 밤만 넘기면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서유는 강유영을 따라 마차에 올랐다. 풍씨 어멈도 한씨를 따라 탔다.마차 한 대에 네 사람은 비좁게 몸을 부대끼며 출발했다.한씨는 때때로 말을 건네며 비위를 맞추려 들었다.강유영은 심드렁하게 이따금 짧게 대답했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바짝 경계하고 있었다.다행히 마차는 무사히 궁문 앞에 멈춰 섰다.한씨는 오는 내내 별다른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강유영은 한씨를 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한씨가 다른 가문의 부인들과 수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서야 경계심을 조금 늦췄다.궁문 안으로 들어서면 한씨 곁에는 풍씨 어멈 하나뿐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리고 싶어도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그녀는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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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그렇긴 하겠네요."서유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눈앞의 붉은 대문이 서서히 열렸다.안에서 훤칠한 체격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강유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눈빛에 경악이 서렸다.조원철이었다.그는 소은경의 처소에 있었다.이곳은 후궁이었다.이토록 거리낌 없이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남의 눈에 띄면 사형에 처해질 중죄였다.조원철은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는 잠깐 강유영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덤덤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몸을 돌려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끝내 다시 돌아보지도,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마치 일면식도 없는 사람처럼, 아니 애초에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강유영은 숨이 턱 막혔다. 속이 비틀리고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보이지 않는 손이 가슴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쓰라린 통증이 가슴에 번졌다.짐작은 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소은경에 비하면… 아니,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아마 소은경과 견줄 수조차 없는 존재일 것이다.그저 하찮은 사람, 한가할 때 화풀이 상대로 삼거나 자극을 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을 것이다.가슴이 시려오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씨…."서유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위로하려 다가왔다.세자의 방금 모습이 너무나 냉담했으니, 아씨가 상처를 받은 게 분명했다.하지만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부르기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강유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내 평정을 되찾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 그러느냐?"서유는 세자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소저이십니까?"강유영과 서유는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눈썰미가 좋은 서유는 단번에 여인을 알아보고 속삭였다."아씨, 경화 공주의 시녀인 난화입니다. 조심하십시오."난화는 경화 공주의 최측근 시녀였다."무슨 일이냐?"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냉정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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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강유영은 서유를 돌아보았다."안 됩니다. 아씨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서유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한 발짝 나서 강유영 곁에 바짝 붙어 섰다."공주 전하의 뜻입니다."난화는 경화 공주를 내세웠다.서유가 다시 입을 떼려 했다."괜찮다. 여기서 기다리거라."강유영은 서유를 향해 말했다."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서유는 대답하며 몰래 작은 물건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강유영이 쥐어보니 조그마한 호각이었다. 입에 물고 불면 곧바로 소리가 날 것이다. 위험할 때 불면 금방 달려오겠다는 서유의 뜻을 그녀는 바로 알아차렸다."강 소저, 가시지요."난화가 다시 손을 들어 안내했다.강유영은 난화를 따라 회랑과 좁은 길을 잇따라 지났다. 스쳐 지나가는 궁등이 늘어날수록 발길 닿는 곳은 점점 외진 곳으로 변해갔다.불길한 예감이 들자 강유영은 즉시 걸음을 멈추었다."강 소저, 왜 안 가십니까? 다 와갑니다."난화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했다."능향전으로 간다 하지 않았느냐."강유영은 난화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처음 난화가 안내한 길은 능향전 방향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갈수록 엉뚱한 곳으로 맴돌고 있었다."앞이 바로 능향전입니다. 저를 따라 모퉁이만 돌면…."난화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경화 공주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가라 지시했느냐."