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21 - Capítulo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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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이것이 난화가 살 유일한 길이었다."호오, 진국공부의 양녀가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고?"건정제의 시선이 강유영에게 닿았다. 위엄 있는 얼굴은 딱히 노한 기색이 아니었다.사람들의 시선 역시 일제히 강유영에게 쏠렸다.조원철의 시선이 강유영의 왼손에 잠시 머물렀다. 넉넉한 소매가 옥팔찌를 가려둔 상태였다.한씨는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난화의 말이 사실로 굳어지면, 오늘 강유영은 죽음을 면치 못할 터였다. 일이 그렇게만 순조롭게 풀린다면 바랄 게 없었다.강유영은 건정제의 눈 깊은 곳에 서린 음울한 살기를 읽었다. 황궁에 몰래 흉기를 들이는 건 황제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이니 가벼이 넘길 리 없었다.사방에서 쏟아지는 각양각색의 시선도 고스란히 느껴졌다.전부 예전에 겪어본 일이라, 이제는 두렵지도 않았다.강유영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폐하께 고하옵니다. 소녀가 입궁할 제 궁인들이 몸수색을 마쳤사옵니다. 소녀는 무기를 지닌 적이 없사온데, 저 시녀가 말하는 무기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사옵니다."고개를 푹 숙인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얌전하고 겁이 많은 모습이라 절로 믿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문제의 팔찌는 이미 서준이 거두어 간 뒤였다.난화의 말이 사실일지언정 증거가 없었다. 강유영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옥팔찌이옵니다! 강 소저의 손목에 찬 옥팔찌 안에 칼날이 숨겨져 있사옵니다. 소저가 그 칼날로 소인의 목을 겨누며 금지 구역으로 밀어 넣었사옵니다. 폐하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소인의 목에 남은 상처를 보시옵소서…."다급해진 난화가 황급히 고개를 쳐들자 목덜미에 작게 긁힌 붉은 자국이 드러났다.강유영은 슬쩍 시선을 던졌다. 과연, 아까 힘을 너무 준 탓에 목줄기에 생채기가 남은 모양이었다."저 계집의 팔찌를 벗겨라!"경화 공주는 마침내 강유영의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삿대질하며 명을 내렸다.궁인 두 명이 다가왔다.강유영은 굳이 그들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스스로 소매를 걷어 올리자 눈부시게 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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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세자는 참으로 수완이 깔끔하군."서준은 묘한 미소를 띠며 그를 보았다.조원철의 의도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조원철이 강유영을 신경 쓸수록, 더욱 그에게서 강유영을 빼앗고 싶을 뿐이었다.조원철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난화는 바닥에 널린 옥팔찌 조각을 보며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분명, 분명 저 옥팔찌 안에 칼날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저 여자가, 저 여자가 팔찌를 바꿔치기한 것입니다…."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헛소리를 늘어놓았다."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건정제가 싸늘한 얼굴로 경화 공주를 보았다."정말 네가 시킨 일이 아니더냐?""아닙니다. 소녀가 어찌 감히...."경화 공주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면사 아래 감춰진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황제는 평소에는 자애롭지만, 한번 화가 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사람이었다.이런 상황에서 감히 황제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건정제는 잠시 공주를 응시하다 시선을 거두었다. 이내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금지 구역을 침범하면 궁중 법도에 따라 어찌 처벌해야 하느냐?""폐하, 율법에 따라 참수해야 합니다."고 내관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그럼 참수하라."건정제는 망설임 없이 명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난화가 통곡하며 목숨을 구걸했으나 소용없었다.곧 호위병 두 명이 다가와 양쪽에서 난화를 끌고 나갔다.대경전 안은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다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오늘은 정월 초하루라 피를 보는 것이 금기시되는 날이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정월 대보름이 지난 뒤에 처벌하는 것이 관례였다.그런데도 건정제는 난화를 즉결 처분했다. 그 금지 구역이 황제에게 어떤 의미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강유영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제때 눈치채지 못하고 난화의 꾀에 넘어가 그곳에 들어갔다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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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서준의 그 말 한마디에 전각 안은 다시금 침묵에 잠겼다.사람들은 서준의 안색을 살피거나 강유영을 쳐다보았고, 더러는 상석에 앉은 건정제가 입을 떼기만을 기다렸다.강유영은 서준이 돌연 이런 요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저도 모르게 옷소매를 꽉 쥔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좌측 자리에 앉은 조원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는 안개처럼 옅은 푸른빛이 도는 장포 차림이었다. 훤칠한 키에 반듯한 자세로 앉아, 눈앞의 작은 탁자 위에 손을 얹은 채였다. 옷자락 사이로 정갈하고 새하얀 안감이 보였고, 허리춤에 찬 옥패가 가볍게 흔들렸다.전각 안을 밝히는 촛불이 그의 수려한 옆얼굴을 비추었다. 서늘한 이목구비에 입꼬리만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미소였다.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그는 눈을 치켜뜨며 힐끗 시선을 던졌다.단 한 번의 눈길이었으나, 마치 예리한 칼끝처럼 가슴을 푹 찌르고 들어왔다.강유영은 순식간에 찬물을 맞은 듯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손발이 일순간 차갑게 식었다.그는 화가 나 있었다.