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의 그 말 한마디에 전각 안은 다시금 침묵에 잠겼다.사람들은 서준의 안색을 살피거나 강유영을 쳐다보았고, 더러는 상석에 앉은 건정제가 입을 떼기만을 기다렸다.강유영은 서준이 돌연 이런 요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저도 모르게 옷소매를 꽉 쥔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좌측 자리에 앉은 조원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는 안개처럼 옅은 푸른빛이 도는 장포 차림이었다. 훤칠한 키에 반듯한 자세로 앉아, 눈앞의 작은 탁자 위에 손을 얹은 채였다. 옷자락 사이로 정갈하고 새하얀 안감이 보였고, 허리춤에 찬 옥패가 가볍게 흔들렸다.전각 안을 밝히는 촛불이 그의 수려한 옆얼굴을 비추었다. 서늘한 이목구비에 입꼬리만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미소였다.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그는 눈을 치켜뜨며 힐끗 시선을 던졌다.단 한 번의 눈길이었으나, 마치 예리한 칼끝처럼 가슴을 푹 찌르고 들어왔다.강유영은 순식간에 찬물을 맞은 듯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손발이 일순간 차갑게 식었다.그는 화가 나 있었다.이대로라면 무슨 말을 해도 그의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 듯했다.너무도 두려웠다."이 녀석아." 건정제는 서준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강유영을 가리켰다. "갑자기 그런 청을 하면 어찌하느냐. 저 아이가 원하는지 묻지도 않고 말이다. 보거라,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지 않았느냐.""유영아, 나와 앉겠느냐?"서준이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보았다. 요염한 여우 같은 눈매에 웃음기가 가득했다.강유영은 감히 고개를 젓지 못하고, 물기 어린 눈을 크게 뜬 채 애원하듯 그를 바라보았다.부디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랐다.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서왕이고, 더욱이 황제와 문무백관이 다 지켜보는 앞이었다. 그녀가 대놓고 서준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준도 필시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아바마마." 서준이 고개를 돌려 상석을 향해 말했다. "유영이가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기꺼이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