강유영은 말을 끊고 차갑게 추궁했다.속셈을 들킨 난화는 아무 말 없이 앞을 향해 달아났다."거기 서!"강유영은 손을 뻗어 뒤쫓으며 모퉁이를 돌았다.멀지 않은 곳에 궁문이 하나 보였다. 문 앞에는 호위 두 명이 서 있었다. 반쯤 열린 문 너머로는 칠흑 같은 어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강유영은 멈춰 섰다. 서늘한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기억이 맞다면 조원철이 보여준 지도상에서 저곳은 궁궐 내 금지된 구역이었다. 건정제 즉위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폐쇄되어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난화는 그녀를 금지된 구역으로 유인할 참이었다. 금지 구역을 함부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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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서왕 전하…."강유영에게 목을 잡힌 난화는 서준의 등장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왕과 경화 공주가 앙숙이라는 건 궁 안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서왕은 어떻게든 강유영을 곁에 두려고 안달 난 상태 아니던가. 난화로서는 이제 끝장이다 싶었다.강유영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준을 주시했다. 시선은 그를 향해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칼끝에 닿은 난화에게 쏠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도망칠 게 뻔했다."유영,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느냐?"서준이 다가왔다. 보기 좋게 휘어진 여우 같은 눈매에 나른한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는 허물없이 다가와 팔꿈치로 강유영을 툭 쳤다."이자가 공주 전하께서 부르신다더니, 길을 빙빙 돌려 이리로 끌고 오더군요. 저를 금지 구역으로 밀어 넣을 심산이었습니다."강유영은 난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아닙니다! 소인이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을 뿐입니다. 제발 소인을 놓아주십시오, 아씨. 어서 공주 전하께 모셔다드리겠습니다…."난화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서준이 나타난 이상 무사히 넘어가긴 이미 글렀다. 다급해진 그녀는 애절하게 강유영에게 빌었다."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능향전이 어느 쪽이고, 여긴 또 어딘데? 너…."강유영이 빤한 거짓말을 조목조목 따져 물으려던 찰나였다."뭘 저런 것을 그리 길게 상대해 주느냐."서준은 그럴 인내심이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난화의 뒷덜미를 낚아챘다."이리 주거라."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손안의 인질이 훌쩍 그의 손으로 넘어갔다. 강유영이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서준은 짐짝처럼 난화를 질질 끌고 금지 구역의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서왕 전하, 제발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혼비백산한 난화는 머릿속이 새하얘져서는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며 애원했다.공주의 앙숙인 서왕이 자신을 살려둘 리 없다는 것쯤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서준은 귓전의 비명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단숨에 금지 구역 앞까지 다가가서 난화를 툭 놓아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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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예."호위들이 난화를 끌고 가고, 두 내관이 그 뒤를 따랐다."유영아, 가자꾸나."서준은 강유영 곁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강유영은 몸을 틀어 피하며 조용히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서왕 전하.""그냥 말로만 고맙다는 게냐?"서준은 바짝 다가서며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유영은 몸을 빼며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디 좀 보자꾸나."서준이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왜 이러십니까?"강유영은 당황하여 몸부림을 쳤다."무슨 무기를 숨겼는지 보자는 것이다."서준은 소매 너머로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강유영은 움찔하더니 발버둥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어떻게 아셨습니까?""내 눈이 멀지 않고서야 못 봤을 리가 있나."서준은 그녀의 손목에서 옥팔찌를 빼려 했다.강유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가만히 그가 옥팔찌를 빼내도록 내버려 두었다.서준은 옥팔찌를 손에 들고 슥 훑어보더니,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가볍게 돌려 얇은 칼날을 빼냈다."조원철이 준 것이냐?"그가 강유영을 쳐다보며 물었다."아닙니다."강유영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조원철과 얽히는 것을 덮어놓고 부인하곤 했다.서준은 실소를 터뜨렸다. 믿는지 안 믿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칼날을 도로 집어넣더니, 팔찌를 품에 챙겨 넣었다."돌려주십시오."강유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자신의 물건인데 왜 그걸 가져간단 말인가."내가 대신 보관하마. 이런 걸 궁에 들고 와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으면 모를까."