이대로라면 무슨 말을 해도 그의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 듯했다.너무도 두려웠다."이 녀석아." 건정제는 서준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강유영을 가리켰다. "갑자기 그런 청을 하면 어찌하느냐. 저 아이가 원하는지 묻지도 않고 말이다. 보거라,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지 않았느냐.""유영아, 나와 앉겠느냐?"서준이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보았다. 요염한 여우 같은 눈매에 웃음기가 가득했다.강유영은 감히 고개를 젓지 못하고, 물기 어린 눈을 크게 뜬 채 애원하듯 그를 바라보았다.부디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랐다.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서왕이고, 더욱이 황제와 문무백관이 다 지켜보는 앞이었다. 그녀가 대놓고 서준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준도 필시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아바마마." 서준이 고개를 돌려 상석을 향해 말했다. "유영이가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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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오늘 그는 짙은 붉은색에 은은한 둥근 무늬가 놓인 금포를 입고 있었다. 수려한 이목구비가 한층 돋보였다. 느긋하고 나른한 미소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리기에 충분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슬쩍 자리를 살폈다. 탁자 위에는 정교한 앞접시와 술잔이 놓여 있었고, 서준은 그녀의 방석을 가볍게 털어주었다.그녀는 뻣뻣하게 굳은 채 그의 곁에 앉으며 곁눈질했다.전각을 가득 채운 촛불과 그림자 너머로, 조원철의 옆얼굴이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강유영은 입술을 축이며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그는 남몰래 소은경을 만났고, 사적으로 그녀에게 얼마나 다정하게 대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는 다른 사내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양동생에 불과했다."경들, 오늘은 정월 초하루이니 정무나 문무는 논하지 않겠다. 이 술잔으로 올 한 해 천하가 태평하기를 기원하마. 또한 경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바다."건정제가 술잔을 들며 입을 열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옵소서, 만세, 만만세!"사람들도 일제히 술잔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강유영 역시 자연스레 술잔을 들었다.다른 이들이 술을 마시자 그녀도 잔을 입술 근처로 가져갔다. 그저 흉내만 낼 요량이었다. 그녀는 주량이 약해 과실주조차 조금만 마시면 금세 취했다. 애초에 입술을 축일 마음도 없었다. 그저 마시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마시지 말거라."그때 서준이 손을 뻗어 그녀를 제지했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뒤끝이 센 술이다. 술도 못 하면서 마셨다간 고생할 게다."서준은 나른한 여우 같은 눈매에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보았다. 눈동자가 촛불에 비쳐 반짝였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애초에 마실 생각도 없었다고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요리가 하나씩 나와 그녀 앞에 놓였다.그녀는 입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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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강유영이 정실 왕비는 되지 못하더라도 측비 자리도 무시할 게 못되었다. 게다가 서왕이 저리 애지중지하니, 훗날 서왕부에서 정비보다 더 총애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어찌 됐든 미리 눈도장을 찍고 비위를 맞춰두어 나쁠 건 없었다.강유영은 눈앞의 부인을 올려다보며 예의 바르게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눈웃음을 지으며 미소 지었지만, 속으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명문가 부인이 자신에게 이토록 정중하게 대하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저는 호부상서의 부인입니다."부인이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부인, 안녕하십니까."강유영이 마주 웃었다.그녀는 조금 후회했다. 아까 서준이 뒤끝이 센 술이라고 했을 때 술잔을 비우고 과실주로 바꿔둘 것을 그랬다.보는 눈이 있는 지금 잔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마시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난처해하던 찰나, 서준이 불쑥 그녀 손에 들린 술잔을 가져갔다."이 아이는 술을 못 하니, 내가 대신 마시겠소."서준은 단숨에 술잔을 비워냈다.호부상서 부인은 그와 강유영을 번갈아 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못 마시겠으면 찻물을 따르거라."서준이 찻주전자를 들어 그녀의 빈 잔을 채웠다."너무 애쓸 것 없다. 대충 마시는 시늉만 하거라."그는 웃으며 일러두고는 잔을 다시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강유영이 고개를 숙이며 잔을 받아 드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곁눈질로 조원철이 보였다.그는 술잔을 든 채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일정한 걸음걸이였다. 허리춤에 찬 금인은 미동조차 없었다. 곁을 지나치면서도 그의 시선은 꼿꼿이 앞만 향했다.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강유영은 마른침을 삼키며 막 자리에 앉으려 했다."세자."그때 서준이 돌연 조원철을 불러 세웠다.강유영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그냥 지나가게 두면 될 것을, 서준이 대체 왜 그를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전하, 무슨 일이십니까?"조원철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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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조심해야지."서준이 다가가 상태를 살피려 했다."괜찮은 것이냐?""괜찮습니다!"강유영은 황급히 손을 뒤로 감췄다."새 술잔을 가져오너라."서준이 궁인에게 명했다.그는 조원철이 보는 앞에서 다시 친히 강유영의 새 잔에 찻물을 채워주었다.강유영은 잔을 쥔 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조원철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술잔을 들어 그녀의 잔에 가볍게 부딪친 뒤, 고개를 젖혀 단숨에 비웠다.