서준은 느긋하게 옥팔찌를 품에 갈무리했다."아까 그 시녀를 위협할 때 다 꺼내 보이지 않았느냐. 그 시녀가 순순히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같으냐?"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난화가 금지 구역에 들어간 것도 사형감이지만, 무기를 숨겨 입궁한 것 또한 중죄였다."가자꾸나."서준은 겁먹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픽 웃었다.강유영은 그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주변 풍경을 보니 대경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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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강유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다음 순간, 조원철은 몸을 돌려 대경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유영과 서준이 얽힌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니면 아예 보지 못한 사람처럼 굴었다.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 내렸다. 강유영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서준에게 말했다."연회가 끝나면 돌려드리겠습니다."조금 전 소 미인의 처소에서 마주쳤을 때도 저런 얼굴이었다.그는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그런 식으로 대했다.아쉬울 때는 불길처럼 뜨겁게 달겨들다가도, 필요가 다하면 남보다도 못하게 굴었다.'도대체 난 저분에게 무슨 의미일까?'"돌려주긴 뭘 돌려줘. 명색이 서왕인 내가 너에게 팔찌 하나 못 줄까."서준의 입꼬리가 나른하게 말려 올라갔다."가자꾸나, 들어가자."강유영은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강유영."대경전 입구에서 경화 공주가 불쑥 나타나 걸음을 막아섰다."공주 전하를 뵙습니다."강유영은 무릎을 굽혀 예를 갖췄다.곁눈질로 살핀 경화 공주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주옥과 예복으로 치장해 위압적인 귀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얇은 면사를 둘러 가린 얼굴 위로 두 눈만이 형형하게 빛나며 강유영을 쏘아보았다.자세히 들여다보면 면사 너머로 화살을 뽑아내고 남은 흉측한 흉터가 희미하게 비쳤다.근처에서 담소를 나누던 대신들과 가솔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감히 다가오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눈치만 살피는 중이었다."내가 난화를 보내 불렀거늘, 한참이 지나도 웬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는 게야? 난화 그 계집은 또 어디 가고."경화 공주는 짐짓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난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애초에 공주는 능향전에서 강유영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강유영이 금지 구역을 범했다는 전갈만 목 빠지게 기다리던 참이었다.그런데 강유영이 이리 멀쩡히 살아 나타나고 난화만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뭔가 계획이 틀어진 게 분명했다. 어둠 속에 숨어 상황을 주시하던 한씨 역시 섣불리 나서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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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강유영은 서준의 뒤를 따르다 시선을 들어 무리 속의 조원철을 보았다.훤칠한 체격에 기품이 흘르는 그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어 모른 척하기가 더 어려웠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강유영은 가슴 한구석이 턱 막히며 묵직하게 아파왔다.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을 마주하니 씁쓸한 기분을 감출 길이 없었다.쓸쓸한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불쑥 조원철이 고개를 들어 이쪽을 쳐다보았다.아주 짧은 시선이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나를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인데 내가 왜 신경을 써.'조원철은 도로 시선을 거두었다. 여전히 무심한 얼굴이었다."서왕, 네가 말해보거라. 새해부터 전각 입구를 막아서고 웬 소란이냐? 체통도 없이."건정제의 시선이 서준에게 머물렀다."아바마마."서준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소자가 궁을 거닐다, 경화 누님의 시녀가 진국공부의 강 소저를 꾀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금지 구역으로 속여 데려가려 하기에 강 소저가 거부하자, 시녀 혼자 제 발로 뛰어들었습니다."서준은 말을 마치며 몸을 돌려 눈짓했다.남풍이 앞서 걷던 난화의 등을 냅다 떠밀었다.난화는 바닥에 털썩 엎어지며 바들바들 떨면서 쉴 새 없이 머리를 조아렸다."소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감히 금지 구역을 범하다니요. 폐하,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경화의 사람이냐?"건정제가 고개를 돌려 난화를 살폈다."아바마마!"경화 공주가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변명했다."이 일은 소녀와 무관합니다. 소녀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모른다고요?"서준이 공주의 말을 끊어먹었다. 조롱이 가득한 말투였다."난화는 누님이 곁에 두고 오랫동안 부린 측근이 아닙니까. 저런 짓을 저질렀는데 전혀 몰랐다니요? 지나가던 개도 안 믿을 소립니다. 하물며 명석하신 아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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