그러고는 다시금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앉거라."서준이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제가 하겠습니다."강유영은 그의 손길을 피하며 자리에 앉아 치맛자락을 정돈했다.그러고는 다시 조원철 쪽을 쳐다보았다.조정 대신 몇몇이 그를 에워싸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인 채 약간 미간을 좁히고 이야기를 들을 뿐, 그녀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시선을 거두고 나서야, 꽉 쥔 손바닥이 온통 식은땀으로 축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서준이 다시 찻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라주려 했다."제가 따르겠습니다."강유영이 주전자를 넘겨받곤, 시선을 내리깐 채 직접 찻물을 따랐다."그 자가 두려운 것이냐?"서준이 불쑥 물었다.강유영은 흠칫 손을 떨며 그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떠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깔며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두렵지 않은데 왜 이리 떠는 것이냐?"서준은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손을 보며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었다."억측은 마십시오."강유영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황급히 손을 뒤로 감췄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어떻게든 평정을 되찾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 사실 그녀도 조원철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서준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짐작만 어느 정도 하고 있을 뿐, 내막까지는 모를 터였다.만일 그와 무슨 일까지 있었는지 낱낱이 안다면, 이토록 끈질기게 자신을 측비로 들이려 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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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어찌 이런...."그녀는 서준을 보며 화가 나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시울마저 붉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리도 경박할 수가!이러면 조원철과 다를 게 무엇인가?그녀는 본능적으로 조원철 쪽을 쳐다보았다.조원철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곁에서는 사람들이 웃으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로운 태도에는 한 치의 흠도 잡을 데가 없었다.오직 그의 손에 들린 은젓가락만이 천천히 꽉 쥐어지고 있었다. 이어서 알아채기 힘들 만큼 작은 소리가 나더니, 젓가락이 가운데서 뚝 부러졌다.그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부러진 젓가락을 수저받침 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손가락 관절만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울지 말거라, 울지 마." 서준은 서둘러 강유영을 달랬다. "장난이었다.""원래 자리로 가십시오."강유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당연히 이런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수는 없었다. 그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참지 못했을 뿐이다."알았다, 알았어." 서준은 그녀의 말대로 뒤로 조금 물러나 앉으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그녀를 살폈다."그만 쳐다보십시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마음을 졸였다.조원철은 이쪽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방금 전 일은 못 보았겠지?"정 화가 나면, 네가 다시 입 맞추게 해주랴?"서준이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정말 왜 이러십니까!"강유영은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서준은 정말이지 도가 지나쳤다!방금 전의 행동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는데, 이런 말까지 하다니!"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화내지 말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연신 잘못을 인정했다."한 번만 더 이러시면, 앞으로 전하와는 아무 말도 안 할 겁니다."강유영은 화가 나 몸을 홱 돌렸다.어째서 하나같이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걸까?"아이고, 내가 졌다. 그냥 장난 좀 친 것 아니냐." 서준이 용서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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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안으로 데려다주십시오. 중문까지요."강유영은 치맛자락을 꽉 쥔 채 그에게 입을 열었다."그러지."서준은 단박에 승낙하더니 발을 들추고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아닙니다."강유영은 다시 그를 만류했다."마차를 몰고 중문까지 가 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조원철의 마차가 뒤따라오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조금 더 빨리 움직여 먼저 처소로 돌아간 뒤, 문과 창문을 모조리 걸어 잠글 속셈이었다.조원철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알았다."서준이 그녀를 쳐다보았다.무슨 속셈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그녀의 뜻대로 해주었다.강유영은 그의 시선이 무안해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수고를 끼쳐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서준이 소리 내어 웃었다."알지 않느냐. 난 네가 귀찮게 구는 것이 무척 기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나를 찾거라."마차가 진국공부의 중문에 멈춰 섰다.강유영은 서준에게 재차 인사를 건네고 중문을 들어서자마자 허둥지둥 요월원 쪽으로 내달렸다."아씨, 천천히 가십시오."서유가 뒤따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평소 아씨는 걸음걸이가 이리 빠르지 않은데, 오늘은 종종걸음으로 쫓아가야 할 판이었다.궁중 연회 때 내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어째서 저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할까?"아씨, 오셨습니까."회랑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단비가 정원으로 들어서는 강유영을 보고는 서둘러 웃으며 맞이했다."너희는 이만 물러가 쉬거라. 나도 쉬어야겠다."강유영은 말할 기력도 없이 두 사람에게 지시하고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씨께서 왜 저러시지?"단비가 참지 못하고 서유에게 물었다."나도 모르겠어."서유는 머리를 긁적였다."서왕 전하께서 모셔다 주셨는데, 오시는 길 내내 무척 마음을 졸이시는 것 같았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급한 일이라니?"단비는 영문을 몰라 했다.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 역시 영문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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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정월 초하루 밤, 달은 고사하고 밤하늘의 별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진국공부 정원에 듬성듬성 켜진 등불로는 이 칠흑 같은 어둠을 도무지 걷어낼 수 없었다.강유영은 자신이 어디로 숨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점차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머리 위로 엉성하게 뻗은 마른 가지들이 들어왔다. 사방은 고요했고, 멀리서 처량한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시종들조차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정원에는 텅 빈 채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그녀는 어디에 몸을 숨겨야 할지 몰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돌산의 동굴이었다.하지만 어둠 속에서 가산의 윤곽을 본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그녀가 가산 동굴을 은신처로 떠올렸다면, 조원철 역시 틀림없이 그곳을 생각해 낼 것이다.그가 찾아온다면 단번에 붙잡히고 말 게 분명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발길을 돌렸다.하지만 이 정원에서 달리 몸을 숨길 만한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목적지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연못은 얼어붙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그녀의 눈에 연못가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정자가 들어왔다.처마 아래 매달린 몇 개의 등불만이 찬 바람에 희미한 누런빛을 흔들고 있었다.머릿속에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 정자 쪽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레 정자 난간 위로 올라가 낑낑대며 처마 네 모서리에 걸린 등불을 모두 불어 껐다.그제야 바닥으로 내려온 그녀는 어둠을 더듬어 정자를 빠져나온 뒤, 한쪽으로 돌아 연못가로 향했다.이 정자는 물 위로 반쯤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아래로 수면과 맞닿은 빈 곳이 마침 하나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비좁은 공간 안으로 조심조심 기어 들어갔다.손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는 발밑이 평평한 곳을 찾아 쪼그려 앉은 뒤, 몸을 둥글게 말고 스스로를 꽉 끌어안았다.이곳은 은밀하니 조원철도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날이 밝고 조원철이 밖으로 나가면 그때 요월원으로 돌아갈 것이다.내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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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이러한 두려움은 마치 그녀의 뼛속까지 새겨진 듯했다. 뿌리가 너무 깊이 박혀 뽑아내기조차 어려웠다.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찬 바람 속에서 고생할지언정, 돌아가 그를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추운 밤, 요월원 문 앞의 등불이 희미하게 누런빛을 내며 대문 전체를 차갑고 어두운 빛으로 물들였다.청류가 앞장서서 걸어가 문을 두드리려 손을 뻗었다.손이 문에 닿자마자 문이 소리 없이 살짝 열렸다."세자, 문이 잠겨 있지 않습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쳐다보았다.평소라면 이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설마 아씨께서 세자가 올 것을 알고 일부러 문을 열어두라고 한 것일까?검은색 망토를 두른 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다가가 문을 밀어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청류는 문을 들어선 뒤, 얌전히 문가에 서서 기다렸다.조원철이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유 역시 회랑 아래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그는 걸음을 재촉해 회랑을 따라 문 앞까지 간 뒤, 손을 들어 문을 열었다.방 안은 촛불 하나 없이 칠흑 같이 어두웠다.그는 손끝을 움찔하더니 방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잠시 후, 방 안이 환해졌다.사방은 텅 빈 채 고요했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침실 역시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그의 손끝에 살짝 힘이 들어갔으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하지만 짙은 눈동자에는 전례 없는 당혹감이 번지고 있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방 안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그 가녀린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서유!"그는 문가로 걸어 나와 소리쳐 불렀다."세자."서유는 그를 보고 다소 놀란 기색으로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아씨께서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며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서유는 단비와 함께 오씨 어멈의 방에서 말동무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어디 있느냐?"조원철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아씨께서는 작은 정원에서 혼자 조용히 바람 좀 쐬겠다고 하셨습니다."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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